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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주의 B컷]용산으로 갈까, 청와대 복귀할까…6·3 당선 대통령이 머무를 곳은?
    용산으로 갈까, 청와대 복귀할까…6·3 당선 대통령이 머무를 곳은?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면 대통령실은 어디로 가는 건가요? 용산은 아닐 것 같은데 청와대로 복귀하나요?”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될지 궁금하지만 집무실이 어디로 정해질지도 관심사다. 지난 11일 인터넷 예약을 통해 청와대를 관람했다. 간단한 출입절차를 거쳐 청와대 안쪽에 들어섰다. 담장 오른쪽에 ‘청와대 전망대’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다.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사진기자들은 대개 한눈에 관망이 되는 장소를 먼저 찾기 때문이다. 등산로에는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20여분을 오르니 청와대 전망대. 청와대와 경복궁 그리고 남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조선 최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장대한 북악산 밑에 경복궁을 지은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전망대에서 내려와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내심 가장 가 보고 싶었던 곳이다. 관저는 생각보다 넓었다. 두 개의 큰 기와집이 서로 연결된 구조였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

    2025.04.16 20:57

  • [금주의 B컷]122일간 일상 뒤덮었던 ‘수괴’…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단어
    122일간 일상 뒤덮었던 ‘수괴’…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단어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122일 동안 이어진 내란불면증을 끝낸 한마디에 광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계엄의 밤, 시민들은 맨몸으로 뛰쳐나가 계엄군의 총에 맞섰다. 주말마다 광장에 나와 탄핵을 목놓아 외치며 응원봉을 손에 쥐었다. 얇은 은박지를 몸에 두르고 혹한의 밤을 지새운 끝에 ‘다시 만난 세계’를 마주할 수 있었다.윤 전 대통령 파면 사흘째인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는 아직 긴장감이 흘렀다. 여전히 경찰 방호벽과 집회 통제선이 설치돼 있었고, 경비인력들은 삼엄하게 경비를 섰다. 탄핵 찬반 집회는 사라졌지만, 거리 곳곳에는 분열의 흔적이 남았다. 관저 인근 지하철역에는 ‘윤석열 탄핵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육교와 버스정류장에는 ‘STOP THE STEAL’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경찰 방호벽에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과 체포를 촉구하는 스티커의 흔적이 여전했다. 찢긴 스티커들 속 온전한 단어는...

    2025.04.09 21:02

  • [금주의 B컷]파도 타고 불어온 바람…바다 내음 대신 탄내만
    파도 타고 불어온 바람…바다 내음 대신 탄내만

    화마가 할퀸 마을의 피해 상황이 드론 조종간의 작은 화면을 통해 펼쳐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참혹함에 가슴이 철렁했다. 바다에 맞닿아 특히 아름다웠던 경북 영덕의 마을은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았다. 봄기운 깃든 파도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 속엔 타고 남은 모든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드론의 360 파노라마 모드로 바라본 눈앞의 모습들이 처참했다. 기억 속의 영덕은 흔적 없이 사라져 있었다.지난달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시작으로 경남·경북 지역을 휩쓴 산불이 발생 열흘 만에 모두 진화됐다. 화마와 사투를 벌인 진화대원에게도, 산불로 집을 잃고 대피한 이재민에게도, 그 소식을 전하는 취재진에게도 목숨을 건 현장이었다. 산을 통째로 집어삼킨 초대형 화염, 도깨비불처럼 사방으로 날아가는 불씨, 하늘을 뒤덮은 매캐한 연기 등 진화작업이 무색할 만큼 실시간으로 옮겨붙으며 덩치를 키우는 산불의 모습은 압도적인 무력감을 안겨주었다.이번...

    2025.04.02 21:08

  • [금주의 B컷]의·정 갈등에 동료 눈치…‘출구’ 못 찾는 신입생들
    의·정 갈등에 동료 눈치…‘출구’ 못 찾는 신입생들

    ‘모든 상황을 다 알고 들어온 입학한 신입생들이 왜?’솔직하게 얘기하자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이 수업을 거부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의사와 정부가 강경하게 대치한 지 1년이 흘렀던 터였다. 정체된 현재 상황에 대해 답답함은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되리라 기대했던 의대 신입생이 수업을 거부하며 의료 안정은 요원한 일이 됐다.서울의 유명 대학을 다니다 자퇴하고 의대 입시에 뛰어든 후배가 있다. 소위 말해 ‘미끄러진’ 학생들에게 절호의 기회였을 거다. 후배는 어렵지 않게 서울 소재 의대에 합격했다. 다른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을 안 나가고 있겠지 싶었다. 예상은 맞았으나 거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신상 정보가 다 털리기 때문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어차피 나가지 못하니 수능을 또 쳐 더 나은 의대에 갈 생각도 있다고 했다. '미복귀 인증' 관련 기사가 줄 이어 나왔다. ‘의대생 미등록 집단 휴학’...

    2025.03.26 20:16

  • [금주의 B컷]“피부색 다르면 뭐…다 같은 사람인데”
    “피부색 다르면 뭐…다 같은 사람인데”

    신문에는 컬러로 인쇄되는 면과 흑백으로 인쇄되는 면이 있다. 아무리 알록달록 다채로운 세상을 사진에 담았다 하더라도 흑백 면에 들어간다면 소용없다. 빨강 노랑 파랑이 빠진, 명과 암으로만 이루어진 사진은 아쉬울 때가 있다.지난 16일 서울역에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가 열렸다.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3월21일)을 앞두고 이주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이주민이 서울역 광장 앞 계단에 모여 앉아 이주민의 평등과 자유를 요구했다. 이주노동, 이주여성, 이주배경 2세, 미등록 이주아동, 난민… 나눌 말이 많아 사회자가 매번 말을 끊어야 했다.이날 기념대회에 참가한 한 어린이는 직접 그린 손팻말을 들었다. 도화지에는 손이 세 개 그려져 있었다. 왼쪽부터 살구색, 노란색, 갈색으로 칠해진 손이었다. ‘피부색 다르면 뭐. 다 같은 사람인데’.어린이가 든 손팻말을 찍은 이 사진이 지면에 실린 모습을 상상해본다. 혹시 흑백 면에 인쇄된다면 어떨...

    2025.03.19 20:47

  • [금주의 B컷]보랏빛 물결 속 ‘퇴진’ 찾아낸 집중력…그 관심, 세상 향한 따뜻한 시선 되길
    보랏빛 물결 속 ‘퇴진’ 찾아낸 집중력…그 관심, 세상 향한 따뜻한 시선 되길

    “대통령을 나가라니! 이 X이나 저 X이나 미친 X들뿐이네.”뜻밖의 장소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욕설은 태극기 두건을 쓴 한 할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집회 무대 앞에 있던 할머니는 다채로운 욕설을 몇 마디 더 하더니, 세차게 성조기를 흔들며 사라졌다.두건 할머니는 무엇을 보고 미쳤다고 했을까? 집회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열린 여성단체들의 행사였다. 참가자들이 외치는 구호와 이들이 든 손팻말은 모두 여성의 인권을 위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한 남성이 든 파란 손팻말이 눈에 띄었다. ‘윤석열·한동훈 퇴진하라!’ 많은 참가자 중 유일한 남성이 든 딱 그 팻말을 찾아낸 할머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관심 있는 주제에 집중력이 더 강해지는 법인가 보다.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에서 이뤄진 성폭력과 가정폭력 관련 상담 건수는 33만7171건에 달했다. 두건 할머니처럼 엄청난 집중력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주변을 좀 더 ...

    2025.03.12 20:23

  • [금주의 B컷]옛 서대문형무소 찾은 아이는 독립운동가들의 외침을 들었을까
    옛 서대문형무소 찾은 아이는 독립운동가들의 외침을 들었을까

    일제강점기 때 태어났더라면 나도 독립운동을 했을까.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고 나면 친구들과 이런 가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했을 거라고 하기에는 걸리는 구석이 많았다.옳은 일이니 해야 한다는 명제와는 별개로 상상 속에서도 겁이 났다. 잡혀간 이후의 결론은 뻔한 것이었다. 구타, 고문, 죽음 같은 단어들이 이어졌다. 해야 한다는 마음과 무섭다는 마음이 다투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 숨어서 태극기를 그리는 정도라도 하자며 이야기를 끝냈다.제106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빛 한 줄기 안 들어오는 독방을, 벽에 빽빽한 수형 기록표에 붙어 있는 앳된 얼굴을, 사형수들이 붙잡고 통곡했다는 나무 그루터기를 보며 잡혀온 많은 이의 흔적을 떠올렸을까.태극기 머리핀을 꽂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던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2025.03.05 20:19

  • [금주의 B컷]주름진 손으로 쥐었던 연필…배움의 한, 이젠 안녕
    주름진 손으로 쥐었던 연필…배움의 한, 이젠 안녕

    “어린 시절, 공부 대신 생업에 나갈 수밖에 없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얀 칼라가 곱게 달린 교복을 입은 친구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삼킨 적도 있습니다. (중략) 자녀들의 학창 시절, 가정환경 조사서를 쓸 때면 학력란을 두고 어떻게 써야 할지 수많은 고민을 했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2024학년도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홍풍기 졸업생의 작별 인사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졸업생들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불렀다.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라는 가사가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로 바뀐 채로. 이날 졸업장을 받은 늦깎이 학생은 총 500명. 중학교 257명과 고등학교 243명이었다.덕행상, 끈기상, 목표달성상, 봉사상 등 졸업생 500명 모두 상을 받았다. 수상자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졸업생들은 큰 ...

    2025.02.26 20:13

  • [금주의 B컷]그래도, 봄은 온다
    그래도, 봄은 온다

    지독히도 추웠던 겨울이 가긴 가나 봅니다. 우리 모두에게 큰 사건이 일어났던 겨울이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개인의 일상이 무너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입춘이 지나고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가 되자 얇은 가지에 자그마한 홍매화 봉오리가 달렸습니다. 아직 날카로운 바람과 추위가 이 땅 위를 휘몰아치고 있지만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을 알리는 소식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곧 피어날 매화를 바라보다 시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육사의 ‘광야’입니다.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2025.02.19 20:47

  • [금주의 B컷]“그때 살걸” “지금 팔까”…치솟는 금값이 만든 후회와 갈등
    “그때 살걸” “지금 팔까”…치솟는 금값이 만든 후회와 갈등

    최근 첫 조카가 생긴 친구는 매일 아기 사진을 들여다본다.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다 100일을 맞았다. 반지 해줬냐고 물으니 금이 비싸서 반지는 못 샀다고 했다. 그리고 그새 금값은 더 올랐다. “그때 살걸.”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에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올랐다. 지난 10일 국내 금 가격은 하루에만 4.95% 상승하며 g당 15만2800원으로 역대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한 돈을 기준으로 하면 59만7788원이다.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를 찾은 사람들은 금을 구경하지도 못하고 샀다. 더 오르기 전에 오늘 결제라도 해놓고 나중에 물건을 받겠다는 것이다. 서둘러 금을 사러 온 손님, 팔러 온 손님들로 거래소는 북적였다. 겉옷 안주머니에서 꺼내놓은 금반지며 금팔찌가 반짝였다.“그때 살걸” 하고 후회하며 투자하지 못한 것, 벌지 못한 돈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본다. 가진 적 없는데도 무언가 잃은 기분이 들고, 더...

    2025.02.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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