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엘리엇 페이지(개명 전 엘렌 페이지)는 나에게 ‘주노’로 기억됐다. 열 여섯 살에 흥미삼아 친구 블리커와 섹스를 하고 그 결과 임신을 하게 된 고등학생 소녀. 한국이라면 인생이 끝장날 것 같은 상황이지만 영화 <주노>의 전개는 그렇지 않다.임신테스트를 위해 2.3ℓ의 오렌지 주스통을 손에 들고 끊임없이 들이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에서 주노는 임신을 확인한 후 임신중단을 결심한다. 임신중단을 위해 여성센터를 방문하지만, 그곳에서 임신중단에 반대하는 친구로부터 “아기에게도 손톱이 있다“는 말을 듣고 포기한다. 주노는 아이를 낳은 뒤 양부모에게 입양하기로 결정한다.주노는 용기를 내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는데, 여기서도 예상밖의 전개가 펼쳐진다. 부모는 혼절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대신 담담하게 딸의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을 존중한다. 주노는 임신했다는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지도 않는다. 만삭의 배로 학교를 다닌다....
2021.01.14 0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