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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주의 B컷]이선재 교장 없는 일성여중고 존폐 기로…어르신들 ‘배움의 시계’가 멈추지 않기를
    이선재 교장 없는 일성여중고 존폐 기로…어르신들 ‘배움의 시계’가 멈추지 않기를

    스승의날 행사로 웃음소리가 가득했을 학교는 적막했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교문 앞, 검은 옷을 입은 만학도 어머니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했습니다. 어머니들의 주름진 손에는 빨간 카네이션 대신 하얀 국화가 쥐여 있었습니다. 학업의 기회를 놓쳤던 50~80대 여성들에게 학교 졸업장을 안겨주며 ‘한국의 페스탈로치’로 불린 이선재 교장 선생님의 추모식이 열린 날이었습니다.이선재 교장의 별세로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존폐 위기에 처했습니다. 평생교육법 개정에 따라 교육시설은 법인만 설립 주체가 될 수 있는데, 법 개정 전 문을 연 일성여중고는 설립 주체가 고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학교가 존속되려면 법인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비용 문제 등 여건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학교의 앞날은 불투명해졌지만, 교실 벽에 걸린 시계는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배움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어머니들의 간절함이 짙게 밴 교실이 살아남기를 바라봅니다.

    2026.05.20 20:03

  • [금주의 B컷]제철 맞은 꽃, 개
    제철 맞은 꽃, 개

    제주도를 가득 메웠던 유채꽃 소식이 아득해질 무렵, 서울 근교의 공원이 노란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지난 10일, 경기 구리한강시민공원에서 펼쳐진 ‘2026 구리 유채꽃 축제’ 행사장은 나들이객으로 북적였습니다.강바람에 넘실거리는 노란 꽃밭 한가운데, 유독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주인공이 있었습니다. 노란 꽃을 배경 삼아 조그만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는 강아지였습니다. 소란스러울 법한 축제장인데 강아지 표정은 편안해 보였습니다. 유채꽃밭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강아지는 짖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 카메라 렌즈를 응시했습니다. 입가에 엷은 미소까지 띤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모습에, 산책로를 걷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멈춰 선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봄을 기억할 겁니다. 거창한 풍경이 아니더라도, 계절 속에서 마주한 이 작고 무해한 생명체가 건네는 풋풋함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봄의 선물일지 모릅니다.

    2026.05.13 21:31

  • [금주의 B컷]봄볕 좋은 한강에 뜬 ‘꿈의 구장’ 풋살인들 취향 저격 ‘슛슛 골골’
    봄볕 좋은 한강에 뜬 ‘꿈의 구장’ 풋살인들 취향 저격 ‘슛슛 골골’

    한때 직장인 야구붐이 일었다. 너도나도 야구단에 가입했다. 기자도 그중 하나다. 바닥이 고르지 못한 학교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다보니, 잘 갖춰진 구장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동호회 야구인들에겐 ‘꿈의 구장’인 잠실야구장에서 경기할 기회가 어쩌다 한번 주어졌고, 형편없는 실력에도 ‘야구가 참 잘된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요즘은 풋살이 대세인 것 같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5인제 미니축구에 진심인 이들이 많다. 어울려 공을 차다 보면 역시나 특별한 구장이나 대회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동호회 풋살인들의 취향을 저격한 ‘꿈의 운동장’이 한강 위에 떴다. 지난 1일 여의도 한강공원 앞 바지선에 설치된 풋살장에서 직장인팀 대회가 펼쳐졌다. 봄기운 머금은 강바람이 경기장을 수시로 훑으며 지나갔다. 선수들 표정은 봄볕처럼 환했다. 거친 숨소리와 골 환호가 기분 좋은 바람 위에 실렸다가 이내 흩어졌다.이날 예선전에서 승리한 FS엘도라지의 이은별씨가 꿈의 구장에서 ...

    2026.05.06 21:14

  • [금주의 B컷]‘노동절’ 없는 이주노동자들 차별의 쇠사슬 언제 벗을까
    ‘노동절’ 없는 이주노동자들 차별의 쇠사슬 언제 벗을까

    “일은 원래 힘든 거야.” 입사하고 이 말을 몇번이나 들었던가. 물론 맞는 말이었다. 일은 지겹고 고된데 쉽게 그만둘 수 없다는 점에서 더 지겹고 고되다.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렸다. 세계 노동절을 닷새 앞둔 일요일이었다. 노동절은 법정공휴일이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이날 대부분 쉬지 못하기 때문에 메이데이 집회는 늘 그 전주 일요일에 열린다. 빨간 조끼를 입고 집회 현장에 앉은 이주노동자들이 유창하지 않은 한국말로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이 외국인들이 “투쟁으로 인사드리겠다”는 말에 익숙해지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알 겨를이 없었다.이들이 겨우 하루 시간을 내서 외치는 것은 별것이 아니었다. 일한 돈이라도 밀리지 않게 달라,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게 해달라, 때리지 말라, 일하다가 죽지 않게 해달라. 아무리 일이 원래 더럽고 힘들어도 이 정도여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말이었다. 목과 손에 쇠사슬을 건 노동자...

    2026.04.29 21:32

  • [금주의 B컷]계절 오가는 날씨  그래도 ‘호우시절’
    계절 오가는 날씨 그래도 ‘호우시절’

    때 이른 더위를 식히는 비가 내렸다. 바닥에 떨어진 철쭉잎은 물기를 머금은 채 계절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비가 내린 지난 20일은 절기상 ‘곡우’이다. 곡우는 봄의 마지막 절기로 비로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며칠 사이 계절은 빠르게 앞질러 갔다. 초여름을 넘어선 무더위가 이어지며 4월 중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얼마 전까지 정리 못한 채 밖에 걸어두던 겨울 외투를 생각하면 참 변화무쌍한 날씨다.계절과 날씨가 따로 노는 날이 잦아진다. 갑작스러운 더위와 추위는 점점 익숙해진다. 반복되는 ‘역대 가장 더운, 추운’이란 수식어도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절기는 제때를 기억하는 듯하다.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비 사이를 오가며 셔터를 눌렀다. 잠시 멎은 빗속에서 꽃잎은 ‘봄비’를 담고 있었다. 점점 짧아지는 계절을 붙잡듯 한 장면을 오래 바라보게 된다.

    2026.04.22 21:28

  • [금주의 B컷]다시 잇다…끊어진 시간을, 멀어진 우리를
    다시 잇다…끊어진 시간을, 멀어진 우리를

    지난 10일 서울역에서 열린 ‘DMZ 평화이음 열차’ 운행 재개식에 참가한 정태준군(10)이 열차에 탑승하기 전 서울~도라산 승차권을 보여주고 있다. ‘DMZ 평화이음 열차’는 서울역과 도라산역을 잇는 정기 관광열차다. 코로나로 운행을 멈췄다가 6년6개월 만에 다시 움직이게 됐다.종착역인 도라산역은 물리적으로는 북쪽으로 향하는 첫 번째 역이지만, 상징적으로는 단절과 희망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철도 연결의 결과로 세워진 이곳은 한때 남북 교류의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던 장소였다. 그래서 이번 열차 운행 재개는 단순한 관광 상품의 부활이 아니라, 끊어졌던 흐름을 다시 잇는 작은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이 철길은 언젠가 개성과 평양을 지나 더 먼 대륙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길이다. 철길은 단순히 공간을 연결하는 선이 아니라, 시간을 이어주고 사람을 이어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도라산까지지만, 언젠가는 그 길이 더 멀리 ...

    2026.04.15 19:47

  • [금주의 B컷]젊은 날 헌신 향한 ‘작은 예우’ 노병에 ‘따뜻한 선물’ 됐기를
    젊은 날 헌신 향한 ‘작은 예우’ 노병에 ‘따뜻한 선물’ 됐기를

    노인은 어두운 차 안에 있었고 창밖은 봄빛으로 가득했다. 그는 한쪽 팔로 지탱한 몸을 돌려 창밖을 보고 있었다. 한국전 참전용사 모자가 그의 모든 것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밖에서는 의장대가 움직였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올해 첫 ‘현충문 군 의장행사’였다. 구령에 맞춰 반듯한 동작들이 뒤따랐고, 총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일렬로 던져진 총이 물결처럼 이어졌다. 그 장면을 노인은 놓치지 않았다. 고개를 조금씩 움직이며 끝까지 따라갔다. 느렸지만, 시선은 흐트러지지 않았다.그 자리는 원래 차가 설 곳이 아니었다. 행사장 앞 갓길에 차가 멈췄을 때, 현충원 직원이 다가왔다. 규정대로라면 이동해야 했다. 중년 여성이 차에서 내려 뒷자리의 노인이 걷지 못한다고, 그런데도 이 행사를 너무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잠시 멈춰 서 있던 직원들은 그의 얼굴과 모자를 확인하자 활짝 웃으며 현장이 잘 보이는 쪽으로 차를 안내했다. 이미 많은 시민이 모여 있었지만 불평하는 이는 ...

    2026.04.08 19:46

  • [금주의 B컷]‘밖’으로 버려진 이들의 외침
    ‘밖’으로 버려진 이들의 외침

    혼혈이라는 이유로 해외로 보내진 사람들. 파란 눈과 낯선 피부색을 이유로 ‘밖’으로 밀려난 한국인들이 서울 한복판에 섰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앞에서 그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입양 피해자 플리펜은 가족의 이야기를 꺼냈다. 입양단체의 끈질긴 설득과 회유 끝에 먼저 다른 가정에 간 언니는 학대를 겪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자신을 탓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 후에 입양을 간 그는 “어른을 믿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었다”고 말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가 겪어야 했던 시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또 다른 사연도 있다. 1970년대 인천 부평구의 ‘성원선시오의 집’에서는 원장 신부에 의한 성폭력이 10년 넘게 이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13세였던 한 피해자는 “신부 방으로 끌려갈까 두려워, 남자아이들이 밤마다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고 잠을 잤다”고 했다.이들은 묻고 있었다. 왜 이 일은 기록되지 않았는지, ...

    2026.04.01 19:50

  • [금주의 B컷]봄의 신호
    봄의 신호

    서울 청계천변 수양버들. 겨우내 바람과 추위를 견뎌낸 가지 끝마다 연둣빛 새순이 달려 있다. 아직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연약한 모습이지만, 그 작은 흔들림 속에는 분명 봄의 신호가 담겨 있다. 오늘은 작은 싹 하나. 내일은 조금 더 길어진 연둣빛 가지. 수양버들의 새순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도시는 온통 푸른 기운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래서 봄은 늘 조용히 시작된다. 아무도 모르게 가지 끝에서부터. 작은 새순 하나에서부터.

    2026.03.11 20:54

  • [금주의 B컷]산불 피한 어르신의 시린 무릎  불행이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산불 피한 어르신의 시린 무릎 불행이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기자는 남의 불행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다. 수습 시절 사건팀 교육기간에 조급한 마음이 생길 때면 생각했다. ‘사고가 났지만 다친 사람이 없으면 좋은 일이지 기사를 못 써서 아쉬워할 일이 아니야.’ 지난 23일 산불 취재를 위해 함양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착할 때까지 불이 다 꺼지지 않아야 내가 취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 때마다 그랬다.산불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불 진화율은 80%를 넘기고 있었다. 다짐했던 게 무색하게도 “제가 막 와서 그런데 아직 불이 남아 있는 곳이 있을까요” 하고 물어보는 마음이 구차했다. 대피소도 예상대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주민들은 모여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텐트 안에서 쉬고 있었다.다행이었다. 하지만 ‘인피(인명 피해), 재피(재산 피해)’로 대표되는 숫자가 크지 않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불은 진화됐지만 사람들은 이날도 텐트에서 잠을 자야 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제대로 짐을 챙기지도...

    2026.02.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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