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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없이 웃는 동료들 보며 약 끊을 결심…사회적 낙인 없어져야”
이준호씨(37·가명)는 재활 시설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약을 끊을 생각이 없었다. 엑스터시부터 케타민, 코카인, 필로폰까지. 그가 복용한 약물이다. 처음 수사기관에 잡혔을 때는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약물 관련 교육을 이수했다. 곧바로 다시 약에 손을 댔다. 검찰이 연결해준 교육은 마약을 끊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부모 권유로 마약중독재활공동체 ‘경기도 다르크’에 들어가면서도 ‘3개월만 버티고 나와서 다시 약을 하자’고 마음먹었다.이씨는 재활 시설에서 새 삶의 기회를 찾았다. 재활은 10년 넘게 약을 끊을 생각이 없던 그가 1년 넘게 단약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씨는 “법의 틀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중독을 재활로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이씨가 다니던 시설은 불미스러운 일로 문을 닫았다. (▶관련기사: 공공이 외면한 마약중독 치료, ‘마지막 동아줄’마저 끊어졌다) 이씨는 시설이 없어진 뒤에는 더 많은 중독자가 자신처럼 재활할 순 없을까를 고민한다.... -
이제 우리도, 제대로 회복할 때…‘처벌’과 ‘재활’ 사이 빈틈 메워야
“나라에서 지정한 마약 치료보호기관에서 치료를 받았어요. 단약을 유지해서 음성 확인이 나왔는데도 재판에서 양형에 전혀 반영이 안 되더라고요. 병원 주치의가 그러시더라고요. 치료받는 애들은 계속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구속해서 치료를 중단시킬 거면 왜 치료보호기관 지정을 했는지 모르겠다고.”마약 투약으로 얼마 전까지 재판을 받은 회복자 A씨가 말했다. 마약 투약자들을 중독에서 빠져나오게 하려면 치료·재활이 절실한데, 한국 여러 기관은 처벌 위주로 접근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말이다. 다른 20~30대 회복 당사자들 반응도 비슷했다.“병원에서 ‘마약을 했다’고 말하는 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찰이 제가 치료 중인 병원에 영장을 들고 와서 진료기록을 요구했고, 결국 수사 끝에 재판을 받았어요. 병원도 안전하지 않았어요.”“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 검찰 측에서는 실형 선고를 끝까지 주장하면서 항소를 했습니다.”정부는 최근 들어 중독... -
“한국의 문제, 일본도 이미 겪은 일···치료 가능성 초점 맞춰야”
“체포를 회복의 기회로 삼자.”일본의 약물중독 지원 비영리 법인 APARI(아파리·아시아 태평양지역 중독연구소)가 내건 구호다. 마약사범이 체포된 뒤 조기에 치료·재활 기회를 얻으면 회복 가능성이 커지므로 ‘골든타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구호다.오다 마코토 일본 아파리 대표는 마약중독재활공동체 다르크(DARC) 공동체 설립자 곤도 쓰네오가 2000년 아파리를 만들 때부터 함께 일해 온 형사법 전문가다. 마약 사건 발생 시 아파리와 다르크가 언제, 어떻게 개입할지 분석해 지원한다. 그는 “치료 가능성을 인식하고 중독 초기부터 중독자를 지원하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지난 9월20일 일본 도쿄 아파리 사무실에서 만난 오다 대표는 회의실 벽면의 철제 캐비닛을 열며 그동안 지원해 온 500건의 사건 파일을 보여줬다. 아파리는 회복을 희망하는 마약사범들을 사법·의료적으로 지원하고, 다르크와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오다 대표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다르크 재... -
‘40년’ 마약 중독 회복 대명사 된 일본 다르크의 비결
③중독 치유 대명사, 일본 다르크지난 9월20일 일본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인 신주쿠에서 도보로 20분 떨어진 한 주택가. 구글 지도에 ‘일본 다르크’를 검색해 도착한 3층짜리 건물 입구에는 ‘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약물중독재활센터)’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 있었다. 한국에선 중독 재활시설들이 혐오시설로 받아들여지는 탓에 공식 명칭에서 ‘중독’을 빼거나 간판을 내세우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1층 자판기 앞에 모여 왁자지껄 웃던 입소자들은 주변 눈치를 보거나 건물에 드나드는 것을 주저하지도 않았다.일본에는 총 94개의 다르크 시설이 운영 중이다. 1985년 마약에 중독됐다 회복한 당사자인 곤도 쓰네오가 도쿄에 설립한 이후 일본 전역으로 확장했다. 한국에도 2012년 일본 다르크와 협약을 맺은 서울 다르크가 처음 문을 연 다음 경기·인천·김해 등에 잇따라 다르크가 생겼다. 한국의 마약 중독자나 재활 필요... -
“응원한다” 말하는 이상한 법정···처벌 대신 ‘처방’을 내리는 판사
②치료벨트의 시작, 미국 ‘약물법원’“오늘 기분이 어때요? 법정에 나와 줘서 고마워요.” “재활 프로그램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네요. 미래를 응원합니다.” 법정 언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따뜻한 말로 피고인들을 챙긴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고등법원에 설치된 ‘약물재활법원’(약물법원) 62부 재판장인 에리카 유 판사다. 피고인들에게 법정에 마련된 도넛을 챙겨 주기도 했다. 지난 10월4일(현지시간) 방문해서 본 풍경이다. 기침 소리 내기에도 조심스러운 한국 법정의 엄숙한 공기와는 무척 다른 모습이었다.약물법원의 최우선 목표는 ‘약물 중독자들의 완전한 회복’이다. 법원은 혐의에 맞게 형량을 재단하는 대신 약물에 중독된 피고인들을 재활 프로그램에 연계하는 데 문제가 없을지 판단한다.도넛 챙겨주며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판사“석방입니다. 단, 재활 프로그램을 제대로 안 따르면 다시 구금될 거예요. 미래는 당신에게 달... -
“마약 재발은 오히려 ‘기회’···재활은 ‘과학’입니다”[다만 마약에서 구하소서②]
중독치료 1달러 투자는 다른 비용 12달러 줄여“재활 정책 예산 필요…리더들이 결단해야”“제 삶과 영혼을 구해준 분들, 이 법정에 감사합니다. 전 딸을 되찾았고, 새 삶을 찾았습니다. 요즘엔 학교에 다니면서 계속 A 학점을 받고 있습니다. 살면서 받아본 적 없는 A입니다. 이 감사를 드리는 게 제가 처음이 아니길, 마지막도 아니길 바랍니다.” 법정에서 재활 기회를 얻은 한 여성 중독자가 에리카 유 판사의 약물법정에 보낸 편지다. 여성은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일자리·주거 지원도 받았다. 이 편지는 약물법원 설립 취지와 존재 의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유 판사는 사람들을 더 많이, 실질적으로 돕고 싶어 훈련과 공부를 거쳐 약물법원에 왔다. 2001년 샌타클래라 카운티 고등법원에 아시아계 여성으로서는 처음 판사로 임명됐다. 캘리포니아판사협회(CJA)에선 첫 여성 회장을 지냈다.미국 현지에서 본 공공의 전폭적 재활 지원이 어떻게 가능했을지가 궁금했다. 처벌 대신 재활이... -
마약이 삼킨 ‘좀비도시’ 가보니···길에서 새 주사기 나눠주고 있었다
치료와 재활, ‘마약전쟁 필승법’을 찾아서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2년이 지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마약 유통 및 투약 사범 검거 소식이 들려온다. ‘일상이 된 마약’이라는 표현에는 마약에 대한 우리 사회의 위기감이 담겨 있다.‘마약, 한 번 하면 끝’이라는 캠페인은 이미 마약을 접해서 ‘끝난’ 이들에겐 호소력이 떨어진다. ‘강력 처벌’ 혹은 ‘전면전’ 같은 서슬 퍼런 말은 중독자들에게 위축 효과는 있겠지만 치료와 재활의 기회가 함께 주어지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마약류 범죄 재범률은 3명 중 1명꼴이고, 마약사범 3명 중 2명은 20·30대 청년층이다. 이들을 어떻게 사회로 복귀시킬 것인가에 관한 진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독자들이 갈 수 있는 회복시설은 극소수다. 지난해 기준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 기관 25곳 중 15곳은 치료 실적이 전혀 없었다. 치료의 86% 이상이 2곳에서 이뤄졌다. 민간 재활 공동체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