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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프워드] ⑥ 해리와 프로도가 여자였다면
    ⑥ 해리와 프로도가 여자였다면

    페미니즘(Feminism)이 새로운 에프워드(F-word: 성적인 욕설을 우회적으로 의미)가 된 시대, 여성(F)의 관점으로 금기에 반기를 드는 칼럼 [에프워드]입니다.<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어스시의 마법사>... 전 세계를 주름잡은 위 판타지 시리즈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세계관이 흥미롭고, 어마어마하게 많이 판매됐으며, 여러 세대 독자층이 즐겼다는 점 외에도 이 세 시리즈에는 중요한 공통분모가 있다.바로 주인공이 남성이라는 사실이다. 여성 캐릭터와 많은 조연도 물론 영리하게 활용되지만 서사의 핵심을 이끌어가며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 죽을 수 없는’ 주인공은 남성 캐릭터였다. 그동안 보고 자라온 판타지 소설은 대부분 그랬다. 인류의 역사는 남성의 역사라고 누가 그러던데, 가상 세계를 둘러싼 운동장도 기울어져 있는 것일까.어떤 캐릭터가 반드시 특정 성별이어야 할 당위가 서사에 내재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판타지에서는 세...

    3시간 전

  • [에프워드] ⑤ 달이 차오르면 또 다른 내가 깨어난다 [플랫]
    ⑤ 달이 차오르면 또 다른 내가 깨어난다

    페미니즘(Feminism)이 새로운 에프워드(F-word: 성적인 욕설을 우회적으로 의미)가 된 시대, 여성(F)의 관점으로 금기에 반기를 드는 칼럼 [에프워드]입니다.중학생 시절 음악 선생님이 지인을 통해 표를 구했다며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공연 표를 저렴하게 넘겨주신 적이 있었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여성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와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와 남편과의 관계에 관해 재치 있는 연기를 펼쳤던 것만큼은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주변 관객들은 웃기도 울기도 했던 것 같은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그 공연은 뮤지컬 <메노포즈>였다. ‘메노포즈(menopause: 완경기)’는 중학생 필수 영어단어였으려나? 이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관람했으니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메노포즈가 뭔지 알았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진 않다. 사춘기도 안 지난 여학생에게 완경기는 너무나도 ‘남의 일’이었다....

    2025.09.10 07:00

  • [에프워드] ④ 가모장 사회의 ‘후계자’들 [플랫]
    ④ 가모장 사회의 ‘후계자’들

    페미니즘(Feminism)이 새로운 에프워드(F-word: 성적인 욕설을 우회적으로 의미)가 된 시대, 여성(F)의 관점으로 금기에 반기를 드는 칼럼 [에프워드]입니다.“애 태명은 OO이야.”김씨 성을 가진 친구가 임신 소식과 함께 뱃속 아기의 태명을 알려줬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김OO이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가 ‘아차, 아니겠구나’하고 멈칫했다.“네 남편 성이 뭐였더라?”OO이의 이름은 답을 듣고서야 완성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여성 지인이 자신의 아이 이름을 소개했을 때 그 지인의 성씨, 즉 엄마의 성을 나도 모르게 붙여서 불렀다가 제대로(?) 바로잡힌 적 말이다. 들어도 모를 친구 남친, 친구 남편의 성보다는 바로 내 앞에 있는 친구의 성이 제멋대로 자석처럼 아이의 이름에 착 들러붙었다. 죄송하지만 사실 지금도 OO이 아버지의 성씨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누구의 성을 이어받느냐는 부계사회와 모계사회를 가른다. 성씨가 부...

    2025.08.13 07:00

  • [에프워드] ➂ 브라 탈출 넘버원 [플랫]
    ➂ 브라 탈출 넘버원

    페미니즘(Feminism)이 새로운 에프워드(F-word: 성적인 욕설을 우회적으로 의미)가 된 시대, 여성(F)의 관점으로 금기에 반기를 드는 칼럼 [에프워드]입니다.나는 공공장소에서 브래지어(브라)를 벗은 적이 있다.때는 2012년 7월, 장소는 일본 후쿠오카였다. 당시 일본은 폭염·폭우가 한창이었다. 여행 후 숙소에 돌아와 현지 뉴스를 틀면 돼지가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는 장면이 나왔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고, 푹푹 쪘다. 거리 인파에 섞여 땀을 뻘뻘 흘리며 지역 축제(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행진을 구경하던 도중 숨이 막히며 ‘아 정말 쪄죽겠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입고 있던 와이어 브라가 몸을 조여왔다. 사람들이 모두 행진을 쳐다보고 있는 틈을 타 시선의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와 건물 그늘로 들어갔다. 윗옷 속에서 뒤적거리길 잠시, 브라 탈출에 성공했다.그때 머릿속에는 ‘살기 위해선 이걸 벗어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남의 눈에 들킬 수도 있다, 숙소로 돌아가...

    2025.07.09 09:35

  • [에프워드] ② 순살의 꿈 (Girls, Be on the ground!) [플랫]
    ② 순살의 꿈 (Girls, Be on the ground!)

    [페미니즘(Feminism)이 새로운 에프워드(F-word: 성적인 욕설을 우회적으로 의미)가 된 시대, 여성(F)의 관점으로 금기에 반기를 드는 칼럼 [에프워드]입니다.“여자들 XX 세네.”최근 인생 첫 러닝 대회에 나갔다. 여성만 신청 가능한 10㎞짜리 우먼스 런이었다. 달리기 시작 후 2㎞도 채 지나기 전, 그러니까 몸이 아직 달리는 상태에 적응하지 않아 힘들던 시점에 내 뒤쪽에 있던 한 참가자가 숨을 헐떡이며 저렇게 말했다. 정신줄 놓고 뛰는 와중에 저 말을 들으니 순간 웃음이 났다. 그의 말이 곧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시작 전 여기저기서 몸을 푸는 여성들을 보며 ‘여기서 내가 최약체군’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아마도) 나를 포함한 참가자들을 보며 ‘다들 XX 세군’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아닌가. 새삼 짧디짧은 운동 인생이 스쳐 지나가며 뿌듯함이 밀려왔다.스탠드에 누워있는 게 제일 좋았던 여자애학창 시절 내...

    2025.06.11 07:00

  • [에프워드] ① 결혼 안 한 여자는 혼자 늙어 죽는다고? [플랫]
    ① 결혼 안 한 여자는 혼자 늙어 죽는다고?

    페미니즘(Feminism)이 새로운 에프워드(F-word: 성적인 욕설을 우회적으로 의미)가 된 시대, 여성(F)의 관점으로 금기에 반기를 드는 칼럼 [에프워드]입니다.“10년 뒤, 여자가 결혼에 안달하는 날이 옵니다.”“나이 먹어봐라. 바로 후회한다.”‘비혼 여자의 미래’를 검색하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반응이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겉으론 행복하더라도 속으론 불안하며, 말년엔 결국 후회하리란 공격은 무척 흔하다. 이러한 공격엔 ‘결혼하지 않음=혼자 삶=외롭고 비참함’이라는 등식이 전제돼 있다. 지난 미 대선에서 비판을 받았던 ‘캣레이디’(아이 없이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 발언도 이 등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이처럼 세상은 미·비혼 여성을 향해 너무 쉽게 ‘딜’을 넣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정말 혼자 적적하게 늙고마는 것일까? 30대 싱글 여성의 눈으로 봤을 때 저 등식에서 가장 의아한 부분은 ‘혼자 삶’이다.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

    2025.05.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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