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
  • 전체 기사 39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침이 꼴깍 넘어가도 똑딱똑딱 조금만 더 기다려봐
    침이 꼴깍 넘어가도 똑딱똑딱 조금만 더 기다려봐

    새우·버섯·굴·문어·관자원하는 식재료 맘껏 골라 올리브유에 ‘보글보글’마늘향 잘 배게 하려면 최소 30분 따뜻하게 가열온도 천천히 오르내리는 두꺼운 무쇠팬 쓰면 좋아세상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완급 조절이다. 달려야 할 때 달리고, 걸어야 할 때 걷는 것이다. 젊을 때는 의욕이 넘치지만 요령은 없어서 지금 돌아보면 한없이 뛸 준비만 되어 있었다. 지금인가? 싶으면 전력으로 질주하고, 아닌가? 싶으면 급브레이크를 걸듯이 멈추고 고민하며 그 자리를 맴돌았다. 마치 섬세한 기어 조절이 되지 않는 폭주기관차와 같았다고나 할까.당시에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도 돌이켜보면 이것 때문이다. 신속하고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기다리고 여러 번 검토하면서 준비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내 생각에는 그냥 착착 진행하면 될 것 같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따져봐야 하는 절차가 많을 때도 있다.그때는 몰랐다. 무조건...

    2025.02.15 15: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식빵 + 떡 ≠뭐냐고? =  맛있다!
    식빵 + 떡 ≠뭐냐고? = 맛있다!

    두 장의 식빵 사이에 인절미를 채운 뒤 포개어 노릇하게 굽는다.여기에 콩가루, 꿀, 아몬드 플레이크를 뿌리면 카페 못지않은 ‘인절미 토스트’를 만들 수 있다.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마감을 앞두고 마주하는 텅 빈 워드 파일은 아찔함과 막막함을 느끼게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나만의 필드이기도 하다. 내 머릿속에서 관념으로만 존재하던 생각을 글자와 문단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 지금이야 모든 글을 거의 키보드로 쓰기 때문에 워드라는 프로그램명을 쓰지만, 원래 흔히 쓰이는 관용어구는 ‘○○의 캔버스’다.다재다능한 범용성을 지니고 있어 어떤 창의성이든 불어넣을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를 누군가를 위한 캔버스라고 부른다. 요리사의 영역에서 예시로 들 수 있는 요소는 닭고기다. 염지해서 튀기면 프라이드 치킨, 대파와 함께 푹 고면 닭곰탕, 토막 내 간장 양념에 졸이면 찜닭. 중국에는 간장과 술, 참기름을 한 컵씩 넣어 만든다...

    2025.01.25 09: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취향을 꽂다, 행복을 굽다
    취향을 꽂다, 행복을 굽다

    입맛 잘 알지 못하는 지인들과 함께 캠핑할 때 제격원하는 재료 한입 크기로 툭툭 썰어 직화불에 ‘자글자글’쌈장·마요네즈·소금…소스도 취향껏 곁들이면 입안이 행복자잘한 선택지가 많은 식당을 좋아한다. 뱃구레가 함지박만 한 사람도, 사과 한 알만 한 사람도 적당히 즐겁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 물론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뷔페를 둘러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그러한 자유로움과는 다르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것 이상의 포만감을 채워야 할 것 같은 과장된 풍요로움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맛있게, 나에게 알맞은 만큼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그래서 나에게 메뉴 선택권이 있지 않은 시절에는 차라리 회전초밥집에 가는 것이 좋았다. 앞서 말하자면 나는 날생선을 잘 먹지 못한다. 르 꼬르동 블루에 들어가면서 이제 못 먹는 음식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다양한 불호 음식을 열심히 먹어보았지만, 고수와 연어회에 대한 불호...

    2025.01.11 12: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겨울 아침, 얼어붙은 내 위장을 녹이는 ‘달콤한 구원자’
    겨울 아침, 얼어붙은 내 위장을 녹이는 ‘달콤한 구원자’

    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해묵은 논란이라지만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주제다. 단것을 심하게 좋아해서 나이가 들수록 건강 관리가 골치일 정도인 사람에게 토마토는 재고의 여지 없이 채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빨갛고 동글동글한 모양을 핑계로 과일생크림케이크 위에 토마토를 올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동네 빵집들이 없었다면 어릴 적에 토마토를 더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디저트로 받아들일 수 있는 토마토는 숭덩숭덩 썰어서 설탕을 잔뜩 뿌려서 다 먹은 후 그릇에 고인 즙까지 마시고 싶어지는, 정작 건강에는 그리 좋지 않다는 식으로 내준 것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의 ‘쌩설탕’을 뿌리기만 해도 어울린다는 점이 토마토가 달콤한 채소로서 가진 저력일 것이다.피자나 파스타 소스가 된 토마토만 먹다가 ‘이것이 내 인생 요리구나!’ 하고 깨달은 것이 이태원 더베이커스테이블의 토마토 수프를 먹었을 때였다. 그날도 추운 겨울날이라 따뜻한 샌드위치 이상으...

    2024.12.28 09: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단단한 팥 달달 끓이며 기다리는 시간마저 달달
    단단한 팥 달달 끓이며 기다리는 시간마저 달달

    손끝 발끝 녹이는 화목난로 열기에통팥 한 냄비 가득 천천히 삶아내전통 팥죽·팥칼국수로 속 데우고달달하게 조려 토핑 곁들인 단팥죽다음날 아침 ‘앙버터 토스트’까지세상에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통조림이 존재했고 또 생겨나고 있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점심밥도 뚝딱이던 참치 통조림, 가끔 어머니가 구워 주면 마치 특식 같았던 햄 통조림, 잡지 기자 시절에 유행했던 연어 통조림, 간단하게 영양 가득한 식사를 차릴 수 있는 콩 통조림, 올해 발매하며 파스타 종주국 이탈리아의 큰 비난을 받은 하인즈사의 카르보나라 통조림까지. 그중에서 내가 가장 반색했던 제품은 다름 아닌 단팥 통조림이다. 딱 참치 통조림만 한 크기에 원터치 뚜껑을 따면 자그마하게 간식 한 끼 정도 먹기 좋은 단팥이 들어 있다.밥알과 새알심이 푹 퍼져서 그야말로 흐릿한 ‘팥죽색’을 띠는 슴슴한 팥죽이 아니라 설탕을 넣어서 또렷한 팥색이 남아 있는 단팥죽, 팥빙수의 꽃인 알...

    2024.12.14 12: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강황 질릴 때쯤 향신료 ‘톡톡’ 재료도 요리법도 ‘무한 변주’
    강황 질릴 때쯤 향신료 ‘톡톡’ 재료도 요리법도 ‘무한 변주’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은 첫 캠핑은 초등학교 시절 걸스카우트 등에서 추진한 야영 이벤트였다. 부모님을 따라서 바닷가 옆 텐트에서 큰 대(大)자로 뻗어 자는 그보다 어린 시절 사진도 있지만 역시 초등학생 시절의 기억이 가장 생생한 것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름 우리 손으로 야영을 해보는 경험이 뇌리에 박힌 모양이다.익숙한 대낮의 학교가 아닌, 텅 비어서 낯선 느낌의 학교에 우리끼리 마치 그저 놀러 온 것처럼 들어가는 비일상적인 경험. 학교 운동장 옆을 빙 둘러 여기는 걸스카우트, 저기는 보이스카우트, 그 옆은 아람단과 우주소년단이 차례로 구역을 정해 놓고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텐트까지 전부 우리 손으로 쳤는지는 요만큼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인데 우리 힘만으로 텐트를 쳤을 것 같지는 않기도 한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는 카레 만들기 팀이었던 것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각자 나누어서 당근과 양파, 감자와 쌀을 가져오고, 누군가는 개수대에...

    2024.11.30 12: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죽은 빵도 다시 살린 찍먹술사
    죽은 빵도 다시 살린 찍먹술사

    ‘타닥타닥’ 따뜻한 화목난로, 둘러앉아 마음의 온기 나누며 한결같은 열기로 요리까지 하루 지난 바게트도 마늘버터 발라 바삭하게 구워, 녹인 치즈 찍어먹으면 ‘맛 부활’고등학교 시절, 겨울이면 우리 학급은 일주일마다 한 분단씩 옆으로 돌아가며 책상 자리를 바꿨다. 온기 접근권을 공평하게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 시스템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고 교실 한가운데에는 나름 개량된 난로가 있었지만 모두가 학습하기 쾌적한 환경을 누릴 만큼 틀어주지는 않던 시절이라 항상 난롯가 근처, 교실 한가운데만 교복을 입고 추위를 버틸 만큼의 온도를 유지했다.난로가 있다고 말하면 부모님이 들려주던, 난로 위에 올려서 누룽지를 만드는 양철 도시락이나 선생님이 귤껍질을 모아오게 해서 주전자에 귤차를 끓였다는 식의 추억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난로를 기준으로 동그랗게 ‘꿀잠 영역’이 형성되었다는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교실 가장자리에서 책상에 엎드려 잠들면 ‘동사 직전이 아니냐’...

    2024.11.16 09: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뱅쇼, 손은 ‘따뜻’ 속은 ‘뜨끈’… 얼죽아는 잠시 안녕!
    뱅쇼, 손은 ‘따뜻’ 속은 ‘뜨끈’… 얼죽아는 잠시 안녕!

    와인에 과일·향신료 넣고 끓인 음료약불에 데워 머그잔에 마시면 손난로면역력 향상 ‘감기·오한’ 예방 효과무슨 일이 있어도, 곧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정체성은 버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한 어떤 계절에도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드립 커피를 기본으로 주문한다. 받자마자 한 모금 쭉 들이켜면 느껴지는 시원한 해갈, 바로 흡수되는 듯한 카페인의 짜릿함, 직전까지 무엇을 먹었든 ‘싹 내려간다’는 기분은 아이스 커피가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조합이다. 가끔 음료는 따뜻하게 마셔야 몸에 좋다는 잔소리가 들어오면 서로에게 느슨한 연대감을 느끼는 인터넷 ‘얼죽아’협회의 존재를 아느냐며 농담처럼 받아치는 것도 재미다.하지만 이제는 특정한 어떤 순간에는 따뜻한 음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최소한 목 관리를 위해서는 차가운 음료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2024.11.02 09: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조리시간·식감·간’ 모두 이븐하게, 캠핑 급식의 맛
    ‘조리시간·식감·간’ 모두 이븐하게, 캠핑 급식의 맛

    영양 골고루,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식단 짜는 게 그리 어려울 줄이야한 번에 대용량, 맛은 조금 강하게…파전·어묵탕 등에 적당한 음료 더하자이름을 건 요리사들의 정면 승부를 그린 예능 프로그램이 첫 공개 직후부터 최종화 방송 이후까지 계속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그 솜씨를 직접 맛볼 수도 있다는 요리의 특별한 점이 그 열기가 쉬이 가시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프로그램에 출연한 요리사의 레스토랑마다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몇달을 기다려서라도 맛을 볼 수만 있다면 운이 좋은 것. 냉정하고 엄격한 평가를 이어간 심사위원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급식판 앞에서 다정하게 웃으며 오늘의 급식 메뉴를 묻고 반쯤 식사를 하듯 심사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급식대가’의 급식은 맛보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아이가 입학해 학부모가 되면 잊고 살았던 과거의 즐거움 하나가 다시 살아난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공식 애플리케이션으로 전달되는...

    2024.10.19 09:00

  •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하얀 소금밭 위 핑크빛 변신 ‘달큼·촉촉’…사로잡다, 입맛
    하얀 소금밭 위 핑크빛 변신 ‘달큼·촉촉’…사로잡다, 입맛

    지난 주말 맑고 높은 하늘은 그야말로 긴 여름을 지나 맞이한 가을의 대축제와 같았다. 유난히 주말만 되면 비가 추적추적 내린 올해의 날씨는 어디로 갔는지, 마치 새로운 계절과 함께 새로운 해가 시작된 것만 같은 화창함이다. 일 년 중 가장 놀기 좋은 시기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지난 주말에는 대전의 빵축제에서 목포의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 크고 작은 박람회와 페스티벌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 하나같이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게 즐기고들 있는지, 깎은 손톱으로 분신술을 펼칠 수 있다면 다섯 개쯤 만들어 전국에 보내고 싶었을 정도다.지금은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어딘가에 항상 팝업스토어가 세워지는, 가끔은 따라가기 벅찰 정도의 흐름을 보여주지만 이에 비하면 어린 시절의 하루하루는 조금은 단조로웠다. 그래서 일상에서의 탈출이 더욱 특별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가끔 부모님을 따라 지역축제를 찾는 것이 큰 이벤트였다. 아마 부모님도 그런 마음으로 온 가족의 특별한 시간을 만...

    2024.10.05 12:0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