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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의 도시관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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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누구에게나 평등한 한 접시 ‘진정한 만원의 행복’
    누구에게나 평등한 한 접시 ‘진정한 만원의 행복’

    오늘은 또 뭘 먹나. 짜장면? 샌드위치? 초밥? 김밥? 파스타? 덮밥? 다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밥’이다.집에서 한식을 만들어보자. 쌀을 꺼내 물에 슬슬 씻고 쌀뜨물은 따로 냄비에 받아 놓는다. 냉동실에서 물에 불린 다음 얼려놓았던 서리태를 꺼내 쌀 위에 올리고 취사를 시작한다. 냄비에 받은 쌀뜨물에 마른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그사이 감자를 네 개 꺼내 물에 씻고 껍질을 깎아 찬물에 담가 전분을 뺀다. 다른 냄비에 물을 받아 끓인 후 어묵 4장을 데친다. “앗, 뜨, 뜨거” 뜨거운 물에 한 번 데는 건 당연한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 데친 어묵을 채 썰고 당근, 양파도 꺼내 껍질을 벗긴다. 감자조림 차례다. 냄비에 간장, 설탕을 풀어주고 깍뚝 썬 감자를 넣은 뒤 물을 자작하게 넣어 불에 올린다. 다시 배추된장국으로 돌아간다. 아까 멸치 육수를 끓이던 냄비에 된장을 잘 풀어준다.슬슬 헛갈리기 시작한다. 이제 뭐 할 차례더라? 감자조림? 감자조...

    2025.08.16 06:00

  • [이다의 도시관찰일기]여기선…있지만 없고 싶다
    여기선…있지만 없고 싶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지만 여기에 없다. 오후 6시의 지하철 2호선. 사람으로 가득 찬 틈바구니에 간신히 서 있다. 내 앞에는 나보다 키가 조금 큰 생머리의 여성이 있고 바로 뒤에는 등을 돌린 중년 남성이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또 그 앞에는 피곤해 보이는 남학생이 휴대폰으로 웹툰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상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고 생각만 해도 소스라칠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괜찮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여기 없기 때문이다.나처럼 이 칸의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해 유체이탈 중이다. 쌀독 안에 든 쌀알처럼 서로 딱 붙어있지만 누구도 그걸 티 내지 않는다. 누군가 한 명쯤은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를 법도 한데 말이다. 모두가 휴대폰에 시선을 집중하며 몸과 영혼을 분리하고 있다. 당연하다. 이 지옥에서 영혼을 분리하지 못하면 미쳐버릴 거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 악다구니에 끼어 일을 하러 가야 하는가? 갑자기 치밀어...

    2025.07.19 09:00

  • [이다의 도시관찰일기]‘어디 앉을 데 좀 없나’
    ‘어디 앉을 데 좀 없나’

    ‘아이구, 다리야.’어디 앉을 데 좀 없나. 너무 많이 걸었다. 한 손에 든 참외 한 봉지의 무게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나는 지금 의자가 간절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카페와 식당 안의 유료 의자들뿐이다. ‘난 5분만 앉고 싶을 뿐이라고!’도시의 거리에서 의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사실 의자는 굉장한 의미를 갖고 있다. 네가 앉을 공간을 내어준다는 의미이자, 네가 여기 앉아서 공간을 점유해도 된다는 허락이다. 우리는 돈을 내서 사거나 빌린 집 안에서 의자에 앉는다. 또한 직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의자에 앉는다. 직장의 의자 역시 고용주가 고용 기간 동안 내어주는 유료 의자다. 그 외의 의자는 카페처럼 돈을 주고 잠시 빌려 앉는다.아무리 힘들어도 의자가 없다고 길거리 맨바닥에 앉기는 힘들다. 어릴 때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멀쩡한 성인이 길바닥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저 사람 어디 아픈가?’ 눈 밑에 지금처럼 다크서클이...

    2025.06.21 09:00

  •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뭐든 그리고 기록하면 끝! ‘오늘 하루도 참 즐거웠다’
    뭐든 그리고 기록하면 끝! ‘오늘 하루도 참 즐거웠다’

    여정 흥미롭게 해준 경전철, 강연장 인근서 발견한 ‘전직 개 밥그릇’ 재떨이…특별하지 않아도, 잘 그리지 않아도 기록하며 느낀 새로움·즐거움만으로 충분오늘은 의정부에 간다. 지금부터는 의정부 도시관찰일기라고 해도 좋다. 내가 사는 서울 은평구에서 경기 북부의 의정부까지는 지하철로만 1시간40분, 버스를 갈아타고 걷는 시간까지 합치면 목적지 새말역까지 거의 2시간 반이 걸린다. 이 정도면 짧은 여행이나 다름없다.6호선 끄트머리인 응암역에서 시작해 1호선으로 갈아타는 동묘앞역까지 50분이나 걸렸다. 한산하기로 소문난 6호선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자 갑자기 사람이 두 배로 많아졌다. 대신 바깥이 보여 덜 답답하다. 대학 때 살던 석계역 부근으로 가자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익숙하다. 높은 건물도 생기고 지하철에 스크린도어도 들어섰지만 멀리 보이는 중랑천과 봉화산은 그대로다.1호선을 타고 또 한참 가 회룡역에 내렸다. 여기서 의정부 경전철로 갈아타고 새말...

    2025.05.24 12:00

  • [이다의 도시관찰일기]삭막한 줄 알았는데 살 만한 곳이었잖아!
    삭막한 줄 알았는데 살 만한 곳이었잖아!

    어느 날 망원시장에서 생전 처음 보는 것을 봤다. 이게 붙어 있던 곳은 된장과 고추장을 파는 집이다. 빵집에서 빵 나오는 시간을 적어놓은 건 흔히 본다. 정육점에서 소 잡는 요일을 간판에 새겨 놓은 것도 본 적 있다. 하지만 장 담그는 날을 따로 알려주는 건 처음 봤다. 더 신기한 건 그날이 바로 ‘손 없는 날’이라는 거다. 손 없는 날에 이사하는 건 나도 안다. 이때 이사를 하면 가격이 더 비싸다. 그런데 손 없는 날과 고추장의 상관관계는 도통 모르겠다.생각해보니 몇달 전 일이 떠올랐다. 같은 빌라에 사는 아주머니가 김장을 했다며 김치를 주신 적이 있다. “우리 김장하느라 많이 시끄러웠죠, 아휴, 좋은 날 받아서 하느라…” 웃으며 김치를 받으며 속으론 물음표 10개를 띄웠다. 김장하는데 좋은 날을 받았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이지? 좋은 날씨에 한다는 건가, 아니면 휴가를 냈다는 건가?망원시장에서 손 없는 날에 장을 담근다는 걸 보자 갑자기 이해가 ...

    2025.04.26 12:00

  • [이다의 도시관찰일기]‘입꾹닫’하고 사는 세상, 용기 내볼까
    ‘입꾹닫’하고 사는 세상, 용기 내볼까

    ‘오늘도 한마디도 안 했네.’집에 들어와 신발을 벗으며 깨달았다. 오늘 어디를 갔더라. 새로 생긴 국밥집에서 경상도식 소고기국밥을 먹고, 마트에 가서 버섯과 양배추를 사고,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는 동안 어떤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오늘 내가 간 모든 곳에 키오스크가 있었다. 단말기의 매끈한 화면을 들여다보며 국밥을 주문하고, 마트에선 셀프 계산을 했다. 카페에서도 키오스크를 썼고, 버스는 카드를 태그하면 끝난다.요즘 도시에서는 원한다면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가게를 들어갈 때 ‘안녕하세요’, 물건을 받을 때 ‘감사합니다’ 정도는 하겠지만 그걸 제외하면 대화랄 것은 전혀 없다. 옛날에는 길에서 붙잡고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나 시간을 물어보는 사람이라도 있었지만, 요즘은 없다. 휴대폰 맵에 위치를 넣으면 뭘 타고 어디서 내려서 어떻게 가는지 내비가 다 알려준다. 이러다 보니 젊은 사...

    2025.03.29 09:00

  •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매일 똑같은, 그러나 새로운 발견 산책은 탐험!
    매일 똑같은, 그러나 새로운 발견 산책은 탐험!

    나의 주중 일과는 매일 똑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책상 앞으로 가 모닝페이지를 쓴다. 잠이 덜 깼을 때 손으로 1~2페이지를 아무 내용이나 쓰는 것인데 내용은 시시하다. ‘오늘 아침엔 일찍 일어났다. 뭔가 재밌는 꿈 꾼 것 같은데… (중략) 다음 마감은 뭘 해야 하나. 어쩌구 저쩌구…’ 모닝페이지를 쓰고 나면 두유나 사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40분을 집중하고 20분은 쉰다. 쉬는 시간에는 같이 사는 작가 친구와 함께 ‘새천년건강체조’를 한다. 어릴 때 운동장에서 하던 중간놀이 시간과 똑같다.11시40분이 되면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현미밥에 배춧국, 김치와 간단한 반찬 한두 가지가 전부다. 때때로 반찬가게에서 나물을 사다가 비빔밥을 해 먹거나, 친구가 마파두부밥을 할 때도 있다. 점심을 먹고는 4시까지 일을 한다. 일이 끝나면 밖으로 나가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솔직히 매일 산책하는 건 귀찮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가 사는...

    2025.03.01 09:00

  • [이다의 도시관찰일기]깨소금보다 고소하고 간간, 내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깨소금보다 고소하고 간간, 내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1년을 돌아 또다시 설날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인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분명 1월1일 되자마자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다 나누었던 것 같은데, 음력설이 되면 똑같은 인사를 또 한다. 덕분에 새해 복은 늘 두 번씩 받는다.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어릴 때는 설날이 좋았다. 설날 아침의 공기는 다른 날과 달랐다. “이다야! 다른 사람 다 왔데이! 일어나라!” 할머니 집의 절절 끓는 온돌에 거의 구워지다가 눈을 뜨면 성에 낀 창문이 보였다. 밖으로 나가면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로 마당에 쌓인 눈을 밟아본다. 하늘은 아주 옅고 푸르고 구름도 적다. 신기하게도 설날 당일엔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이 거의 없고 대부분 화창한 겨울날이었다. “깟깟” 늘 듣는 까치 소리도 설날에는 운치 있게 느껴진다.설날엔 먹을 게 많았다. 첫 상은 무조건 떡국이다. 경상도식 떡국엔 두부와 소고기를 함께 볶은 ‘꾸미’가 고명으로 올라온다. 무,...

    2025.01.27 15:00

  • [이다의 도시관찰일기]수많은 불빛 그 한가운데서 다시 만난 희망
    수많은 불빛 그 한가운데서 다시 만난 희망

    여의도를 메운 각양각색 사람들과 광장을 채운 K팝에 맞춰 들썩이며 시민으로서 하나도 외롭지 않았다“탄핵!” 외치며 다음을 꿈꾸게 됐다“여러분, 나라가 망했어요.”12월3일 밤, 타이베이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받은 메시지다. 나는 2주간의 대만 여행을 마치고 다음날 입국을 앞두고 있었다. 짐도 다 싸고, 침대에 기대 여행일지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에 몇 개의 알림이 동시에 울렸다. “2024년에 계엄령이래요” “이거 가짜뉴스 아니에요?” “이다야, 한국은 큰일 났다” 읽을 틈도 없이 메시지 알림은 계속 이어졌다. 머리가 띵했다. 아니, 나 돌아가도 되는 거야?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공항에 들어섰다. 진짜 나라가 뒤집혔다. 뒤늦게 소식을 따라가느라 마음이 초조했다. 다행히 국민들의 힘으로 계엄은 해제됐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토요일에 친구들과 탄핵 집회에 나가기로 약속했다.결전의 날이 왔다. 기온은 영상 1도. 안에 내복을 껴입고,...

    2024.12.28 09:00

  •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만나면 반가운 ‘클래식 기사님’ 오늘 공연도 잘 부탁합니다
    만나면 반가운 ‘클래식 기사님’ 오늘 공연도 잘 부탁합니다

    온다. 저 멀리 내가 탈 버스가 다가오고 있다. 카드 지갑을 꺼내 가슴 옆에 반듯하게 들고 버스 기사님에게 눈을 맞춘다. 버스가 다가온다. 시선을 놓지 않고 집중한다. 버스가 속도를 줄이며 정확히 내 앞에 선다.“치익” 소리를 내며 버스의 문이 열린다. 내 옆에 서 있던 아저씨가 발을 먼저 들이민다. 새치기는 안 되지! 팔을 뻗어 버스 문 옆에 있는 손잡이를 잡으며 아저씨를 차단한다. 서울 생활 10여년, 이 정도 생존력은 갖추고 있다.“안녕하세요~.”삑-. 카드를 찍는다. 정확히 내 앞에 버스 세우기, 오늘도 성공이다. 몇년 전부터 혼자 즐기는 놀이다. 카드를 잘 보이게 가슴 앞이나 얼굴 옆으로 들고, 기사님에게 정확하게 눈을 맞춘다. 그러면 열의 아홉은 버스가 정확히 내 앞에 선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설 수 있는지 감탄스러울 정도다. (단 노약자가 있으면 그분 앞에 버스가 선다) 타면 기사님께 내면의 따봉을 날리며 인사를 한다. 별것 아닌데...

    2024.1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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