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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지를 금지하라](5)명랑사회를 위한 ‘부랑인 청소’…결국 우리도 공모자였다
    (5)명랑사회를 위한 ‘부랑인 청소’…결국 우리도 공모자였다

    ■ 연고 있는 이, 정상인 대 부랑인? “일정한 주거 없이 관광업소, 접객업소, 역, 버스정류소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거나 통행하는 곳과 주택가를 배회하거나 좌정하여 구걸 또는 물품을 강매함으로써 통행인을 괴롭히는 걸인, 껌팔이, 앵벌이.” 이들은 우리 법이 ‘부랑인’이라 정의했던 대상이다. 아울러 “사회에 나쁜 영향을 주는 노변행상, 빈지게꾼, 성인 껌팔이 등”은 ‘준부랑인’으로 이름 붙여졌다. 1975년 12월 제정된 내무부훈령 제410호는 이들을 “신고, 단속, 수용, 보호하고 귀향조치 및 사후관리”하여 “도시생활의 명랑화를 기하고 범법자 등 불순분자의 활동을 봉쇄하는 데 만전을 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특히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부랑인의 시설격리는 양 대회를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치르기 위한 ‘환경미화’의 일환으로 이야기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설립되어 성장한 전국 36개 부랑인보호소 가운데 하나가 형제복지원이었다. 형제복지원은 ...

    2017.06.18 20:59

  • [금지를 금지하라](4)‘무죄’였던 대마초, 박정희 정부 ‘중형’···세계는 합법화 추세
    (4)‘무죄’였던 대마초, 박정희 정부 ‘중형’···세계는 합법화 추세

    ■ 한국인의 대마포비아1970년대 고등학생들은 “대마초 피웠다”라는 말을 은어로 사용했다고 한다. 무슨 뜻이었을까? 다름 아닌 예비고사에 낙방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친구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었다(경향신문, ‘고교생 은어의 세계 8’, 1978·8·30). 대마초를 피우는 것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일에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해하겠지만 이러한 은어가 만들어진 배경엔 1975년 연예인 ‘대마초 파동’이 있었다. 당시 최고의 스타들이었던 윤형주, 이장희, 이종용, 신중현, 김추자, 이상해 등이 대마초 사용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구속되어 TV에서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이들은 생계를 위한 밤무대에도 서지 못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지금 가요차트 1위에서 10위의 가수들이 모두 스캔들에 연루되어 출연정지를 당해 수년 동안 나오지 못한다고 상상하면 되겠다. 이용우는 이를 두고 “문화적 벌목”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한겨레신문, ‘일순 연기처럼 사라진 통기타...

    2017.06.11 21:12

  • [금지를 금지하라](3)사회 갈등·위기 때마다 희생양…성정체성에 ‘죄’를 묻다
    (3)사회 갈등·위기 때마다 희생양…성정체성에 ‘죄’를 묻다

    ■ 동성애 반대하십니까?대선후보 토론에서 던져진 질문이다. 마치 사상 검증을 하듯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추궁한다. 답은 쉬이 나오지 못하고, 누군가는 이 질문이 자신을 향하지 않은 것에 안도한다. 질문일 수 없는 질문과 애매한 답이 오고갈 때, 동성애자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자신의 성정체성이 찬반의 대상이 되고, 자기의 존재가 이해관계에 따라 부정되거나 긍정된다면? 아마 단순한 비참을 넘어 생존의 위협을 감지했을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앞당겨진 ‘장미대선’이 누군가에겐 남은 생애가 걸린 ‘운명의 장’이 되고만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이 ‘흉기’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동성애자들은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투표했다.물론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의 역사는 유구하다. 하지만 그런 만큼 그 부당함에 대한 사회의 인식 수준이 마냥 낮다고 진단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성적 취향’과 ‘성정체성’이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

    2017.06.04 22:05

  • [금지를 금지하라](2)욕망을 불온하다 매도한 군사정권, 청년문화를 짓누르다
    (2)욕망을 불온하다 매도한 군사정권, 청년문화를 짓누르다

    나는 담배 한 대 못 피우고, 나는 밀밭에도 못 간다네./ 머리만은 덥석부리지만 히피족은 진정 아닙니다./ 내가 입은 옷은 작업복에, 내가 가는 곳은 살롱인데/ 판타롱을 만나 즐기지만 사이키는 진정 모릅니다. 서유석의 ‘철날 때도 됐지’ 중에서■ 금지된 음악 사이키멀 해거드(Merle Haggard)의 ‘Okie from Muskogee’를 번안한 서유석의 포크송 ‘철날 때도 됐지’(1971)는 1970년대 금지곡 중 하나다. 청년문화에 미운털이 박혔으니 당연하다 싶지만 이 노래는 다른 금지곡에 비하면 상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태양이 김일성을 상징한다는 둥, 왜 일은 하지 않고 길가에 앉아있느냐는 둥 얼토당토않은 곡절이 난무한 것에 비하면 이 노래에는 혐의가 비교적 선명했다. 그놈의 사이키 때문이다. ‘나는 담배 한 대 못 피우고, 나는 밀밭에도 못 간다네./ 머리만은 덥석부리지만 히피족은 진정 아닙니다./ 내가 입은 옷은 작업복에, 내가 가는 곳...

    2017.05.28 20:44

  • [금지를 금지하라](1)정부가, 법이, 고용주가 탄압한 것은…노동하는 너와 나의 자유
    (1)정부가, 법이, 고용주가 탄압한 것은…노동하는 너와 나의 자유

    ■연재를 시작하며새 시대가 왔다. ‘촛불’을 잇는 마음으로 기획연재를 시작한다. 한국에서 ‘지금’ 금지 또는 금기시되는 여러 가지 것들로부터 출발하여 그 역사와 문화정치의 맥락을 살피고자 한다. 금지된 것들의 문화와 전통, 법과 정치를 살피겠다는 것인데 정치와 사상, 풍속과 사생활 등의 영역에 이른다. 이를 통해 한국의 자유와 다양성의 규모를 가늠해 보고 싶다. 이는 곧 우리 민주주의의 양과 질에 대한 점검이겠다. 블랙리스트는 단지 박근혜·김기춘의 수첩뿐 아니라 이 사회 곳곳에 있다. 그것을 극복할 때만 새 시대의 의미는 진정한 것이 될 테다. 그런 기회를 촛불이 만들었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부당한 금지를 금지하고, 낡은 금지를 영원히 박물관 안에 가두고, 다시 박근혜·김기춘·조윤선 같은 이들이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하겠다. 또한 금지와 편견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서 저마다 행복해져야겠다. 사랑의 자유·평등을 누리고 권위주의와 유교적 가부장제의 잔재를 쫓아내야...

    2017.05.21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