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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을을 읽다
  • [서울, 마을을 읽다] (12) 광진구 건대입구역, 미국·유럽 쇼핑몰을 걷는 듯…COME ON! 커먼 그라운드
    (12) 광진구 건대입구역, 미국·유럽 쇼핑몰을 걷는 듯…COME ON! 커먼 그라운드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가다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지하철 7호선 환승역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에 와글거리는 대학생까지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강남의 직장인들까지 북적거리는데 하루 지하철역 유동인구 12만명을 실감하고도 남았다. 건대입구 하면 먹고 마시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 옛날 닭갈비집을 떠올리며 ‘맛의 거리’로 들어서자 거미줄처럼 늘어선 전깃줄을 따라 현란한 간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떡볶이, 포장마차, 돼지갈비, 생선회, 뽑기인형, 노래방, 한정식 전문점까지 차 한 대가 다닐 만한 골목을 따라 문이 끝없이 열리고 닫혔다. “홍대, 강남, 명동, 종로, 그다음이 건대입구죠.” 화양동장 김용식씨(55)가 “서울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중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건대입구”라고 했다. 건대입구 주민의 70%가 1인 가구, 하숙생이거나 나홀로족이다. 건국대, 세종대, 한양대 등이 가까이 있다보니 10대와 20대 입맛을 겨냥한 맛집...

    2017.03.23 21:32

  • [서울, 마을을 읽다] (11) 중구 을지로동, 기계소리 야위었지만 “아직은 쟁쟁하다”는 가장들의 골목
    (11) 중구 을지로동, 기계소리 야위었지만 “아직은 쟁쟁하다”는 가장들의 골목

    서울 중구 을지로동은 개발바람이 불던 1960~1970년대를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공구, 조명, 목재, 타일도기, 페인트, 철물, 벽지 등 온갖 기계공구와 인테리어 자재들이 모여 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왔다.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자 건축가 고 김수근의 작품인 세운상가 건너편에 있는 비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낯선 간판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로구로’(도자, 목재, 금속 등의 표면을 가공하는 물레), ‘빠킹’(이음매 또는 틈새를 고무와 금속으로 새지 않게 하는 것), ‘빠우’(금속 소재 표면을 매끄럽게 광택내는 것) 등 한글도 아니고 외래어도 아닌 희한한 말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어와 영어를 변형시킨 이 동네의 기술용어였다.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는 마을이 바로 을지로입니다.” 중구 통장협의회 홍성준 회장(58)을 따라 1960~1970년대 지어진 4~5평 되는 철공소와 목공소를 둘러봤다. 어른 키...

    2017.03.16 21:01

  • [서울, 마을을 읽다] (10) 마포구 홍대입구, 낮엔 자유에 취하고…밤엔 흥에 취하련다
    (10) 마포구 홍대입구, 낮엔 자유에 취하고…밤엔 흥에 취하련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일대는 젊다. 발라드부터 헤비메탈까지 록 공연이 펼쳐지고, 언더그라운드의 실험 무대가 올려지기도 한다. 홍대 문화를 만들어가는 뮤지션도, 홍대를 찾는 사람들도 젊다.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내려 지도검색을 해봤다. 과거에는 홍대 하면 서교동·동교동 정도를 떠올렸다. 요즘은 연남동과 망원동, 상암동까지를 ‘홍대권’으로 구분한다. 외국인들이 먼저 알고 찾아온단다.평일 대낮인데도 골목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아기자기한 옷집부터 줄 서는 맛집까지 가게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바퀴 달린 큼지막한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외국인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우리끼리 인디문화를 즐기는데 외국인들이 같이 놀자고 찾아오는 곳이죠.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밌는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홍대만의 자랑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어반우드 김동기 대표(41)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공유가 늘면서 지구촌 손님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이방인들이 자연스...

    2017.03.09 21:06

  • [서울, 마을을 읽다] (9) 서초구 양재동, 숲이 먼 곳에만 있나요…여기는 ‘양재시민의숲’역 5번 출구
    (9) 서초구 양재동, 숲이 먼 곳에만 있나요…여기는 ‘양재시민의숲’역 5번 출구

    서울 지하철 8호선 ‘양재시민의숲’역에 내려 5번 출구로 나가자 뭉게구름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파란 하늘이 열렸다. 평일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이 드물고 번잡하지도 않았다. 낮에도 인파에 치이는 인근 강남역과는 영 딴판이었다. 30m쯤 걸었을까 오른쪽으로 안내판이 나왔다. 숲해설사 강명신씨(51)는 “대부분 3번 출구로 나가지만 진짜 양재동의 멋진 숲은 바로 여기”라면서 8번 탐방로를 소개했다. 횡단보도 건너편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이 지척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마을 주민의 숲이 있다니 궁금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오솔길로 들어서자 한적한 숲이 나왔다. 벚나무들이 두 팔을 벌려 길을 내주는데 꽃들이 당도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땅은 이미 몸을 팽팽하게 부풀리고 있었다. 얼음이 녹은 물을 머금고 낙엽을 이불처럼 덮고 있는 오솔길을 따라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데 발아래 촉감이 부드러웠다. 저만치 벚나무가 끝나는 길목, 한 줌 햇살이 눈부셨다. 마중 나온 듯한 푸른...

    2017.03.02 21:14

  • [서울, 마을을 읽다](8)서대문구 봉원동 “학생들 나와서 밥 먹어”…제2전성기 꿈꾸는 하숙촌
    (8)서대문구 봉원동 “학생들 나와서 밥 먹어”…제2전성기 꿈꾸는 하숙촌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은 야트막한 안산 자락에 한적하게 자리한 ‘하숙촌’이다. 신촌 대학가와 가까워 전국 각지에서 유학 온 젊은이들이 풋풋하게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마을이다. 새내기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때까지 4~5년을 머무르는 젊은이들의 보금자리가 봉원동이다.도심 한복판에 있는 봉원동은 신라시대 천년 고찰 봉원사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신촌 방면 금화터널 옆으로 제법 큰 골목이 나오는데 하숙촌으로 불리는 봉원길이다. 봉원사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집집마다 ‘하숙집’ ‘원룸’이라는 안내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요즘 하숙집 분위기는 어떨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숙’이라고 푯말이 적힌 알록달록 예쁘장한 2층집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양말, 속옷, 체육복 등 온갖 빨래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빈센트 반 고흐 등 벽면에 있는 유명한 작가의 그림들이 친숙했다. “에고, 맨날 어떻게 딴 반찬을 해줘. 그냥 집에서 먹는 것처럼 하는...

    2017.02.23 21:23

  • [서울, 마을을 읽다] (7)중구 필동, 골목마다 만나는 벽화·조형물에 느낌 팍…‘Feel동’
    (7)중구 필동, 골목마다 만나는 벽화·조형물에 느낌 팍…‘Feel동’

    “서울 중구 필동 24번가로 오면 됩니다.”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4번 출구로 나와 한참을 멀뚱거렸다. 미국의 ‘뉴욕 34번가’도 아니고 ‘충무로’도 아닌 ‘필동 24번가’라니…. 필동 이홍준 동장(59)과 ‘길거리 미술관(스트리트 뮤지엄)’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갈피를 못 잡았다. 인터넷 길찾기 도움을 받고 나서야 골목을 찾았다. 저만치 조직폭력배처럼 생긴 배불뚝이 아저씨의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조각가 김원근씨의 ‘순정남’ 시리즈 앞에서 너도나도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노란 금박옷을 입은 ‘골드맨’과 무뚝뚝한 표정의 ‘남친’(남자친구), 힘이 좋아 보이는 ‘흑기사’보다 반정장 차림으로 휴대폰을 보고 있는 ‘스마트맨’에 마음이 끌렸다. 이 동장은 “골목 어귀마다 ‘순정남’ 같은 작품들이 수두룩하다”며 “음식점 지붕에 있는 파란색 코끼리, 벽면에 4B연필로 그린 남산 소나무도 모두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고 자랑했다. 필동의 길거리 미...

    2017.02.16 21:05

  • (6) 종로구 창신동, 뉴욕·밀라노처럼 ‘디자인 1번지’ 변신을 꿈꾼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온종일 미싱 소리가 끊이지 않는 봉제마을이다.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동대문 의류시장으로 원단과 완제품을 실어 나르고, 가파른 골목을 따라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옷을 만든다. 봉제마을에서 하루 만드는 옷은 평균 32만5500벌. 실로 따지면 2500m짜리 실타래가 8000개가 넘는다. 한 줄로 늘어뜨리면 2만174㎞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19회를 오갈 수 있다.“하루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는 동대문 패션타운의 의류는 무조건 봉제마을을 거친다고요?”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동대문 의류시장은 가봤어도 창신동 봉제마을은 오르지 않았다. 서울 성곽이 복원되면서 낙산공원을 찾기는 해도 둘레길을 걷거나 야경을 감상하고 차로 돌아올 뿐이었다. 서울관광 마케팅 최윤정씨(33)와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5번 출구에서 만나 마을버스 3번을 타고 종점인 낙산공원에 내렸다. 저 멀리 남산타워가 손에 닿을 듯하고 동대문시장의 초고층 건물들이 발아래서 꿈...

    2017.02.09 20:42

  • [서울, 마을을 읽다] (5) 성북구 성북동, 발길 닿는 집집마다 ‘항일의 향수’
    (5) 성북구 성북동, 발길 닿는 집집마다 ‘항일의 향수’

    성북동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서울 성곽이 마을 전체를 둘러치고 있는 자그마한 동네이지만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예로부터 물 맑고 산세가 아름다워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인들이 성북동에 모여들었다. 만해 한용운, 간송 전형필, 서예가 오세창, 시인 조지훈 등이 성북동에서 시를 쓰고 붓을 들어 창작의 혼을 불살랐다.1930년대 성북동에 살았다면 이웃은 누구였을까. 일제 말기 민족·사회주의를 막론하고 독립운동가 30여명이 성북동에 은거하며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1930년대 역사의 흔적을 더듬기 위해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 입구역에서 내렸다.만해 한용운(1879~1944)의 ‘심우장’부터 만나고 싶었다. 심우장은 독립 운동가이자 승려, 시인이었던 만해가 1933년부터 입적할 때까지 마지막 11년을 살던 집이다. 마을버스 3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자 북정마을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골목은 비좁고 가팔랐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벌집 같은 회...

    2017.02.02 21:27

  • [서울, 마을을 읽다] (4) 영등포구 문래 창작촌…코끝엔 쇠냄새, 손끝엔 예술이
    (4) 영등포구 문래 창작촌…코끝엔 쇠냄새, 손끝엔 예술이

    철공소와 예술가가 어울려 지낸 지 올해로 10년째. 낡고 오래된 철공소에서 쇠 깎는 소리가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바로 허름한 건물에서는 미술 전시회와 창작 라이브 공연이 한창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1~4가에 있는 ‘문래 창작촌’이다.서울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 200m 정도 걸어가면 문래동 창작촌 안내소가 보인다. 마을 여행을 시작하는 골목 초입인데 어디로 가야 할지 난감하다. 안내 지도를 찬찬히 살펴본 뒤에야 입구에서 ‘못 빼는 망치’ 조형물을 찾았다.철공소를 대표하는 것이 있다면 못과 망치다. 망치가 ‘못’을 빼고 있는 커다란 금속 조형물이 그저 문래동을 상징하겠거니 했지만 작가는 도시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작품 설명을 듣고 나니 스쳐 지나갈 조형물이 달라 보였다.철공소 거리로 향하는데 ‘징징징’ 여기저기 불꽃을 튕기며 쇠를 갈고 깎는 소리가 요동쳤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둔탁한 기계...

    2017.01.26 20:16

  • [서울, 마을을 읽다] (3) 종로구 북촌…반했습니다, 우아한 한옥씨
    (3) 종로구 북촌…반했습니다, 우아한 한옥씨

    서울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마을이다. 인왕산과 백악산, 낙산을 등지고 청계천과 한강을 바라보는 명당이다. 조선시대 경복궁을 드나들던 권문세가들이 터를 잡고 살던 북촌의 역사는 600년이나 된다. 북촌의 골목길은 나뭇가지 같다. 걷다보면 미로가 따로 없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촌에 갈 때는 4개의 옛길만 기억하면 된다. 삼청동길과 가회동길, 계동길과 창덕궁길이다. 한옥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가회동길로 가볼 일이다. 북촌의 골목길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경 8곳을 모아 요즘 ‘북촌 8경’이라고 하는데 가회동에는 이 중 4개의 아름다운 골목이 모여있다. 북촌을 꿰뚫고 있다는 배금자 변호사(57)와 가회동 한옥의 멋을 느끼기 위해 돈미약국 앞에서 만났다. 평일인데도 관광버스가 늘어서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쉴 새 없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북촌은 서울 남산, 명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광지라는 사실이 실감났다.“중국인 관광...

    2017.01.19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