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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
  •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극한직업’ 초등 1학년 학부모…“아, 차라리 내가 학교에 가고 싶다”
    ‘극한직업’ 초등 1학년 학부모…“아, 차라리 내가 학교에 가고 싶다”

    3월 벼락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 ‘돌봄 공백이 전면화되는 초등 1학년’, ‘경력단절여성이 가장 많이 생긴다는 초등 1학년’, ‘엄마가 아이보다 더 바쁜 초등 1학년’에 대한 악명 높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이 컸다. ‘실제 그 정도는 아니겠지’ 기대했지만 아이를 초등학교에 며칠 보내보니 결론은 ‘역시 그런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어’였다. 첫째 주 금쪽같은 휴가를 쓰며 두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부터 시작해 매일 준비물과 아이 할 일을 챙겼다. 겨우 3일이 지나자 목이 쉬어버렸다. “아, 내가 초등학교 가는 게 낫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일주일이었다. 이제 입학 후 할 일은 대충 끝났을까. 안타깝게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둘째 주부터는 남편이 수행 중이다. 3월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돌봄 공백이 전면화 되는 초등 1학년아이보다 엄마가 더 바쁘다는 이야기설마했는데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월요일에 입학식이라니 선생님들도 전쟁일 거야.” 교사인 친구가...

    2019.03.15 16:18

  •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육아휴직하는 남편, 내가 그랬듯 돌봄의 기쁨 누리길
    육아휴직하는 남편, 내가 그랬듯 돌봄의 기쁨 누리길

    ‘아이를 낳으면 어른 된다’는 말이 싫었다. 인간의 성장이나 성숙이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은 이후 나는 많이 변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 자체가 달라진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각도에서는 보수일 수도, 어떤 각도에서는 진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판단은 미루고 싶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아이를 낳은 후의 나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20대의 나는 자주 손끝이 차가워질 정도로 불안해했다. 아이를 낳은 30대의 나는 그런 20대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이가 내 불안을 줄여준 것인지, 엄마 노릇을 하기 위해서, 아이에게 불안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아이를 낳고 훨씬 안정됐다. 육아로 성취의 삶 멀어질까 두렵던 나그런데 성취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사회가 주입한 메시지, 틀렸음을 알았다물론 육아는 힘들었다. 아이는 24시간 나의 ‘돌봄’을 ...

    2019.02.15 16:42

  •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그들의 불안을 알기에…‘스카이캐슬’ 속 엄마들에 공감할 수밖에
    그들의 불안을 알기에…‘스카이캐슬’ 속 엄마들에 공감할 수밖에

    “위 아동은 초·중등교육법 제13조에 의하여 아래 학교에 배정되었사오니, 이 통지서는 취학할 초등학교의 예비소집에 참석할 때 지참하시기 바랍니다.”야근 후 집에 돌아오니 탁자 위에 ‘취학통지서’가 놓여 있었다. 아, 꼬맹이가 벌써 ‘초딩’이 되다니. 아이를 낳은 게 엊그제 같은데 학부모가 되다니. 태어날 때 신장이 54㎝였던 아기는 이제 2배 이상 자라 120㎝를 넘어섰다. 이제 두 팔로도 안기 힘들어진 첫째가 가끔 31개월 된 둘째처럼 안아달라고 하면 곤란해진다. “두진아 엄마가 안아주고 싶은데….” 못내 미안해져 잠깐 업으면 첫째는 “엄마가 힘들어하니 내려올게”라며 의젓하게 군다. 이렇게 의젓하게 굴 정도로 커버린 내 아이가 이제 ‘학생’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학생’이 된다는 게 너무 짠하다. 한국에서 학생이 된다는 건 적어도 내겐 ‘경쟁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겨우 만 6년1개월 산 어린이인데 ‘경쟁’이라니.마냥 꼬맹이같...

    2019.01.04 16:55

  •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양육의 균형추 잡느라 분투…그래도, 나는 내가 엄마인 게 좋다
    양육의 균형추 잡느라 분투…그래도, 나는 내가 엄마인 게 좋다

    억울했던 마음을 기억한다. “누나니까 양보해야지.” 내가 제일 싫어하던 말이었다. 그 말을 듣던 나는 가끔 내 발끝을 보고 있었다. 화가 나서 오므려지는 발을 뚫어져라 보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왜요?”라는 질문은 할 생각을 못했지만 항상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억울했던 작은 마음들.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 장녀. 형제는 내게 그 애뿐이었고 나는 그 애가 가끔 좋고 자주 미웠다. 잠든 동생의 얼굴을 쓰다듬을 정도로 예뻐했던 기억도 있지만 싸웠던 기억이 더 많다. 부모님 앞에 서면 늘 나보다 어리고 서툰 그애를 도와줘야했고, 도와주는 나는 칭찬받았지만 먼저 뭔가를 하려고 하는 나는 자주 제지받았다. “동생은 아직 잘 못하잖아. 누나가 도와줘야지.” 나는 그 말이 너무 싫었다.일곱 살이 된 첫째를 보면 어린 내가 떠오른다. 엄마가 된 나는 첫째에게 말한다. “동생은 아직 잘 못하니까 두진이가 도와줘야지.” 말을 하고선 마음이 안 좋아지면 따로 꼭 두진이를 불러서 말해준...

    2018.11.30 16:33

  •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땜질만 반복해 온 보육 문제…이젠 어른들이 답을 내놔야 한다
    땜질만 반복해 온 보육 문제…이젠 어른들이 답을 내놔야 한다

    평일 아침은 늘 전쟁터다. 아이들은 부모 출근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느라 시간에 쫓긴다. 가끔 29개월 둘째 입장에서 어린이집에 가는 장면을 상상한다. ‘좀 늦잠을 자도 되는데 엄마가 깨우고 아빠가 밥 안 먹는다고 성화다. 아직 좀 천천히 해도 되는데 엄마 아빠는 항상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어린이집에 간다는 뜻이다. 가기 싫은데. 그래도 엄마가 출근하듯 나도 어린이집에 가야한다고 하니까 간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 길가에 떨어진 낙엽도 보고 자동차도 구경하고 싶지만 아빠는 그럴 시간 없다고 나를 안고 뛴다.’ 어린이집·유치원 안 보낼 수 없던 나대신 좋은 곳 찾으려 애쓰는 게 최선한국 사회선 좋은 기관 찾는 것도 ‘복’아이들은 원해서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는 것이 아니다. 29개월밖에 안된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면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대신 좋은 어린이집, 유치원을 찾으려 애를 쓰는 게 ...

    2018.11.09 17:15

  •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가족 위한 ‘백업’ ‘그림자 노동’…엄마의 노동엔 이름이 없었다
    가족 위한 ‘백업’ ‘그림자 노동’…엄마의 노동엔 이름이 없었다

    지난 일요일 ‘집밥’이 먹고 싶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재료를 사와서 만들면 되지만 내가 만들어도, 남편이 만들어도 ‘집밥’ 맛이 안 난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엄마밥’이 먹고 싶었던 것 같다. 옆동에 사시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어디세요? 집에 밥 있어요?”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신 지도 만 6년. 뻔뻔해진 것도 딱 6년만큼이다. 엄마는 집에 안 계시지만 집에 가 밥을 차려 먹어도 된다고 해서 남편과 나 둘이 가서 호박 된장찌개와 오징어볶음, 고춧잎나물을 와구와구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전기밥솥에 있던 밥과 냉동실에 얼린 밥을 우리 둘이서 다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결혼 후 집안일하며 비로소 깨달았다나는 그동안 ‘반쪽 인간’이었구나작은 일 하나까지 엄마가 해주셨구나나는 결혼을 하면서 엄마, 아빠로부터 독립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집안일도 별로 안 해봤고 엄마, 아빠 등에 얹혀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

    2018.10.12 15:53

  •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수술방 들어가는 아이…내 인생은 내 것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수술방 들어가는 아이…내 인생은 내 것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지난겨울 어느 토요일 저녁. 20개월이던 둘째와 나 단둘이 집에 있었다. 남편이 방학을 맞은 첫째를 경북 구미 시댁에 맡기러 갔을 때였다. 빨래를 널어야 했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둘째가 베란다 문 앞에 와서 문을 닫고 바로 잠갔다. ‘찰칵’ 하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우리집 베란다는 베란다 밖에서 잠글 수 있게 돼 있다. 겨우 20개월이던 둘째는 문이 잠긴 걸 아는지 모르는지 문 앞에 서서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겠다며 미소 짓고 있었다. “이준아, 문 열어야지. 잠그면 어떡해!” 내 외마디 비명이 들리는지 마는지 아이는 계속 싱글벙글이었다. 알고보니 며칠 전 형아가 할머니가 빨래를 널고 있을 때 문을 잠그는 걸 본 것이었다. 일곱 살인 형아는 문을 잠그고 여는 게 능숙하니까 할머니를 가둬놓고 장난을 친 모양이었다. 20개월 둘째 장난에 베란다에 갇힌 나아이는 울다가 집안으로 들어가버리고나에겐 온갖 나쁜 상상들이 쏟아졌다유리문 바깥에 ...

    2018.09.07 16:21

  •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어린이집 차에서 아이가 죽는 나라에서, 출산 캠페인이 웬 말?
    어린이집 차에서 아이가 죽는 나라에서, 출산 캠페인이 웬 말?

    일곱 살 된 두진이는 수요일에 미술학원에 다닌다. 이준이는 3시30분, 두진이는 5시 하원하는데 어린이집과 유치원 거리는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친정엄마가 26개월 된 둘째를 데리고 첫째 유치원에 매일같이 왔다 갔다 하시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술학원을 등록했다. 26개월이 되면 차가 오는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른 손을 뿌리치고 달려나가려 해서 혼비백산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 등·하원은 커피 한잔 들고 유유하게 걸어오는 일이 아니다. 차가 쌩쌩 다니는 서울에서 아이 손을 꽉 잡고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일을 환갑이 된 친정엄마가 도맡는다는 게 늘 미안할 뿐이다.환갑 된 엄마에게 등하원 맡기기 미안해보육을 빙자한 ‘학원 뺑뺑이’ 시작됐다학원 결정의 1순위 조건은 ‘픽업 여부’학원 결정의 1순위 조건은 ‘픽업’이 되느냐였다. 선생님이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두진이가 학원에 얼마나 흥미 있어 하느냐가 아니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이라도 어...

    2018.08.10 20:15

  •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주말 공동육아’ 1년째 부모인 우리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주말 공동육아’ 1년째 부모인 우리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우리 주말마다 한 집에서 아이들을 보면 어때요?”시작은 내 제안이었다. 깊이 생각해 본 제안은 아니었다. 지난해 봄 둘째 육아휴직 중이던 나는 복직을 앞두고 있었다. 휴직 기간 첫째 두진이 유치원 하원을 하면서 유치원 엄마들과 친해졌다. 엄마들과 서로의 집에 초대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에피소드, 양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됐고 내게도 ‘동네 친구’가 생긴 것이다. 엄마가 자주 친구와 놀 수 있게 해주고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자 아이는 더 좋아했다. 엄마들의 안전한 보호 아래 친구들과 놀 수 있었으니까. 물론 놀이를 하다가 싸우기도 하고 모든 것이 ‘내 것’이라 우기는 터에 곤란할 때도 있었지만 그 곤란함 속에서도 아이들은 장난감을 나누는 연습, 차례를 양보하는 연습을 하며 자라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엿보면 흐뭇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친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구나.’ ‘주말마다 갈 곳 없다’며 말 주고받다 한 집씩 돌아가며 아이들...

    2018.07.13 16:39

  • [임아영 기자의 폭풍육아]슈퍼우먼이 되는 건 거부하겠습니다
    슈퍼우먼이 되는 건 거부하겠습니다

    지난 일요일 아버지가 두진이를 데리고 동네 산에 다녀오시겠다고 했다. 남편은 일이 있어 혼자 두 아이를 보던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두진이는 휴일마다 종종 외할아버지를 따라 산에 다닌다. 산 중턱에서 장기 놀이를 하거나 평평한 트랙에서 킥보드를 타는 정도지만. 이준이가 낮잠을 잘 시간을 훨씬 넘겨 나도 따라나섰다. 유모차에 태워서 재운 뒤에 집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따라나선 나를 보신 아버지가 “산에 같이 가겠느냐”고 하셨다. 머뭇거리다 그러겠다고 했다. ‘운동 좀 해야지’ 싶어서.회사에 주 6일씩 젊은 날을 내준 아버지손주들과 놀아주다 잠시 쉬는 뒷모습에언젠가 이 모습이 몹시 그립겠구나 싶어“이 나이 되면 젊을 때 운동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에게 차이가 많이 나더라. 우리 때는 주 6일 근무여서 일요일 하루 쉬었는데 엄마가 너희들 보고 나는 하루 종일 잔 날도 있었지. 너무 피곤하니까. 그런데 피곤해도 일요일에 산에 다녀오거나 운동을 하면 그다음 ...

    2018.06.15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