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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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주의 B컷]“피부색 다르면 뭐…다 같은 사람인데”

    “피부색 다르면 뭐…다 같은 사람인데”

    신문에는 컬러로 인쇄되는 면과 흑백으로 인쇄되는 면이 있다. 아무리 알록달록 다채로운 세상을 사진에 담았다 하더라도 흑백 면에 들어간다면 소용없다. 빨강 노랑 파랑이 빠진, 명과 암으로만 이루어진 사진은 아쉬울 때가 있다.지난 16일 서울역에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가 열렸다.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3월21일)을 앞두고 이주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이주민이 서울역 광장 앞 계단에 모여 앉아 이주민의 평등과 자유를 요구했다. 이주노동, 이주여성, 이주배경 2세, 미등록 이주아동, 난민… 나눌 말이 많아 사회자가 매번 말을 끊어야 했다.이날 기념대회에 참가한 한 어린이는 직접 그린 손팻말을 들었다. 도화지에는 손이 세 개 그려져 있었다. 왼쪽부터 살구색, 노란색, 갈색으로 칠해진 손이었다. ‘피부색 다르면 뭐. 다 같은 사람인데’.어린이가 든 손팻말을 찍은 이 사진이 지면에 실린 모습을 상상해본다. 혹시 흑백 면에 인쇄된다면 어떨...
  • [금주의 B컷]보랏빛 물결 속 ‘퇴진’ 찾아낸 집중력…그 관심, 세상 향한 따뜻한 시선 되길

    보랏빛 물결 속 ‘퇴진’ 찾아낸 집중력…그 관심, 세상 향한 따뜻한 시선 되길

    “대통령을 나가라니! 이 X이나 저 X이나 미친 X들뿐이네.”뜻밖의 장소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욕설은 태극기 두건을 쓴 한 할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집회 무대 앞에 있던 할머니는 다채로운 욕설을 몇 마디 더 하더니, 세차게 성조기를 흔들며 사라졌다.두건 할머니는 무엇을 보고 미쳤다고 했을까? 집회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열린 여성단체들의 행사였다. 참가자들이 외치는 구호와 이들이 든 손팻말은 모두 여성의 인권을 위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한 남성이 든 파란 손팻말이 눈에 띄었다. ‘윤석열·한동훈 퇴진하라!’ 많은 참가자 중 유일한 남성이 든 딱 그 팻말을 찾아낸 할머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관심 있는 주제에 집중력이 더 강해지는 법인가 보다.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에서 이뤄진 성폭력과 가정폭력 관련 상담 건수는 33만7171건에 달했다. 두건 할머니처럼 엄청난 집중력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주변을 좀 더 ...
  • [금주의 B컷]옛 서대문형무소 찾은 아이는 독립운동가들의 외침을 들었을까

    옛 서대문형무소 찾은 아이는 독립운동가들의 외침을 들었을까

    일제강점기 때 태어났더라면 나도 독립운동을 했을까.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고 나면 친구들과 이런 가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했을 거라고 하기에는 걸리는 구석이 많았다.옳은 일이니 해야 한다는 명제와는 별개로 상상 속에서도 겁이 났다. 잡혀간 이후의 결론은 뻔한 것이었다. 구타, 고문, 죽음 같은 단어들이 이어졌다. 해야 한다는 마음과 무섭다는 마음이 다투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 숨어서 태극기를 그리는 정도라도 하자며 이야기를 끝냈다.제106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빛 한 줄기 안 들어오는 독방을, 벽에 빽빽한 수형 기록표에 붙어 있는 앳된 얼굴을, 사형수들이 붙잡고 통곡했다는 나무 그루터기를 보며 잡혀온 많은 이의 흔적을 떠올렸을까.태극기 머리핀을 꽂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던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 [금주의 B컷]주름진 손으로 쥐었던 연필…배움의 한, 이젠 안녕

    주름진 손으로 쥐었던 연필…배움의 한, 이젠 안녕

    “어린 시절, 공부 대신 생업에 나갈 수밖에 없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얀 칼라가 곱게 달린 교복을 입은 친구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삼킨 적도 있습니다. (중략) 자녀들의 학창 시절, 가정환경 조사서를 쓸 때면 학력란을 두고 어떻게 써야 할지 수많은 고민을 했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2024학년도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홍풍기 졸업생의 작별 인사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졸업생들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불렀다.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라는 가사가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로 바뀐 채로. 이날 졸업장을 받은 늦깎이 학생은 총 500명. 중학교 257명과 고등학교 243명이었다.덕행상, 끈기상, 목표달성상, 봉사상 등 졸업생 500명 모두 상을 받았다. 수상자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졸업생들은 큰 ...
  • [금주의 B컷]그래도, 봄은 온다

    그래도, 봄은 온다

    지독히도 추웠던 겨울이 가긴 가나 봅니다. 우리 모두에게 큰 사건이 일어났던 겨울이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개인의 일상이 무너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입춘이 지나고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가 되자 얇은 가지에 자그마한 홍매화 봉오리가 달렸습니다. 아직 날카로운 바람과 추위가 이 땅 위를 휘몰아치고 있지만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을 알리는 소식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곧 피어날 매화를 바라보다 시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육사의 ‘광야’입니다.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 [금주의 B컷]“그때 살걸” “지금 팔까”…치솟는 금값이 만든 후회와 갈등

    “그때 살걸” “지금 팔까”…치솟는 금값이 만든 후회와 갈등

    최근 첫 조카가 생긴 친구는 매일 아기 사진을 들여다본다.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다 100일을 맞았다. 반지 해줬냐고 물으니 금이 비싸서 반지는 못 샀다고 했다. 그리고 그새 금값은 더 올랐다. “그때 살걸.”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에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올랐다. 지난 10일 국내 금 가격은 하루에만 4.95% 상승하며 g당 15만2800원으로 역대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한 돈을 기준으로 하면 59만7788원이다.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를 찾은 사람들은 금을 구경하지도 못하고 샀다. 더 오르기 전에 오늘 결제라도 해놓고 나중에 물건을 받겠다는 것이다. 서둘러 금을 사러 온 손님, 팔러 온 손님들로 거래소는 북적였다. 겉옷 안주머니에서 꺼내놓은 금반지며 금팔찌가 반짝였다.“그때 살걸” 하고 후회하며 투자하지 못한 것, 벌지 못한 돈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본다. 가진 적 없는데도 무언가 잃은 기분이 들고, 더...
  • [금주의 B컷]어디 있어?…산천어와 숨바꼭질, 긴 기다림에 ‘얼음 밑이 궁금하네’

    어디 있어?…산천어와 숨바꼭질, 긴 기다림에 ‘얼음 밑이 궁금하네’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영영 잡히지 않을 것 같을 때쯤 잡히기도 한다. 구멍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쯤 왔나 싶어 계속 들여다보게 되기도 한다. 지난달 26일 강원 화천군 일대에서 열린 산천어축제를 찾은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뚫려 있는 구멍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꽁꽁 언 얼음 사이로 산천어를 낚기 위해서다. 추운 줄 모르고 낚싯대들이 한참을 오르락내리락했다.화천 산천어축제는 2003년 첫 개최 이후 가장 많은 186만명이 방문하며 지난 2일 막을 내렸다. 축제 첫해부터 매년 방문했다는 김동국씨는 “지난번에는 20마리를 잡았는데 주변에 다 나눠줬다”며 “올해도 집에서 오전 4시에 출발해서 왔다”고 말했다. 손자까지 온 가족이 함께 온 전희숙씨는 “잘 안 잡혀서 자리를 옮겼는데 한 마리라도 잡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다섯 살짜리 손자는 그 옆에서 할머니의 낚싯줄을 잡으며 놀았다. 첫 낚시에 성공한 유채율양은 “잡히기 전에 산천어...
  • [금주의 B컷]모란봉서 이름 따온 ‘모란장’···경기 침체로 고향 잊고 사는 ‘실향민’이 많아져간다

    모란봉서 이름 따온 ‘모란장’···경기 침체로 고향 잊고 사는 ‘실향민’이 많아져간다

    경기 성남시 모란민속5일장은 매월 끝자리가 4, 9일인 날에 열린다. 설을 닷새 앞둔 지난 24일 모란민속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모란장은 홀어머니를 평양에 두고 남하한 김창숙이란 인물에서 시작됐다. 김창숙 대령은 월남민들을 데리고 성남 지역에서 황무지 개간사업을 펼쳤는데, 어머니를 그리며 북녘의 모란봉에서 ‘모란’이란 이름을 따왔다. 주민들의 생필품 조달을 목적으로 장을 세웠다가, 하나둘 노점이 확대되며 1970년대 후반부터는 특종 상품시장으로 성장했다.평일에는 주차장으로 이용되다가 오일장이 서는 장날에는 공터에 천막 지붕이 생기고, 좌판이 들어선다. 장터는 크게 13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꽃, 잡곡, 약초, 생선, 채소, 의류, 신발,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팔기 때문에 충청도와 강원도에서도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품바 공연 등 구경거리도 차고 넘친다. 반나절을 돌아다녀도 싫증이 나지 않을 정도다.
  • [금주의 B컷]법원 난입에 짓밟힌 경찰모…누가 법치주의를 비웃었나

    법원 난입에 짓밟힌 경찰모…누가 법치주의를 비웃었나

    바닥에는 짓밟힌 경찰모가 나뒹굴고 있었다. 서울서부지법은 사법기관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법원 현판은 파손됐고, 깨진 외벽과 유리창에는 태극기가 꽂혀 있었다. 청사 내부는 아수라장이었다.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 발부에 반발한 극우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영장 발부 판사를 찾으며 청사를 부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자는 물론 경찰까지 폭행당했다.다음날인 20일 다음 카페 ‘경찰사랑’ 게시판에는 당시 현장에서 근무한 기동대원들의 글이 올라왔다. “동료가 조롱당하듯 폭행당했다. 경찰 생활을 하며 이런 처참한 현장은 처음이었다. 눈물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같은 날 긴급 대법관 회의가 열렸다. 대법관들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법관 개인에 대한, 재판에 대한 테러 행위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일 뿐 아니라 사법부, 국회, 정부 등 모든 헌법기관 자체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어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
  • [금주의 B컷]“국민만 보겠다”더니 무엇을 보고 있었나

    “국민만 보겠다”더니 무엇을 보고 있었나

    기자에겐 포토라인과 데드라인이라는 중요한 두 라인이 있다. 포토라인은 대체로 문제가 있는 취재 현장에 만들어지고 기사 마감을 뜻하는 데드라인을 넘긴 기사는 죽은 기사가 된다. 포토라인 앞에 서는 사람은 대부분 검사 혹은 경찰에게 조사를 받으러 가거나, 조사가 끝나고 나오는 중인 경우가 많다. 기자들은 그 모습을 기록하고 시민에게 알린다. 여기서 두 라인의 최종 목적이 드러난다. 바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검사로서 포토라인에 누구보다 많은 사람을 세워본 경력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들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이라며 출근길 문답을 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소통은 소위 ‘바이든 날리면’이라고 불리는 보도를 문제 삼으며 끝났다.한때 파격적이었던 대통령이 최근에도 연일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원의 체포영장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조사와 재판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그사이 탄핵과 체포를 찬성하는 이들도,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지쳐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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