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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주의 B컷]보고도 굳게 다문 입술…‘방관자의 탈’을 벗어라
    보고도 굳게 다문 입술…‘방관자의 탈’을 벗어라

    누군가에게 교실은 선생님과 학생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교실은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로 이루어진다.지난 22일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 푸른나무재단이 ‘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00명 중 3명은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조사됐다. 피해 학생 10명 중 6명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증상을 경험했다. 피해로 인한 자살·자해 충동 경험도 10명 중 4명꼴이다. 스무 명 남짓 모여 있는 교실이 5개 있으면 그중 3명은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소리다. 3명이 피해자라면, 가해자와 방관자는 몇명일까.사진 속 활동가가 쓰고 있는 ‘방관의 탈’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두 눈은 뚫려 있지만, 입은 막혀 있다. 이들은 무엇을 봤을 것이고, 본 것을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이가영씨(가명)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교실 안에서 제 존재가 점점 작아졌고, 결국엔 저 자신을 숨기며 은...

    2025.05.28 20:33

  • [금주의 B컷]잊지 마 바다를, 그 생명을
    잊지 마 바다를, 그 생명을

    지구온난화 때문이었을까. 5월의 날씨로 믿기지 않을 만큼 폭우가 쏟아진 지난 16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렸던 ‘유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회의에 맞춰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에서 해상시위를 벌인 그린피스 소속 영국, 독일, 멕시코 국적의 활동가 4명과 그린피스 ‘레인보 워리어호’ 선장 헤티 기넨에 대한 첫 공판 직후 열린 기자회견이었다.그린피스 활동가들은 당시 플라스틱 원료를 운반하는 선박에 올라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Strong Plastics Treaty)’ 메시지가 담긴 배너를 펼치며 해상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불법시위 혐의로 출국금지되고 한국 사법부의 재판을 받는 중이다. 그린피스는 “회의에 참석한 170여개국 정부 대표단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협약 성안을 촉구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상시위의 ...

    2025.05.21 20:23

  • [금주의 B컷]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철거…서민들의 희로애락 뒤로한 채 “안녕”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철거…서민들의 희로애락 뒤로한 채 “안녕”

    지난 9일 철거가 시작된 서울 마지막 달동네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을 찾았다. 1960년대 후반 서울 도심 개발로 밀려난 철거민들이 ‘산 104번지’에 집단 이주하면서 형성돼 백사마을로 불린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아이들이 금세라도 대문을 박차고 나와 골목길 곳곳을 뛰어다닐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람의 체온이 빠져나간 집은 맥없이 허물어져 있었다. 지붕과 담벼락은 내려앉고 가재도구만 나뒹굴었다.비좁은 골목을 나와 ‘삼거리식당’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휘어진 양철 지붕을 철제 구조물이 간신히 받쳐주고 있었다. 목이 좋아 한때는 값싸고 손맛 낸 음식으로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을 법한 곳이다. 팍팍한 일과를 마친 서민들이 허기를 채우고 삶의 애환을 쓴 소주로 달래던 그때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마을을 나서는데 집을 허무는 굴착기의 굉음이 들려왔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백사마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가진 것 없어 도시의...

    2025.05.14 20:45

  • [금주의 B컷]싱그럽다, 풋풋하다, 청량하다…백마디 말보다 이 사진 한 장
    싱그럽다, 풋풋하다, 청량하다…백마디 말보다 이 사진 한 장

    회색 빌딩으로 둘러싸인 삭막한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서울 종로구 백사실계곡. 지난겨울 눈이 많이 내렸던 날 찾은 이후 몇달 만에 다시 찾았다.그사이 계절이 변했다. 지천으로 피웠던 꽃이 떨어져 오솔길에 융단처럼 깔렸다. 꽃이 지니 나무마다 새잎이 돋아나 신록이 싱그럽다. 연두색을 벗어나지 못한 어린잎이 산들바람에 날려 춤을 춘다.맑은 공기와 코끝에 스치는 향기로운 봄 냄새. 숲길을 걷는 사람들 표정이 모두 밝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높게 자란 나무들이 녹색 지붕을 만들어놓았다.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5월. 녹색 지붕 아래 경이로운 풍경이 어린애 웃음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2025.05.07 20:32

  • [금주의 B컷]가장 처절한 고통에 손 내밀었던 교황, 그 따뜻했던 손길을 영원히 기억하며
    가장 처절한 고통에 손 내밀었던 교황, 그 따뜻했던 손길을 영원히 기억하며

    신이 있다면 이럴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도에 결국 응답하지 않은 신을 향해 원망을 쏟아냈을지도 모른다. 천국이라는 그 먼 이름에 다시 위안을 얻게 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 분명하다.삶에서 겪는 고통과 슬픔, 좌절과 절망, 어느 순간을 지날 때 인간은 기도한다. 기도는 보통 일방적이지만, 가끔 응답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가장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이가 있다면, 그가 신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 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미사를 집전했고, 참사 유가족에게 직접 세례를 베풀었다. 교황은 출국하면서 세월호 참사 실종자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한 메시지를 자신의 서명과 함께 가족에게 전했다.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11년 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2025.04.30 20:20

  • [금주의 B컷]짧아진 봄, 금방 사라질세라 순간 포착…누가 꽃이 ‘개’?
    짧아진 봄, 금방 사라질세라 순간 포착…누가 꽃이 ‘개’?

    때아닌 비바람과 우박이 휘몰아쳤던 날씨가 무색하게 그 뒤로 초여름 날씨가 이어졌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26도까지 오른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았다. 시민들은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양산을 쓰고, 반소매 차림 등으로 이른 더위를 대처하고 있었다.숲속 연못 주변을 둘러싼 정원에는 노랑, 빨강, 주황의 튤립이 만개해 자태를 뽐냈다. 다양한 색채의 꽃들이 숲속의 봄을 물들였다. 산책하던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꽃을 들여다본다. 이내 카메라에 꽃을 양껏 담고, 꽃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자 여기 봐야지?” “예쁘다! 잘한다!” “어머 너무 귀엽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웅성웅성한다. 골든레트리버 여섯 마리가 튤립 속에서 반려인들의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옷을 맞춰 입고 얌전히 포즈를 취한 반려견을 보며 ‘이거 참 누가 꽃인지…’ 싶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머금어졌다.문득 생각한다. 서둘러 찾아온 이 더위가 가속화된 기후위기가 반영된 ...

    2025.04.23 20:42

  • [금주의 B컷]용산으로 갈까, 청와대 복귀할까…6·3 당선 대통령이 머무를 곳은?
    용산으로 갈까, 청와대 복귀할까…6·3 당선 대통령이 머무를 곳은?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면 대통령실은 어디로 가는 건가요? 용산은 아닐 것 같은데 청와대로 복귀하나요?”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될지 궁금하지만 집무실이 어디로 정해질지도 관심사다. 지난 11일 인터넷 예약을 통해 청와대를 관람했다. 간단한 출입절차를 거쳐 청와대 안쪽에 들어섰다. 담장 오른쪽에 ‘청와대 전망대’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다.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사진기자들은 대개 한눈에 관망이 되는 장소를 먼저 찾기 때문이다. 등산로에는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20여분을 오르니 청와대 전망대. 청와대와 경복궁 그리고 남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조선 최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장대한 북악산 밑에 경복궁을 지은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전망대에서 내려와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내심 가장 가 보고 싶었던 곳이다. 관저는 생각보다 넓었다. 두 개의 큰 기와집이 서로 연결된 구조였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

    2025.04.16 20:57

  • [금주의 B컷]122일간 일상 뒤덮었던 ‘수괴’…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단어
    122일간 일상 뒤덮었던 ‘수괴’…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단어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122일 동안 이어진 내란불면증을 끝낸 한마디에 광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계엄의 밤, 시민들은 맨몸으로 뛰쳐나가 계엄군의 총에 맞섰다. 주말마다 광장에 나와 탄핵을 목놓아 외치며 응원봉을 손에 쥐었다. 얇은 은박지를 몸에 두르고 혹한의 밤을 지새운 끝에 ‘다시 만난 세계’를 마주할 수 있었다.윤 전 대통령 파면 사흘째인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는 아직 긴장감이 흘렀다. 여전히 경찰 방호벽과 집회 통제선이 설치돼 있었고, 경비인력들은 삼엄하게 경비를 섰다. 탄핵 찬반 집회는 사라졌지만, 거리 곳곳에는 분열의 흔적이 남았다. 관저 인근 지하철역에는 ‘윤석열 탄핵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육교와 버스정류장에는 ‘STOP THE STEAL’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경찰 방호벽에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과 체포를 촉구하는 스티커의 흔적이 여전했다. 찢긴 스티커들 속 온전한 단어는...

    2025.04.09 21:02

  • [금주의 B컷]파도 타고 불어온 바람…바다 내음 대신 탄내만
    파도 타고 불어온 바람…바다 내음 대신 탄내만

    화마가 할퀸 마을의 피해 상황이 드론 조종간의 작은 화면을 통해 펼쳐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참혹함에 가슴이 철렁했다. 바다에 맞닿아 특히 아름다웠던 경북 영덕의 마을은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았다. 봄기운 깃든 파도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 속엔 타고 남은 모든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드론의 360 파노라마 모드로 바라본 눈앞의 모습들이 처참했다. 기억 속의 영덕은 흔적 없이 사라져 있었다.지난달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시작으로 경남·경북 지역을 휩쓴 산불이 발생 열흘 만에 모두 진화됐다. 화마와 사투를 벌인 진화대원에게도, 산불로 집을 잃고 대피한 이재민에게도, 그 소식을 전하는 취재진에게도 목숨을 건 현장이었다. 산을 통째로 집어삼킨 초대형 화염, 도깨비불처럼 사방으로 날아가는 불씨, 하늘을 뒤덮은 매캐한 연기 등 진화작업이 무색할 만큼 실시간으로 옮겨붙으며 덩치를 키우는 산불의 모습은 압도적인 무력감을 안겨주었다.이번...

    2025.04.02 21:08

  • [금주의 B컷]의·정 갈등에 동료 눈치…‘출구’ 못 찾는 신입생들
    의·정 갈등에 동료 눈치…‘출구’ 못 찾는 신입생들

    ‘모든 상황을 다 알고 들어온 입학한 신입생들이 왜?’솔직하게 얘기하자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이 수업을 거부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의사와 정부가 강경하게 대치한 지 1년이 흘렀던 터였다. 정체된 현재 상황에 대해 답답함은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되리라 기대했던 의대 신입생이 수업을 거부하며 의료 안정은 요원한 일이 됐다.서울의 유명 대학을 다니다 자퇴하고 의대 입시에 뛰어든 후배가 있다. 소위 말해 ‘미끄러진’ 학생들에게 절호의 기회였을 거다. 후배는 어렵지 않게 서울 소재 의대에 합격했다. 다른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을 안 나가고 있겠지 싶었다. 예상은 맞았으나 거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신상 정보가 다 털리기 때문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어차피 나가지 못하니 수능을 또 쳐 더 나은 의대에 갈 생각도 있다고 했다. '미복귀 인증' 관련 기사가 줄 이어 나왔다. ‘의대생 미등록 집단 휴학’...

    2025.03.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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