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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하면 곰치국·방어밖에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
해맞이한 이들이 귀가를 서두르는 1월2일 아침, 삼척으로 갔다. 예전에 동해시 오일장을 취재하면서 삼척에는 오일장이 서지 않는다고 알았다. 칼럼도 그렇게 썼다. 알고 보니 2일과 7일에 삼척 중앙시장 주위를 감싸듯 장이 섰다. 삼척 가는 동안 2005년도가 생각났다. 맛있는 산양유를 만드는 목장이 삼척에 있었다. 목장 내에서 착유와 동시에 가공하는 국내 유일의 목장형 가공 공장이었다. 지금도 그 고소한 맛이 생각날 정도로 맛있는 산양유를 만들었다. 얼마 뒤 부도로 목장과 공장이 폐업하는 바람에 더 맛볼 수 없게 되었다. 삼척만 가면 목장과 산양유 생각이 난다.고속도로를 달려 아침 일찍 삼척 중앙시장에 도착했다. 이웃한 동해시 오일장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오일장이다. 이웃한 삼척도 비슷하겠지 예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규모가 동해와 비교하면 반의반도 안 되는 작은 규모다. 잠깐 둘러보면 다 볼 정도였다. 오일장은 섰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 -
남도 바다의 ‘제철 보물’이 가득…구수한 단맛 ‘김국’이 별미네
식재료가 있는 곳이면 안 간 곳이 없을 정도로 지난 20년 동안 많이 다녔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안 간 곳도 많다. 간 곳 중에는 지나치거나 아주 잠깐 머문 곳도 있다. 가장 많이 간 곳은 아마도 여기, 광주시가 아닌가 싶다. 2000년도부터 다니기 시작해 지금까지 꽤 많이 다녔다. 호남고속도로만 있던 시절, 전라도 출장의 시장은 항상 광주였다. 광주와 그 주변에 협력사도 꽤 많이 있어 자주 갔었다.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송정역도 자주 갔었다. 우리밀로 고추장, 된장, 간장을 만드는 곳이 있었다. 밀가루로 장을 만들면 쌀로 하는 것과 다른 맛이 난다. 은은한 단맛이 밀가루 장맛의 특징이다. 비빔밥이나 떡볶이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한주식품 (062)941-2393오랜만에 찾은 송정역. 오일장터와 송정역시장 두 곳을 구경했다. 원래 목적지 시장은 이튿날 열리는 말바우시장이었다. 오일장은 사람이 차고 넘쳤지만, 송정역시장은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사람을 불러 모으... -
겨울비에 젖은 날…녹진하면서도 담백한 ‘이 맛’에 녹네, 녹아!
거제도는 20년 동안 1년에 두어 차례 출장 다니던 곳. 한때는 여기서 도라지 함량을 높인 도라지배즙을 생산하기 위해 뻔질나게 다녔다. 오랜만에 서울서 출발해 덕유산을 넘을 때 구름 낀 하늘이 화창해졌다. 거제 학동리 몽돌해수욕장에서 어렴풋이 대마도가 보일 정도로 날이 좋았다. 오랜만에 온 나를 반기는 듯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겨울 거제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 대구와 파인애플 때문이었다. 거제 외포는 대구의 성지. 진해 용원항과 더불어 산란기에 대구를 잡을 수 있는 포구다. 잡은 대구는 알과 정자를 채취해 인공 산란을 한다. 부화한 치어를 키워서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그 사업 덕에 대구가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다만 여전히 즐겨 먹는 노가리 때문에 애써 한 일들이 수포가 된다. 노가리는 명태의 치어, 노가리만 잡히는 것이 아니라 대구 새끼도 섞여서 잡힌다고 한다. 세상엔 먹을 것이 많다. 굳이 맥주 안주로 명태나 대구 치어를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예전처럼... -
이토록 차진 날 것의 유혹 ‘생고기’…놓치면 후회할 뻔했네
전라남도 영암. 원래는 학산면 독천리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다. 그때 낙지 산지의 영광이 지금까지 내려와 낙지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은 하구언과 영암방조제에 막혀 더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26년 출장길에 완도, 진도 또는 해남 출장길이 잦았다. 26년 동안 꽤 많이 다녔지만, 영암을 보기 위해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주로 해서 영암을 스치듯 지났다. 그러면서 강진에서 바라보는 월출산 정상은 바위로 성을 두른 듯 강한 모습이었다. 기억 속에 영암은 낙지와 월출산, 그리고 무화과까지였다.낙지·월출산·무화과가 유명한 곳장터 규모 작지만 장날되면 북적 영암 읍장은 달력 날짜에 5와 0이 있는 날 열린다. 11월15일에 열리는 영암 오일장을 보러 영암으로 향했다. 오일장이 열리기 전날은 아무도 없었다. 시장 내 문 연 곳이 없어 시장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대부분 시골 장터 모습이 이렇다. 개미 새끼 하나 없던 시장이 장날만 되면 사람이 모이고 ... -
(68)두 개의 강 품은 땅의 선물…장터 1열 주인공은 생강·토란
가을이다. 가을에는 뭣이 중헌디? 곰곰이 생각했다. 종자다. 농부는 수확과 함께 내년 농사지을 종자 또한 거둬들인다. 농사는 이렇게 생존과 번식의 중심이었다. 거둬들인 낟알을 이듬해에 논이며 밭에 뿌리고 심었다.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농촌에 종자 회사가 들어오면서 이런 모습은 사라지고, 씨앗은 사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사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동네마다 달랐던 쌀이며, 푸성귀의 맛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사라지는 종자를 발굴하고 다시 퍼트리는 역할을 하는 분들이 곡성에 있다. 가을날, 어디를 가든 다 맛있다. 그중에서 곡성을 선택한 큰 이유가 곡성에 ‘토종씨드림’이 있기 때문이다.곡성장(3·8일장)이 열리기 전날에 토종씨드림을 찾았다. 곡성장보다도 여기가 먼저였다. 산을 개간한 넓은 밭에 다양한 채소를 심고, 수확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한다. 제주에서 구억배추 씨앗을 찾아내서 전국으로 퍼트린 곳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
(67)어디서나 맛보는 밤빵? 아뇨, 합천에서 즐기는 밤파이!
몇 해 전, 모 신문사에 식재료 관련한 글을 썼었다. 글쓰기 여러 소재 중에서 밤도 있었다. 1958년에 전국적으로 토종밤 나무가 죽어 나갔다. 아주 작은 벌레인 밤나무혹벌 탓이었다. 그 영향으로 일본 품종이 국내로 들어왔다. 겨우내 군밤 장수들이 주로 사용하던 일본 도입종인 단택도 그때 들여왔다. 밤도 종류가 다양했다. 그중에 대명왕밤이 있었다. 경남 합천의 농부가 육종한 품종으로 무게가 평균 80g 나가는 대형 종이었다. 몇 가지 밤을 사면서 왕밤도 같이 구매를 해봤다. 다른 밤과 비교해 보니 두세 배 큰, 달걀하고 비슷한 크기였다. 크기가 크면 조직이 연할 거라 생각했다. 생으로 먹어 보니 아삭한 식감에 단맛 또한 훌륭했다. 맛을 보고 기사를 쓰면서 꼭 한 번 가봐야지 하다가 몇 해가 훌쩍 지났다. 모든 게 맛있어지는 가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주저 없이 경남 합천을 선택했다. 대명왕밤이 합천에서 나기 때문이다. 대형 품종을 만든 이유는 단순했다. 수매할 때 ... -
(66)육고기·바다생선 없어도 허리띠 풀게 만드는 ‘내륙의 맛’
충주를 직접 지나는 고속도로가 없던 시절, 안성 혹은 음성 나들목에서 나와 국도로 충주호를 갔었다. 그 길은 설렘이 가득했었다. 일 때문에? 아니다. 여름이면 밤낚시 하러 갔었다. 충주 하면 월척 붕어부터 떠오른다. 충주호 좌대에 올라 있다 보면 별과 나만 있던 시간이 좋았다. 그 덕에 충주는 나에게는 물의 도시다. 충주댐에서 잠시 쉼을 가진 남한강과 속리산에서 시작한 달천이 충주에서 만난다. 춘천이 북한강의 도시라면 충주는 남한강의 도시다.하늘과 들이 가을가을 하는 10월5일(충주는 5, 0이 낀 날에 장이 선다) 충주 오일장 구경을 떠났다.충주 오일장은 시내 무학시장과 자유시장에서 열리기에 규모가 제법 크다. 무학시장 근처에 차를 대고 구경에 나섰다. 초입은 약간 썰렁했다. 썰렁함에 비해 상품은 제법 있었다. 어느 정도 사람이 평소에도 오간다는 의미다. 조금 걸어가니 무학시장과 자유시장이 만나는 지점이 나왔다.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좌판이 어디까... -
(65)묵은지와 옹골찬 바지락의 하모니…시원한 국물에 쓰린 속 ‘리셋’
태안에 갔다. 오래전부터 다니던 곳인지라 풍경이 정겹다. 2000년대 초 안면도 출장을 1년에 몇 차례 갔었다. 안면도에서 나는 색과 향이 좋은 유기농 태양초와 이맘때 수확하는 고구마가 목적이었다. 여름 끄트머리에 밤고구마가 난다. 가을 중반이면 전국 여기저기서 호박고구마가 난다. 안면도도 마찬가지로 맛있는 고구마가 난다. 송림과 물 좋은 해변에 밀려 덜 알려졌지만 말이다.안면도 태양초 고춧가루를 사용해 김치를 담그는 곳 또한 태안에 있다. 생강, 마늘 등 태안의 농산물을 주로 사용한다. 안 되는 것은 외부에서 들여온다. 유기농 김치를 전문으로 생산하고 친환경 급식하는 곳에도 공급하고 있다. 태안의 김치는 처음 맛보면 심심하다. 시간을 두고 먹으면 진짜 맛있음을 알게 된다. 충청도 주인장의 성정과 김치 맛이 비슷하다. 몇 년 전부터 처가 김치 담글 때 절임 배추를 주문한다. 처음에는 작은 유기농 배추에 장모님이 황당해하셨다. 맛을 보시고는 두말 안... -
(64)낙동강 머금은 은어 한 점에…솔향 품은 불고기 한입이면
가을이라 어디로 떠나든 입과 눈이 즐겁다. 여름을 견디고, 이겨낸 식재료가 찬 바람이 불면 단맛이 든다. 9월, 여름작물은 끝이 보이고, 가을것은 이제 기미가 조금 보인다. 가을 진미 버섯이 나왔을까 싶어 경북 봉화로 떠났다.경북 봉화, 예전부터 은어 때문에 출장 일정을 잡아야지 마음만 먹었던 곳이다. 은어는 1년을 산다. 늦가을에 태어나 이듬해 가을에 산란과 함께 생을 마감한다. 일본의 양식장에서는 해를 넘기는 예도 있다고 하나 대부분 1년생이다. 낙동강 최상류인 봉화는 깨끗한 물에 사는 은어 양식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봄, 전남 광양에서 치어를 들여와 사육한다. 수차를 돌리면 물이 빠르게 흐른다. 양식장 내부에 막히지 않은 격벽이 있어 은어는 물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순환한다. 그 덕에 지방이 적고 담백한 은어 양식이 가능하다. 일식집 등 고급 식당에서 먹는 은어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양식한다. 강변 횟집에 살아 움직이는 은어 또한 그렇다. 장모... -
(63) 추석이 다가올수록 더 달곰해지는…노오란 햇배의 유혹
계절이 바뀌었다. 여전히 낮은 덥지만, 그래도 계절은 가을이다. 경주로 떠났다. 경주 가는 길에 군침이 돌았다. 경주의 다양한 먹거리에? 아니다. 달콤한 햇배가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경주, 울산, 포항 등 경북에서는 추석 전에 다양한 종류의 배가 나온다. 우리는 명절이면 배를 산다. 보통은 신고배. 가장 많이 찾는 품종이다. 껍질 두껍고, 서걱거리는 석세포에 적당한 단맛이 있다. 크기가 크고 껍질이 단단해 보관하기 좋다. 반면에 껍질을 까야 먹을 수 있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9월이면 신화, 원황, 황금배가 시장에 나온다. 늦여름과 가을 사이에 나오는 배는 신고와 전혀 다른 맛과 향이 있다. 일단은 껍질이 얇다. 과일은 껍질에 모든 향이 있다. 과육은 단맛밖에 없다. 과육은 껍질과 같이 먹을 때 비로소 자신을 드러낸다. 또 한 가지, 초가을에 나는 배의 특성은 과즙이 많다. 신고 또한 적지 않지만, 초가을 배에 비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초가을 배는 껍질이 얇아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