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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지를 금지하라](25)웃자고 한 얘기, 죽자고 달려들지 맙시다
    (25)웃자고 한 얘기, 죽자고 달려들지 맙시다

    여러 해 전 겨울, 군부대 제설작업을 소재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레 밀리터리블’이 유튜브 조회수 500만을 넘기면서 큰 화제가 됐다. 원작의 주연배우 러셀 크로가 이를 언급하고, 프랑스의 한 라디오방송도 ‘화제’로 다뤘다는 기사에 필자는 뒤늦게 영상을 찾아보았다. 원작에서의 ‘죄수들의 합창’을 눈 치우는 장병들의 합창으로 바꾼 설정이나 절묘하게 개작된 노랫말에 연이어 웃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러셀 크로가 여러 작품에서 군인 배역을 맡아봤을지라도 예비군훈련이나 ‘군대 가서 삽질하는’ 등 우리 사회에서 갖는 특유의 맥락이나 그것이 유발하는 웃음은 알지 못할 것이라고…. 비록 서사의 기저에 흐르는 체제순응적 메시지는 불편했지만, 웃음의 코드들을 공유하는 어떤 ‘우리’ 안에 속해 있음을 체감했던 경험이다.■ 건전웃음 vs 저질웃음 : 통제의 정치유머가 갖는 정치성의 핵심은 이렇듯 함께 웃는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힘일 것이다. 웃음의...

    2017.11.19 20:59

  • [금지를 금지하라](24)이동 없는 삶은 ‘고립된 생존’…박탈된 ‘속도’를 허하라
    (24)이동 없는 삶은 ‘고립된 생존’…박탈된 ‘속도’를 허하라

    지난해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이맘때쯤 일이다. 늦은 저녁,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시내버스의 기사는 화가 나 있었다. 장애인 승객을 버스에 태우기 위해 리프트를 꺼냈는데, 그 리프트가 다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로 차고 손으로 흔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10여분간 버스는 문이 열린 채 멈춰 있었다. 모두가 추웠다. 기사는 끝내 다음 버스에 옮겨 타야 하니 모두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해달라고 외쳤다. 눈에 띄게 불평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다만 휠체어에 탄 그, 중년을 훌쩍 넘어선 듯한 그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다행히도 기사가 허공에 욕설을 하며 다음 버스를 잡는 동안 리프트가 갑자기 소리를 내며 접혀 들어갔다. 마침내 휠체어에 탄 그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그 미안함의 표시에는 그래도 이 차를 타고 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행복감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이런 일도 있었다. 한 장애인 교육...

    2017.11.12 21:51

  • [금지를 금지하라](23)자기 치부는 은폐, 정적은 불법 사찰…추악한 권력의 두 얼굴
    (23)자기 치부는 은폐, 정적은 불법 사찰…추악한 권력의 두 얼굴

    10·26사태에 대한 군사재판에서 피고인 김재규는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의 변론 일부를 제지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가 막으려 한 변론 내용은 ‘대통령의 사생활’ 부분이었다. 박선호의 변호사는 박정희 대통령의 부도덕과 타락을 추궁하고 있었다. 권력자의 문란한 사생활이 부각될수록 ‘10·26거사’의 명분이 확보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박선호는 반대신문 과정에서 사건 당일 오후 네 시경 프라자 호텔에 간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날 밤 연회에 참석할 여성을 데리러 간 것이다. 그런데 김재규가 자기 부하의 관련 진술을 막아버렸다. 알려진 대로 김재규는 박정희 살해의 동기를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이라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는 재판 과정에서 유신체제나 박 대통령의 영구집권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던 차였다(김재규 군사재판-변호인 박정희 사생활 공개시도, 동아일보 1993·11·18). 하지만 대통령의 사생활에 관해선 일절 함구했다. 박정희의 명예를...

    2017.11.05 21:43

  • [금지를 금지하라](22)돈 안되는 것에 빠지지 말라 하고 낯선 것에 꽂히면 공격·혐오하고
    (22)돈 안되는 것에 빠지지 말라 하고 낯선 것에 꽂히면 공격·혐오하고

    얼마 전 낚시가 등산을 제치고 취미활동 1위에 올랐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1위가 바뀌었다는 것이 아니라 등산, 낚시처럼 오래된 취미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취미라는 말에 등산, 낚시 외에도 독서, 음악감상, 우표수집 같은 고전적(?)인 것들을 떠올린다면 분명 구세대다. 이번 순위 변동은 등산을 즐기는 세대가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활동이 줄었기 때문이란다. 아닌 게 아니라 주말마다 근교 산들을 물들이는 원색의 등산복들 중에서 20~30대 청년 세대는 찾기 어렵다. 일상화된 등산복은 ‘아재’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최근 대통령 덕에 잠시 열풍이 불었지만, 사실 요즘 세상에 우표수집은 유통기한이 지난 취미 아닌가.젊은 세대의 취미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 다양하다 못해 극성스러울 정도로 취향의 만족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 앞에서 취미라는 말의 뉘앙스는 촌스러워 보인다. 여기에는 취미보다 ‘마니아’ 혹은 ‘오타쿠’라는, 직설...

    2017.10.29 20:58

  • [금지를 금지하라](21)‘권위주의’로 추상화된 폭력…갑의 횡포를 희석하다
    (21)‘권위주의’로 추상화된 폭력…갑의 횡포를 희석하다

    흥미롭게도 한국에서 권위주의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1987년 6월항쟁 직후다. 25년간 나라를 짓누르던 군부독재의 힘이 꺾이고 민주화가 시작될 때였다. 즉, 국가폭력과 권위주의가 판을 치던 시절의 한국인들은 권위주의라는 말 자체를 몰랐다. 경향신문을 기준으로 ‘권위주의’란 용어가 사용된 기사 수는 1985년 13건, 1986년 21건이었으나 1987년엔 65건, 1988년엔 230건으로 급증했다.노태우 정부하에서 ‘권위주의 청산’은 시대정신처럼 되었다. 청와대·여당 같은 권력 핵심부는 물론 관료사회·대학 등에서도 권위주의 청산이 모토였다. ‘보통사람’이라는 반어적 구호를 내세워 당선된 노태우는 1987년 12월23일 대통령 당선 축하연을 열며 소주·빈대떡 같은 음식을 차리게 하고, 헤드테이블에 택시·버스 기사, 이·미용사 같은 진짜 보통사람들과 함께 앉기도 했다. 또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모든 공직자들은 의식과 발상을 획기적으로 ...

    2017.10.15 21:46

  • [금지를 금지하라](20)88년 하면 서울올림픽?…누구에겐 ‘철거’가 그해의 역사다
    (20)88년 하면 서울올림픽?…누구에겐 ‘철거’가 그해의 역사다

    ■ 장면 11989년 12월, 폐쇄적인 독재체제를 유지해오던 루마니아에서 민중혁명이 발발했다. 루마니아 서부의 한 도시에서 보안경찰이 시위대에 발포, 수많은 사상자가 나온 것을 기점으로 저항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군대 역시 혁명대열의 편에 섰다. 전세가 기울자 대통령 차우셰스쿠는 해외 도주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 체포된다. 사형을 언도받은 독재자 부부가 형의 집행을 망연히 기다리는 모습은 당시 국내 뉴스에도 실시간으로 보도됐다.영화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감독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2008)는 바로 그 루마니아 혁명에 대한 기억을 다룬다. 사건 발발로부터 16년이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한 소도시 지역방송국에서는 “16년 전 그날 밤 우리 마을에도 혁명은 있었는가”를 주제로 한 토크쇼를 기획한다. 만일 차우셰스쿠 탄핵 소식이 보도되던 밤 12시8분 이전에 사람들이 이미 광장에 모여 있었다면 그 마을에서도 혁명의 불씨가 점화됐던 것이고,...

    2017.10.08 20:14

  • [금지를 금지하라](19)생명윤리와 인구논리에 매몰…‘임부 몸 존중권’ 논의는 소홀
    (19)생명윤리와 인구논리에 매몰…‘임부 몸 존중권’ 논의는 소홀

    1970년은 전 세계적으로 낙태와 관련한 강렬한 논쟁, 실제적인 법률입안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시기로 기록된다. 미국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뉴욕에 모여 낙태를 죄로 규정하는 법의 즉각 폐지를 요구했다. 이에 상원의원 로버트 팩우드는 낙태합법화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불완전한 불법 낙태에 의해 여성들이 희생되는 일을 막고자 안전하고 쉽게 낙태시술을 할 수 있는 약물과 외과요법도 의사들에 의해 속속 개발 중이었다. 호주 멜버른 인근 공해상에서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법을 피해 낙태선박을 운용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여성 권리신장의 한 요구로 자유로운 낙태허용 여론이 일었다. 가장 진보적인 나라는 덴마크였다. 덴마크는 17세 이상의 여성에게도 낙태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낙태자유화법을 3월에 제정했다.반면 종교계의 반발은 거셌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주교들이 낙태영혼추도의날을 선포해 노골적인 낙태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미국 내 가톨릭계 병원들은 낙태가 허용되면 이를 시행하...

    2017.10.01 20:43

  • [금지를 금지하라](18)금지곡·땡전뉴스·블랙리스트…억압 정권, 비판을 두려워하다
    (18)금지곡·땡전뉴스·블랙리스트…억압 정권, 비판을 두려워하다

    “이런 일은 통상시에는 생각할 수 없으며 혁명적 권력이 있는 시기이기에 가능했다.”언론통폐합(1980)을 주도했던 허문도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청문회 진술이다. ‘혁명적 시기’란 기존의 법질서를 정지시킨 계엄 상태를 의미한다. 언론 장악의 구상을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에 대한 거부이자, 그 초법적 성격에 대한 표현이기도 했다. 언론통폐합을 추진한 그의 소신은 상당한 궤변으로 점철돼 있다. ‘난세(亂世)’에는 자유민주주의자가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을 택할 수 있으며, 이는 5공화국 다음에 민주화가 온 것으로 증명됐다는 변론이었다. 독일 나치정권의 선전장관 괴벨스가 연상된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5공이 나치처럼 언론을 통제했으면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민주주의는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따위가 아니라, 그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됐다. 허문도의 진술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될 수 있었던 것도 6월항쟁으...

    2017.09.24 21:56

  • [금지를 금지하라](17)뿌리 깊은 ‘순수성 집착’…순수하지 않은 것은 정녕 나쁜가
    (17)뿌리 깊은 ‘순수성 집착’…순수하지 않은 것은 정녕 나쁜가

    ■ 순수라는 신화보수적인 사회에서 낯선 것은 환영받기 어렵다. 목표가 무엇이든 ‘낯선 것’은 ‘나쁜 것’으로 매도당하기 쉽다. 기존의 가치와 거리가 멀수록 매도하는 힘은 커지고 순수한 것이 도리어 강조된다. 순수가 사사로운 욕심과 못된 생각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만큼, 순수하지 않은 것은 못된 것이 된다. 그렇지만 순수가 항상 순수할 리는 없다. 보수가 선을 독점하고 진보를 매도할 때 탄생한 순수라는 개념은 일종의 신화다. ‘못된 생각이 없고 선한’ 순수가 존재한다는 신화, 혹은 망령이 정치를 지배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멀리 내다보지 않아도 안다. 민족의 순수성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전쟁의 끔찍함에는 그 논리의 헛됨도 포함돼 있다. 만세일계(萬世一系)의 기치를 휘두르다가도 식민지인들의 희생이 필요할 때는 동조론(同祖論)을 들이민 것이 순수성의 신화다.침략적 국수주의는 사라졌지만 한국에서 순수성의 신화는 여전히 힘이 세다. 특히 문화의 장에서 내용과 ...

    2017.09.17 22:00

  • [금지를 금지하라](16)분단의 트라우마와 안보 장사에 억눌려 온 ‘평화의 논리’
    (16)분단의 트라우마와 안보 장사에 억눌려 온 ‘평화의 논리’

    “경축-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합당한 주권에 의거하여, 또한 적법한 국제 절차에 따라 로케트(굳이 ICBM이라고 하진 않겠다)의 발사에 성공하였음을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한다. 핵의 보유는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항하는 약소국의 가장 효율적이며 거의 유일한 방법임을 인지할 때, 우리 배달족이 4300년 만에 외세에 대항하는 자주적 태세를 갖추었음을 또한 기뻐하며, 대한민국의 핵 주권에 따른 핵보유와 장거리 미사일의 보유를 염원한다.”고(故) 가수 신해철이 2009년 4월8일 북한이 광명성 2호 발사에 성공했을 때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우파 민족주의자가 쓴 것 같은 이 글 때문에 신해철은 소위 보수단체들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고초를 겪었다. ‘술 먹고 썼다’는 이 글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신해철은 다시 “무혐의 유감(ㅋ)”이란 제목의 글(2010년 2월1일)을 올려 “가수가 홈페이지에 쓴 글을 극우 단체가 고발한 것, 검찰과 경...

    2017.09.10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