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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속으로]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  ‘淑明을 宿命으로’ 헌신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 ‘淑明을 宿命으로’ 헌신

    ‘창업도 힘들지만 수성(守成)은 더 힘들다.’ 기업가들이 흔히 하는 얘기지만 ‘CEO 총장’을 요구하는 요즘 대학사회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최근 4선 연임으로 화제가 된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63). 행정력과 모금 능력, 조직관리력 등 한마디로 대학 총장도 팔방미인이 되어야 하는 한국사회에서 단연 눈길을 끈다. 한자리에 오래 있게 되면 으레 ‘험담의 도마’에 오르거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럼에도 ‘파열음’ 없이 4선 연임을 했다면 정말 대단한 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선 연임이라… 도대체 그 비결은 무엇일까.’ 2월의 마지막날, 그를 만나러 서울 용산구 청파동 캠퍼스로 가는 길은 잔뜩 흐려 진눈깨비가 흩뿌렸다. 총장실에서 만난 이총장은 연두색 정장 차림이었다. 단아한 모습에 부드러운 미소로 기자를 맞이하는 그는 분명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수다스러운 여성들처럼 말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애들 이야기가 화제가 될 때면...

    2006.03.05 17:43

  • [사람속으로] “청소년 안전지키기 내일이면 늦다”
    “청소년 안전지키기 내일이면 늦다”

    땅에서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시한폭탄을 지고 불섶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특히 딸자식을 둔 부모들은 요즘 외줄타는 광대의 심정이다. 도처에 지뢰고, 도처에 철조망이다. 그런 나라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성추행 살해사건은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어린 영혼이 파렴치한 어른의 욕심 앞에 희생당한 데 대한 안쓰러움으로 자식을 둔 부모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또 한편으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지난 2001년부터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해온 청소년위원회 최영희 위원장(54)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3층의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청소년위원회는 지난해 5월 청소년보호위원회와 문광부 청소년국을 통합하여 국무총리 직속 기구로 출범한 청소년정책 총괄기구다. -초등학생 성추행사건으로 주무 부처의 수장으로서 충격이 크셨을텐데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동딸을 먼저 보낸 부모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비참한 심경입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예...

    2006.02.26 17:47

  • [사람속으로] ‘이름 바꿔야 성공’은 엉터리 상술
    ‘이름 바꿔야 성공’은 엉터리 상술

    회사원 김모씨(44)는 얼마전 우연히 인터넷 작명소에 들러 아들과 딸 이름을 감정(鑑定)하고는 하늘이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름에 써서는 안 되는 한자가 들어 있어 불행해진다. 단명할 수도 있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불길한 생각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어 개명하는 길을 찾고 있다. 최근 법원에 개명(改名) 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1월 “범죄은폐 등 불순한 의도가 없다면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의 일이다. 때맞춰 개명 허가를 받아내기 위한 ‘비법’을 소개하는 인터넷모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개명 대행업소나 작명업소도 바빠졌다. 도대체 인간에게 이름이란 뭘까. 이름만 좋으면 만사형통할 수 있을까. 좋은 이름이란 어떤 이름일까. 30년간 작명연구를 해온 정보국씨(51·정보국작명연구원 원장 www.nameok.co.kr)를 만나봤다. 그는 독창적인 작명원리를 알기 쉽게 ...

    2006.02.19 17:39

  • [사람속으로] 도정일  “독서날개 달아주는 일은 정년 없죠”
    도정일 “독서날개 달아주는 일은 정년 없죠”

    정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 물러남을 뜻한다. 그래서 정년은 아쉬움을 넘어 두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직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멀어져 간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회한을 남긴다. 문학비평가로 평생을 살아온 경희대 도정일 교수(65)도 오는 28일이면 23년간 섰던 강단을 뒤로 한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라는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웅얼거림이 어찌 없을 수가 있을까만, 그에게 진정한 의미의 정년은 아직 먼나라의 이야기인 듯하다. “42살때 강단에 설 때만 해도 상당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는데, 지금 돌아보니 순전히 착각이었어요. 느리고 게을러 아마 정년을 깊이 인식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 같아요.” 9일 대학로 일석기념관 2층 책읽는 사회만들기 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말속에는 못다한 가르침에 대한 아쉬움과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정년에 대한 소회가 묻어났다. 누구에게나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에 대한 ...

    2006.02.12 17:34

  • [사람속으로] 소리꾼 장사익  “한판 노는 거지유”
    소리꾼 장사익 “한판 노는 거지유”

    해마다 신문의 한 면을 장식하는 신춘문예 당선자들. 그 면면을 보면 약관의 나이에 뽑힌 이도 있고 50이 넘어 꿈을 이룬 이도 있다. 느지막이 등단한 이를 두고 우리는 늦깎이라고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결코 늦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꿈을 이제 이루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소리꾼 장사익(57). 그도 세속적 개념으로 보면 늦깎이다. 마흔다섯에 가수가 됐으니. 어찌보면 척박한 현실 속에서 꿈을 찾아다닌 것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그러나 ‘평생 노래만 할 수 있다면’ 하는 꿈은 이제 그의 생활이 되었다. 그는 말했다. “현실에 집착하는 끈을 놓으니 꿈이 잡히더라”고. 서울 종로구 홍지동 집에서 만난 장사익은 5월쯤에 선보일 5집 준비를 하느라 계속 흥얼거리고 있었다. #도시속의 섬같은 노래집도 사람을 닮았다. 그가 사는 곳은 정형화된 아파트가 아니라 산기슭에 걸터 앉은 단독주택이었다. 허허로운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하는 그의 생활한복은 수더분한 그의 모습처럼 편해보였다....

    2006.02.05 17:41

  • [사람속으로] “전통 古宅은 우리문화 알리는 최고공간”
    “전통 古宅은 우리문화 알리는 최고공간”

    하늘을 이고 있는 맞배지붕의 우아한 선은 첫날밤 신부를 닮았다. 격자무늬 창틀의 흰창호는 겨울햇빛에 눈이 부시다. 돌담밖 소나무는 눈 속에서 푸르고, 대숲에서는 겨울바람이 서걱이며 사랑채를 기웃거린다. 아궁이에서 타고 있는 장작만 봐도 후끈 덥혀졌을 구들목에 몸을 지지고 싶어지는 집. 수백년 이끼에 뒤덮인 고택(古宅)은 기품있는 선비를 연상케 한다. 경북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에 자리잡은 지례예술촌. 앞으로는 임하호를, 뒤로는 일월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그곳에 400년 된 고가가 고즈넉이 자리잡고 있다. 조선 숙종때 대사성(大司成)을 지낸 지촌 김방걸의 종택과 제청, 사당 등 모두 10여동이 모여있는 곳이다. 지촌 선생의 13대 종손인 김원길 촌장(64)이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인 건물들을 3년여에 걸친 공사(1986~1989) 끝에 이 자리로 옮겼다. 그뒤 고택을 예술인들을 위해 개방, 지금은 지례예술촌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한평...

    2006.01.22 17:36

  • [사람속으로] 건강수행 교육 ‘기림산방’ 김종수원장
    건강수행 교육 ‘기림산방’ 김종수원장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 ‘두한족열(頭寒足熱)’ 건강법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반신욕이나 족욕도 이 건강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18세기 초 반신욕을 처음 시작한 네덜란드의 명의(名醫) 불하폐는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덥게 하라. 그러면 모든 의사를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도 우리 몸 속에서 뜨거운 기운(화기, 火氣)은 내려오고, 차가운 기운(수기, 水氣)은 올라가는, 즉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잘 되는 상태가 좋다고 본다. 기림산방(氣林山房) 김종수 원장(55)은 15년째 강원 정선의 첩첩산중에 살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두한족열 건강법을 전파하고 있다. 몸이 따뜻하면 살고 차가워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운은 모두 배에서 나옵니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육체 에너지는 물론 보고, 듣고, 생각하는 정신 에너지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육체적·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많으면...

    2006.01.15 18:15

  • [사람속으로]  ‘인혁당’희생자 하재완선생 미망인 이영교씨
    ‘인혁당’희생자 하재완선생 미망인 이영교씨

    1974년 4월 중순 오전 11시. 중년의 한 사내가 사라졌다. 목욕을 간다며 집을 나선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3살짜리 막내아이를 재우느라 배웅도 하지 못했던 아내는 사내를 백방으로 찾아헤맸다. “우리가 잘 모시고 있습니다. 호텔에서 호강하고 있습니다.” 사내는 정보부라는 듣도 보도 못한 곳에 끌려가 있었다. “무슨 잘못으로 그는 그곳에 있을까.”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내가 사내를 본 것은 3개월 후 서울 필동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였다. 사내는 푸른 수의를 입고 서 있었다. 죄목은 당시 대학가의 반유신투쟁조직이었던 민청학련을 배후조종한 인혁당의 핵심 멤버. 헌병들이 도열한 숨막히는 법정. 긴장과 침묵, 공포. 그 속에서 사내가 아내를 돌아보았다. 옷깃을 잡으며 ‘여보, 수의를 대신할 옷을 넣어줘요’. 이어진 3번의 재판. 마지막이 된 대법원 재판에서 사내를 비롯한 8명에게 ‘사형’이 내려졌다. 그리고 17시간 만인 75년 4월9일 사내는 형장의 이슬로...

    2006.01.08 17:34

  • [사람 속으로] 50년 질긴사랑 ‘국악은 내 운명’
    50년 질긴사랑 ‘국악은 내 운명’

    지난 연말, 한해의 마지막날까지 무대에 선 명창 안숙선(57·중요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기능보유자). 평소 잘 걸리지 않는 감기 몸살을 앓으면서도 무대에 섰다. ‘국악을 위한 자리인데, 소리를 들으려 온다는데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달려가야지.’ 그는 한해 마지막날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적벽가’를 완창하며 잔치를 벌였다. 관객들과 어울려 국수도 한 그릇 먹고 막걸리도 한 사발 들이켜고 그러면서 국악을, 판소리를 친근하고 흥겹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되돌아보면 그랬다. 어느 해에 연말연시 특별행사로 제야의 종이 울릴 때까지 판소리가 흥겹게 울려 퍼진 적이 있었던가. 그는 신명나게 판소리로 묵은 한해를 보내고 환하게 새해를 열고 싶었던 것이다. #잠시도 쉬지 않는 오척단구의 명창 안숙선을 처음 보면 먼저 작고 아담한 외모에 놀라게 된다. ‘저 작은 몸 어디서 용솟음치듯 소리가 터져 나올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2006.01.01 17:39

  • [사람속으로] 新한류 이끄는 탤런트 양미경
    新한류 이끄는 탤런트 양미경

    지난 4월 홍콩 첵랍콕공항. 1,000여명의 팬들과 100여명의 보도진이 한 스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아시아 각국에서 ‘한류스타’들이 입국할 때마다 벌어지는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배용준도, 권상우도, 비나 류시원도 아니었다. ‘대장금’의 한상궁 양미경(43). 한국농산물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에 갔던 그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행사장 주변엔 1만2천여명의 팬들이 몰려들어 수라간 최고상궁을 맞았다. ‘청춘스타’가 아닌 ‘중년스타’가 한류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대만과 중국, 일본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한상궁 신드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는 곳마다 ‘마마님’ 혹은 ‘언니’를 외치는 수만명의 팬들로 북적인다. 그의 인기는 한국의 음식문화와 역사, 한국여성에 대한 재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스타 중심의 한류와는 사뭇 다르다. -단아한 미소 외국팬 사로...

    2005.12.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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