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경의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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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경의 Stage]주노, 너를 응원해[플랫]

    주노, 너를 응원해[플랫]

    오랫동안 엘리엇 페이지(개명 전 엘렌 페이지)는 나에게 ‘주노’로 기억됐다. 열 여섯 살에 흥미삼아 친구 블리커와 섹스를 하고 그 결과 임신을 하게 된 고등학생 소녀. 한국이라면 인생이 끝장날 것 같은 상황이지만 영화 <주노>의 전개는 그렇지 않다.임신테스트를 위해 2.3ℓ의 오렌지 주스통을 손에 들고 끊임없이 들이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에서 주노는 임신을 확인한 후 임신중단을 결심한다. 임신중단을 위해 여성센터를 방문하지만, 그곳에서 임신중단에 반대하는 친구로부터 “아기에게도 손톱이 있다“는 말을 듣고 포기한다. 주노는 아이를 낳은 뒤 양부모에게 입양하기로 결정한다.주노는 용기를 내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는데, 여기서도 예상밖의 전개가 펼쳐진다. 부모는 혼절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대신 담담하게 딸의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을 존중한다. 주노는 임신했다는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지도 않는다. 만삭의 배로 학교를 다닌다....
  • [이영경의 Stage]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사유리가 쏘아올린 화두[플랫]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사유리가 쏘아올린 화두[플랫]

    “‘낙태를 인정하라’ 있잖아요. 근데 그거를 거꾸로 생각하면 아기를 낳는 것을 인정해라 이렇게 하고 싶어요. 낙태뿐 아니라, 아기를 낳는 것도 인정했으면 좋겠어요.”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의 ‘자발적 비혼 출산’은 한국 사회에 커다란 화두를 던졌다. 그는 지난 16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출산 소식을 밝혔다. 한국에서 비혼모로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는 외국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일본에서 아들을 출산했다고 밝혔다. 먼 길을 돌아 원하던 생명을 품에 안은 순간, 사유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에도 출산의 정반대 말 ‘낙태’였다.“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My body, my choice).” 낙태죄 폐지 시위에서 외쳐지던 구호는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비혼 여성의 입에서도 똑같이 흘러나왔다. “내 몸에 대한 나의 선택을 존중하라.”‘원하는 아이를 낳을 권리’와 ‘원치 않은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는...
  • [이영경의 Stage]이슬아·이길보라·이다울, 단단한 여성들의 경계 없는 부지런한 글쓰기[플랫]

    이슬아·이길보라·이다울, 단단한 여성들의 경계 없는 부지런한 글쓰기[플랫]

    학자금 대출을 갚겠다며 독자를 직접 모아 ‘독자와의 직거래’를 성공시킨 ‘일간 이슬아’의 이슬아. 농인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만들었으며 할머니-엄마-자신으로 이어지는 ‘낙태의 경험’을 다룬 영화 <우리의 몸>을 제작 중인 이길보라.원인불명의 만성질환의 고통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 <천장의 무늬>를 펴낸 이다울.이들이 쓴 책 ‘어딘가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글쓰기 스승 ‘어딘’이다. “이 긴장감 넘치는 시간은 서로를 쑥쑥 키웠다. 잘 모르는데 아는 척하고 쓰다가 틀린 문장들, 무례하거나 폭력적인 문장들, 우스운 포즈를 취한 문장들, 비효율적인 문장들, 게으른 문장들, 느끼한 문장들, 그 밖에도 온갖 문제를 가진 문장들을 함께 살폈다. 이 우정은 질투와 감탄과 존경을 원동력 삼아 계속되었다.”이슬아는 신작 <부지런...
  • [이영경의 Stage]디지털 성폭력이 일상을 위협하는 10대들 “성교육부터 바꿔라”[플랫]

    디지털 성폭력이 일상을 위협하는 10대들 “성교육부터 바꿔라”[플랫]

    “최근 ‘버닝썬’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의 피해자에는 미성년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나도 모르는 어디선가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예방법, 대처법에 대해 알고 싶어져 찾아보던 중, 제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예방법·신고하는 곳·방법 등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배울 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도 거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던가 조금만 배웠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서은진 학생)“매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위험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정말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n번방 사건 중 ‘지인능욕방’에 대해 의원님도 기억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당시 지...
  • [이영경의 Stage]“그 어떤 여성도 ‘낙태죄’로 처벌 받지 않도록 하라”[플랫]

    “그 어떤 여성도 ‘낙태죄’로 처벌 받지 않도록 하라”[플랫]

    “변화는 두려운 것일 수 있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2005년 호주제를 폐지했습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인 오늘, 우리 역시 함께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합니다.”호주제 폐지를 이끌어낸 여성계 원로 100인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을 맞아 이들은 낙태죄 폐지 공동선언문을 공개했다. 선언문에는 호주제 폐지 당시 여성부 장관을 지낸 지은희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최초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영미 시인, 양현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김은실 여화여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호주제 폐지에 대해 격렬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여성들이 호주제로 인한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며 “수많은 여성들의...
  • [이영경의 Stage]“전통적 성윤리라는 성 억압이 권위주의 질서를 만들었다”[플랫]

    “전통적 성윤리라는 성 억압이 권위주의 질서를 만들었다”[플랫]

    “성과 관련된 한국 사회는 시대착오적이고 이중적입니다. 공적인 성윤리는 너무나 엄격한데, 일상 도처에서 성을 거래하고, 착취해요. 아이들이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볼지 두려워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못된 짓을 하는 겁니다.”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의 전공과 성교육 사이엔 거리감이 있다. 그는 이 문제를 오래 지켜봐왔다. 김 교수가 특별히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성교육이다. 한국성교육교사회 초청을 받아 강연했다. 법무부 강연 주제는 ‘n번방과 인권교육’이다. 중앙대 대학원 독일유럽학과 교수이며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이기도 한 그는 8년 독일 유학에서 체득한 독일 사회에 대한 통찰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아프게 꼬집어왔다.김 교수는 지난 6월 tvN <미래수업>에서 ‘성교육이 가장 중요한 정치교육’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이 강연에서도, 그 전후로도 “성교육은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
  • [이영경의 Stage]덴마크와 50년의 ‘시차’, 한국 성교육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플랫]

    덴마크와 50년의 ‘시차’, 한국 성교육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플랫]

    지난해 말, 5개 초등학교 도서관에 책 134종이 들어왔다. 아동문학 작가와 평론가, 초등학교 교사가 1년간 기획·심사해 뽑은 책들이다. 몸과 성장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며, 차별과 편견을 깨는 내용이다. 134종은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어린이 성평등교육문화사업인 ‘나다움 어린이책’에 선정됐다. 최고 권위의 아동도서상인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도 들어갔다.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책 134종 가운데 7종이 사라졌다. 뒤늦게 문제 있는 책으로 밝혀져서일까? 너무 늦게 ‘문제’가 되긴 했다. 도서관에서 자취를 감춘 책엔 1971년 덴마크에서 출간된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도 포함됐다. 덴마크 문화부 아동도서상을 받았다. 해외에서 유아 성교육 자료로 지금도 널리 쓰인다.한국에서 이 책은 ‘회수’됐다. 보수정당과 개신교 세력이 책을 두고 “선정적이다” “조기성애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반세기 전 덴마크에...
  • [이영경의 Stage]‘성지식’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되어야 할까[플랫]

    ‘성지식’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되어야 할까[플랫]

    아이들에게 성관계와 임신·출산 과정을 사실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과연 ‘나쁜 일’일까.그동안 한국의 성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성관계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하지 않아 오히려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심어주고, 성폭력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제 한국에서도 아이들에게 성관계와 임신·출산 과정을 사실적으로 알기 쉽게 알려주는 책들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한 그림책들이 적잖게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선정적이다’ ‘동성애를 미화한다’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최근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교육을 위해 초등학교와 도서관에 배포하는 ‘나다움어린이책’ 중 일부가 어린이들에게 “동성애를 미화·조장하고 남녀 간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해당 도서들이 해외에서는 이미 우수 도서로 인정받아 유아 성교육 자료로 쓰이고 있으며, 도서의 일부 장면만을 편집해 책 내용을 왜곡했다는 반박이 제기됐다....
  • [이영경의 Stage]이제부턴 피해자의 시간[플랫]

    이제부턴 피해자의 시간[플랫]

    강화길의 단편소설 ‘음복’엔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가 등장한다. 베트남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시아버지, 그의 수발을 들며 고생한 시어머니, 성차별을 당했던 시사촌…. 결혼 후 처음으로 참석한 시가의 제사에서 주인공은 단시간에 복잡한 갈등 구도를 간파하지만,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다.“무지도 권력이다”라는 말이 작동하는 방식을 소설은 서늘하게 그린다. 남편의 맑은 얼굴은 그늘에 잠식당한 다수의 희생 덕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무지한 상태로 괜찮을 수 있을까? 권력자의 ‘무지’는 무해할 수 없다. ‘무지’가 권력의 형태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때, 차별과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안희정, 오거돈, 그리고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고 박원순 시장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부하 직원에게 행한 행위가 ‘범죄’가 될 수 있다고는. 그가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것을, 자신을 고발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지자체장으로 누렸던 ‘제왕...
  • [이영경의 Stage]낙태가 여성의 ‘선택’이 되면서 이 책은 우리에게 도달했다[플랫]

    낙태가 여성의 ‘선택’이 되면서 이 책은 우리에게 도달했다[플랫]

    아니 에르노(79)는 1964년 임신중절을 한다. 대학 시절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한 그녀가 배가 불러오는 걸 기다리는 것 이외에 취할 수 있었던 유일한 대응책이었다. 그리고 1999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 경험을 글로 쓰게 된다. 이 강렬한 임신중절에 대한 고백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에야 한국에 소개된다. 이 사이엔 어떤 인과관계가 존재할까.아니 에르노가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때는 프랑스에서 낙태가 불법이던 시대였다. 1970년대 여성들이 거리에서 벌인 긴 싸움 끝에 1975년 프랑스는 낙태가 합법화된다. 그땐 매년 250명의 여성이 불법 임신중절 도중 사망했다. 그리고 2019년 4월,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위헌이라고 결정한다. 만약 이 같은 결정이 없었다면, <사건>은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아니 에르노는 프랑스 현대문학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다. 프롤레타리아 가정에서 태어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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