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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속으로] 민요 한가락서 찾아낸  ‘민족의 얼’
    민요 한가락서 찾아낸 ‘민족의 얼’

    이 땅이 고단하다. 세월이 부산할수록 시대를 꾸짖는 ‘어르신’이 그립다. 닷새 후면 추석인데 마음들이 풍요롭지 못하다. 청명한 가을날 어르신이 들려주시는 추석 정담에 귓가를 적시고 싶다. 추석 향기에 심신을 다독이고 싶다. 한국 민속학의 개척자 월산(月山) 임동권 박사(79·중앙대 명예교수)는 “민족의 정신적 구심점이 와해되고 있다. 한국의 얼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요채집에 한평생…민속학 집대성-노학자는 바람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요즘 세태를 마냥 안타까워했다. 민족의 장래와 전통 문화가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추석은 중국에서 유래된 풍습이 아닙니다. 선사시대부터 우리 고유의 명절이죠. 우리 나라와 같은 위도에 위치하는 국가들은 좋은 기후 속에서 만곡(萬곡)을 거두어들인 기쁨을 춤과 노래로 풀고,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세시풍속을 이어왔습니다. 먹을거리가 넉넉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만큼만’이란 말도...

    2005.09.11 18:20

  • [사람속으로] 윤경빈 전 광복회장 “親日덮고 가면 이나라 바로 못서”
    윤경빈 전 광복회장 “親日덮고 가면 이나라 바로 못서”

    광복 60주년. 인생으로 치면 한 갑자(甲子)를 지난 셈이다. 인생 60년이면 모든 시행착오를 겪고 그 경험으로 하나의 삶의 정형을 완성하는 시기다. 그러나 이 나라의 광복은 아직도 미완(未完)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 근거를 대는 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친일’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부끄러운 민족적 과제를 풀지 못한 채 광복군 창설 65주년을 맞았다. 광복군…. 국운이 기울 대로 기울어 쇠락을 거듭하는 조국을 지켜내고자 광야에 섰던 지사(志士)들…. 광복군 창설 65주년을 맞은 오늘날, 그 기개는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고 그들의 활동상은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광복군에 대한 예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당리당략과 투기만 좇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바라보면 참담하기만 하다. 그런 부끄러움을 안고 ‘광복군의 막내’ 윤경빈 전 광복회장(86)을 만나러 갔다. 지난달 29일, 경술 국치일이기도 했던 그날, 민족문제...

    2005.09.04 17:54

  • [사람속으로] “헤이리, 문화·예술의 난장 만들 것”
    “헤이리, 문화·예술의 난장 만들 것”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사람 축에 든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약속과 회의가 끊이지 않는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60). 그는 지난 30년 동안 시대의 폐부를 찌르는 수많은 명저들을 세상에 선보였고, 남다른 뚝심으로 파주출판문화단지를 탄생시켰으며, 30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을 설득해 문화마을 ‘헤이리’를 만들어냈다. 자유로를 달리다보면 북한이 건너다보이는 파주 통일동산 아래 헤이리가 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야산 자락 15만평에 자리한 문화예술 마을. 박물관, 미술관, 음악홀, 공방, 스튜디오, 문학공간 등 건축물 자체가 작품인 이곳에서는 1년 내내 전시회, 축제, 음악회, 강연회, 영화시사회 등 문화향기 가득한 행사들이 이어진다. 미술, 문학, 건축, 음악, 방송, 출판, 영화 등 국내 내로라하는 문화예술계 인사 300여명이 둥지를 튼 헤이리에는 방송인 황인용의 ‘카메라타 음악실’, 소설가 정한숙을 기리는 ‘정한숙 기념홀’, 인물화를 테마로 한...

    2005.08.28 18:17

  • 액션에 살고 액션에 죽는 ‘마흔 청년’

    ‘일요일인데도, 그는 죽으러 나가려고 구두끈을 매고 있었다.’ 조해일의 단편소설 ‘매일 죽는 남자’의 주인공처럼 늘 죽음을 무릅쓰고 일터에 나가는 사람이 있다. 보통사람들은 ‘만에 하나’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위험에 산다면, 그는 ‘열에 하나’ 무슨 일을 당하며 살아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무술감독 정두홍(39). 서울 강남의 한 헬스클럽에서 만난 그는 뜻밖에도 ‘사람 좋은 충청도 사내’였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액션장면을 디자인해온 최고의 무술감독이자 차세대 액션스타를 꿈꾸는 그를 만나기 전에 가졌던 선입견이 일시에 무너졌다. 얼굴에서는 우락부락함 대신 선한 미소가 넘쳤다. 겸손한 말투 뒤엔 수줍음까지 보였다. “어린 시절 장동휘나 박노식처럼 멋지게 악당들을 쓰러뜨리는 액션배우가 되고 싶었죠. 그러다가 고2 때 제 고향 부여에 내려와 체육관을 차린 스승 이각수 관장님 덕에 태권도를 시작했어요. 그뒤로 합기도,...

    2005.08.21 17:43

  • [사람속으로] ‘휠체어 럭비’ 전도사 된 롱 스로인 명수
    ‘휠체어 럭비’ 전도사 된 롱 스로인 명수

    손으로 럭비공을 던졌다. 혼신의 힘이었다. 그러나 3~4m가 고작이다. 얼굴은 이내 진땀으로 뒤범벅된다. 그런데도 그의 얼굴은 환하다. 한때 그가 운동장에서 스로인하면 공은 골문 앞을 향해 30m는 훌쩍 날았다. 상대팀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제 그에게서 옛 모습을 찾아내기란 힘들다. 그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다리가 아니라 휠체어다. 그나마 다리는 자꾸 마비돼 손으로 연방 주물러야 한다. 그런 그가 다시 롱스로인에 나섰다. 옛날엔 상대 골문이었지만, 이제는 장애인 재활이라는 멀고 먼 목표를 향해 던진다는 게 다를 뿐이다. -86년 척수염진단 투병생활-그는 한국휠체어럭비협회 회장인 황재만씨(54)다. 1970년대를 풍미한 축구 국가대표선수인 그는 골을 넣는 풀백이자, 롱스로인의 대명사였다. 그의 손을 떠난 축구공은 상대 진영 깊숙이 포진한 장신 김재한 선수의 머리에, 차범근 선수의 다리에 어김없이 떨어졌다. 그는 2003년...

    2005.08.14 18:00

  • [사람속으로] ‘건물속의 길’ 나그네에 열린 문화마당
    ‘건물속의 길’ 나그네에 열린 문화마당

    며칠 후면 광복 60주년이다. 그들, 일본사람들이 빼놓지 않는 관광코스가 서울 인사동에 있다. 지난해 12월16일 문을 연 재미있는 건물 ‘쌈지길’이다. 5층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렸다. 가운데 마당으로 하늘이 쏟아진다. ㅁ자형 건물은 1,200평. 가운데 마당은 150평. 건물 아랫길(지하층)부터 네오름길(4층)과 하늘정원(옥상)까지 500미터 거리에 늘어선 70여개 공예품점·갤러리들을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올라가면서 구경하고 피곤한 발을 찻집이나 음식점에 내려놓으면 된다. 갈빗집 ‘영빈가든’ 자리를 인사동 명물로 만든 ‘쌈지길’ 대표 천호선씨(62·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쌈지길은 이름 그대로 건물이라기보다 길이고, 길을 통해 문화의 세계로 들어가면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의문은 계속 남는다. 넓은 공간을 이렇게 놀리다니. 150평 곱하기 5층이면 750평. 세를 놓으면 얼만데. 인사동을 찾는 이들이야 색다른 공간을 즐겨 재미있겠지만, 건물 주인은 속...

    2005.08.07 18:16

  • “꿈을 위한 투자 CEO에 홀인원”

    한류(韓流)가 우리 문화의 해외수출 물꼬를 텄다면 여풍(女風)은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물꼬를 텄다고 할 수 있다. 경영 분위기가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국내 골프장에서도 여성 경영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직은 소수지만 그 능력은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 오너는 모두 4명. 이들은 오너와 친인척인 ‘특수관계자’들이다. 그러나 지난 4월 크리스탈밸리 골프장의 사장으로 취임한 최성이씨(40)는 국내 골프장에서 전문 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여성 CEO가 된 인물이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최성이씨가 골프장업계에 입문한 것이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공개 모집을 통해 지배인으로 크리스탈밸리 골프장에 몸을 담은 그는 입사 3개월 만에 총지배인으로 승진한 데 이어 1년여 만에 대표이사 사장의 자리까지 초고속 승진하는 ‘직장인 신화’를 창조했다. 당연 그의 성공 비결이 궁금해진다. 지난 14일 그를 만나러 경기도 가평군 상면에 자리잡은...

    2005.07.17 17:50

  • 엄홍길, 올 두차례 히말라야行 휴먼드라마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 세계 여덟번째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14좌)를 모두 오른 신화적인 산악인 엄홍길(45·트렉스타 기술이사). 만년설빙과 칼바람, 희박한 공기 속에서 ‘온몸으로 온몸을 극단까지 밀고간’ 사나이. 그는 이제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다. 기업체나 학교에서는 그를 강사로 초청해 히말라야 등정의 실감나는 도전기를 듣기 원한다. 극심한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포기와 실패를 모르고 끝내 정상을 밟고야마는 도전정신에 대해 누가 그보다 더 잘 말할 수 있을까. 그가 올해들어 또 두차례 히말라야에 다녀왔다. 그러나 올해의 히말라야행은 정상 등정이 목표가 아니었다. 올해 초 장애인들과 함께 한 ‘히말라야 희망원정대’, 그리고 최근에는 1년 전 에베레스트에서 실종된 동료 산악인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초모랑마 휴먼원정대’를 이끌었다. 지난달 13일 귀국한 휴먼원정대는 당초의 계획만 따진다면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계명대 산악부 백준호(당시 ...

    2005.07.03 18:32

  • 개관 10돌 맞은 정동극장 최태지 극장장

    친구처럼 편안한 도심의 문화공간 정동극장이 지난 17일 개관 10년을 맞았다. 이날 정동극장 개관 10주년 기념식을 가진 최태지 극장장(46)은 연말까지 이어지는 10주년 행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국내 최초의 여성 국공립공연장 CEO여서일까. 최극장장이 전하는 문화의 향기는 유난히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6월 전임 극장장의 잔여임기를 위해 정동극장장으로 발탁된 그는 지난 1월 제3대 정동극장장(임기 4년)으로 취임, 정동극장의 미래주제를 ‘아트 프런티어’(Art Frontier·예술개척자)로 정하고 극장운영에 정성을 쏟고 있다. -정동극장 10주년 프로젝트가 다양하다. “‘아트 프런티어’의 첫걸음이다. 그동안 매년 1,000회 공연을 해왔는데 이제부터는 프런티어 정신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것이다. 정부지원 외에 극장자체에서 올 한해 20억원을 모을 예정이고, 미래의 10년을 대비해 지난 4월 공연장 내부...

    2005.06.26 17:49

  • 3천여 ‘식물의 장서’ 돌보며 인생2막

    평생 한가지 일이라도 반석 위에 올려놓기는 쉽지 않다. 흔히 말하는 외길을 걸어온 지 몇십년… 그렇게 해서 나름대로 인생의 한획을 긋기도 한다. 그럴 경우 우리는 대개 ‘성공한 삶’이라고 한다. 40년 가까이 출판 외길을 걸어온 나춘호 예림당 회장(64)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나회장의 삶의 행보(行步)에 더욱 더 주목하는 것은 환갑이 훨씬 넘은 나이에, 출판인으로서 성공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꿈을 행동으로 옮긴 ‘노익장’ 때문이다. 그 새로운 꿈은 식물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삶을 연극무대에 비유하자면 그는 이제 인생 2막의 무대에 서 있는 셈이다. 인생 1막이 출판인으로서의 삶이었다면 인생 2막은 식물원 원장으로서의 삶이다. 노년에도 청년과 같이 꿈을 잃지 않은 그를 경기 여주군 산북면 앵자봉의 방축골 산자락에 자리잡은 해여림식물원에서 만났다. 2001년 한국 출판인 최초로 국제출판협회 상임이사로 피선,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 회장 연임, 1...

    2005.06.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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