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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팔뚝’이 자랑스러운, 진짜 싸우는 여자들 ‘격투기 선수’
“싸우고 싶었다”는 여자들이 있다. 주먹을 휘두르고 킥을 날리며 힘과 기술을 겨루는, 종합격투기 선수들이다. 싸우기 위해 몸을 단련하는 김영지(31), 허주경(19) 선수를 지난달 3일 강원 원주시 단구동 제이킥짐(이하 체육관)에서 만났다.선수들이 훈련하는 체육관은 지하에 있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옆 벽면을 따라 선수들의 경기사진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단연 눈에 띄는 건 김 선수의 프로데뷔(2017년) 사진이었다. 일본의 요시코 선수와 벌인 경기로, 김 선수가 상대 왼쪽 턱에 정확히 꽂은 주먹은 다시 봐도 명장면이었다.김 선수는 올해로 어느덧 프로데뷔 6년차가 됐다. 현역 선수생활과 함께 이 체육관에서 사범으로서 지도자 역할도 맡는다. 그가 사범으로 있었을 때 만난 허 선수는 다음달 초 일본에서 프로데뷔를 앞둔 새내기다.“싸우고 싶은” 마음 끝에 격투기를 만나다“격투기를 배우고 2주만에 아마추어 시합에 나가게 됐거든요. 그냥 막 싸웠을 거잖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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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감별만 20년 국과수 여성 연구관, “나는 정교한 과학 부품”
30대 11명, 20대 5명, 40대 3명, 10대 2명.지난달 21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 마약피혐의자(혹은 피해자) 21명에 대한 감정의뢰(소변)가 들어왔다. 서울, 경기지역의 일선 경찰서부터 서울·인천경찰청, 관세청 등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감정의뢰는 곧 수사당국이 적발한 마약사건의 적발건수를 의미한다. 특히 서울의 마약 감정의뢰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오전에 들어온 의뢰서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 곳곳에 마약이 얼마나 퍼져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10대 중에는 중학생도 있었다. 성별은 남성(16명)이 여성(5명)보다 많았다.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받았다는 내용, 수면제를 탄 술을 마신 것 같다는 의심 신고, 해외에서 마약을 밀수하려다 적발된 사례 등 다양했다.(취재가 진행된 이날 서울 신림동에서 흉기난동 살인 사건이 났다. 가해자 조선은 마약 투여 여부를 번복했지만 경찰은 정확한 분석을 위해 감정물을 나중에 국과수에 의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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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24시, 간호사들이 있다
오후 7시9분, 일반 응급환자 한 명 추가오후 7시12분, 중증 응급환자 1명 엑스레이 촬영오후 7시14분, 응급환자 또 들어옴오후 7시15분, 119구급차 한 대 들어오는 중오후 7시16분, 일반과 중증구역 병상 각 8개에 모두 환자들이 다 차 있음삶과 죽음의 경계가 넘나드는 곳, 병원 응급실 풍경이다. 응급실은 빠른 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이 쏟아진다. 시간이 곧 생명과 이어진다. 응급환자가 처음 의료진과 마주하는 공간인 응급실에는 간호사들이 있다.간호사들의 고강도 업무, 낮은 처우가 알려져도 사회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가속화되는 필수의료 붕괴 우려 속 간호사들의 이탈이 늘고 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다.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이곳을 “취약계층 진료의 ‘최종기지’”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간호사들은 “버티고 있다”. 경향신문은 응급의료 최전선에서 싸우는 응급실 간호사들을 ‘24시간 동행취재... -
신대구부산 수납원 ‘완승’으로 보이는 판결 이면엔 ‘저임금 여성’ 현실
주식회사 신대구부산 민자고속도로 하청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의 ‘불법 파견’ 인정 판결이 소송 제기 4년6개월 만에 나왔다.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이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은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청업체 신대구부산이 요금수납원들을 지휘·감독했다고 판단했다. 민자고속도로 소속 요금수납원에 대한 불법 파견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기업 한국도로공사 하청업체 요금수납원들에 대한 불법 파견 인정은 2019년에 나왔다.민자고속도로 요금수납원들의 ‘완승’처럼 보이지만 싸움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속내는 복잡하다. 근로자 지위는 명확한 판결을 받았지만, ‘저임금’ 처우를 바로잡는 일은 갈 길이 멀어서다.업무 지시하면서 처우는 ‘나 몰라라’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 4월13일 이후 한 달이 흐른 지난달 15일 경남 밀양 산외면 노조 사무실에서 신대구부산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만났다.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수납원들은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고... -
이주민 나현씨는 악착같이 한국어를 배웠다[플랫]
‘당신은 미리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요’‘무서워’‘와카노’‘나는 모릅니다’‘그렇게 서두르지 마세요’‘나는 나의 고향을 그리워합니다’베트남 이주여성 김나현씨(50)가 한국어 공부를 다짐하고 적은 문장들이다. 삐뚤빼뚤하게 한 글자씩 써 내려간 단어장 노트엔 김씨의 감정도 함께 새겨졌다. 28년이 지나 색이 바랜 김씨의 노트엔 ‘꾸짖’ ‘스트레스’ ‘사유서’ ‘슬픈 표정’ 등과 같은 단어도 눈에 띄었다. 김씨는 “워낙 일이 힘들다 보니 이런 단어들을 찾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항의하자 따귀 날린 상사,한국어 배울 결심하다김씨는 1995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 산업연수생 제도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연수생’으로 받아들인 제도다. 노동자가 아니다 보니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이 일었다. 2004년 고용허가제 전면 도입 이후 사라졌다.김씨는 부산 연산동의 한 어망공장에서 일했다. 그물을 짜기 위한 실을... -
아들 잃은 엄마는 매일같이 도자기를 빚었다[플랫]
싸우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싸움의 대상은 노동환경이나 성차별적 편견만이 아닙니다.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려 싸우고, 모든 것을 태우는 불꽃과 싸우고, 잊혀져가는 기억과 싸웁니다. 실제 ‘싸움’이 직업인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항상 싸움의 연속입니다. 플랫은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대상과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싸움의 ‘대상’은 누구인지, 지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무기’가 있는지, 온갖 역경과 방해물에도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는 ‘갑옷’은 무엇인지 들어봅니다. 싸움의 온도와 단계도 함께 담아볼 예정입니다. 싸우는 과정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코로나로 오인 받아서 손 한 번 못 잡아주고 눈물 한 번 못 닦아주고 그렇게 너를 보내서 엄마가 너무 미안해. 그 못다한 모정을 엄마는 요즘 흙으로 모자상을 빚고 있다, 유엽아. 엄마처럼 상처받고 가족 잃은 사람들이 엄마가 만든 모자상 보고 조금이나마 용기 얻으라고, 위로 받으라고..-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