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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한끼
  • [내가 사랑한 한끼]‘더위사냥 슬러시’를 ‘쭉’ 빨아들인 역사적인 순간
    ‘더위사냥 슬러시’를 ‘쭉’ 빨아들인 역사적인 순간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캐나다. 어떤 이에겐 단풍잎의 나라, 누군가에겐 오로라와 같은 대자연의 나라인 곳. 남들이 무어라 정의하건 이 드넓은 땅은 나에게는 ‘팀홀튼’의 나라다. 2011년 겨울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10개월간의 캐나다 생활을 떠올리면 ‘팀홀튼’ 메이플 도넛의 달콤함이 입안에 감도는 것만 같다.팀홀튼은 캐나다의 국민적 사랑을 받는 도넛·커피 프랜차이즈로, 1964년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팀 호턴이 온타리오주 해밀턴에 동명의 작은 도넛 가게를 열면서 시작됐다. 블랙커피에 설탕 둘, 크림 둘을 넣어 걸쭉한 단맛을 낸 ‘더블 더블’, 카푸치노를 얼음과 함께 갈고 시럽을 잔뜩 넣어 달달한 슬러시처럼 마시는 ‘아이스 캡’이 시그니처 메뉴다. (사실 ‘팀홀튼’의 정확한 명칭은 ‘팀 호턴스(Tim Hortons)’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이 프랜차이즈를 ‘팀홀튼’으로 부르고 있어, 본문에서...

    2021.07.28 14:00

  • [내가 사랑한 한끼]마감 노동자의 소확행, 작은 행복이 모여 당뇨가 올 뻔 했다
    마감 노동자의 소확행, 작은 행복이 모여 당뇨가 올 뻔 했다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먹어 치운 마카롱만큼 좋은 기사 썼다면 온갖 상을 휩쓸었을 텐데"마감 노동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요즘 말로 ‘국룰’이 하나 있다. 바로 ‘글은 마감(시간)이 써준다’는 것이다.아무리 마감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졌대도 마찬가지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활활 타올라야만 비로소 글이 나오는 것은 나를 포함한 많은 마감 노동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다. 특히 데드라인이 30분 이내로 남았을 때 발휘되는 집중력은 그야말로 초인적이다. 심장이 쫄깃해지도록 마감을 하고 나면 일종의 퀘스트를 깬 듯 쾌감에 휩싸이기도 하는데, 러너들이 경험한다는 ‘러너스 하이’가 이런 기분일까 싶다.적절한 데드라인이 질 높은 글의 전제 조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마감 시간과 글의 퀄리티가 늘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10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5시간 동안 쓴...

    2021.07.21 15:51

  • [내가 사랑한 한끼]한 시간 줄 서는 건 바보같은 일인 줄 알았는데
    한 시간 줄 서는 건 바보같은 일인 줄 알았는데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뭐지 이 맛은? 정신을 차린 건 ‘밥 먹을 때 누가 입 벌리고 있냐’ 지인이 핀잔을 준 뒤였다.‘신발을 튀겨도 맛있다.’ 어떤 식재료든 튀기기만 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보장한다며 한 유명 셰프가 이런 말을 했다. 동의한다. 배가 주릴 때 깨알 글씨 빽빽한 사전같은 ‘김밥○○’ 메뉴판을 보면 눈길은 어느새 튀김 요리를 향해 있다. 종종 실망하긴 하지만, 튀김은 어디서든 일정 수준의 맛을 보장하리라는 기대가 있다. 학교에서 ‘맥도날디제이션’말로 세계 획일화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배웠던 적이 있는데, 미지의 장소에 떨어진 인간이 익숙한 맛을 찾으려고 하는 건 본능에 가깝다고 믿는다.‘돈가~스 좋아하세요?’ 어느 래퍼(앞에서 읽으나 뒤에서 읽으나 똑같이 읽히는 그 사람 맞다)가 맘에 드는 여성이 있을 때 이렇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넘어온다며 음습하...

    2021.07.14 10:48

  • [내가 사랑한 한끼]가지런한 마음이 필요한 날에는
    가지런한 마음이 필요한 날에는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친구의 친구였던 나무(별명)와 지난 2월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 나는 살 곳과 같이 살 사람을 찾고 있었다. 나무는 집이 있었고 함께 살 사람을 찾고 있었다. 나무는 룸메이트를 구한다며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요가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요가도 요리도 실제로 좋아하지만 나무 앞에서는 더 좋아하는 척을 했다. 나무는 내게 안방을 내줬다. 함께 살면 요리를 하게 된다. 칼질을 할 때 가끔 스스로 ‘오, 꽤 하는군’ 생각하는데, 그것은 ‘사람들과 꽤 오래 살았군’과 같은 말이다. 혼자 원룸에 살 때는 주방에 자주 서지 않았다. 함께 먹어줄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차리고 싶지 않아진다. 식탁에 요리를 올려놓은 뒤에는 수저를 두 벌은 놓아야 비로소 뿌듯해진다.함께 먹는 음식 중 제일...

    2021.07.07 11:26

  • [내가 사랑한 한끼]금요일 밤 날로 먹는 미더덕의 맛
    금요일 밤 날로 먹는 미더덕의 맛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특식 : [명사] 특별히 잘 차려진 식사.’ 밥벌이하는 이들에게 특식이란 금요일 저녁 밥상에 올려지는 음식 아닐까. 일주일을 잘 버텨낸 나에게 보상이 될 만한 게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해 고른 그 음식 말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지만, 내게 특식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해산물’을 꼽겠다. 그때그때 가장 끌리는 해산물을 배달 앱으로 주문하거나, 배송일을 금요일에 맞추고 산지 업체에서 주문한다. 해삼, 멍게, 개불, 전복 등이 한꺼번에 담긴 ‘모둠 해산물’을 먹을 때도 있고, 주머니 사정이 가벼울 땐 단품을 시켜 먹는다. 술도 빼놓을 수 없는데, 맥주나 청하를 곁들인다. 올봄부터 미더덕 회를 주문해 먹기 시작했다. 초여름까지 신나게 먹었다. 산지에서 채취 당일 보내주니 매번 ‘세상 참 좋아졌구나’ 싶었다. 4월이 제철이라 이제 씨알은 좀 작지만, 양식 기술이 ...

    2021.06.30 10:33

  • [내가 사랑한 한끼]술 권하는 사회에서 알코올 없이 버티기
    술 권하는 사회에서 알코올 없이 버티기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꿀벌아, 너는 대체 무슨 낙으로 사냐?”입사 초기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이 문장에는 반드시 다음 세 구절이 생략돼 있는데 바로 ‘술도 안 먹고’ 이다.나는 술을 먹지 않는다. 정확히는 ‘못’ 먹는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없다. 부모님 두 분 모두 평생 술을 즐기지 않은 걸 보면 아마도 유전일 것이다.먹지 못하니 먹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아예 먹을 줄 모르는 채로 살았다. 알코올을 내 몸 안에 들이지 않은 지 5년쯤 됐다. (디저트에 들어 있는 알코올은 예외로 한다. 하지만 알코올의 냄새부터 싫어하기 때문에 럼의 향이 강한 까눌레는 잘 먹지 않는다.)언론사 입사 이후 나를 놀라게 한 것이야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과음하는 문화는 과연 명성대로였다. 다들 아주 많이, 자주 마셨다. 코로나 시대인 지금은 식사 자리 자체가 크게 ...

    2021.06.23 14:37

  • [내가 사랑한 한끼]나의 친애하는 망한 요리들
    나의 친애하는 망한 요리들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너는 평소에 맛있는 것 많이 먹어서 좋겠다. 사먹는 것보다 맛있어!” 집에 누군가를 초대해서 한상 차려내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평소에 내가 그 레시피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맛없는 시작품들을 먹어치워냈는지 말이다. 요리를 많이 한다는 것은 망한 요리를 많이 먹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빈곤한 자취러로서 최대한 재료의 낭비를 막고, 공리주의 차원에서 나의 최소 절망 최대 행복을 위해 바람직한 결과물을 추구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 행복은 하나지만, 수천가지 불행엔 수천가지 이유가 있다는 말처럼 나의 실패작들은 하나하나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마음을 상하게 했다. 예를 들어 처음 딸기크럼블을 만들었을 때 충격적으로 엉망인 ‘곤죽딸기’에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 하루 종일 기분이 깜깜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버터가 부족해...

    2021.06.09 14:58

  • [내가 사랑한 한끼]여행지에서의 아침식사
    여행지에서의 아침식사

    ‘내가 사랑한 한끼’는 음식, 밥상, 먹는 일에 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현지 사람들은 어떻게 먹나 하고, 가게 문앞을 기웃거리고 옆 테이블의 음식을 엿보던 일들이 가물가물하다. 지금은 떠날 수 없는 때. 멀어지는 추억이나마 붙잡는 마음으로 사진 폴더를 뒤적여 보았다.어떤 화려한 식사 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수수한 아침식사다.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평소엔 곧잘 거르는 아침을 가급적 든든하게 챙겨 먹는 편이다. 많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길을 나섰을 때 전에 허기가 발목을 잡으면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해서, 에너지를 채우자는 마음으로 충분히 먹고 나간다.싱가포르의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첫 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니 ‘호커센터(hawker centre)’에 온갖 먹거리가 있었다. 이곳에선 1800년대부터 거리의 노점이 다양한 요리로 이민자들을 먹여살리며 명맥을 이어왔다고 한다. 노점은 싱가포르가 독립한 이후 위생 등 문제...

    2021.05.26 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