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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왜
  • 늙으면 왜, 어둠에 취약할까
    늙으면 왜, 어둠에 취약할까

    “아이고 침침해. 뭐가 보여야 주문하지?” 어두컴컴한 불빛 아래서 한참 동안 메뉴판을 보던 친구는 결국 스마트폰의 손전등 기능을 켜며 구시렁거렸다. 식당뿐만 아니다. 영화관에서 객석을 찾아가거나 밖으로 나오려면 혹시 계단이 안 보여 넘어질까 조바심이 난다. 야간 운전을 한 날에는 피곤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왜 어둠에 취약할까?중앙안과 이재빈 안과전문의에 의하면, 노화가 진행되면서 빛을 감지하는 망막의 간상세포 기능이 떨어지고, 수정체가 혼탁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도의 변화에 따라 물체 인식이 걱정될 정도로 어렵다면, 백내장과 같은 안과 질환이나 비타민 A 결핍 등을 의심해볼 만하다. 어두운 레스토랑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썩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디파얀 비스와스 교수팀은 남녀노소 모두 어두운 곳에서 주문하는 경우, 밝은 곳에 비해 건강에 이롭지 못한 메뉴를 선택하고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

    2024.10.19 06:00

  • 늙으면 왜, 여기저기 긁적일까?
    늙으면 왜, 여기저기 긁적일까?

    “안 당해보면 몰라. 잠을 못 잔다니까!” 십수년 전부터 환절기가 되면 반복되는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70대 할아버지는 오십견으로 효자손이 무용지물이 된 후, 퇴근하는 손자만 목 빠지게 기다리신다.나이가 들면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미국 노인의 50% 정도가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6주 이상 만성화되는 경우가 28%에 달한다고 한다(우리나라는 66%의 노인이 가려움증을 호소한다는 보고가 있다). 만성 가려움증은 일상생활의 고통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정신적 문제까지 만들 수 있다.대부분 가려움증의 원인은 피부건조증이다. 피부 각질층의 장벽이 무너져 표피 수분 함량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는 세안이나 목욕 후 피부 보습제를 사용하고 세정 횟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면역이 저하되어 피부 보호 기능이 떨어지고, 퇴행성변화로 말초신경손상이 원인이 되는 예도 있다.문제는 가려움을 호소하는 37.5%는 기저질환이 존...

    2024.10.12 06:00

  • 늙으면 왜, 자식과 같이 살고 싶어할까?
    늙으면 왜, 자식과 같이 살고 싶어할까?

    “취직도 하고 서른도 넘고 해서 독립시켜야 하는데, 뭔가 불안해요.” 오랫동안 취준생 뒷바라지를 하던 어머니는 막상 꿈에 그리던 자식의 독립이 닥치자 막막해했다.2022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배우자가 없는 청년 중 부모와 동거하는 비중이 50.6%에 달한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지만, 월급만으로는 독립해 살아가기가 어려우니 나무랄 수도 없는 실정이다.그런데 종종 독립할 여건이 충분함에도 자식을 놓아주지 않고, 자식 또한 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 소위 ‘동반의존(codependency)’ 때문이다. 동반의존이란 겉으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여 다른 한쪽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무의식적으로는 그 희생을 통해 제공자의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려는 병리적 심리다. 독립이 가능한데도 그러지 않고 있다면, 혹시 과도한 책임감과 불안이 원인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독립은 생존의 본...

    2024.10.05 06:00

  • 늙으면 왜, 책상이 필요할까?
    늙으면 왜, 책상이 필요할까?

    “어머니가 바뀌셨어요. 기분도 좋아지시고 말씀도 많이 느셨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사드리는 건데….” 우울증과 인지장애로 힘들어하던 80대 어머니께 책상을 마련해드리고 생긴 변화에 딸이 놀라워했다. 전에는 우울감과 무기력감으로 누워 지내며 외출도 전혀 하지 않으셨다. 젊은 시절 갖고 싶어 하셨던 기억으로, 책상을 놓아드리니 어머니가 바뀌었다. 하루 3~4시간 필사를 하고 종종 글도 쓰셨다. 외출도 하고 웃음도 늘었다. 예전처럼 잔소리가 늘어난 것이 흠이라면 흠이라 할까.노년이라고 모든 것을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이기도 한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인생을 지탱해주는 것은 ‘희망’이 아니고 ‘삶의 의미’라고 했다. 그런데 삶의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찾아야 한다. 무엇인가를 행하고,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맞서는 용기를 내는 3가지 방법으로 찾을 수 있다고 했다.어머니에게 책...

    2024.09.28 06:00

  • 늙으면 왜, 고집불통이 될까?
    늙으면 왜, 고집불통이 될까?

    “할아버지는 내비게이션 말만 들으세요. 제가 매일 다니는 출퇴근길이라 알아서 간다고 해도 내비 시키는 대로 하라고 우기세요.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의견 충돌이 잦으신 거 같아요.” 한숨을 쉬며 손녀가 물었다. “나이가 드시면 모두 고집불통이 되나요?”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집이 세질 가능성은 크다. 무엇보다 원래 고집 세던 사람이 나이 들어 더하는 경우가 많다.노회로 인한 심신의 변화도 한몫한다. 생물학적으로 대뇌 신경 네트워크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유연한 사고를 하기 어려워진다. 심리적으로는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변화를 통한 도전을 두려워한다. 우울증이나 불안증도 고집이 세어지는 원인이 된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지가 지배적이라 변화의 결과가 나쁠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게 된다. ‘싫어, 안 해, 못해’ 등 부정적 반응이 고집쟁이로 오해받기 쉽다.고집을 부려 늘 좋은 결과만 낳는다면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

    2024.09.14 06:00

  • 늙으면 왜, 가슴속 슬픔 더 꺼내야 할까?
    늙으면 왜, 가슴속 슬픔 더 꺼내야 할까?

    “이렇게 괴로울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벌써 1년 넘게 감당하기 힘들어하셨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잊히려니 했는데, 슬픔이 점점 심해져요.” 칠순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는 ‘지속적 비탄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 PGD)’를 앓고 계셨다.상실은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 등 5단계의 애도 과정을 통해 극복된다. 다른 세상사와 마찬가지로, 상실 극복에도 성별 차이가 있다. 남성은 혼자서 해결하고자 하지만, 여성은 남들과 슬픔을 나누려고 한다. 상실 초기에 남성이 상실감을 크게 앓는 이유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7~10%의 사람들이 지속되는 상실감, 우울감, 불안, 죄책감 등 PGD로 지속적인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고, 특히나 노인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 노인에게 상실은 신체적인 질병을 악화시키고, 건망증 등 인지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며, 재정적 압박 등의 스트레스를 더하고 특히나 심각한 소외감에 시달리게 한다....

    2024.09.07 06:00

  • 늙으면 왜, ‘산타클로스 패션’에 꽂힐까
    늙으면 왜, ‘산타클로스 패션’에 꽂힐까

    빨간 바지도 모자라 빨간 구두를 신은 할머니께서 ‘과한 거 아니냐’는 딸의 지적에 ‘밖에 나가봐라, 나 같은 산타클로스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고 하셨다. 이미 입술 또한 붉은색이 선명했다.늙으면 왜 원색, 그것도 강한 붉은색을 더 선호하는 것일까? 독일의 연구진은 19세에서 90세까지 842명을 조사한 결과 나이가 들수록 파란색보다는 붉은색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색을 구분하고 시각적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수정체 혼탁과 같은 노화가 진행되어 파란색의 인식 민감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강렬한 색채를 선호하는 이유는 색상의 강도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서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노화에 따른 당연한 변화라고 하지만, 선호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일부 치매의 경우 대뇌 후두엽 시각피질의 이상이 생겨, 녹색이나 자홍색의 인식도가 떨어지게 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고 취향에 따라 다...

    2024.08.31 06:00

  • 대놓고 노인 폄하 칼럼 아니냐고?
    대놓고 노인 폄하 칼럼 아니냐고?

    “너무 대놓고 노인 폄하하는 거 아닙니까? 사진을 보니 젊은 사람 같은데.” 독자의 전화를 받은 기자는 “박사님 환갑 넘으셨을걸요?”라고 정정해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놀람과 황당함이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네?!”올 초 칼럼 연재를 시작하면서 프로필용으로 뭘 쓸까 여러 장의 사진을 놓고 고민했다. 결국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젊어 보이는 사진을 골랐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15년 전 사진이니까.‘늙으면 왜?’는 세대 간 갈등을 조금이나마 낮춰보고 싶다는 욕심에서 출발했다. 나이가 들면 생물학적 이유로 어떤 행동을 하기도 하니 젊은 사람들이 이해해주었으면 하고, 또 어떤 행동은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조심하자고 노인들에게 권유도 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노인 폄하’와 같은 부정적 반응도 있다. 그런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사진 때문이라니.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해 눈치를 보면 자아는 위축된다. 노인의 고집이 세지는 이유는...

    2024.08.24 06:00

  • 늙으면 왜, 음주를 조심해야 할까?
    늙으면 왜, 음주를 조심해야 할까?

    “몇잔 정도가 적당할까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적정 음주량은 맥주는 작은 캔 2개, 와인 2잔, 소주 반 병 정도이고, 여성의 양은 남성의 반 정도로 본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적당량의 음주라는 개념 자체가 문제 소지가 있다. 이미 1987년 WHO(세계보건기구)는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알코올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유해하다. 하지만 노인에게 더 위협적이다. 당뇨나 우울증 등 기저 질환을 악화시킨다. 낙상이나 사고의 위험성을 높여 자칫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소위 ‘가속노화’를 일으킨다. 2023년 의학 저널 ‘노화(Aging)’에는 5년간 매일 음주하면 0.31년의 생물학적 노화가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15년간 매일 마시면 노화가 1년이 빨라지는 셈이다. 또한 한 번의 폭음(5잔 이상)으로도 한 달 반만큼 노화가 가속되니, 폭음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2024.08.17 06:00

  • 늙으면 왜, 대놓고 남의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볼까
    늙으면 왜, 대놓고 남의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볼까

    지하철 안, 건너편 좌석에서 익숙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뭔가 재미있는 볼거리라도 있는지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청년과 그의 스마트폰을 열심히 곁눈질하고 있는 어르신. 점점 청년 쪽으로 기울던 어르신의 머리가 급기야 청년의 시야를 가리고 말았다. 흠칫 민망해진 어르신은 반대편으로 눈을 돌려버렸다. 늙으면 왜 대놓고 남의 폰을 들여다볼까.아침에 읽고 나온 조간신문도 옆 사람이 들고 읽으면 자꾸 시선이 간다. 사실 다른 사람이 보는 건 더 재밌어 보인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관음(觀淫)의 욕구는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그만큼 무례한 일도 없다. 지나치면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유독 훔쳐보기에 스스럼이 없어지는 이유는 원래 관음증적 본능이 강했던 사람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충동을 제어하는 힘이 약해져서이다. 그 결과 남에게 어떤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해 무심해지고, 또 일상이 지루해서다.그렇다고 훔쳐보는 ...

    2024.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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