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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갈라파고스의 거북이 수업···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는 아이들
찰스 다윈의 항해지였던 갈라파고스. 에콰도르 본토에서 배를 타고 1000km를 가야 나오는 갈라파고스 군도의 산타크루스섬을 찾았다. 5월 중순 햇볕은 제법 따가웠다. 주도 푸에르토아요라에 있는 카사레스 고등학교에선 3학년 학생들의 생물수업이 한창이었다. 갈라파고스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의 이름을 차례로 말하는 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곱슬머리 남학생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생각이 난 듯 “파하로부르호(군함새)”라고 외친다.날개를 편 길이가 무려 2.5m나 된다는 군함새는 열대지방 섬의 바위나 절벽, 나무 위에 둥지를 튼다. 수컷은 턱밑에 빨간 주머니가 달렸는데, 암컷을 유혹할 때에는 이 주머니를 한껏 부풀린다. 선생님은 반에서 키가 제일 큰 파울까지 학생 20명 모두에게 동물 이름을 대게 했다. 갈라파고스에만 사는 종달새, 바다이구아나, 푸른발얼가니새 따위가 줄줄이 불려나왔다. “갈라파고스에는 이렇게나 많은 고유 종이 있습니다. 거북이도 바다거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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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덴보스의 '내맘대로 교실'···"학년도 숙제도, 여기는 없어요"
화요일 오전 9시30분. 네덜란드 소도시 스헤르토헨보스 주택가의 스테렌보쉬 초등학교 8학년 교실은 수업시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왁자지껄했다.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복도에 놓인 컴퓨터를 들여다보거나 교실에서 의자와 책상에 걸터앉아 뭔가 얘기하고 있었다. 교실에 들어오기 전 교장선생님에게 전해들은 수업시간표에 따르면 분명 수학 수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지금이 어떤 시간인지 묻자 루카스(12)가 잠시 친구들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지금은 수업시간이지만 저는 8학년이라 제가 할 일을 골라서 할 수 있어요.” 의아한 표정을 본 루카스가 A4용지 한 장을 내밀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이번 주에 할 일을 담은 개인별 활동기록지다. 언어·읽기·수학·영어 같은 과목의 이번주 진도뿐 아니라 개인별로 달성할 과제가 적혀 있다. 주요 과목 이외에 루카스가 이번주에 공부할 것은 컴퓨터 게임으로 하는 수학 공부, 이집트의 역사와 관련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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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메트스쿨엔 선생님이 없다···일하며 배우는 프로비던스 아이들
속도를 즐기기 딱 좋은 로드아일랜드 주의 한적한 도로.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에 있는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만큼 조용하고 아담하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시골향기 가득한 피자가게를 지나면 유명 자동차브랜드 로고들이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나타난다. 닛산, 혼다, 재규어, 벤틀리, BMW, 벤츠. 커다란 직사각형 건물에 자리잡은 자동차 정비소다.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인 오후 12시30분, 메트스쿨 12학년 알렉스 휘튼(18)은 보스턴 남서쪽의 작은 도시 프로비던스에 있는 정비소에서 일을 한다.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이니 의자와 한 몸이 돼야 할 시기다. 알렉스는 SUV 차량의 쿨링호스를 손보고 있다. 차 주인은 날이 더워졌는데 에어컨 바람이 나오지 않아 정비소를 찾았다. 알렉스는 고장난 쿨링호스를 뚝딱 고치더니 다른 승용차로 옮겨가 엔진오일을 갈았다. 작업을 마치고는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로 들어올렸다. ‘해냈다’는 뜻이다. 알렉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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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폭력과 코카인 대신 춤을···내전 상처 치유하는 카르타헤나 '몸의 학교'
빨강, 파랑, 노랑. 콜롬비아 3색기에서 따온 것인 양 화려한 색깔의 단층 주택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땅바닥 가까이 길게 가지를 드리운 나무들, 풀밭에 한가롭게 누워 있는 소, 바다 위를 물들인 황금빛 석양. ‘콜롬비아의 아바나’로 불리는 카르나헤나의 아름다운 풍광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카리브해에 면한 카르타헤나는 콜롬비아 5대 도시 중 하나로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16세기 중반 스페인 식민지 시절 건설된 도시는 스페인의 항구도시 카르타헤나에서 이름을 따왔다. 구시가지에는 당시 유럽의 건축양식을 따른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식민시대의 성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5월에도 다소 쌀쌀했던 수도 보고타와 달리 카르타헤나는 따뜻했다. 살사 음악 소리가 들리자 남미에 온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카르타헤나는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2016년 이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랜 내전 중 하나로 꼽히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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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기찻길 옆 교실···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다
인도 쿠탁의 기차역 건물은 커다란 성채를 닮았다. 회적색 벽돌로 쌓은 듯 벽면을 올렸고, 정문 양편으로는 높은 망루까지 세웠다. 지역 관광명소 바라바티요새를 본따 지었다는 이 건물은 인디아투데이가 뽑은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 6곳’에도 선정됐다.기차역 맞은편에 조그만 학교가 숨어있다. 가까이있는 말고다운 슬럼의 아이들을 위한 곳이다. 비영리단체 ‘루치카(Ruchika)’가 철도조합 사무실 건물을 빌려 아이들을 가르친다. 사무실 쇠창틀 위에 ‘쿠탁 플랫폼 학교(Cuttack Platform School)’ 명패도 달았다. 나무 판자에 페인트로 글씨를 썼다. 이 학교는 2016년까지 이름 그대로 쿠탁역 플랫폼에서 수업을 했다. 기차역에서 구걸하는 아이들, 폐품 줍는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지역 당국이 쿠탁역 현대화 사업에 나서면서 역 바깥으로 밀려났다.쿠탁의 아침은 분주했다. 통근객을 실은 열차가 소리를 내며 플랫폼으로 밀려 들어왔다. 플랫폼 끝부분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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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너도밤나무반 친구들···'특수학교'라고 하자 반대를 멈췄다
스코틀랜드 날씨는 변덕스럽고 을씨년스럽기로 유명하지만 5월의 마지막 주는 내내 햇살이 좋았다. 호텔 직원부터 버스 기사까지, 마주치는 사람마다 “오늘 날씨 정말 좋다”며 인사를 건넸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 글래스고,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벨라하우스톤 공원의 나무와 잔디 위로 봄날 오전의 햇살이 부서졌다. 드넓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공원을 나서면 울창한 나무 사이로 지붕이 야트막하고 몸체가 구불구불하게 뻗은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의 이름은 헤이즐우드 학교. 2세부터 18세까지의 장애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다.빨간 카디건에 까만 바지를 입은 15살 리아가 학교 쪽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눈을 꼭 감고, 오른손에 든 지팡이로는 발이 움직이는 쪽 땅을 더듬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리아가 바깥에서 걷는 것을 지도해주는 이동 전담 선생님 샤론이 반 발짝 뒤를 따르며 끊임없이 속삭였다. “도로 쪽으로 나가보자. 차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생각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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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마사이 소녀들의 방학
텅 빈 줄 알았던 초등학교 건물을 따라 걷다가 깜짝 놀랐다. 컴컴한 교실 뒤쪽에 누군가 있었다. 듬성듬성 깨진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햇빛을 조명삼아 골똘히 책을 보고 있는 두 소녀는 깊은 눈동자의 초등생 알리스와 동생 벨리스타였다. 수학을 좋아한다는 알리스가 수줍은 듯 몸을 살짝 꼬아가며 뭔가를 보여줬다. 만점짜리 시험지였다. 교사를 꿈꾸는 알리스는 이른 아침 5km를 걸어 학교에 왔다. 분명 방학이라고 했는데.옆 교실에서도 인기척이 느껴졌다. 키가 삐죽 큰 8학년들은 11월에 있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공부하느냐는 질문에 “24시간”이라고 대꾸하고 눈치를 살피던 장난기 어린 남학생은 “오전 6시부터 서너 시까지”한다고 고쳐 답했다. 교실 벽에는 ‘꿈꾸고, 담대하게 실행하라’는 교훈이 붙어 있다. 14살 여학생 도르커스는 “방학에도 오전에는 학교에 나와 공부하고, 1시쯤 집에 가서 집안일을 돕는다”고 말했다. 장래희망이 궁금하다고 하자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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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있는 그대로의 나'일 수 있는 곳···맨해튼의 무지개 학교
정말 이상한 학교였다. 변덕이 심한 미국 뉴욕 하늘에 모처럼 봄이 찾아온 5월 초, 자동차와 사람이 뒤섞인 맨해튼 이스트빌리지 거리에 있는 한 건물. 구글지도를 보고 코앞까지 쉽게 갔지만 한참을 기웃거렸다. 주소는 맞는데 어느 곳에도 학교라고 써있지 않았다. ‘헤트릭마틴재단(HMI)’이라는 문구를 발견하고서야 문을 두드렸다. “어서와요!” 진한 보라색 반팔셔츠를 입은 직원이 환하게 웃었다. 직원 한 명이 지키고 있는 건물 입구는 ‘웰컴센터’라고 불린다. 학생들은 일종의 학생증인 ‘ID카드’를 태블릿에 찍고 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출입기록을 남기려는 것이 아니다. HMI의 선임 프로그램 디렉터인 브리짓 휴즈는 “카드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했다. 아무 표시가 없는 동그란 칩 모양의 카드도 있다. 가족에게 자신의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털어놓지 못한 학생들이 쓴다.웰컴센터는 ‘LGBTQ’를 위한 공간으로 가는 길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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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오늘 배울 과목은 ‘순록’입니다···순록 타는 할머니 선생님, 매달 야영장 돌며 천막 수업
“아주 먼 옛날, 순록치기들이 모여사는 마을에 한 여자아이가 살았습니다. 한밤중 큰 곰이 나타나 깊은 숲 속 동굴로 여자아이를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순록치기들이 온 눈밭을 헤치며 찾았지만, 여자아이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라진 여자아이는 곰과 몇 년을 살다 곰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아이를 낳았다. 온몸에 털이 난 괴물이었다. 괴물은 힘이 세고 성질도 사나웠다. 덩치도 사람보다 훨씬 더 컸다. 시베리아에 널리 퍼져있는 ‘설인 추추나’ 이야기다. 순록마을 아이들이 책가방을 메고 통나무집을 나선다. 털모자에 두꺼운 장화를 신었다. 4월, 시베리아의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한낮 기온이 영상을 넘지 못한다. 나이 든 선생님의 손짓에 아이들이 눈밭 위를 종종걸음으로 달려온다. 낙엽송 가지로 기둥을 세우고 두꺼운 천을 덮어씌운 작은 천막이 이곳 아이들의 학교다. 통나무집에서 천막 교실까지 눈밭 위 20m가 등굣길이다.11살 코랴와 9살 베레니카, 7살 에드바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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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브나의 떠다니는 학교
방글라데시 북서부의 베투안 마을에서는 날마다 아이들이 강물 위로 등교한다. 우기가 되면 물에 가라앉곤 하는 습지대 아이들을 위한 ‘떠다니는 학교’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다면 학교가 그들에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 시골 소년의 꿈이 현실이 되면서 배 위의 학교가 탄생했고, 아이들뿐 아니라 주민 수만 명의 삶을 바꿨다. 그들에게 ‘스쿨 보트’는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곳, 여성들이 삶을 꾸려가는 곳, 지역사회 전체의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러시아 북동부에 사는 소수민족인 에벤족은 순록을 키우며 살아가는 유목민이다. 작은 천막 안에 선생님과 아이 셋이 모이면 거기가 학교다. 아이들은 거기서 사라져가는 유목 부족의 말과 전통을 배운다. 그들에게 학교는 전통을 지켜가는 곳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진짜 교실은 유목캠프를 둘러싼 시베리아의 자연 자체다. 순록을 키우고, 잡고,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법을 자연이 그들에게 가르쳐준다. 건조한 케냐 초원지대의 마사이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