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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주의 B컷]물속인 듯 눅눅한 도시, 진짜 물속을 걷는 아이
    물속인 듯 눅눅한 도시, 진짜 물속을 걷는 아이

    입추가 지나고 비가 잦았다. 잠시 내렸던 기온은 시원한 희망을 품게 했다. 그랬던 기온이 다시 올랐다. 티베트 고기압 때문이라느니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라느니 둘 다 때문이라느니 하는 말은 어렵다. 그냥 습도가 높아 물속을 걷는 기분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카메라 렌즈와 안경에 김이 서리고, 빨래는 밤새 무게를 잃지 않는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까지 조금 걸었을 뿐인데 팔에 소금기가 남는다. 쉴 새 없이 도는 에어컨 실외기, 그사이 자꾸 내리는 소나기의 증발이 공기를 눅눅하게 만든다.물속을 걷고 있다고 생각할 때 진짜 물속을 걷는 아이를 만났다. 지난 19일 서울광장 분수대였다. 수분을 품은 창고 같은 도시에서 귀한 풍경이다. 분수가 오르내리는 타이밍을 재던 아이는 분수 끝이 멈칫하는 곳에 이르자 그 안으로 뛰었다. 같은 물속인데 그 물은 더 시원해 보였다. 오는 23일은 모기의 입도 삐뚤어진다는 절기 처서다. 모기의 입만 말고 더위도 좀 삐뚤게 꺾여 ...

    2025.08.20 20:05

  • [금주의 B컷]고공 농성장 아래 얼음 퍼포먼스…동지여, 잠시라도 더위 잊으시길
    고공 농성장 아래 얼음 퍼포먼스…동지여, 잠시라도 더위 잊으시길

    인간마저 태워 죽이겠다는 듯이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이다. 역대 최고라는 기록은 매일 새로 쓰이고 있다. ‘더워서 죽겠다’는 말은 더 농담으로 읽히지 않는다. ‘진짜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겨우 몇십분, 밖에 있는 동안에도 몇번이고 한다.고진수 민주노총 세종호텔지부장이 올라가 있는 10m짜리 철제 고공농성장은 태양에 가까운 만큼 더 뜨겁다. 그는 지난 2월13일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11일은 농성을 시작한 지 180일, 반년이 된 날이다. 그는 땅에서보다 더 추운 겨울을, 더 더운 여름을 저 위에서 보냈다.고공농성 반년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그와 연대하는 시민들이 고공농성장 앞에 천막을 설치했다. “고진수 동지가 조금이라도 시원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준비한 행사였다. 시원한 빙수를 만들어 먹고, 땀을 닦을 수 있는 손수건을 나누고, 서로 부채를 부쳐줬다.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대형 얼음을 온몸으로 비벼가며...

    2025.08.13 21:01

  • [금주의 B컷]전설이 된 소년을 기억하며
    전설이 된 소년을 기억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이 팀과 10년의 인연을 마무리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친선경기는 팀을 떠나는 손흥민이 국내 팬들 앞에서 인사하는 고별전이었다.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나오자 관중의 환호가 쏟아졌다. 팀 동료 브레넌 존슨은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를 연출해 주장의 헌신을 기렸다.후반전 20분이 흘렀을까. 토트넘에서 선수 교체 사인이 나오자 경기는 약 2분간 중단됐다. 양 팀 선수들이 도열해 그라운드를 나서는 손흥민을 배웅했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벤치에 앉은 손흥민은 만감이 교차한 듯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감쌌다.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팀 동료들과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대형 전광판에는 눈물을 흘리며 인사하는 그의 모습과 명장면들이 송출됐다.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간 공식전 454경기를 뛰었다. 득점은 팀 역대...

    2025.08.06 20:44

  • [금주의 B컷]밥상은 우리 모두의 문제…농민은 물러설 수가 없다
    밥상은 우리 모두의 문제…농민은 물러설 수가 없다

    서울 한복판에서 밀짚모자가 고개를 숙였다. 동이 틀 무렵부터 논에 있었을 사람들이다. 밭에서, 축사에서 땀 흘리던 이들이 더위가 절정인 오후 2시 도심의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다. 스스로 길러 먹고, 자신을 지켜온 사람들은 그늘조차 스스로 만들었다.이들은 시위자가 아니다. 농민이다.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도시로 올라왔다.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을 나흘 앞둔 지난 28일, 그들은 대통령실 앞에 섰다. 정부는 협상이 막바지에 있다고 밝혔다. 일부 품목의 추가 개방 가능성도 언급됐다. 농축산물이 대상이다.수치는 빠르게 움직이고, 정책은 바뀐다. 그래프는 오르내리고, 시장은 속도를 따진다. 그러나 땅은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는다. 작황은 하늘을 보고, 노동은 땅을 짚는다. 지나간 해를 토대로 다음 해를 준비해야 한다. 농사는 반복처럼 보이지만, 결코 같은 해는 없다. 매해 다르고, 사람도 해마다 늙어간다. 농민들이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무너진 논 한 귀퉁이는 다시 ...

    2025.07.30 20:28

  • [금주의 B컷]다시는 볼 수 없는 얼굴
    다시는 볼 수 없는 얼굴

    1년이 흐른 뒤에야 당신의 얼굴을 보게 됐습니다. 광대의 모습인 자화상은 모든 광대가 그러하듯이 씁쓸한 슬픔이 배여 있네요. 아닙니다, 솔직히 제가 느낀 슬픔은 나의 회한 때문입니다. 지난해 초여름 당신이 제안한 일을 거절한 것이 몹시도 후회됩니다. 당신을 아는 모든 이들이 놀랐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였죠. 전화를 받은 지 일주일이 흐른 뒤 당신의 부고를 들었거든요.며칠 전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2025 동강국제사진제에서 당신의 사진전 <人 THE VIEW - 손홍주>가 열린다는 소식이었죠. 당신의 자화상이 걸려 있을 것이라 나는 확신했습니다. 예상은 맞았지만 곤혹스러웠습니다. 당신의 민낯을 볼 수는 없었기에. 벽에 걸린 당신의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극장의 관객석, 매표소 그리고 당신의 동료들을 찍은 인물 사진들. 씨네21 창간 멤버로 영화인들의 모습을 꾸준히 사진에 담아왔더군요. 아 참, 당신의 동생 역시 손현주라는 이름의 걸출한 배...

    2025.07.23 20:08

  • [금주의 B컷] 폭염에 벌겋게 녹아내린 속…‘피수박’ 빼고 골라야 할 텐데
    폭염에 벌겋게 녹아내린 속…‘피수박’ 빼고 골라야 할 텐데

    “과일 가격이야 맛없어서 싼 것부터 맛있어서 비싼 것까지 다양하지만, 폭염이 계속되니 수박 안이 다 녹아버리는 피수박이 늘었어요.”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11일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의 한 상인이 푸념했다. 폭염으로 수박의 속살이 피처럼 변한 것을 ‘피수박’이라 부른단다.짧은 장마와 기록적인 폭염으로 여름 제철 과채류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 수박 가격은 전날 2만9816원으로 3만원을 눈앞에 뒀다. 이는 1년 전(2만1336원)보다는 약 8500원(39.8%) 올랐고, 평년보다는 41.8% 비싼 가격이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수박 출하량은 작년과 비슷하겠지만 기온 상승으로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박의 당도가 떨어지고 기준치 이상의 물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가격은 비싸고 맛은 없는 수박을 먹을 공산이 커졌다.

    2025.07.16 20:17

  • [금주의 B컷]계엄 지나 탄핵, 대선 지나 특검…도둑맞은 내 반년을 돌려다오
    계엄 지나 탄핵, 대선 지나 특검…도둑맞은 내 반년을 돌려다오

    한 해의 반이 지났다. 연초에 세운 계획을 돌아보고 그동안 뭐 하고 살았나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동안 뭐 하고 살았냐고? 물론 하루하루 들여다보면 기쁜 일 슬픈 일 고루 있었겠지만 사실 6개월이 그냥 사라진 것 같다. 살짝 과장을 보태자면, 분명 겨울이었는데 눈을 감았다가 뜨니 오늘이 됐다. 계엄, 탄핵, 대선까지 하루하루 취재거리가 넘쳐났고 세 계절을 지나 보냈다. 대부분 길에서, 더 많은 시간은 취재차에서.야심 차게 목표한 것들을 하반기로 미뤄놨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세 특검 모두 수사를 개시해 요즘은 특검 수사 일정에 따라 하루를 보낸다. 조사, 출석, 영장 청구, 압수수색… 어쩌면 올 누군가를 기다리고, 오기로 약속한 누군가를 기다리고, 오지 않을 거라고 했어도 혹시 모르니 기다린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최장 170일, 순직 해병 특검은 최장 140일 수사가 이어진다는데… 연말에 다시 올해를 돌아볼 때도 여전히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일까? ...

    2025.07.09 20:25

  • [금주의 B컷] 인간들을 위해서 싸우고 싶지 않소
    인간들을 위해서 싸우고 싶지 않소

    씨름은 우리나라의 대표 민속놀이다. 힘과 기술로 상대 선수를 넘어뜨리면 이긴다. 상대를 모래판에 사정없이 내리꽂는다고 해서 이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소싸움도 논농사를 짓는 지역의 전형적인 민속놀이다. 싸움소는 힘과 모진 뿔을 이용해 거칠게 싸운다. 한쪽이 피투성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싸움이 끝난다. 잔인한 장면에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지난달 26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동물권단체인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들이 소싸움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인간의 오락과 특정 지역의 돈벌이를 위한 폭력적인 소싸움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싸움 경기장을 재현한 무대에서 소싸움의 실체를 풍자하는 마당극을 펼치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한때 성행한 투견이나 투계는 법으로 금지되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명시하고 금지한다....

    2025.07.02 20:57

  • [금주의 B컷]시민의 피서 위한 맑은 물속엔 누군가의 ‘구슬땀’이 녹아있다
    시민의 피서 위한 맑은 물속엔 누군가의 ‘구슬땀’이 녹아있다

    계절을 렌즈에 담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진기자를 한 지 여러 해가 흘렀지만, 마감시간과 서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매번 다른 날씨를 표현하는 것은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같은 ‘더위’라고 하더라도 오늘 찍은 사진을 내일 또 찍을 수 없는 건 신문사에서 일하는 사진기자의 팔자일 것이다. 식상하지만 날씨사진을 찍기 위해 해마다 찾는 곳들이 있다. 한강공원 야외수영장은 여름에 찾는 대표적인 ‘출입처’다.개장을 하루 앞둔 수영장에서 마주한 것은 물방울보다 구슬땀이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른 지난 19일 뚝섬한강공원 수영장에서 직원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피서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전요원들은 윗옷을 벗고 수영장 안전장비와 배수 점검 등 막바지 준비를 이어갔다. 파라솔과 선베드가 수영장 주변에 놓였다. 수질을 측정하던 한 직원은 수영장에 떠다니는 부유물을 거둬내고 있었다.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다니느라 등줄기에 땀이 흥건했다...

    2025.06.25 21:01

  • [금주의 B컷]확성기가 멈춘 날, 천지가 열렸다
    확성기가 멈춘 날, 천지가 열렸다

    천지는 어떻게 해야 볼 수 있을까? 인솔자는 “마음을 비워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 있는 백두산을 찾은 지난 11일 북파로 오른 정상에선 천지는커녕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웠다. 눈과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안개 속, 오른손으론 모자를, 왼손으론 우비를 부여잡고 앞사람의 발만 따라 걸었다. 오들오들 떨며 생각했다. ‘이런 게 백두산이라면 난 안 볼래.’백두산의 여름은 짧고 겨울은 길다. 산지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 날씨·시간·계절 세 박자가 맞아야 천지를 볼 수 있다. 100명의 등반객 중 천지를 마주하는 이는 2명꼴이라고 한다.마음을 비우다 못해 비관으로 가득 찼기 때문일까. 이튿날 서파로 오르자 화창한 날씨와 함께 천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좋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전날과 다르게 돌아서 내려가는 발걸음이 아쉬웠다.북한 쪽에서 오르는 길은 동파라고 부른다.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

    2025.06.1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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