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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를 금지하라
  • [금지를 금지하라](15)법으로 구속한 관혼상제, ‘과시 욕망’까지 가두진 못했다
    (15)법으로 구속한 관혼상제, ‘과시 욕망’까지 가두진 못했다

    “남: 청첩장은 무슨 청첩장이야? 그 고지서 같은 것. 그런 건 보내지 않는 게 좋아요. 결혼식은 되도록 간소하게 하기로 말했잖아. 친지들에게만 알리고.”“여: 전 반대예요.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결혼식을 시시하게 넘길 수 없잖아요.”“남: 지난번 우리 약혼 때처럼 친지들만 모아놓고 간단하게 치르니 얼마나 좋았어? 허례허식을 떠나서 실질적인 서약으로 약혼서에다가 건강진단서와 호적등본을 첨부해서 서류만 교환한 것처럼 말이야.”(……)“남: 알겠지? 준칙에 의한 결혼식을.”“여: 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전 간섭을 안 할 테니까.”“남: 역시 여자다운 데가 있군. 내 말대로 해요. 응? 그럼 멋있는 선물을 줄게.”1969년 국립영화제작소에서 제작한 공보영화 <오붓한 잔치>의 장면이다. 혼인을 한 주 앞둔 커플이 커피숍에서 만나 예식절차를 상의한다. 남자는 간소한 예식을, 여자는 로맨틱한 웨딩을 꿈꾸지만 결국은 ...

    2017.08.27 21:24

  • [금지를 금지하라](14)한쪽에선 말만 꺼내도 ‘소란’…다른 한쪽선 죄책감 없이 ‘소비’
    (14)한쪽에선 말만 꺼내도 ‘소란’…다른 한쪽선 죄책감 없이 ‘소비’

    ■ 포르노를 허하라?한국에서 포르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작년 3월 딴지일보와의 인터뷰 중 포르노 합법화에 “단도직입적으로” 찬성한다고 대답한 표창원 당시 국회의원 후보는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사회적 합의와 제작환경의 규제, 인권보호라는 조건을 달았으나 맥락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찌 의원 후보가 함부로 포르노를 입에 올릴 수 있는지 윤리적 자질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사실 그의 말은 원론적 차원에서 성인문화가 표현의 자유와 개방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수준이어서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은 선거 네거티브를 전개했고, ‘일베’ 등에서는 ‘표창원+포르노=표르노’ 등의 닉네임을 붙여 조롱했다. 결국 그는 “포르노 합법화라는 말 자체로 우려와 불안을 느끼셨을 부모님들과 종교인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란함의 낙인은 올해 1월 ‘박근혜 풍자’ 전시회 논란에도 이어져 지금까지 그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어온 형국이...

    2017.08.20 21:43

  • [금지를 금지하라](13)‘그런 옷 안돼’는 사라졌지만 ‘그런 옷 저급해’는 여전
    (13)‘그런 옷 안돼’는 사라졌지만 ‘그런 옷 저급해’는 여전

    ■ 국회의원의 재킷2003년 유시민 의원의 첫 국회 등원 장면은 역사적이었다. 알다시피 그의 캐주얼한 복장이 격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선배 의원들은 ‘국민에게 예의가 아니다’ ‘탁구 치러 왔냐’라며 그의 복장을 비난했고 결국 이날 의원선서는 무산됐다. 이튿날 평범한(?) 정장을 입고서야 의원선서는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때 문제의 복장은 어땠을까. 흰색 면바지에 남색 재킷을 걸쳤으며 안에는 넥타이 없이 라운드 티셔츠를 받쳐 입었다. 구김이 많이 가는 재질인지 바지주름이 눈에 띄었을 뿐, 당장 결혼식장에 참석한대도 이상할 것 없는 반듯한 복장이었다. 탁구 치기에는 불편할 것 같은 복장의 어떤 부분이 국민을 모독했단 말인가.복장의 다름을 문제 삼는 데에는 국회의원이라는 특권 의식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국회법에 복장규정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국회의원 벼슬길에 어울리는 복장은 따로 있어야 한다고 믿은 까닭이다. 사회적 통념에 ...

    2017.08.13 21:31

  • [금지를 금지하라](12)불황의 그늘에서 피어나는 ‘요행 심리’…개인 탓만은 아니다
    (12)불황의 그늘에서 피어나는 ‘요행 심리’…개인 탓만은 아니다

    “도박이란 운명과의 백병전이다.”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의 말이다.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자들의 쾌락을 적확히 묘사하고 있다. 도박은 무한한 기대를 주는 만큼, 상실에의 공포도 선사한다. 바로 이 위험에 대한 매혹이 사람들을 도박에 도취시킨다. 두려움과 희망으로 가득 찬 전 생애를 한순간에 맛보게 하는 전쟁 같은 경험은 결코 평범한 쾌락일 수 없다. 도박은 ‘쾌락의 운명’이자, ‘운명의 시험대’이다.물론 도박의 매혹은 낭만적인 일만은 아니다. 반대로 주어진 현실을 요행으로 맞서야만 하는 사람들의 비참도 있다. 일한 만큼 벌어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자들은 ‘행운’을 바라야만 한다. 그러나 눈앞의 행운은 대체로 불운으로 밝혀진다. 삶이 탕진되는 건 그 순간부터다. 도박빚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갈수록 많아진다. 도박이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다뤄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도박은 경제 불황이나 실업률, 사회적인 불평등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2017.08.06 20:49

  • [금지를 금지하라](11)이성결혼 후 출산한 가정만 정상?…‘배제의 울타리’ 걷어내야
    (11)이성결혼 후 출산한 가정만 정상?…‘배제의 울타리’ 걷어내야

    <미운 우리 새끼>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다시 쓰는 육아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예능 프로그램은 40~50대 독신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로 지켜보는 어머니들의 반응을 담고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다 철부지 애”라 평하는 어머니들에게 자식은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여도 혼인하여 부모가 되기 전에는 온전치 못한 품 안의 존재로 간주된다. 이렇듯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야 비로소 정상의 삶으로 포섭된다는 이 프로그램의 가족주의적 설정을 두고 여러 비판들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한 가족상의 저변에 놓인 ‘홈 스위트 홈’의 로망과 ‘한집에 모여 사는 아빠와 엄마와 아이들’로 꾸려진 이른바 정상가족에 대한 강박은,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로 우리 법 안에 기입되어 있다. 2004년에 제정돼 2005년부터 시행돼온 ‘건강가정기본법’이 그것이다.■ ‘건강가정기본법’의 제정 배경한 국가의 영토적 테두리로서의 국경만이...

    2017.07.30 21:11

  • [금지를 금지하라](10)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미국…한 가지 시각을 강요한 군사정권
    (10)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 미국…한 가지 시각을 강요한 군사정권

    지난 2016년 가을 촛불 항쟁이 타올라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빠지자 일부 보수층과 개신교도가 중심이 되어 소위 ‘태극기 집회’를 시작했다. 그들의 행위는 기본적으로 시민적 상식의 바깥에 있는 걸로 간주됐지만 그중에서도 보통의 한국인들을 가장 의아하게 한 것은 집회에 성조기를 들고나와 휘두른 일이었다. 박근혜의 잇단 실정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벌어진 사달과 미국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가? 박근혜 탄핵 직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 중인 초로의 여자에게 왜 성조기를 들고나왔는지 질문 한 적이 있었다. 여자는 정색하고 답했다. ‘미국이 우리가 가장 어려울 때 도와줬었고, 지금도 그런 시기’라고.■ ‘태극성조기’대한민국 일부 국민들에게 미국은 위기에 빠진 국가의 구원자로 여겨진 것이다. 즉 ‘미국=보수+기독교+반공+우익’의 보루이자 표상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어떤 깊은 실제적 근거다. 그러니까 태극기 시위대 중 어쩌면 가장 위기감이 높...

    2017.07.23 21:49

  • [금지를 금지하라](9)생살에 새긴 ‘자기 마음’…‘범죄 프레임’을 거둬라
    (9)생살에 새긴 ‘자기 마음’…‘범죄 프레임’을 거둬라

    2003년 월드컵 1주년을 위해 열린 한·일전에서, 안정환은 골 세리머니 후 자신의 윗옷을 벗어 문신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의 오른쪽 어깨에는 십자가가, 왼쪽 어깨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담은 ‘레터링’이 새겨져 있었다. 모자이크 등으로 제어할 수 없는 생방송에서 드러난 그의 문신은 대중들에게 불량배나 하고 다니는 문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고 멋지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종교와 가족을 테마로 소위 건전한 문신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주었던 것이다. 이후 타투이스트들은 문신을 새기고자 하는 이들의 갑작스러운 문전성시를 경험했다.한편 바로 그해 타투이스트 김건원씨는 문신을 새겨줘 병역 4급 판정자의 병역기피를 도왔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다행히 병역기피의 혐의는 벗었지만 검찰은 끝내 그녀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로 다스려 기소했고 결국 징역 1년, 벌금 3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문화평론가 이동연은 병역 기피용 문신...

    2017.07.16 21:50

  • [금지를 금지하라](8)선도·검열 대상으로만 취급받은 청소년…정치와 성, 그 자율성이 짓눌리다
    (8)선도·검열 대상으로만 취급받은 청소년…정치와 성, 그 자율성이 짓눌리다

    1999년 10월30일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날은 인천 소재 고등학교의 축제가 마무리되던 날이었다. 토요일이었던 만큼, 학생들은 축제의 뒤풀이를 즐길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몇몇은 중국집이나 당구장, 노래방으로 향했고, 어떤 아이들은 소주방이나 호프집에 가기도 했다. 놀 만한 장소를 찾던 그 흔한 고민이 생과 사의 운명을 결정지었다는 것을 그날의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은 총 56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로 기록되어 있다. 참사 당시의 한국 사회는 단순한 애도를 넘어 충격과 비탄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희생자의 대부분이 중·고교생이었다. 죽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에는 분명 양가적인 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들의 희생은 안타깝지만, 술집에 간 학생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참사 직후,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는 호프집과 소주방, 카페 등을 청소년 출입과 고용금지 업소로 지정하겠다고 발표...

    2017.07.09 20:39

  • [금지를 금지하라](7)‘낯선 것’을 마주하기보다 격리·감금해온 사회, 정상적일까
    (7)‘낯선 것’을 마주하기보다 격리·감금해온 사회, 정상적일까

    작년 한국 사회에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던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는 피의자의 조현병 병력이 살인의 기원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이보다 더 끔찍한 인천 여아 살인사건에도 어김없이 아스퍼거증후군이란 진단이 뒤따랐다. 피의자가 정신병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를 만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정신병력이 사법적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신병을 들춤으로써 정신병은 곧 범죄로 이어진다는 일반적인 믿음이 더욱 견고해진다는 점이다. 최근 선고가 내려진 낙성대 살인미수사건도 그렇다. 법조인과 소설가를 꿈꾸던 이가 좌절 끝에 조현병에 걸려 행려병자로 지내다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묻지마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완성되면 정신병은 범죄의 원인이 되고 정신병 환자는 괴물이 된다.그래서 정신병, 정신병자라는 말은 매우 모욕적이다. 누군가에게 이 말을 쓸 경우 욕을 했을 때와 비슷한 격한 반응을 돌려받을 게 분명하다. 굳이 써야 한다면 ‘건강에 문제가 있다’거...

    2017.07.02 22:01

  • [금지를 금지하라](6)유신시대·1980년대의 유물 ‘금지·검열’…지금도 현재진행형
    (6)유신시대·1980년대의 유물 ‘금지·검열’…지금도 현재진행형

    ■ 빨간 책아직 그 계보학이나 문화정치사가 정밀하고도 총체적으로 정리되지는 못했지만, 금서와 출판 검열에 관한 많은 사회적 논의와 학술적 검토가 있었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헌법에 규정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관한 것이자 민주사회에서 언제나 뜨거운 논쟁거리인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한국 근·현대사에서는 두 가지 부류의 ‘빨간 책’이 금서와 ‘금지된 독서문화’를 대유한다. 알다시피 그중 하나는 포르노물이며 다른 하나는 이른바 불온서적이다. 왜 무관한 듯한 외설과 불온이 ‘빨간’색(핑크와 레드)으로 겹쳐져 검열의 양대 축이 됐을까? 각각은 한반도 인간의 욕망과 사상을 짓눌러온 지배질서의 두 중축(中軸), 유교적 가부장제와 반공 냉전질서와 연관돼 있다. 때로 두 빨간색은 직접 겹치기도 했다. 지배계층과 권력의 부패와 특권을 비판할 때 종종 ‘외설’이 동원되기도 한 것이다. 제1공화국 특권층을 비판한 소설 <자유부인>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

    2017.06.25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