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투명장벽의 도시
  • [투명장벽의 도시③]샤워·용변·세탁을 동시에…고객 화장실에선 ‘양치 금지’ 영상 컨텐츠
    샤워·용변·세탁을 동시에…고객 화장실에선 ‘양치 금지’

    학교 급식 조리실무사김영애씨는 학교의 급식조리실무사다. 그가 일하는 공간은 학교다. 학교에는 화장실이 많지만, 모두가 편리한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씨는 급식노동자들이 쓰는 화장실, 그리고 휴게공간은 ‘서로를 배려할 수 없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했다.-지난해 9월까지 일했던 학교의 화장실 상태는 어땠나요. 김영애(이하 김) =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샤워하는 곳과 화장실(변기)이 붙어있었어요. 환기할 만한 창문은 없고 환풍기 하나만 달려 있었어요. 습하고 어둡고, 전기도 잘 나갔어요.-화장실과 샤워실이 어떻게 붙어 있나요.김 = 휴게실에 들어가면 신발 벗는 곳 옆에 문이 또 하나 있어요. 그 문 안에 화장실이 있는 거예요. 샤워실과 세탁실을 겸하고 있어요. 굉장히 복합적인 공간으로 화장실을 쓰고 있는 거예요. 그나마 그 학교는 샤워하는 공간에 칸막이를 했더라고요. 대부분의 학교들은 칸막이도 없어요. (샤워 부스...

    2022.10.13 16:16

  • [투명장벽의 도시②]도시 전체가 ‘노키즈존’…놀이터가 7만개인데 “놀 곳이 없어요” 영상 컨텐츠
    도시 전체가 ‘노키즈존’…놀이터가 7만개인데 “놀 곳이 없어요”

    “이것 봐, 내가 만들었다!”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의 한 도서관에서 만난 9세 예은이는 한껏 들떠 있었다. 나무 막대로 직접 만든 장난감을 자랑하며 실내를 누비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예은이의 작품은 도서관 내에 자리한 어린이 작업실 ‘모야’에서 탄생했다. 단추, 털실, 병뚜껑, 글루건, 드라이버 등 100여종의 재료와 공구를 갖춘 곳이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라’고 지시하는 어른도 없다. 143㎡의 널따란 라운지에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보드게임을 하거나, 비밀 이야기를 소근댔다. 채율(9)이처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이곳은 지난해 8월 개관한 사립 공공도서관 ‘라이브러리 티티섬’이다.12~19세 어린이·청소년 중심의 도서관을 지향하며 설계 때부터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전체 공간의 절반가량이 12~19세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12세 미만도 전체의 15%나 된다. 티티섬의 정체성은 도서관이면서 동시에 놀이터다....

    2022.10.11 06:00

  • [투명장벽의 도시②]어린이 10명 중 6명, ‘노키즈존은 차별’…“차별받은 아이는 차별하는 어른 될 것 ” 영상 컨텐츠
    어린이 10명 중 6명, ‘노키즈존은 차별’…“차별받은 아이는 차별하는 어른 될 것 ”

    경향신문은 지난 8월31일부터 9월1일까지 서울하늘숲초 6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대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전교생 95명 중 86명이 조사에 응했고, 이중 12명이 지난달 21일 인터뷰에 참여했다. 조사결과 69.8%(60명)가 노키즈존을 인지하고 있었고, 62.8%(54명)는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이라고 응답했다. 83.7%(72명)는 ‘식당이나 카페 주인이 돼도 노키즈존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고 47.7%(41명)는 ‘성인이 된 뒤에도 노키즈존 시설에 방문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늘숲초 6학년 12명의 어린이들과 진행한 심층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노키즈존을 언제 처음 알게 됐는지 기억 하나요?재황 = 3학년 때 엄마랑 지나가다 식당에 ‘노키즈존’이라고 써붙인 걸 봤어요. 뜻을 듣고 어린이 차별 아닌가 싶었어요. 나중에 어른이 되면 복수해야지, 생각 했어요.병훈 =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랑 뉴...

    2022.10.10 15:16

  • [투명장벽의 도시②]“엄마, 그럼 얼굴 못생긴 사람 못 들어가는 데도 있겠네?” 영상 컨텐츠
    “엄마, 그럼 얼굴 못생긴 사람 못 들어가는 데도 있겠네?”

    “너무 추운 날, 제주도 바닷가였어요. 저 멀리 카페가 보이길래 아이들과 함께 뛰어갔는데, 문 앞에 ‘노키즈존’이라고 딱 써있는 거예요. 왜 안 들어가냐고 투정하는 아이에게 설명했더니 아이가 “그럼 얼굴 못생긴 사람들이 못 들어가는 곳도 있겠네?”라고 하더군요.”(남궁수진씨)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은 노키즈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경향신문 취재팀은 지난달 2일 오은선, 박민아, 남궁수진씨와 좌담회를 가졌다. 오씨는 5살 자녀를, 박씨와 남궁씨는 8살·10살 두 자녀를 키운다. 이날 좌담회에서 세 사람은 노키즈존에 갔다가 낭패를 당한 경험을 공유하며 어린이와 양육자를 환대하지 않는 도시 공간의 배타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노키즈존이 도시 공간에 흐르는 아동 혐오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소”라고 입을 모았다.어린이를 키우기 전과 후, 도시 공간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는 양육자들이 많습니다.오 = 아이를 낳기 전까진 서울...

    2022.10.10 15:16

  • [투명장벽의 도시②]놀면서 자라는 도서관, 여기는 라이브러리 티티섬 영상 컨텐츠
    놀면서 자라는 도서관, 여기는 라이브러리 티티섬

    “도전을 많이 하게 됐어요. 목공도 해보고, 배낭도 만들어 보고, 사다리 타기도 해봤어요. 앞으로도 많은 것을 해보게 될 것 같아요.”성남중앙초 6학년 조안(12)이에게 ‘라이브러리 티티섬’은 삶에 ‘도전’의 뜻을 알려준 공간이다. 지난해 8월 성남 중원구에서 문을 연 티티섬은 12~16세(트윈세대)와 17~19세(틴) 어린이·청소년 중심의 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이면서 동시에 놀이터인 곳”이라는 조안이의 말처럼 티티섬은 ‘실내 정숙’과는 거리가 멀다. 9층에서 12층 절반까지 3.5개층을 쓰는 도서관은 개관 시간 내내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지난달 23일도 티티섬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붐볐다. ‘용자’라 불리는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한다. 9층의 널따란 모두라운지에서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3D프린터부터 전기톱까지 200여종의 재료와 공구를 갖춘 10층 티티랩에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드럼을 치거나 음악을 ...

    2022.10.10 15:15

  • [인터랙티브]투명장벽의 도시
    투명장벽의 도시

    한국의 대도시는 편리하고 안전합니다. 고층 빌딩과 잘 닦인 도로로 채워진 경관의 쾌적함, 거미줄 같은 대중교통망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하지만 거주자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공간일까요. 압축성장과 함께 도시는 고도로 효율화됐지만, 배타성과 효율성이 지배하는 공간에 약자가 머물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2022년 한국의 도시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장애인의 일상은 집과 ‘시설’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전국에 놀이터가 7만개에 달하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공간은 드뭅니다. 건설 노동자와 철도 기관사 등 많은 노동자는 일터에서 화장실을 자유롭게 쓸 수 없습니다. 초고속 고령화로 역사상 가장 많은 노인이 거주하지만 이들은 격리와 배제의 대상입니다.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16.5%, 17세 이하 인구는 14.5%, 등록장애인 인구는 전체의 5.1%에 이릅니다. 하지만 한국 도시는 ‘비장애 성인 남성’들만이 온전히 향유할 ...

    2022.10.06 06:30

  • [투명장벽의 도시-프롤로그]보이지 않는 벽에 갇힌 사람들
    보이지 않는 벽에 갇힌 사람들

    한국의 대도시는 편리하고 안전하다. 고층 빌딩과 잘 닦인 도로로 채워진 경관의 쾌적함, 거미줄 같은 대중교통망은 세계적 수준이다. 인구 10명 중 9명(2021년 기준, 91.8%)이 도시에 거주한다. 도시에 살지 않더라도 도시와의 연계 없이 생활하는 이는 드물다. 도시는 일터이자 주택·교통·보건·여가에 이르는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거주자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공간인가.한국의 도시는 근대화 과정부터 소수자·약자를 배제하는 성벽을 쌓아왔다.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8·10 성남민권운동)은 서울 판자촌 주민들을 상·하수도 시설조차 없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곳으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한국의 압축성장과 함께 도시는 고도로 효율화됐다. 하지만 배타성과 효율성이 지배하는 공간에 약자가 머물 곳은 보이지 않는다.그 결과 2022년 한국의 도시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장애인·어린이·노인은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일상적으로 마주친다. 장...

    2022.10.06 06:00

  • [투명장벽의 도시①]시설 밖은 넘고 또 넘어야 할 장애물 도시
    시설 밖은 넘고 또 넘어야 할 장애물 도시

    지난 9월4일 서울 구로구 한 빌라의 거실 탁자에 초 두 개로 불을 밝힌 케이크가 놓였다. 웬만해선 침실 밖으로 나오지 않는 허혁씨가 김점지씨와 함께 거실로 나왔다. “정신 연령에 맞췄네.” 두 개의 초를 보고 던진 허씨의 농담에 실내가 웃음으로 환해졌다. 이날은 허씨의 생일이자 ‘장애인 탈시설’ 2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다.허씨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30년을 살았다. 몸의 마비가 심해지면서 자립은 엄두도 내지 못하다 탈시설 지원주택 참관을 계기로 모험을 결심했다. 시설에서 만난 ‘점지 누나’ 김점지씨와 2020년 9월 자립해 서울 구로구에 보금자리를 꾸렸다.허씨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쉽지 않다. 힘겹게 내는 단어들을 주의 깊게 들어야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 없는 자란 없다. 듣지 않는 자, 성대를 빼앗은 자가 있을 뿐이다.”(고병권, 묵묵) 한국 등록 장애인은 265만명(2021년)이다. 이 숫자가...

    2022.10.06 06:00

  • [투명장벽의 도시①]“보람은 ‘수업 재미있다’ 말 들을 때…바람은 12년간 못 해본 담임”
    “보람은 ‘수업 재미있다’ 말 들을 때…바람은 12년간 못 해본 담임”

    복도 위 노란 점자블록을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를 두드리며 걸어간다. 이곳은 학교, 시각장애인은 선생님이다. 이 광경에 위화감이 드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장애인 교사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학교도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장애인에게 학교의 벽은 높다. 교육부는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못할 때 납부하는 벌금을 공공부문에서 가장 많이 낸다. 지난해 장애인 교사를 뽑지 않아 낸 고용부담금이 385억원. 전체의 79%다. ‘교대·사범대에 지원하는 장애인이 없어서’ 교원 50여만명 중 장애 교원이 1%에 불과한 것일까. 장애인은 교사에 부적합하다는, 감히 누구를 가르치냐는 ‘장애인 차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김헌용 신명중 교사(36)는 지난 12년간 학교 현장에서 이런 차별 구조에 맞서왔다. 그에게는 ‘시각장애인 영어 교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서울에서 1급 시각장애인 최초로 임용고시 일반 교과에 합격했다. ‘인간 승리 주인공’으...

    2022.10.06 06:00

  • [투명장벽의 도시①] 대도시는 지하철이라도 있지만…‘장애인 이동권 지역 격차’
    대도시는 지하철이라도 있지만…‘장애인 이동권 지역 격차’

    지난 4월 방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서울로 장거리 통근을 하는 경기도민의 애환을 그려내 공감을 받았다. 드라마 속 삼남매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서울로 출근했다. 출근 버스를 타느라 전력질주를 하고 회식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야 하는 모습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하지만 그런 출퇴근의 애환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의 핵심 요구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이다. 지하철, 저상버스, 특별교통수단 등 장애인들 교통수단의 확충 요구도 포함돼 있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장애인 교통사정이 더욱 열악해 비용이 비싼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이동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이동권 지역 간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선 장애인 이동권의 도시와 농촌간 격차에 주목했다. “대도시권 역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

    2022.10.05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