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
  •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남편이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됐어요…이혼해야 할까요? 부부행세만 하고 살까요?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됐어요…이혼해야 할까요? 부부행세만 하고 살까요?

    김상식·이진숙 부부의 3남매 중 장녀. 가족의 마음을 잘 살피는 둘째 은희와 달리 자존심 강하고 모두에게 냉정한 성격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변리사로 일하다 의사 집안 장남 태형과 결혼해 전업주부로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연이은 임신 실패로 남편과 거리를 느끼던 어느 날 남편의 아주 오래된 비밀을 알게 됐다. 은주 = 가슴이 답답해서 왔어요. 아니, 가슴이 찢어질 거 같아요. 잠도 못 자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고, 온갖 힘든 상황도 혼자 힘으로 다 이겨낸 사람인데, 제가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어요.김 박사 =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언제부터인가요? 무슨 이유가 있을까요?은주 =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됐죠. 저는, 좋은 가족을 이룰 줄 알았어요. 만나서 사랑하고 그리고 결혼하고… 아이를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남편이 비협조적이더라...

    2020.06.26 16:33

  •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엄마로부터 독립할 때가 반드시 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엄마로부터 독립할 때가 반드시 옵니다”

    ▶금주의 내담자(21) 영화 ‘나의 마더’의 딸인류 멸종 이후 6만3000개의 인간 배아를 보유한 ‘인류재건시설’에서 태어난 유일한 인간인 딸은 로봇 마더(엄마)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다. 문밖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세상이라 평생 격리생활을 해온 딸은 영상으로 발레를 배우고, <투나잇 쇼>로 유머를 익혔다. 가장 완벽한 엄마인 줄 알았던 마더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던 그날 이후, 모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딸 = 너무 답답해서 왔어요. 하루 종일 집에만, 그것도 엄마와 단 둘이만 있으려니 정신이 나갈 지경이에요.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엄마에게 짜증을 내게 되네요. 이런 말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비뚤어지고 싶다는 게 제 현재 심정이에요.김 박사 = 코로나19로 전 세계인이 힘든 상황이지요. 집에 있는 시간이 갑자기 늘어나서 가족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안 그래도 걱정이었습니다...

    2020.05.29 16:07

  •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미워할 시간 필요… 아픔 때문에 자신의 인생 왜곡할 이유는 없죠”
    “미워할 시간 필요… 아픔 때문에 자신의 인생 왜곡할 이유는 없죠”

    ▶금주의 내담자 20 드라마 ‘부부의 세계’ 지선우·이태오의 아들 이준영고산시 가정사랑병원 부원장으로 바쁜 엄마는 다소 엄했다. 반면 영화 제작을 준비하느라 여유 있던 아빠는 다정다감했다. 중산층 가정의 사랑받는 외동아들로 남부러울 것 없었던 준영은 사춘기를 지나던 어느 날 부모의 불화와 이혼을 접하고 혼란에 빠졌다. 어른에게 기대고 싶어도 엄마는 너무 불안정하고, 아빠는 곁에 없었다.이준영 = ….김 박사 = 불안해 보이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니면 어디가 안 좋아요?이준영 = … 그냥 화가 나고 힘이 들어서요. … 게다가 제가 저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요. … 너무 혼란스러워서 미칠 거 같아요.김 박사 = 많이 힘들군요. 그런데 준영군, 저는 마음이 힘든 사람들을 치유하는 공부와 훈련을 한 사람이고, 준영군도 그런 도움이 필요해서 왔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많을 수...

    2020.05.01 16:37

  •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총선 앞두고 갑자기 거짓말 못하게 된 국회의원 후보, 어쩌죠?
    총선 앞두고 갑자기 거짓말 못하게 된 국회의원 후보, 어쩌죠?

    ▶금주의 내담자 19 영화 ‘정직한 후보’의 주상숙“정직하게 살라”는 할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약속을 지키는 서민의 일꾼’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21대 총선에 나선 대한당 현탄갑 기호 1번 주상숙 후보. “사람만 안 죽이면 당선될 언니” 소리를 들으며 4선 성공은 무난하겠다 싶었는데, 입만 열면 술술 나오던 출중한 거짓말 능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주상숙이 상담실을 찾았다. 박 보좌관 = 김 박사님께서 이 지역 최고의 명의라는 소문을 듣고 저희 후보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주상숙 = 아니 박보! 가장 가까운 병원이라 오는 거라며(자기 입을 막으며). 아우 이놈의 진실의 입. 박사님, 말이 뇌에서 나와야 하는데 장에서 막 튀어나가는 기분이에요. 괄약근 조절이 안 돼요. 김 박사 =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주상숙 =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갑자기 거짓말을 못해요. 병원도 가보...

    2020.04.10 16:22

  •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열심히 동료를 짓밟고 정상에 올라보니 아무것도 없어 허탈해요
    열심히 동료를 짓밟고 정상에 올라보니 아무것도 없어 허탈해요

    ▶금주의 내담자(18) ‘꽃들에게 희망을’의 호랑 애벌레“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선 한 애벌레의 이야기”를 담은 트리나 폴러스의 1972년작 우화 속 주인공. 아늑한 알을 깨고 나와 무럭무럭 자라던 호랑 애벌레는 그저 먹고 크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세상에 나와 바삐 움직이는 애벌레 떼를 마주한다. 그들이 향하는 곳엔 자신이 찾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호랑 애벌레는 대열에 동참한다.호랑 애벌레 = (의자에 기어오르며) 제가 움직임이 좀 둔해 보이죠. 생긴 것도 다른 내담자와는 좀 다르고요. 신경 쓰이지는 않으세요? 김 박사 = 몸의 줄무늬를 보니 호랑 애벌레이신 거 같네요. 이 상담실에 워낙 다양한 분들이 오셨거든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어떤 문제를 상담하시고 싶은가요? 호랑 애벌레 = 제가 상담을 온 이유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예요.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고르기 힘든 경우를, 결정...

    2020.03.21 06:00

  •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공포…내 모든 불행은 아버지 때문인 것 같고, 용서가 안 돼요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공포…내 모든 불행은 아버지 때문인 것 같고, 용서가 안 돼요

    ▶금주의 내담자(17) 영화 ‘아이리시맨’ 프랭크의 둘째딸 페기평범한 트럭운전사에서 마피아의 충실한 살인 청부업자가 된 프랭크 시런은 어느 날 딸 페기가 동네 슈퍼마켓 주인에게 혼쭐이 났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득달같이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주인을 흠씬 두들겨 팬다. 가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겠지만 이는 역효과를 내고, 페기는 영영 아버지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페기 = 아버지와의 관계가 힘들어서 왔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어릴 적엔 아버지가 무서웠고, 좀 커서는 제가 아버지를 철저히 무시했어요. 독립하고 나서는 아예 만나지 않았고요. 직장으로 저를 보러 오셔도 피해버렸죠.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 싶네요. 그래도 가족인데… 용서? 아니면 화해? 이런 것이 꼭 필요할까요?김 박사 =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페기 = 저희 아버지는 좀 남달라요. 자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아버지...

    2020.02.21 16:25

  •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숲에서 도시로 이사한 후에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숲에서 도시로 이사한 후에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금주의 내담자16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하버드대 재학 시절부터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사색을 즐겨 했던 소로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위해 숲으로 향한다. 월든 호숫가 숲속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정오까지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글을 쓰고 산책을 하는 시간을 보냈다. 수행자의 삶을 마치고 2년 만에 세상에 나온 그를 먼저 맞은 건 제어 불가능한 소음과 넘치는 사람들의 욕망이었다. 소로 = 잠을 못 자서 왔어요. 숲에서 도시로 이사한 뒤로는 도통 잠이 안 오네요. 그래서 그런지 신경질도 너무 많이 나고요. 수면제라도 먹어야 하나요? 김 박사 = 잠은 가장 강력한 휴식의 수단인데,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니 짜증이 나시는 게 당연해요. 그뿐만 아니라 감정, 사고, 행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요. 인지기능도 떨어져서 만성적인 불면증은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수면제 남용도 치매를 일으킬 수 있어요. 그러니 ...

    2020.01.03 17:05

  •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세상에 완벽한 커플은 없어…우선 현재의 문제를 서로 인정하세요”
    “세상에 완벽한 커플은 없어…우선 현재의 문제를 서로 인정하세요”

    금주의 내담자(15) 영화 ‘겨울왕국’의 안나*<겨울왕국2>의 스포일러성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안나 = 결혼이란 게 이런 건가요? 저를 가장 기쁘게 했던 사람이 저를 가장 힘들게 하네요. 그런데 문제는 딱히 아주 나쁜 점을 꼬집기는 어렵다는 점이에요. 다른 부부처럼 작은 문제로 다투기는 해도, 감당 못할 만큼은 아니거든요. 흔한 시댁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도 없어요. 그냥 서로 안 맞는 거 같아요. 아시겠지만, 이건 정말 예민하고 미묘한 문제예요. 무엇보다 남편은 제가 이렇게 복잡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니, 더 답답한 노릇이네요.김 박사 = 부부간에 큰 갈등이 없지만, 서로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 같네요. 남편은 어떤 분인가요? 안나 = 제가 사랑했던 사람이죠. 비록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혼자가 되었지만, 반듯하게 잘 자라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자연과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박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

    2019.12.13 17:00

  •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인정받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의식하면 병이 됩니다”
    “인정받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의식하면 병이 됩니다”

    ▶금주의 내담자(14)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한때는 잘나갔지만, 주변의 비웃음을 받던 한물간 어부 산티아고. 오랫동안 물고기 구경을 못했던 그는, 마침내 ‘무(無)어획’ 85일째 되는 날 자신의 고기잡이배보다도 더 큰 청새치를 잡게 된다. 그러나 청새치는 상어들의 잇단 공격으로 머리와 꼬리지느러미만 남고, 그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앙상한 생선뼈 덕분에 그나마 훌륭한 어부임은 입증했다 싶은 것도 잠시, 수많은 ‘악플’ 세례에 그만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산티아고 = 김 박사! 진짜 화가 나네. 요즘 사람들 너무하더라고. 글쎄, 내가 잡은 청새치가 가짜 아니냐고 난리야. 뼈만 남아서 자랑을 좀 참으려고 했는데, 가짜라고 하니까 미치겠더라고. 너무 화나고 억울하고 그래서인지 잠도 못 자고 만사가 다 귀찮아요. 심지어 내 인생과도 같은 낚시마저 포기할까 싶다니까.김 박사 = 속상하시겠어요. 가짜뉴스라고 하나요? 이유가 무엇이든 사회관계망서...

    2019.11.15 16:44

  • [김진세 박사의 K상담실] 하하하하!!! 웃음 참지 못해요, 저도 너무 괴롭습니다…‘망상장애·우울증’ 맞나요?
    하하하하!!! 웃음 참지 못해요, 저도 너무 괴롭습니다…‘망상장애·우울증’ 맞나요?

    ▶영화 ‘조커’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는, 고담시의 광대 아서 플렉. ‘흙수저’로 태어나 나약한 소시민으로 살아온 그는 사회의 무관심, 미래에 대한 절망, 무력감 속에서 점점 더 제정신으로 살기 힘듦을 깨닫는다. 소심한 아서와 악당 조커를 오가던 그는 정부 보조금마저 떨어져 정신과 약을 탈 수 없게 되자 K상담실을 찾아왔다. 조커 = 이런 말씀 드리기 창피하기도 한데요. 먹고살기가 너무 힘이 들어요. 이벤트 회사에서 광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사고가 생겨서 직장을 잃었습니다. 병들어 누워 있는 노모가 계신데, 생계마저 끊겨서 암담합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요. 그렇게 되면, 정신과 치료받을 때 진료비를 경감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가 가능할까요?김 박사 = 그럼요. 다만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죠. 아시다시피, 정신과 진단이란 엑스레이(방사선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없...

    2019.10.18 16:18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