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수도권 지나친 팽창은 국가 생태계 위협…지속 가능 위해 분산 절실”
“새들은 안전한 보금자리가 없으면 번식하지 않아요. 생존 자체가 위협 받으면 다음 세대를 생각할 여유가 없죠. 한국 청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속 가능한 수도권을 위해서라도 분산이 필요합니다.”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65)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향신문 창간 75주년 기획 ‘절반의 한국’(아래사진) 특별취재팀과 대담하면서 “균형발전은 수도권을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6일부터 지난 11일까지 10회에 걸쳐 연재한 ‘절반의 한국’ 기획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불균형 발전 실태를 일자리와 교육·의료·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짚고 대안을 모색했다.‘절반의 한국’이 되기까지유럽의 수도 인구, 전체 10% 안 돼문제는 지역의 교육·일자리 해결답은 나와 있지만 실행이 힘들어배문규 기자(이하 배) = ‘절반의 한국’ 시리즈 어떻게 보셨나.김사열 위원장(이하 김) = 상당히 공들인 기획이다. 국가... -
돈·사람 ‘찔끔’ 내려보낼 게 아니라…살고 싶게 ‘균형의 틀’ 짜라
■“과감한 혜택으로 대기업 ‘제2 본사’ 지방 유치를”경향신문은 지난달 6일부터 9차례 연재한 창간기획 ‘절반의 한국’을 통해 가속화하는 수도권 팽창과 소멸 위기감이 커지는 비수도권의 실태를 다각도로 짚었다.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한국의 수도권 쏠림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의 ‘불균형 발전’이 수십년간 누적돼온 탓이지만 2010년대 들어 본격화된 산업구조 재편이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의 ‘주요 모순’은 이제 남북 분단이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두번째 분단’이라고 할 만한 상태가 됐다.“수도권의 흡인력이 너무 강해져 한 정권이 온 힘을 다해야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상황”(성경륭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한림대 명예교수)이라고 할 정도로 풀기 어려운 과제다. 이 흐름을 끊지 않으면 지방소멸이 현실화되고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음은 지나치지 않다. 국가 균형발전은 차기 정부가 경각심을 갖... -
“성차별 보면 ‘못살겠다’ 싶은데 농촌은 좋으니 바꿔야죠”…여성 청년들의 분투
대학 관두고 해외 가려던 지현씨 ‘100일 살기 프로젝트’ 참여 후 농촌마을에 빠져 인생행로 바꿔 “2년 내내 같은 길을 매일 걷는데 질리지가 않는 거예요. 강은 계절마다 다르니까요. 도시보다 더디고 느리지만 그래서 좋아요. 나처럼 살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서울역을 출발한 지 2시간, 비좁은 열차에서 내리자 탁 트인 평야 너머로 정좌한 지리산이 낯선 이를 맞이했다. 전남 곡성이다. 자전거를 타고 느릿하게 일터로 향하는 농부 옆에서 곡성천이 천천히 섬진강 쪽으로 흘렀다.서울에서 나고 자란 손지현씨(27)는 곡성에 반해 2년째 살고 있다. 지역에서의 삶은 원래 선택지가 아니었다. 한국의 교육, 사회 시스템이 맞지 않아 대학을 그만두고 해외로 떠날 참이었다. 떠나기 전 휴양이나 할까 싶어 청년 협동조합 ‘청춘작당’에서 진행하는 ‘100일 살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인생행로를 바꾸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농촌마을... -
‘달빛내륙철도’ 구체화에 영호남 ‘남중권’ 구상까지…힘 실리는 ‘남부권 통합’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던 ‘달빛내륙철도’(광주~대구 198.8㎞ 일반철도)가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의 사전타당성 조사 사업에 포함됐다. 지난 4월22일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공청회에서 검토 사업으로 분류돼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포함된 것이다.‘달빛’은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의 순우리말인 ‘빛고을’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달빛내륙철도는 전남 담양과 전북 순창·남원, 경남 함양·거창·해인사와 경북 고령을 중간역으로 두고 있어 6개 광역자치단체가 연결되고, 인근 자치단체를 포함하면 17개 자치단체 970만명이 잠재적 이용자가 된다. 완공되면 광주~대구 간 이동시간이 2시간49분에서 1시간28분으로 반으로 줄어든다. 달빛내륙철도는 수도권 종축 위주의 개발 구도를 탈피할 교통 인프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달빛내륙철도는 영호남 갈등을 완화하고, 남부권의 통합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1970년대 이... -
수도권 중심주의라는 자충수
중심에선 중심이 보이지 않는다. 중심을 보려면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도한 중심 집착증은 탈중심을 막아 기형화를 촉진한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중심주의가 그렇다. 전국의 절반이 넘는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절반이 넘는 인구를 수도권으로 불러들였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인구 감소를 야기한다. 지난해 수도권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국 평균(0.84명)을 밑돈다. 감사원은 지난 8월 “2117년 229개 시·군·구 중 8곳만 살아남는다”며 우리나라에 100년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국가 소멸 경고령이 발령됐는데도 수도권 집중에는 계속 가속도가 붙는다. 그 배후에는 견고한 수도권 중심주의가 버티고 있다. ‘이건희 미술관’을 수도권에 두려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수도권은 많이 볼 수 있는 접근성이 있는데, 미술관을 지방에 둘 경우 ‘빌바오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쇠락한 스페인의 소도시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 -
수도권은 부동산 ‘불장’인데…여긴 주택 열 곳 중 한 곳이 빈집
혼자 살던 노인들마저 떠나면‘마을의 블랙홀’ 돼버리는 빈집경관 훼손에 화재 등 사고 위험‘건축 연도: 1925년. 주택유형: 단독주택. 방치기간: 1년 이상 2년 미만. 혼자 사시던 할머니가 요양시설에 입소하면서 빈집이 됨.’주민 146명이 78가구에 사는 충북 증평군 A마을의 빈집 ①호의 내역이다. 농촌마을치고 규모가 제법 있는 편이지만 내년까지 정비할 빈집이 15채다. 지난 8월30일 만난 A마을 이장 신모씨(62)는 머릿속에 노트가 들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빈집의 내력들을 줄줄 꿰고 있었다.②호는 혼자 살던 할머니가 농촌생활에 힘이 부치자 청주로 이사가는 바람에 빈집이 됐다. 주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빈집이 된 ③호는 이웃의 원성의 대상이다. 이웃 주민 김모씨(70)는 “자식들이 떠나 할아버지 혼자 사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요양시설에 가면서 한참 비어 있었다”며 “담을 하나 두고 빈집이 있으니 낮에도 무섭다”고 했다. 사람의... -
혁신도시, 수도권·비수도권 인구 역전 늦췄지만…지역 성장 거점 역할엔 ‘한계’
“지역에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에 기대가 정말 커요.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어요.”지난 15일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정문 건너편과 한전 서쪽의 너른 부지에 잡초가 무성했다. 계획대로라면 민간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한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야 할 자리이지만 2014년 분양된 이후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상가구역에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린 건물들이 곳곳에 보였다.공인중개사 A씨는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높았다”면서도 “공공기관들이 더 내려오면 그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비수도권에서는 지역의 활력을 되살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균형발전박람회에서 “차기 정부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주가 시작된 지 10년을 맞았지만... -
서울로 결정된 ‘이건희 미술관’…눈 씻고 찾아봐도 ‘지역인지감수성’은 없었다
올 상반기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놓고 지방 각 도시들이 총력전을 펼쳤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출생지인 영남권에서 시작된 유치전은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경기 남부로 번지더니 여타 지자체 수십곳이 가세했다. 하지만 후보지는 결국 서울로 낙착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하고 ‘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2곳을 선정했다. 기증품 2만3000여점을 통합적으로 소장·관리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과의 유기적 협력체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지자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문화 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유치를 요구한 지역들에 대한 무시이자 최소한의 공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 결정”(부산시)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문체부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를 결정한 문체부의 ‘소장품 활용위원회’는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
한일 해저터널·가덕도 신공항의 이면···'뭐든 해봐야 한다' 비수도권의 절박감
가덕도 특별법 ‘매표’ 행위 비판 쇠퇴 가속화하는 비수도권에선 ‘뭐든 해봐야 한다’ 절박감 깔려 지난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때아닌 ‘한일 해저터널’ 논란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들고나오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가덕도만으로 안 된다며 한일 해저터널 건설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은 “일본보다 월등히 적은 재정부담으로 생산 부가효과 54조원, 고용 유발효과 45만명의 엄청난 경제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의 앙금이 여전한 가운데 한·일 공동으로 대규모 토목사업을 하자는 제안은 역풍을 불렀다. ‘친일매국노’란 비난이 쏟아졌고, 민주당도 “일본의 대륙 진출 야심에 이용된다”고 폄하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진지하게 다뤄볼 정책 제안이 지방선거에 등장하면서 논의가 엉뚱하게 흘러갔어요. 한국의 국력이 커졌는데도 일본만 득을 볼 것이라는 근시안적 사고에 갇... -
공공기관 이전·혁신도시 조성만으론 역부족…연결 통한 ‘규모의 경제’로 새 거점 만들어야
수도권 집중의 해법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조성이 추진됐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정부 공모 사업도 지역 간 경쟁과 중복 투자 탓에 수도권의 중력에 끌려가지 않는 거점을 만드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지방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생활인프라가 집중된 거점을 중심에 놓고 인접 도시를 대중교통망으로 연결해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동이 편리해지면 기초 단위에서도 백화점·상급종합병원·대형 마트 등 상급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비수도권에서 논의 중인 메가시티 구상의 요체는 ‘연결을 통한 집중’이다.지역에서 광역으로의 전환은 세계적 흐름이다. ‘지방 소멸’ 위기를 먼저 맞닥뜨린 일본은 47개 도도부현을 8개 광역권으로 통합하는 8+2 광역지방계획권역을 논의하고 있으며, 간사이광역연합과 같은 자발적 연계 사례도 등장했다. 영국은 ‘연합지자체’를 통한 대도시 집적경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2개 레지옹(광역행정지자체)을 13개로 재편해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