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카메라 워크 K
  • 전체 기사 31
  • 사라지는 것들에 맞서는 사라지는 풍경들 [카메라 워크 K]
    사라지는 것들에 맞서는 사라지는 풍경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손에 쥐면 스르르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사진은 사라지는 것들에 맞선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은 시간에 반기를 든다. 비록 영원하진 못하더라도 사진은 당시의 풍경을, 그러니까 지금은 사라져버린 모습을, 혹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애써 외면하고 싶은 모습까지도.러너들이 즐겨 찾는 삼청동 댕댕런 코스이자 청와대 옆 공근혜갤러리는 오는 28일까지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를 사진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전시 <사라지는 풍경들: 우리가 마주한 지구의 시간>을 연다. 강원도 삼척의 작은 섬을 지켜낸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 멕시코에서 난류를 타고 제주도까지 이동해 정착한 선인장의 여정을 회화로 풀어낸 한국 작가 진희 박, 그린란드의 빙하와 이누이트 공동체의 삶을 기록한 핀란드 사진작가 티나 이코넨의 작품들이다.공근혜갤러리는 이번 전시가 “기후 위기를 단순한 미래의 문제가 아닌, 이미 진행 중인 현재의 시간으로 인식하고자...

    2026.03.07 10:30

  • 하얀 설산 너머에서 박노해가 본 마지막 풍경들 [카메라 워크 K]
    하얀 설산 너머에서 박노해가 본 마지막 풍경들

    알프스에 오른 철학자 니체는 10년 동안 동굴에서 칩거하던 예언자 차라투스트라를 만난다. 구름보다 높은 안데스에 오른 시인 박노해는, 아니 사진작가 박노해는 아이들을 만난다. 단단하고 동글동글한 감자알 같은 아이들.“그 작고 둥근 몸과 마음은 생기 찬 탄력이다.”순백의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파키스탄 훈자 마을에서는 젊은이들을 만난다.“사과를 딸 때면 꼭 눈 맞는 청춘 남녀가 있어 수확이 끝나면 풍성한 결혼 잔치가 벌어진다.”에티오피아 라스타 산맥에서는 물 긷는 여인을 만나고, 페루의 콜카 계곡에서는 야생화 너머에 콘도르를 만난다. 하얀 설산 너머 또 설산이 펼쳐지는 곳에서 지친 박노해를 맞이한 건 지붕 없는 카페. 박노해는 작은 카페에 앉아 마음을 녹인다.“거대한 설산이 한 장의 찻물로 내려지고흐르는 구름은 가만히 찻잔을 맴돌고고요가 어리고 미소가 번지고 힘이 차오르고.“14년 동안 박노해의 사진을 보여주던 전시 공간 ‘라 카페 갤러리’에서 마지막 전시...

    2026.02.28 10:00

  • 제법 괜찮은 달력 사진 [카메라 워크 K]
    제법 괜찮은 달력 사진

    해를 넘긴 달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몇 해 전부터 걸었던 달력은 좀체 버릴 수가 없었다. 근래 내 인생이 황금기를 맞아서 그런 건 아니다. 달력에 인쇄된 사진들을 버리기가 아깝기 때문. 뮤지엄한미에서 제작하는 캘린더에는 이발소에 걸린 그림을 얕잡아 부르는 것처럼 취급됐던 촌스러운 ‘달력 사진’과는 차원이 다른 윌리엄 클라인, 아놀드 뉴먼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됐다. 2026년도 달력은 뮤지엄한미에서 ‘이탈리아 컬러사진의 선구자’라는 수식어를 붙인 사진작가 루이지 기리의 사진들이다.루이지 기리의 컬러는 뉴욕의 거리를 사진에 담은 사울 레이터의 색깔보다 화려하지 않다. 이탈리아를 아직 가보지 못한 나는 빛바랜 컬러 사진 같은 느낌의 색깔이 이탈리아의 공기가 그러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사진은 유통기한을 넘긴 필름으로 찍은 컬러사진 같은 색감이 느껴지는데(내가 아는 어떤 후배는 빛바랜 사진을 찍고 싶다며 디지털 카메라로 바뀐 후 암실에 처박아 놓았던 필...

    2026.01.03 10:10

  • 슬쩍, 힐끔힐끔, 때로는 모른척…, 색깔 있는 흑백필름 매거진에 담긴 [카메라 워크 K]
    슬쩍, 힐끔힐끔, 때로는 모른척…, 색깔 있는 흑백필름 매거진에 담긴

    흑백 사진집에도 색깔은 있다.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분홍색. 사진작가의 딸은 고인이 된 아버지의 흑백필름을 네 가지 색으로 입혔다. 2014년에 첫 사진집이 나왔다. 한영수 작가의 <서울, 모던 타임즈 Seoul, Modern Times>(2014)다. 빨간색이었다. 다음 해는 나온 <꿈결 같은 시절 Once upon a Time>(2015)은 내용과 어울리게 초록빛이다. 2년 후에 발표된 <시간 속의 강 Time Flows in River>(2017)은 푸른색, 그로부터 3년이 지나 발간된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When the Spring Wind Blows>(2020)은 제목처럼 분홍색이다.다섯 번째 책은 꽤 시간이 걸렸다. 2025년이 11월11일에 발행된 사진집의 색깔은 갈색이다. 제목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And Life Goes on>. 한선정 한영수문화재단 대표가 문자를 보내왔다. “이번 주제를 왠...

    2025.11.29 14:39

  • “이거이 포래여, 아주 맛있어.” 노순택의 흑산 [카메라 워크 K]
    “이거이 포래여, 아주 맛있어.” 노순택의 흑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사진가는 커다란 바가지를 끌며 파래와 미역, 물김을 따는 한 할머니와 마주쳤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 굽은 허리로 물김을 바가지에 담는 할머니가 사진가의 눈에는 마치 거룩한 기도를 드리는 모습처럼 보였는데,“이거이 포래여, 아주 맛있어. 근디 이 할매를 찍어가서 뭣한다요?”바가지에 담기는 해산물이 늘어날수록 할머니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사진가는 할머니의 무거운 바가지를 들었다. 할머니는 화들짝 놀라며 손에 흙 묻는다고 사진가를 말렸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진리마을에 사는 1936년생 쥐띠 이판덕 할머니다. 9남매를 키워낸 삶의 무게 때문이었을까? 해산물 바가지가 가벼워져도 할머니의 허리는 펴지지 않았다. 할머니는 사진가에게 우리 집에 가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란다.“으응, 흑산도 사람들 야그로 책을 만든다고. 긍게 여그서 사진기를 매고 다니고 있그만.”사진가의 이름은 노순택이다. ‘분단의 향기(2005)’, ‘얄읏한 공(2006)’,...

    2025.11.08 13:05

  • 그로테스크하면서 아름다운, 세계의 숨결을 담았던 [카메라 워크 K]
    그로테스크하면서 아름다운, 세계의 숨결을 담았던

    “죽음은 모든 것을 끝내며 따라서 포괄적인 결론이다.”살아생전에 작가로서 돈을 잘 벌었던 서머싯 몸은 그의 소설 <면도날>에서 부나 명예, 그리고 행복한 결혼이 아닌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달과 6펜스>에서도 마찬가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던 폴 고갱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림에 미쳐 타히티 섬으로 잠적한 실존적인 화가에 대한 소설적인 이야기. 문든병에 걸린 주인공은 앞이 안 보이고 육체가 썩어가며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는 순간에도 손에 붓을 놓지 않았는데....2년 전 세상을 떠난 네덜란드 사진가 어윈 올라프도 그런 예술가였다. 그는 호흡이 점점 힘들어지는 대표적인 폐 질환인 폐기종을 앓았다. 하지만 지병은 삶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강한 사람도 위축됐던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도 어윈 올라프는 도시가 셧다운 되기 전의 상황을 일기처럼 사진에 담은 역작...

    2025.11.01 12:08

  • 초현실주의와 다큐멘터리의 만남 [카메라 워크 K]
    초현실주의와 다큐멘터리의 만남

    3년 전 이맘때 부산 해운대구에서 굉장한 사진가 두 명을 만났다. 초현실주의 사진의 거장 랄프 깁슨과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구자라 불리는 강운구. 건메탈의 눈빛을 가진 랄프 깁슨이 말했다. “내 오랜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멋진 날입니다.” 고은문화재단이 설립한 ‘고은 깁슨 사진미술관’ 개관식이었다. 축사를 건넨 사람은 동년배의 강운구 작가였다. 개관 행사를 마친 강 작가는 나와 함께 랄프 깁슨의 사진을 감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검은색의 표현력이 참 탁월해. 근데, 그의 사진에 현실은 있을까?”둘의 만남은 동시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50여 년 전, 강운구 작가는 이미 랄프 깁슨의 사진집을 보았기 때문. 랄프 깁슨은 강 작가가 내민 그의 사진집 <몽유병자 The Somnabulist>(러스트럼, 1970) 초판본에 싸인을 했다. 이듬해 나온 랄프 깁슨의 사진집 <블랙 3부작 The Black Triology>(고은사진미술관, 2023)에는 강운구 작...

    2025.10.18 08:50

  • 히틀러의 욕조와 침대에서 포즈를 취한 여성 종군 사진기자 [카메라 워크 K]
    히틀러의 욕조와 침대에서 포즈를 취한 여성 종군 사진기자

    세 가지 궁금증을 풀지 못한 영화를 봤다. 영화가 제작된 지 2년이나 지나서 한국에서 개봉한 이유는 뭘까? 촬영감독 출신으로 데뷔한 감독이 여성 종군 사진기자의 이야기를 선택한 까닭은? 그리고 실존 인물이었던 주인공이 남긴 가장 유명한 사진에 대한 사연은 뭘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영화는 엘런 쿠라스 감독의 <Lee>이다. 한국어 제목은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리 밀러(Lee Miller, 1907-1977)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기이한 전쟁 보도사진 한 장을 기억할 것이다. 나치 히틀러의 목욕탕 욕조에 들어가 찍은 셀프 포트레이트 사진. 하지만 어떤 이유류로 리 밀러가 옷을 벗고 히틀러의 욕조에 들어갔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더 갑갑한 것은 영화에서조차 이에 대한 묘사가 없다는 점이다. 기승전결이 딱 들어맞는 그런 사연을 알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혹은 그럴 수도 있었다는 맥락 정도는 읽...

    2025.10.11 08:58

  • 우연 또는 필연, 그리고 인연…강운구 작가 사진전[카메라 워크 K]
    우연 또는 필연, 그리고 인연…강운구 작가 사진전

    우연 또는 필연.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삶의 매커니즘. 지금의 내가 나로 존재하는 이유는 우연의 연속이었을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신 혹은 시스템이 만들어낸 필연이었을까? 사진가 강운구는 31년 전에 이런 고민을 했던 것일까? 결정적인 순간이란 우연히 찾아 오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한 순간을 낚아챘기에 필연인 것일까?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강운구의 <우연 또는 필연>은 31년 전 그의 첫 개인전을 다시 펼쳐 보이는 사진전이다. 동명의 사진집도 재출간됐다. 원작이 어두운 암실에서 완성된 젤라틴 실버 프린트였다면, 컴퓨터 프로그램 ‘라이트룸’으로 되살린 디지털 프린트를 더한 130여 점이 미술관에 걸렸다. 여든 중반에 접어든 작가의 사진집들도 관람할 수 있다.정확히 말하자면 앤솔로지다. 원로 사진가의 작품들을 꽃다발처럼 포장한 전시. 하여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마을 삼부작’도 <우연과 필연>이라는 앤솔로지에 포함됐다. 황골, 용대...

    2025.10.08 11:17

  • 두 개의 바다에서 어슬렁 [카메라 워크 K]
    두 개의 바다에서 어슬렁

    유년의 바닷가에는 많은 것들이 밀려왔다. 팔이 빠진 인형, 슬리퍼, 도막 난 양초, 찢어진 그물, 죽은 돌고래인 상괭이, 심지어 멧돼지까지.요즘 바닷가에 밀려오는 것들은 국제적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밀려온 물건들 대부분은 플라스틱. 그런데, 이 문제의 물건들이 작가에게는 심미적인 오브제로 느껴졌다. 작가 강홍구는 파도가 연마해 어떤 것은 장신구처럼 보이는 쓰레기를 자기 그림 위에 얹었다. 비영리 재단 ‘숲과나눔’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전시장 ‘공간풀숲’에서 진행 중인 강홍구의 전시 <두 개의 바다>이다.작가의 고향은 전남 신안군의 섬이다. 삶의 터전이던 바다를 떠나 서울 변두리의 재개발 풍경을 사진에 담고 캔버스에 그렸다. 20여 년 전부터 다시 고향의 바닷가를 어슬렁거렸다. 역시나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은 버려진 것들을 오브제로 수집했다.섬은 그대로이나 바다에서 떠밀려오는 것들은 달랐다. 그래서 ‘두 개의 바다’인 것. ...

    2025.09.20 13:59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