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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주의 B컷]“그때 살걸” “지금 팔까”…치솟는 금값이 만든 후회와 갈등
    “그때 살걸” “지금 팔까”…치솟는 금값이 만든 후회와 갈등

    최근 첫 조카가 생긴 친구는 매일 아기 사진을 들여다본다.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다 100일을 맞았다. 반지 해줬냐고 물으니 금이 비싸서 반지는 못 샀다고 했다. 그리고 그새 금값은 더 올랐다. “그때 살걸.”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에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올랐다. 지난 10일 국내 금 가격은 하루에만 4.95% 상승하며 g당 15만2800원으로 역대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한 돈을 기준으로 하면 59만7788원이다.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를 찾은 사람들은 금을 구경하지도 못하고 샀다. 더 오르기 전에 오늘 결제라도 해놓고 나중에 물건을 받겠다는 것이다. 서둘러 금을 사러 온 손님, 팔러 온 손님들로 거래소는 북적였다. 겉옷 안주머니에서 꺼내놓은 금반지며 금팔찌가 반짝였다.“그때 살걸” 하고 후회하며 투자하지 못한 것, 벌지 못한 돈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본다. 가진 적 없는데도 무언가 잃은 기분이 들고, 더...

    2025.02.12 20:52

  • [금주의 B컷]어디 있어?…산천어와 숨바꼭질, 긴 기다림에 ‘얼음 밑이 궁금하네’
    어디 있어?…산천어와 숨바꼭질, 긴 기다림에 ‘얼음 밑이 궁금하네’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영영 잡히지 않을 것 같을 때쯤 잡히기도 한다. 구멍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쯤 왔나 싶어 계속 들여다보게 되기도 한다. 지난달 26일 강원 화천군 일대에서 열린 산천어축제를 찾은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뚫려 있는 구멍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꽁꽁 언 얼음 사이로 산천어를 낚기 위해서다. 추운 줄 모르고 낚싯대들이 한참을 오르락내리락했다.화천 산천어축제는 2003년 첫 개최 이후 가장 많은 186만명이 방문하며 지난 2일 막을 내렸다. 축제 첫해부터 매년 방문했다는 김동국씨는 “지난번에는 20마리를 잡았는데 주변에 다 나눠줬다”며 “올해도 집에서 오전 4시에 출발해서 왔다”고 말했다. 손자까지 온 가족이 함께 온 전희숙씨는 “잘 안 잡혀서 자리를 옮겼는데 한 마리라도 잡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다섯 살짜리 손자는 그 옆에서 할머니의 낚싯줄을 잡으며 놀았다. 첫 낚시에 성공한 유채율양은 “잡히기 전에 산천어...

    2025.02.05 20:58

  • [금주의 B컷]모란봉서 이름 따온 ‘모란장’···경기 침체로 고향 잊고 사는 ‘실향민’이 많아져간다
    모란봉서 이름 따온 ‘모란장’···경기 침체로 고향 잊고 사는 ‘실향민’이 많아져간다

    경기 성남시 모란민속5일장은 매월 끝자리가 4, 9일인 날에 열린다. 설을 닷새 앞둔 지난 24일 모란민속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모란장은 홀어머니를 평양에 두고 남하한 김창숙이란 인물에서 시작됐다. 김창숙 대령은 월남민들을 데리고 성남 지역에서 황무지 개간사업을 펼쳤는데, 어머니를 그리며 북녘의 모란봉에서 ‘모란’이란 이름을 따왔다. 주민들의 생필품 조달을 목적으로 장을 세웠다가, 하나둘 노점이 확대되며 1970년대 후반부터는 특종 상품시장으로 성장했다.평일에는 주차장으로 이용되다가 오일장이 서는 장날에는 공터에 천막 지붕이 생기고, 좌판이 들어선다. 장터는 크게 13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꽃, 잡곡, 약초, 생선, 채소, 의류, 신발,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팔기 때문에 충청도와 강원도에서도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품바 공연 등 구경거리도 차고 넘친다. 반나절을 돌아다녀도 싫증이 나지 않을 정도다.

    2025.01.30 21:13

  • [금주의 B컷]법원 난입에 짓밟힌 경찰모…누가 법치주의를 비웃었나
    법원 난입에 짓밟힌 경찰모…누가 법치주의를 비웃었나

    바닥에는 짓밟힌 경찰모가 나뒹굴고 있었다. 서울서부지법은 사법기관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법원 현판은 파손됐고, 깨진 외벽과 유리창에는 태극기가 꽂혀 있었다. 청사 내부는 아수라장이었다.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 발부에 반발한 극우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영장 발부 판사를 찾으며 청사를 부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자는 물론 경찰까지 폭행당했다.다음날인 20일 다음 카페 ‘경찰사랑’ 게시판에는 당시 현장에서 근무한 기동대원들의 글이 올라왔다. “동료가 조롱당하듯 폭행당했다. 경찰 생활을 하며 이런 처참한 현장은 처음이었다. 눈물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같은 날 긴급 대법관 회의가 열렸다. 대법관들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법관 개인에 대한, 재판에 대한 테러 행위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일 뿐 아니라 사법부, 국회, 정부 등 모든 헌법기관 자체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어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

    2025.01.22 20:51

  • [금주의 B컷]“국민만 보겠다”더니 무엇을 보고 있었나
    “국민만 보겠다”더니 무엇을 보고 있었나

    기자에겐 포토라인과 데드라인이라는 중요한 두 라인이 있다. 포토라인은 대체로 문제가 있는 취재 현장에 만들어지고 기사 마감을 뜻하는 데드라인을 넘긴 기사는 죽은 기사가 된다. 포토라인 앞에 서는 사람은 대부분 검사 혹은 경찰에게 조사를 받으러 가거나, 조사가 끝나고 나오는 중인 경우가 많다. 기자들은 그 모습을 기록하고 시민에게 알린다. 여기서 두 라인의 최종 목적이 드러난다. 바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검사로서 포토라인에 누구보다 많은 사람을 세워본 경력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들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이라며 출근길 문답을 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소통은 소위 ‘바이든 날리면’이라고 불리는 보도를 문제 삼으며 끝났다.한때 파격적이었던 대통령이 최근에도 연일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원의 체포영장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조사와 재판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그사이 탄핵과 체포를 찬성하는 이들도,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지쳐간다. ...

    2025.01.15 19:58

  • [금주의 B컷]애타게 기다린 가족…마지막 배웅하러 갑니다
    애타게 기다린 가족…마지막 배웅하러 갑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일주일 만인 지난 5일 유가족의 울음과 한숨으로 가득했던 무안국제공항의 아침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유가족 대부분이 공항을 떠났기 때문이다. 매일 오전 9시30분 열리던 유가족 브리핑도 이날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유가족들이 빼곡히 앉아있던 브리핑장 의자들도 대부분 비어 있었다. 기다림의 장소였던 공항 대합실이 적막에 휩싸인 모습이 낯설었다.대합실 1층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서도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공항 대합실 1, 2층에 마련된 유가족 임시 숙소인 245개의 텐트도 마찬가지였다. 차곡차곡 갠 이불과 물품들만 덩그러니 남았다.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해외에서 사 온 기념품과 여행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을 텐데…. 차가운 공항 바닥에 남겨진 도시락과 생수가 유난히 시선을 붙들었다.

    2025.01.08 20:16

  • [금주의 B컷]철조망 너머 비행기 잔해들…악몽이 된 크리스마스 여행
    철조망 너머 비행기 잔해들…악몽이 된 크리스마스 여행

    기자들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을 지키고 있었다. 세 번째로 요구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소환 시간은 아직 몇십 분 남아 있었지만, 그가 나타나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러던 중 기자들의 스마트폰에서 속보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가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곧바로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서울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과천에 있었던 나는 사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취재 차에서 속보를 계속 확인했다. 사망자 수가 점점 늘기 시작했다.착잡한 마음으로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여객기는 형체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비행기 좌석과 여행 가방들. 전신주 위에는 산소 호흡기가 걸려 있었다. 실종자 가족이 활주로 철조망 앞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속보 뉴스의 내용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을 더 비통하게 만들었다.“사고기는 패키지여행 등을 주로 다니는 전...

    2025.01.01 20:46

  • [금주의 B컷]그곳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현장에는 농민과 농민이 아닌 사람이 모두 있었다. 반평생 트랙터를 몰아온, 그래서 트랙터를 몰고 서울까지 온 농민들과 트랙터를 평생 처음 보는 이들이 함께 있었다. 여성들이 있었다. 농민 여성들과 농민이 아닌 여성들이 있었다.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라고 하는 게 가장 알맞겠다.지난 16일 전라·경남에서부터 시작된 ‘세상을 바꾸는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대행진’의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가 21일 서울 남태령 고개에서 막혔다. 경찰은 통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차벽을 세우고 농민들을 에워쌌고, 시민들은 “함께해달라”는 요청을 듣고 밤늦게 남태령으로 왔다. 여의도, 광화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응원봉을 들고 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추위 속에서 서로를 밤 새워 지킨 사람들은 해 뜨는 걸 함께 봤다. ‘내란수괴 처벌하라’는 문구를 넣어 손수 뜬 담요를 몸에 둘렀다. 핫팩을 나누고, 온라인으로 지켜보는 시민들이 보내주는 음식을 먹으며 계속 외쳤다. “차 빼라.”...

    2024.12.25 20:18

  • [금주의 B컷]‘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응원봉처럼 마음을 담아서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응원봉처럼 마음을 담아서

    10대인 사촌 동생이 응원봉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지역에 사는 동생은 탄핵 촉구 집회를 뉴스로만 봤다. “언니는 카메라를 들어야 해서 응원봉은 필요 없어. 그래도 거기 가면 너 같은 친구들이 많아.” 나는 응원봉을 드는 대신 반짝이는 것들을 들고 온 사람들을 찍었다. 누구를 응원하냐고 물어보고, 가끔 그 아이돌 안다고 아는 척을 하기도 했다.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는 세상 모든 반짝이는 것들이 모였다. 아이돌 그룹·야구단·캐릭터의 응원봉, 크리스마스트리, 버섯 모양 조명, 장난감 요술봉…. 사람들은 예쁘고 반짝이는 것들을 꺼내 축제처럼 왔다. 이날만을 위해 준비한 응원봉도 있었다. 다 먹은 아이스크림 빈 통에 건전지로 켜지는 알전구를 넣었다. 손잡이도 있고, 반짝이는 머리 부분도 있으니 어엿했다.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두 번째 표결을 앞두고 국회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반짝이는 것들을 높이 들었다. 건너편 국회에서도 볼 수 있게, 당신들에게 권리를 준 우...

    2024.12.18 19:43

  • [금주의 B컷]퀴즈 맞혀도 좋아할 일 아니군요…우린 ‘틀린 정책’에 살아야 하니
    퀴즈 맞혀도 좋아할 일 아니군요…우린 ‘틀린 정책’에 살아야 하니

    날씨가 쌀쌀해지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간식들이 있다. 두꺼운 옷차림으로도 막을 수 없는 북극 추위를 이겨내게 하는 붕어빵, 군고구마, 어묵과 국물…. 한때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먹거리들은 내심 겨울을 기대하게 한다. 지난달 29일 나무 위에 흰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 시민들의 언 손을 녹일 음식을 실은 간식 트럭이 찾아왔다.“문제 풀고 따뜻한 커피와 어묵 받아 가세요.” “혹시 제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면 무슨 직업이 떠오르나요?” “이제 슬슬 난방비가 걱정되시죠. 에너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삐 움직이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다.이날 노조는 ‘윤석열이 틀렸다 노동자 시민이 옳다! 윤석열 정부 실정 거리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는 건강보험, 공공의료, 국민연금, 에너지, 사회서비스, 상병수당, 철도·지하철, 비정규직, 특수고용·플랫폼 등...

    2024.12.0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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