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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한국
  • [절반의 한국⑥]일자리 따로 사는 곳 따로…지방에도 ‘통근전철’ 안 될까요?
    일자리 따로 사는 곳 따로…지방에도 ‘통근전철’ 안 될까요?

    ■인프라와 주거가 분리된 동남권…‘통근 전철’은 절실한 삶의 문제박준용씨(24)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에 사는 진해 토박이. 대학을 휴학하고 회사에 다니고 있다. 김해 출신 전해선씨(23)는 창원의 대학에 진학해 학교 부근 사림동에서 자취하고 있다.“창원·부산 직선거리 50㎞ 남짓광역 대중교통망 구축 안 돼서차 없으면 출퇴근 할 수가 없어”환승할인 없어 교통비 부담에바로 옆 도시 통학도 엄두 못 내박준용 = 용원신도시는 STX조선해양 덕에 커졌어요. 10년 전만 해도 밤이면 먹자골목에서 조선소 직원들끼리 어깨가 부딪칠 정도였는데 이젠 활기가 다 죽었죠. 대학 안 가고 STX 훈련생을 하거나 녹산공단 르노삼성에도 많이 취업했는데, 다 어렵잖아요. 요즘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아무튼 서울로 가겠대요. 망해도 서울에서 망하겠다고. 진해고가 80년 된 명문인데 저랑 띠동갑 선배부터는 동창회를 못 연대요. 서울 가서 소식 끊기고 먹고살기...

    2021.10.21 06:00

  • [절반의 한국⑤]소각장·송전탑에 주민 신음…수도권 위해 희생되는 지방
    소각장·송전탑에 주민 신음…수도권 위해 희생되는 지방

    “서울서 오기가 편하니 쓰레기들을 마구 갖고 오는 건지, 아예 북이면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 같아요.”지난달 14일 충북 청주시 북이면을 방문한 한정애 환경부 장관 앞에서 주민들은 울분을 쏟아냈다. 소각장이 지역에 들어선 뒤로 멀쩡하던 주민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숨졌다는 증언들이 터져 나오자 한 장관은 고개를 숙였다. “왕눈이 엄마, 옥자 아버지 전부 암으로 죽었어요. 죽어 여기 못 온 이들이 더 많아요.”(장양1리 연영자 할머니) “장관이 사과는 했지만 언제 결과가 나올지. 죽으면 소용없지 않겠어요.”(장양1리 노상순 할머니) 면담이 끝났지만 주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장관이 약속한 건강피해 추가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1999년부터 북이면에 소각장들이 들어선 뒤 최근 10여년간 인구 5000명인 북이면에서 주민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주민 1523명은 2019년 4월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라는 청원을 내며 ...

    2021.10.19 06:00

  • [절반의 한국⑤]소각장에 소풍 간다?…레저시설 갖춘 친환경 디자인으로 답 찾아
    소각장에 소풍 간다?…레저시설 갖춘 친환경 디자인으로 답 찾아

    스키어가 푸른 인조잔디 슬로프에서 활강을 즐기는 장면, 노을이 지는 도시를 배경으로 인공암벽 등반을 준비 중인 남성, 아이들과 함께 소풍 온 가족, “멋진 하루였다”며 웃고 있는 여성. 소셜미디어에 비친 덴마크의 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의 모습이다. 덴마크의 사례는 기피시설의 ‘수도권 내부화’에 참고할 만하다. 수도 코펜하겐에 2017년 조성된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는 매년 40만t의 폐기물을 소각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력과 열로 주민 60만명과 기업 6만8000곳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한다. 도심 외곽에 위치한 소각장 겸 발전소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소각장 굴뚝 아래 인공 스키장과 등반 암벽이 설치된 레저시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코펜하겐시와 주변 자치단체들은 40년 된 노후 발전소의 대체발전소를 짓기로 했으나 도시 거주민의 반발이 예상됐다. 궁리 끝에 2010년 옥상을 개방할 수...

    2021.10.19 06:00

  • [절반의 한국④]주민 325명이 만든 동네병원…\'의료 사막\' 지방의 대안이 될까
    주민 325명이 만든 동네병원…'의료 사막' 지방의 대안이 될까

    “나이가 들어 발바닥 감각이 떨어지면 잘 넘어지게 돼요. 감각이 더 떨어지는 쪽 발을 더 꾹 눌러보세요.” 지난 8월 25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마을활력소 건물, 물리치료사 민트씨(활동명)의 시범을 따라 동네 어르신 5명이 발바닥으로 고무공을 누른다. 발끝에 수건을 걸어 몸쪽으로 잡아당기고, 넘어질세라 조심조심 의자를 잡고 스쿼트도 한다. 쪼그려 앉아 밭일을 하느라 하체가 좋지 못한 노인을 위한 스트레칭 수업이다. ‘이 몸으로 평생 밭농사 논농사 다 지었다’는 장의분 할머니(82)가 스트레칭을 마치고 “시원하다”며 다리를 쭉 뻗어 보였다.민트씨가 근무하는 홍성 우리동네의원은 ‘홍성우리마을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협동조합)’의 첫번째 사업소다. 의료협동조합은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주체가 돼 지역공동체의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조’ 조직이다. 병원이 없는 홍동면에 ‘병원’이 생긴 데는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며 주민들과 인연을 맺은 이훈호 원장이 이곳에 남기로 한 것...

    2021.10.14 06:00

  • [절반의 한국④]‘만물트럭’이 편의점…“학원·영화관 원정, 교통비부터 따져요”
    ‘만물트럭’이 편의점…“학원·영화관 원정, 교통비부터 따져요”

    경남 거창군 남상면의 임불리는 ‘6·25도 몰랐던’ 외진 산골이다. 지난달 1일 이곳에서 만난 김형도씨(58·가명)는 벌써 10년 넘게 1t짜리 ‘만물트럭(사진)’을 몰고 거창 산골 곳곳을 누비며 생필품 장사를 해왔다. 적재함에는 어묵, 계란, 간장, 식초, 건전지, 막걸리 등으로 빼곡하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두부 한 모도 마다않고 배달해준다. 다리가 불편해 시장은커녕 마을회관에도 걸음하기 힘든 임불마을 이씨 할머니(87)에겐 이틀에 한 번꼴로 다니는 만물트럭이 편의점이자 ‘로켓배송’이다.주민들의 얼굴과 사는 곳을 훤히 꿰고 있다는 김씨는 ‘지방소멸’을 현장에서 지켜본 증인이다. 자식들은 마을을 떠나고, 남은 노인들도 세상을 떠나면서 빈집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갑작스러운 부고로 못 받은 외상값은 부조한 셈 친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장을 보거나 미용실에 가는 정도의 일상도 버거운 일이다. 상점들은 읍이나 면 소재지에 몰려있고...

    2021.10.14 06:00

  • [절반의 한국④]진료소장 혼자 492명 보는 ‘의료사막’···“시골 살아 죽으면 안 되잖나”
    진료소장 혼자 492명 보는 ‘의료사막’···“시골 살아 죽으면 안 되잖나”

    속초 살던 알코올의존증 50대는폐쇄병동 있던 병원 없어지며관리·치료 골든타임 놓쳐 사망81.5㎞. 강원도 속초에서 살던 조모씨(57)가 갑자기 쓰러진 뒤 이송된 춘천 병원까지의 직선거리다. 알코올의존증을 앓던 조씨는 몸상태가 나빠지면 자진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곤 했다. 속초 유일의 정신과 폐쇄병동이었다. 그 정신병동이 2년 전 폐쇄된 것이 조씨의 운명을 갈랐다. 조씨는 지난해 11월 오전 8시쯤 자신이 살던 빌라 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외상성뇌출혈로 이송된 시내 병원에선 감당할 수술이 아니었다. 외지에 사는 누나가 강릉의 병원에 연락했지만 ‘수술이 밀려 있다’며 거절당했고, 결국 7시간이 지난 오후 3시에야 춘천의 병원에 도착했다. ‘골든타임’을 한참 넘긴 시각이었다. 조씨는 두 차례 수술로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지난 1월 춘천의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서울에서 살았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정신병동이 문을 ...

    2021.10.14 06:00

  • [절반의 한국③]수도권 아니면 버티기 힘든 구조…“학교 간 벽 허물고 뭉쳐야”
    수도권 아니면 버티기 힘든 구조…“학교 간 벽 허물고 뭉쳐야”

    과 하나만 남거나 정원 못 채워 총장 사퇴…지방대란 꽃이 진다지난달 8일 강원 태백시의 A대학 캠퍼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도 믿기 어려울 만큼 적막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교직원의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 한두 대만 오갈 뿐 학생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옥외 계단의 틈새마다 잡초가 무성했다. ‘관광관’ 건물 입구에는 2019년 11월 열린 카지노학과의 ‘글로벌 딜러를 향한 카지노 하반기 시연회’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문이 닫힌 교내 편의점에도 2019년 연말 콘서트 티켓 증정 행사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곳 시간은 2019년 이후 멈춘 듯 보였다.“삭막하죠? 오늘 1만원도 못 팔았어요.” 대학 부근에 있는 영광문구사 주인 김미자씨(가명·63)가 힘없이 웃었다. 이미 땅거미가 진 시간이지만 하루 매상은 기자가 산 1800원짜리 수첩을 포함해 몇천원뿐이었다. 경북 영주 출신인 김씨는 40년 전 광산에 취업한 남...

    2021.10.12 06:00

  • 지역인재 채용, ‘역차별’ 논란도 있지만…“지역서 성장하고 정착하게 하는 ‘댐 기능’ 성과”

    “공부 열심히 해서 ‘인서울’ 하라고 해놓고 왜 공부 못한 애들한테 혜택을 줘야 해요?”(광주 출신 서울 소재 대학 졸업생 A씨)“지역 인재는 대학을 기준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어디서 나고 자라느냐는 선택이 아니지만 대학은 내가 택할 수 있는 거잖아요.”(충남 출신 충남 소재 대학 재학생 B씨)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전형(지역인재 전형)이 도입 4년째를 맞았지만 형평성 논란은 여전하다. 이 제도는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신규인력 일정 비율을 지역 인재(기관 소재 대학의 졸업생)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최근 정부·여당이 현재 30% 수준인 의무 채용 비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차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지역인재 전형이 지역 인재 유출을 막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한국전력공사가 전남 나주로 이전한 이후 지역거점국립대인 전남대 전기학과 합격 커트라인이 서울 중상위권 대학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 대표...

    2021.10.12 06:00

  • [절반의 한국]“서울은 ‘나쁜 심장’ 같아요, 순환이 안 되잖아요”
    “서울은 ‘나쁜 심장’ 같아요, 순환이 안 되잖아요”

    인생을 ‘100m 달리기’에 빗대면지방선 25m 뒤에서 출발하는 격보고 듣는 것·만나는 사람도 차이기회 얻으려면 서울살이 비용 내야100m 달리기에서 누군가의 출발선이 당신보다 25m 앞에 그어져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25m.’ ‘인생을 100m 달리기로 비유할 때 서울 출신의 출발선은 몇m 앞에 있다고 생각하나’에 지방 청년들이 내놓은 답이다. 이 간격은 평생 따라잡지 못할 만큼 아득해 보이거나, 기를 쓰면 닿을 듯 말 듯한 ‘희망고문’이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경향신문은 지난달 1~12일 만 19~39세의 비수도권 출신 청년 123명(비수도권 거주 68명, 수도권 거주 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이 쏟아낸 이야기는 ‘기회의 격차’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다. ■돈을 밟고 서야 잡을 수 있는 서울의 ‘기회’“수도권에서 태어난 것만으로 이미 출발점이 달라요. 누릴 수 있는 ‘문화자본’과 ...

    2021.10.08 06:00

  • [절반의 한국②]설레며 대관령 넘던 여고동창들 “서울? 잡기 힘든 무지개” 영상 컨텐츠
    설레며 대관령 넘던 여고동창들 “서울? 잡기 힘든 무지개”

    “학창시절 내내 목표는 강릉 밖”강릉 A여고 동창 절반 수도권에이들에게 서울은 ‘꿈’과 동의어현실은 정보·전략·기회 태부족‘안녕히 가십시오 - 강원도(Good-bye, Gangwon-do).’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구불거리는 대관령 길을 넘는 아버지 차 안에서 김현주씨(당시 19세)의 가슴은 울렁거렸다. 트렁크가 꽉 차 뒷좌석에 실은 짐가방을 그는 꼭 끌어안았다. 고향 강릉을 떠나 ‘대관령을 넘는’ 것은 오랜 바람이었다. “중·고등학교 6년 내내 목표는 강릉 밖으로 나가는 거였어요. 어쩌면 모두의 목표였겠지만요.”2008년 2월의 그날 그가 짐을 푼 곳은 경기 수원의 한 대학 기숙사. 모든 것이 새로웠다. 대도시의 스카이라인, 차도와 길거리에 넘치는 자동차와 사람들까지. 현주씨는 “낯선 세계로 떨어진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가 된 기분이었다”고 했다. 13년이 흘러 서른두 살이 된 그는 7년차 영화 마케터다. 서울 관악...

    2021.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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