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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카메라 워크 K
  • 망루에 오르면 보이는 시간들 [카메라 워크 K]
    망루에 오르면 보이는 시간들

    한국을 사랑하는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피사체 목록에는 망루가 포함되어 있다. 군사적인 목적, 혹은 해수욕객의 안전을 위해 높은 곳에서 관찰하기 위해 세워진 인공 구조물. 왜 그것이 사진에 찍힐만한 것인지가 궁금했는데, 답변은 사진집 <한국-제1부(KOREA - Part1)>에 첨부된 작가의 노트에 적혀 있었다.“저는 늘 미스테리하고 분위기 있는 곳을 좋아합니다. 시간의 흐름이 배어있는 녹이 슨 곳이나, 설명보다는 새로운 제안을 하거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그런 장소들을요. 한국은 이런 점에서 오랫동안 사람들이 거주해 온 곳이기에 저에게 보물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마이클 케나가 지난 2005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의 해안가에서 촬영한 망루 사진을 선보이는 <망대: 고요의 시간>이 오는 강릉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관은 지난 2023년 마이클 케나로부터 작품 57점을 기증받았는데, 이번 전시는 그것을 기념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마이클 케나...

    20시간 전

  • 사진의 전설, 매그넘을 손으로 만지다 [카메라 워크 K]
    사진의 전설, 매그넘을 손으로 만지다

    믿거나 말거나. 사진에 대한 전설이 있다. 1947년의 파리에서.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네 명의 전설적인 사진가 로버트 카파(1913–1954)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 조지 로저(1908–1995), 데이비드 사이무어(1911–1956)가 샴페인을 터뜨렸다. 사진가 협동조합을 최초로 설립했던 것. 조합의 이름은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용량이 큰 술 단지를 말한다.위키피디아가 전하는 이야기는 아주 다르다. 데이비어 사이무어와 카르티에 브레송, 그리고 조지 로저는 설립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가 협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한 로버트 카파의 아이디어에는 모두 공감했다. 사진의 저작권은 사진작가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였다. 덧붙여야 할 중요한 지침도 있다. 특정 출판사와 편집진의 획일적인 틀에 벗어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낼 것.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렇게 설명한다.“이야기에 접근하는 ...

    2025.05.30 08:01

  • 스트레이트와 메이킹 사이에서, 동강사진상 원성원 작가 [카메라 워크 K]
    스트레이트와 메이킹 사이에서, 동강사진상 원성원 작가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재구,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교수)와 영월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2025년 제23회 동강국제사진제 동강사진상(DongGang Photography Award)에 원성원 작가가 선정됐다. 국내 사진가를 대상으로 사진가의 전반적인 활동 내용과 최근 5년 강의 성과를 중점적으로 심사했다.원 작가는 수천의 이미지를 컴퓨터를 이용해 일일이 오려 붙여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하는 ‘조립된 사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조립된 사진의 재료인 이미지는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다. 그것을 조립하는 기술은 컴퓨터의 포토샵 프로그램인데 크롭, 지우개, 도장, 컬러 레벨 네 가지 도구만 사용됐다. 사진비평가 신혜영은 원성원의 사진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트레이트’와 ‘메이킹’ 사이에서 독특한 존재론적 지위를 지닌다.”(신혜영, <장치에 맞서다-한국 동시대 사진 비평>, 이안북스)2000년대 초반 개인적인 서사를 작품으로 만들기 시작한 원성원 작가는...

    2025.04.21 14:35

  • 하늘 아래 단지 우리 둘 뿐이지만  [카메라 워크 K]
    하늘 아래 단지 우리 둘 뿐이지만

    어윈 올라프, 마이클 케나, 샌디 스코글런드 등 해외 사진작가들을 국내에 처음 소개해온 공근혜갤러리가 개관 2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 특별전을 연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과 핀란드 ‘펜티 사말라티(Pentti Sammallathti)’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모은 ‘우리 둘 The Two of Us’ 사진전이다. 두 작가는 작품 스타일은 다르지만, 1950년생 동갑이다. ‘기억’과 ‘시간’이라는 테마로 구성된 전시다.베르나르 포콩은 철학적 상상력을 통해 떠오른 장면들을 감각적으로 연출한 미장센 사진을 찍었다. 유년의 기억을 밀랍 마네킹을 이용해 연출해 찍었던 ‘여름방학’과 빈방에 남겨진 흔적과 잔해들을 담은 ‘사랑의 방’ 연작이 대표적이다. 사진집 ‘사랑의 방’ 서문에서 베르나르 포콩은 “나는 빈 장에 남겨진 만남의 자취, 사랑하는 이가 머물렀던 흔적들이 그 어떤 초상보다 더 강렬하게 감정의 현존을 표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

    2025.04.18 14:20

  • 런던 공항에서 어슬렁거리다 마주한 것들 [카메라 워크 K]
    런던 공항에서 어슬렁거리다 마주한 것들

    보물선 돈스코이호의 행방을 추적했던(<보물섬: 출몰하는 유령들>(202202023)) 사진작가 김신욱이 공항 변두리를 어슬렁거렸다.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 주변이다. 그동안의 작가의 이동 동선을 파헤쳐본다면 그리 놀랄 만한 장소는 아니다. 작가는 공룡이 산다는 신화가 전해지는 스코틀랜드 북부 하이랜드를 다녀왔고(<네시를 찾아서>(2018-2020)) 한국에서는 호랑이를 추적했던(<한국의 호랑이(2021-)) 이력이 있다.김신욱 작가가 히드로 공항 주변을 어슬렁거린 것은 2010년부터다. 외국에서 공부하며 돈을 벌기 위해 여행사와 사업체를 운영하던 중 우연히 관심을 두게 된 장소일 뿐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장소에서 받은 기이한 감정 때문이랄까? 작가는 “공항과 그 주변의 경계는 뚜렷하면서도 모호하고, 적접적이면서도 애매”하게 느꼈다고. 오는 5월17일까지 대구의 사진전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로모스에서 열리는 <공항으로 간 이방인-The S...

    2025.04.15 14:18

  • 태평양과 아마존을 빛으로 그렸다, 로베르토 와르카야 [카메라 워크 K]
    태평양과 아마존을 빛으로 그렸다, 로베르토 와르카야

    사진(photograph)이라는 단어를 1839년 처음 만든 이는 영국의 과학자 ‘존 허셜’이었다. ‘빛(phos)으로 그린 그림(graphe)’이라는 뜻이다.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에서 파란색을 이용한 사진술 청사진 기법을 발명하기도 했다. 시아노타입이라고도 불리며 설계도 제작에 많이 쓰이게 됐다. 당대의 여성 식물학자 ‘안나 앳킨스’는 다양한 해조류의 모습을 청사진에 담았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처럼 파란 종이 위에 새겨진 ‘영국의 해조류(Photographs of British Algae)’(1843) 도감이다. 과학자의 식물도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청사진들이 펼쳐진다.청사진은 카메라가 필요 없는 사진술이다. 구연산 철 암모늄과 적혈염을 바른 종이는 빛에 노출되면 파란색으로 변하는 감광 현상을 이용했다. 감광 물질을 바른 종이에 어떤 물체를 놓으면 그 물체가 있던 자리는 빛에 반응하지 않고 하얀 흔적과 형체를 남겨 놓는다. 파란 도화지 위에 하얀 붓으로 ...

    2025.04.11 11:15

  • 강홍구 무인도, 아주 먼 옛날이야기 [카메라 워크 K]
    강홍구 무인도, 아주 먼 옛날이야기

    “아주 먼 옛날이야기.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지만, 옛날 일이라면 없었던 일도 있었던 것으로 하고 들어야 한다. 알겠니?”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M/T와 숲의 신비한 이야기>(문학과지성사)에서 할머니는 마을의 탄생 신화를 손주에게 들려준다. 온갖 오물 냄새가 가득했던 숲, 그곳을 개간해 마을을 만든 ‘파괴자’가 거인으로 변했던 사연, 그리고 파괴자를 독살하려 했던 ‘엉덩이눈’의 이야기...강홍구 작가의 <무인도>(열화당)는 자기 고향인 전남 신안의 무인도에 얽힌 신화를 글과 사진으로 풀어냈다. 천스물다섯 개의 섬이 있는 신안군. 구백쉰세 곳이 무인도다. 하지만 세계의 모든 섬은 애초에 무인도였다고 작가는 말하는데....어의도 북쪽 산등성이에서 삿갓조개처럼 생긴 작은 섬이 보인다. 바위로만 이루어진 ‘구렁이섬’이다. 귀가 달린 구렁이가 산다나. 섬을 열 번 감으면 용이 될 수 있었던 구렁이는 반 바퀴가 모자라 이무기가 됐다. 금절구, 금절구공이, 금...

    2025.04.01 15:34

  • 시름없으니 어부의 생애로다 [카메라 워크 K]
    시름없으니 어부의 생애로다

    이갑철은 카메라 기계의 매뉴얼로 찍어낼 수 없는 것들을 포착한다. 원로 사진작가 강운구가 “생생하게 귀신의 기운을 전해 준 다른 예를 나는 알지 못한다”라고 고백했던 사진가가 바로 이갑철이다. 그래서 “불멸의 것들은 사진에 찍히지 않는다”는 프랑스 철학자 레지스 드브레의 명제는 이갑철의 사진 앞에서 충돌과 반동을 일으키며 혼돈에 휩싸인다. 죽음의 흔적일 수밖에 없는 사진에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기에 그의 사진은 어떤 면에서 항상 으스스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그런데 이갑철의 이번 사진은 뭔가 번뇌에 휩싸인 마음을 어루만지는 영험함이 느껴진다. 다음 달 4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적선(積善)하다_빛으로 그린 어진 마음, 사물을 이루고》 전시다.“이 중에 시름없으니 어부(漁⽗)의 생애(⽣涯)로다일엽편주(⼀葉扁⾈)를...

    2025.03.28 16:21

  • 무엇이 커피의 맛을 다르게 하는가? [카메라 워크 K]
    무엇이 커피의 맛을 다르게 하는가?

    “무엇이 커피의 맛을 다르게 하는가?What Makes Coffee Taste Different?”“커피마다 차이가 나는 맛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가?How Do We Describe Those Differences?”20여 년 전, 커피 석학(?) 케네스 데이비스Kenneth Davids의 강연을 듣고 커피의 향미에 빠져든 전직 언론인 박영순은 훗날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 Marquis Who’s Who’에 등재되었다. 커피 분야에서는 한국 최초였던 박영순은 <커피인문학>(인물과사상사)을 쓰고 전국을 돌며 커피 강의를 이어갔고, 최근에는 ‘이글루’ 출판사에서 <파란만장한 커피사>를 내놓았는데….“맛과 향으로 커피를 감상한다지만, 혀에 감기는 질감을 코로 감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류의 관능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인류가 커피 맛을 느끼는 데 미각과 후각뿐만 아니라 색과 소리, 질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

    2025.03.17 15:20

  • 외눈박이의 누드 사진 [카메라 워크 K]
    외눈박이의 누드 사진

    누드. 여기에 항상 따라붙은 두 가지 단어는 외설과 예술. 그 중간은 별로 없는데, 비평가 존 버거는 간단하게 외설이라 불러도 무방하다는 논지를 <다른 방식으로 보기 Ways of Seeing>에서 펼친다. 이야기 방식은 존 버거답게 복잡하지 않다. 마네의 누드화 ‘올랭피아’(1863)를 보자. 침대 위에 누워 관객을 빤히 쳐다보는 벌거벗은 올랭피아. 그녀를 나체의 남자로 바꾸어보자. 우리는 그 그림을 과연 참아낼 수 있을까?지금은 예술이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마네의 ‘올랭피아’ 조차도 사실 당시엔 외설 시비가 있었다. 마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올법한 이상적인 비율의 여인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 사실 그는 티치아노의 ‘우리비노의 비너스’의 구도를 차용해 실재의 창녀 모습을 그린 것이다. 비너스의 눈길은 고혹적이고 올랭피아의 눈빛은 도발적이다. 어쨋든 관객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 대상은 바로 남성이다.사진은 어떨까? 에드워드 웨스턴 등 유명 사진작가들은 저마다...

    2025.03.1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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