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味적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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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극히 味적인 시장]캬~ ‘가을 숲’이 내는 감칠맛

    캬~ ‘가을 숲’이 내는 감칠맛

    노란 가을이 먼저 들판에 내려앉는다. 잠시 머물다 이내 산으로 넘어가 들불 같은 단풍으로 변신한다. 시월, 본격 가을의 시작이다. 가을다운 것들이 쏟아진다. 햅쌀은 연중 가장 맛이 있을 때이고, 팥이며 잡곡도 서서히 나오는 시기다. 어디를 가든 모든 것들이 가장 맛날 때 충북 영동으로 떠났다. 연휴의 시작인 지난 8일, 일부러 오전 7시 전에 출발했다. 수도권만 조금 막히고는 이내 영동까지는 수월하지 않을까 했다. 착각이었다. 나와 같이 생각한 이들이 너무 많았다. 대전 정도 갔을 때 이미 12시가 넘었다. 출발 전, 영동에 너무 일찍 도착하면 뭐할까 쓸데없는 고민을 했었다. 1시가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지만, 날은 너무도 좋았다. 다음날은 비가 왔지만 말이다.영동군은 포도 생산지로 유명하다. 가을이면 모든 것이 맛나다고 이야기했다. 포도 또한 마찬가지다. 여름에 먹는 포도는 원래 포도 맛의 반이고 가격만 두 배다. 10월은 8월이나 9월과 달리 포도 가격이 저렴...
  • [지극히 味적인 시장]볼맛 메운 손맛

    볼맛 메운 손맛

    가을이 일찍 찾아오는 곳, 철원을 다녀왔다. 몇 년 전, 민간인 통제선 안에 있는 고추냉이 농장 방문 이후 처음이다. 철원을 알기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고추냉이를 재배하는 곳은 임실군으로만 알고 있었다. 철원 산지는 임실 고추냉이를 가공하는 분께 소개받아 찾아갔었다. 고추냉이에 있는 톡 쏘는 향기는 시니그린이 주성분이다. 향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톡 쏘는 맛은 사라진다. 고추냉이 뿌리를 갈아본 사람은 안다. 생고추냉이, 와사비 가루 갠 것을 먹은 이들이 기억하는 톡 쏘는 맛의 정체는 사실 겨자다. ‘생’이라고 표시한 제품의 뒷면을 보면 고추냉이보다는 겨자 무라든지 이런 것들이 많다. 성분의 출처는 다르지만 그 또한 시니그린은 맞다. 가끔 TV에서 ‘와사비의 톡 쏘는 맛을 살렸다’는 치킨 소스를 보면서 혼잣말로 “겨자 맛인데” 한다. 철원의 로컬푸드 판매 상품 중에 고추냉이 잎이나 줄기로 만든 장아찌가 있다. 반찬으로도 좋거니와 고기 먹을 때도 좋다. 고추냉이는 뿌리만 먹...
  • [지극히 味적인 시장]메밀찬미… 味 맛에 반하고, 美 풍경에 취하고

    메밀찬미… 味 맛에 반하고, 美 풍경에 취하고

    충남 당진, 명절 대목장을 보러 갔다. 명절 지나고 보름 정도는 장이 잘 서지 않는다. 장이 서더라도 몇 사람만 겨우 소일거리 하러 나오는 수준이다. 명절 전 갈 수 있는 장날을 따졌다. 칼럼의 마감과 취재 여건이 맞지 않았다. 당진 오일장(이하 당진장)은 5와 0이 든 날에 장이 선다. 내가 간 날은 8, 9일. 추석날이 장서는 날이었다. 오일장 날짜와 맞지 않더라도 시장은 사람으로 북적거릴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대목 맞은 시장 모습이었다. 시장 다닌 4년차의 짬밥은 ‘역시나’였다.오랜만에 가는 당진, 그사이 수도 없이 스쳐 지났다. 당진만 오롯이 보고 가는 것은 실제로 십 년 만인 듯. 낚시를 좋아하기에 붕어를 낚든 루어 낚시를 하든 시즌이 시작되면 봄부터 초겨울까지 뻔질나게 당진을 드나들었다. 한보철강에서 현대제철로 바뀌었어도 석문방조제는 여전히 있었다. 방조제는 루어 낚시 최고의 연습장이었다. 바다 쪽 방조제는 두 계단 다음부터 바다였다. 물이 빠지기 ...
  • [지극히 味적인 시장]텃밭 출신 전통의 강호, 입에서 춤춘다 ‘쌈밥~’

    텃밭 출신 전통의 강호, 입에서 춤춘다 ‘쌈밥~’

    김제는 오랫동안 이런저런 일로 자주 다니던 곳. 멀게는 20년 전, 가깝게는 올해 모내기 직전에 두어 번 다녀왔다. 벼를 오랫동안 재배한 김제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양 중심의 쌀 수매 방식을 ‘맛’ 중심으로 바꾸는 실험이다. 경기도 양평에서 적은 양으로 실험했다가 양을 늘려 100t 규모로 재배하고 있다. 모내기할 때 모를 가장 적게 심다보니 벼가 무르익기 직전에 논이 비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우려는 나타나지 않고 벼 뿌리에서 분할도 잘 이뤄져 논이 벼로 가득 찼다고 한다. 이렇게 재배하면 벼 줄기 하나하나가 힘을 받을 수 있어 병충해도 잘 견디고 쌀 맛도 좋아진다. ‘최소 투여, 최대 수확’의 경제 논리를 ‘최소 투여, 최대 맛’으로 바꾸는 일이다. 김제 청하면과 진봉면의 생산자들이 애쓰고 있다.겸사겸사 이유를 가지고 출발했어도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모든 것이 안 되던 아침이었다. 출발 전날 비가 왔다가 그쳤다. 다음날 김제...
  • [지극히 味적인 시장]꼬순 맛! 맷돌 콩물 들어간다…드셔봐~ 청양고추 짠지 진한 여운 안겨준 콩국수 ‘이게 진짜지’

    꼬순 맛! 맷돌 콩물 들어간다…드셔봐~ 청양고추 짠지 진한 여운 안겨준 콩국수 ‘이게 진짜지’

    8월13일 토요일, 연휴의 시작이다. 아침 7시 전에 출발했는데 고속도로 들어가기 전부터 밀린다. 사고인가 생각했다. 기듯이 가다 보니 스치는 생각 “아, 연휴”. 집에서 10분 늑장 피운 것이 종국에는 1시간 더 운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평소에 3시간 조금 넘으면 가던 진안이 이날은 내비게이션에 찍히는 소요 시간이 거의 5시간이었다. 막힌다고 생각하니 그때부터는 차라리 편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장수만큼이나 진안도 거의 가지 않았다. 스치듯 지나가긴 여러 번이었지만 제대로 하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안이 아예 연이 없던 것도 아니다.2000년대 온라인 쇼핑몰에서 근무할 때 진안의 홍삼을 취급했다. 그 당시는 홍길동도 아니고, 홍삼을 홍삼이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1996년 홍삼 전매제가 폐지됐어도 여전히 홍삼이라는 용어는 당시 담배인삼공사만 사용했다. 일정 이상의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홍삼을 만들어도 홍삼이라 못했다. 인삼을 생산하는 금산, 포천, ...
  • [지극히 味적인 시장]산만  있더냐 맛도  있더라

    산만 있더냐 맛도 있더라

    아무런 바람이 없었다. 그저 여든일곱 번째 칼럼만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떠났다. 여름은 항상 어렵다. 맛있는 것도 드물고 나는 것도 애매한 시기다. 포도는 하우스에서 난 것이, 사과는 빨간 것이 맛있음에도 여전히 파란 아오리나 ‘썸머킹’ 등을 판다. 두 품종 모두 8월 중순이 넘어야 제맛이 난다. 여름이 그나마 시원한 강원도는 속초와 철원 빼고는 다 다녀왔다. 남쪽의 고지대인 장수군이 8월의 첫 출장지. 장수로 한 회만 잘 채우자며 떠났지만 기우였다. 다닐수록 은근한 매력이 차고 넘치는 곳이 장수였다.식품 MD 27년 차, 1995년부터 시작했다. 장수는 27년 동안 지나만 다녔다. 처음 가는 장수, 나랑 뭐가 인연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두 가지가 생각났다. 하나는 사과, 추석에 나는 홍로 품종.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이 홍로 사과의 중요한 생산지다. 장수를 구경 다니면 두 집 건너 한 곳이 사과 농장이다. 장수의 평균 해발고도는 400m대. 10...
  • [지극히 味적인 시장]고얏, 뭐얏! 한 알에 정신이 번쩍 드네

    고얏, 뭐얏! 한 알에 정신이 번쩍 드네

    지난번은 원주 오일장이었다. 원주 새벽시장의 감흥을 잊지 못해, 사지 못한 토종 오이도 살 겸 해서 이웃한 횡성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횡성장은 1과 6(1·6일장)이 낀 날에 열린다. 횡성은 자주 갔었다. 지금이야 대기업에서도 유기농 우유가 나오지만, 2000년 중반은 일부 지역의 목장형 유가공 공장에서 유기농 우유를 생산했다. 울산의 신우목장, 평창의 설목장, 그리고 횡성의 범산목장을 자주 다녔다. 지금이야 범산목장이 새말 나들목 근처지만 예전에는 횡성과 양평의 경계에 있었다.오전 9시경, 횡성 읍내에 도착했다. 아침나절임에도 벌써 해는 뜨거운 기운을 발산한다. 카메라를 메고 우선 한 바퀴 돌았다. 횡성 오일장은 횡성시장을 중심으로 ‘ㄷ’ 자 모양으로 장이 섰다. 차가 다니는 서문을 제외하고 북문, 동문, 남문에 장사꾼들이 제법 있다. 두 바퀴 돌 때 즈음 장터가 보이지 않는 선으로 분리된 듯 보였다. 선수와 비선수로 말이다. 시장의 동쪽에 횡성등기소가 있다....
  • 온종일 꼬인 날 강원도 막장 ‘된찌’ “이거면 됐지”

    전국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필자는 어디를 가나 익숙하다. 특히 자주 가던 충남 홍성이나 전남 담양, 경북 의성은 마치 고향처럼 가는 날 설레기까지 한다. 자주 가던 곳은 아니었지만, 장가를 가면서 익숙한 곳이 원주다. 원주 중에서 문막이 처가가 살던 곳이다. 원주를 출장으로 처음 간 것은 월드컵이 열리는 해, 2002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충주에서 일 보고는 원주의 어느 산골에 있는 공장을 찾아갔다. 우리밀 과자였는지, 빵 만드는 곳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 덕에 원주는 ‘우리밀’로 저장되어 있었다. 저장된 기억이 희미해지는 사이 별다른 새로운 기억은 추가되지 않았다. 20년 지나 새롭고 재미난 기억이 오일장과 새벽시장으로 업데이트되었다.우리나라 생활협동조합의 시작이 원주였다. ‘한살림’의 시작이 원주였고, 그에서 파생한 여러 단체가 여전히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생활협동조합의 도시 원주답게 상설시장 또한 잘되고 있다. 오일장 또한 2, 7일이 든 날...
  • [지극히 味적인 시장]어탕과 닭의 잘 된 맛남…진국에 찹쌀밥까지 ‘찰떡궁합’

    어탕과 닭의 잘 된 맛남…진국에 찹쌀밥까지 ‘찰떡궁합’

    6월 마지막 취재 예정지는 경북 의성이었다. 자두가 많이 나는 곳으로 6월에 딱 알맞은 곳이다. 새콤달콤한 자두도 좋지만, 일이 먼저였다. 봄부터 애타게 찾았던 하령 감자가 고령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5월에 찾아갔었다. 그리고 판매를 위해 계약을 추진했었다. 고령에서 계약한 감자 수확이 한창이라는 이야기에 의성은 다음으로 미뤘다. 낙동강변에 위치한 고령은 풍부한 수량, 모래가 많은 토질 덕분에 감자 농사가 잘되는 곳이다. 보통 감자 하면 강원도를 떠올린다. 그건 한여름 이야기고, 6월은 경북이다. 경북의 평야 지대부터 시작해 7, 8월 백두대간을 타고 산지가 위로 올라간다. 찾아간 강변 옆 감자밭에는 수확 중이었다. 감자 줄기를 걷어내고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는 굵직한 감자가 햇볕 아래 모습을 드러낸다. 고랑 사이에 자리 잡은 일꾼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에 차곡차곡 바구니에 감자가 쌓이고 있었다. 감자를 큰 망에 담아 창고에 보관한다. 보관 중에 건조하고는 시장에 낸다. ...
  • [지극히 味적인 시장]너의 이름이 병어든 덕대든 덕자든…지금, 너의 계절

    너의 이름이 병어든 덕대든 덕자든…지금, 너의 계절

    6월 초, 전라남도 신안군 지도로 오일장 취재를 떠났다. 6월에 신안을 선택한 이유는 이랬다. 양파, 마늘 등 취재 거리가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새우젓 때문이었다. 새우젓 경매가 금요일마다 열린다. 전국의 많은 젓갈 단지에 공급하는 새우젓은 신안과 목포 그리고 강화도에서 난다. 오랜만에 신안이다. 강연하러 간 적도 있고, 다큐멘터리와 예능을 찍으러 간 적도 있지만, 그래도 소금과 무화과 때문에 자주 갔었다. 마지막으로 신안군 임자도에 갔을 때는 지도에서 배 타고 섬에 들어갔다. 이번은 지도 앞 수도를 중간 기점으로 한 다리를 건너 임자도에 편하게 다녀왔다. 임자도뿐만 아니라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한 1004교를 건너 자은도와 안좌도까지 두루두루 다녔다. 몇 년 사이, 섬은 육지가 되고 있었다. 가본 신안의 섬 중에서 유독 기억이 강렬했던 곳은 만재도였다. 고생도 고생이었지만, 그림 같은 풍경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금요일 새벽길을 달려 지도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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