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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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주의 B컷] 우리 졸업해도, 이 순간처럼…우정은 겨울도 뻥 차버렸다

    우리 졸업해도, 이 순간처럼…우정은 겨울도 뻥 차버렸다

    “사람 막아! 사람!”“열심히 뛰어! 열심히!”평년보다 포근한 날씨를 보인 지난 29일 서울 구로구 안양천 축구장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인근의 우신고, 경인고, 구현고, 고척고 등의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운동장을 누볐다.개학날 공을 차러 나온 친구들의 얼굴에는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오후의 햇살 아래 학생들의 그림자가 운동장에 길게 새겨졌다. 심판도 없는 경기는 진지했다. 오프사이드를 지키고, 상대 선수가 넘어지면 경기가 중단됐다. 벽을 쌓은 친구가 프리킥을 엉덩이로 막아내자 모두 박장대소했다. 엎치락뒤치락 2 대 2 상황에서 결승골이 터지자 승리한 학생들이 환호하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겨서 기뻐하는 모습과 져서 아쉬워하는 모습이 ‘아시안컵’ 못지않았다.경기를 지켜본 뒤 학생들에게 다가가 졸업한 뒤에도 오늘처럼 모여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고필재군이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앞으...
  • [금주의 B컷] 간절한 마음까지 얼릴 수는 없으리

    간절한 마음까지 얼릴 수는 없으리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기 위해 1만5900배 철야행동에 나선 유가족들과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지난 23일 아침까지 절을 이어갔다. 전날 오후 1시59분에 절을 시작한 유가족과 시민들은 번갈아 가며 밤이 새도록 절을 올렸다.이날 서울의 아침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바닥에는 얼음이 얼어붙어 있었다. 절을 하는 이들이 숨 쉴 때마다 입김이 허공에서 짙게 머물다 사라졌다. 유가족협의회는 이틀 동안 유가족과 시민들이 모두 합쳐 2만2400배를 넘긴 것으로 추산했다.한파 속에서 절을 하는 유가족들 사이로 아침 햇살이 위로처럼 내리쬐었다. 이들의 간절한 호소에 특별법은 공포될 수 있을까.
  • [금주의 B컷]‘마지막 졸업식’ 안녕, 고마웠어

    ‘마지막 졸업식’ 안녕, 고마웠어

    교실에서 졸업식 기념 촬영을 마친 야구부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왔다.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밟기 위해서였다. 정든 학교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실감이 날까? 사진을 찍으며 학생들에게 말했다. “지금 역사적인 순간을 남기는 거야.” 빙긋 웃으며 졸업생들이 대답했다. “찍은 사진 보내주시는 거죠?” 그라운드에서 몸을 돌린 학생들은 야구부실로 향했다.서울 성동구 덕수고등학교에서 지난 5일 마지막 졸업식이 열렸다. 2022년부터 덕수고는 마지막을 맞을 준비를 해왔다. 특성화계열은 오는 2월 경기상고로 통폐합되고, 일반계열은 이미 위례신도시로 이전했다. 선생님과 41명의 졸업생은 함께 웃고, 환호하고, 눈물지으며 학교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옆 반 친구들과 어색하게 사진을 찍던 학생들이 나가자 3학년 3반 교실은 텅 비었다. 칠판에는 학생들에게 남긴 선생님의 글이 적혀 있었다. “새로운 인생의 발걸음을 축하한다.♡ 인생은 내 심장에서 시작한다. 건전함과 ...
  • [금주의 B컷]1441일 만에 불 꺼진 채취실…“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1441일 만에 불 꺼진 채취실…“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이 2023년 12월31일 종료됐다.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문을 연 이후 1441일 만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운영 종료 시간이 되자 검체 채취를 하던 의료진이 익숙하게 물품을 정리하고 퇴근 준비를 했다. 보건소 직원이 진료소 앞을 지나가자 검체 채취실에 있던 직원이 “검사 받으러 온 거야?”라며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일상적인 퇴근 같았지만 불을 끄고 진료소를 나서는 의료진의 얼굴에는 시원섭섭함이 남은 듯했다. 불 꺼진 검체 채취실에는 사용하지 않은 의료폐기물 봉투만 남았다.전국 보건소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506곳이 이날 문을 닫았다. 기침 소리에 움츠러들고, 마스크에 가려져 미소를 볼 수 없었던 시간과 진료소 앞의 긴 줄, 감염 예방을 위해 거리를 두었던 일상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4년 가까운 시간 선별진료소를 지켰던 의료진을 향한 인사가 입 밖으로...
  • [금주의 B컷]모두가 아는 사람의 죽음

    모두가 아는 사람의 죽음

    서울 여의도에서 성북구까지는 차로 40분 정도가 걸렸다. 확실하진 않지만 일단 가보자는 연락을 받고 가는 중에 속보가 떴다. “배우 이선균 사망, 차량에서 발견”. 단체채팅방에서도 친구들이 소식을 전했다. 다른 얘기를 하다가도 “근데 진짜 충격적이다”라는 말이 이어졌다.그는 지난 10월부터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지난 23일 3차 소환에서는 19시간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후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세 차례의 공개 출석과 매일 새롭게 쏟아지는 뉴스로 인해 많은 압박을 받아왔을 것으로 보인다.도착했을 때는 점심 즈음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찾는 데 어렵지는 않았다. 경찰이 현장을 통제했지만 행인들은 한 번씩 기웃대며 지나갔고, 가던 차량도 잠깐 멈추고 창문을 내렸다. 감식반이 도착하고, 차량을 견인해갈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 있었다.우리는 다양한 죽음을 목격하고, 모두가 아는 사람의 죽...
  • [금주의 B컷]시린 바닥 녹이는 간절한 마음…유족들에게도 ‘봄’은 찾아올까

    시린 바닥 녹이는 간절한 마음…유족들에게도 ‘봄’은 찾아올까

    ‘의원님, 오체투지하는 유가족의 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손팻말을 든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 아이가 왜….” 아버지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온몸으로 호소했다.지난 18일 오전 10시29분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1도를 기록한 강추위 속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두 무릎과 두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대는 동작을 반복하는 오체투지를 하며 여의도 국회 둘레를 돌았다. 이들은 12월 임시국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길 바랐다. 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참사 발생 원인·수습 과정·후속 조치 등에 대해 독립적으로 진상을 규명하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희생자 김정훈씨의 아버지 김순신씨는 “참사가 자꾸만 잊히는 것 같다. 하루빨리 조사위원회가 꾸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참사 1주기 전에는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믿었던 특별법이 계류되며 다시 거리에서 혹독한 추위를 맞았다.시린 바닥을 녹이는 간절하...
  • [금주의 B컷]75주년 인권의날 기념장…인권위에 쏟아진 묵언의 외침들

    75주년 인권의날 기념장…인권위에 쏟아진 묵언의 외침들

    ‘경로이탈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의 활동가들이 지난 8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세계인권선언 75주년 인권의날’ 기념식에서 기습 침묵 시위를 벌였다.침묵 시위는 세계인권선언문이 낭독되는 10분간 진행됐다. ‘추천절차 제대로 마련하라!’ ‘인권위 설립정신 기억하라!’ ‘김용원, 이충상은 사퇴하라!’ 구호가 담긴 플래카드를 든 활동가들은 낭독이 끝나자 퇴장했다.활동가들은 “‘모두를 위한 존엄, 자유 그리고 정의’를 주제로 기념식이 열린 오늘, 일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들에 의해, 바로 우리 모두의 존엄과 자유와 정의가 짓밟히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시위를 준비했다”고 밝혔다.인권위는 최근 진정인들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지난 7월 수요시위 현장에서 일부 보수단체가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명예훼손과 혐오발언 해결을 촉구한 진정을 기각했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지난 5월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을 권고하...
  • [금주의 B컷]일하다 스러진 내 아들, 일터는 정말 죄가 없나

    일하다 스러진 내 아들, 일터는 정말 죄가 없나

    “올해도 어김없이 아들이 처참히 죽어갔던 이곳에 왔습니다.”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아들이 사망한 건물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10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지난 6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인의 5주기를 앞두고 현장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일하다 죽지 않게” “소중한 생명, 차별 없이 안전하게!” 등의 문구를 힘주어 현수막에 적었다.추모제 이튿날인 7일 대법원은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과 권유한 전 태안발전본부장에게 직접적·구체적 주의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하청 임직원 10명은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돼 실형을 받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대법원은 “판결에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2심 판결은 “이 사건은 누구 한 명의 결정적인 과오...
  • [금주의 B컷]“실낱같은 희망 잡고, 우리도 살려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이러는 거예요”

    “실낱같은 희망 잡고, 우리도 살려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이러는 거예요”

    찬 바람이 부는 서울역 고가에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규직이 되고 싶으면 지금까지 일한 것과 상관없이 시험을 보라’고 말을 바꾸자, 하소연할 곳 없는 고객센터 직원들이 기습적으로 내건 현수막이다.이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거나, 호텔 요리사로 일하다 과로로 건강이 상해 퇴사한 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취직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관련 자격 시험과 부과·징수·보험 급여·장기요양 등 입사 시험을 봤으나, 2년마다 계약을 맺고 최저임금 수준의급여를 받는 비정규직이다. 민원인들의 갑질과 폭언은 일상이었고, ‘성과 압박’은 어깨를 짓눌렀다. 화장실에 간 지 5분만 지나도 팀장이 직접 화장실로 데리러 오는 상황에서 휴식 시간은 언감생심. 그렇게 4년을 버티며 전문성을 쌓아 ‘파트 리더’로서 신입사원 교육까지 맡았던 이도 있다. 노사는 ‘소속 기관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지만, 공...
  • [금주의 B컷]“짐을 보러 온 게 아니었느냐?” 게임의 광장이 된 대왕의 뜰

    “짐을 보러 온 게 아니었느냐?” 게임의 광장이 된 대왕의 뜰

    고백부터 하자면, 친구들을 따라 PC방에서 리그오브레전드(LoL)를 한두 번 해보긴 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알맞은 타이밍에 캐릭터의 기술을 쓰고, 섬세한 제어를 하기엔 선천적으로 ‘게임 DNA’가 없는 탓이었다. 옆에서 하나하나 알려주던 친구도 나의 느린 손과 바닥이 보이는 게임 실력을 보자 두 번 다시 게임을 권하지 않았다.‘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 결승이 지난 19일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의 ‘T1’과 중국의 ‘웨이보 게이밍’이 결승에서 맞붙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e스포츠 경기인 만큼 이번 대회 역시 동시 접속 1억명, 누적 시청 4억명의 대기록을 세웠다. e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도 열렸다. 광장을 지켜온 세종대왕님 옆에 나란히 놓인 게임 캐릭터 ‘티모’의 위용이 대회의 인기를 가늠케 했다. 주최 측은 이날 하루 동안 약 4만명이 광장에 마련된 행사장을 찾고, 1만명이 거리응원을 한 것으로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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