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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왜
  • 늙으면 왜, 목욕탕에서 배를 ‘탕탕탕’ 두드릴까?
    늙으면 왜, 목욕탕에서 배를 ‘탕탕탕’ 두드릴까?

    ‘탕탕탕.’ 고요한 목욕탕의 정적을 깨는 찰진 타격음에 깜짝 놀랐다. 폭발음을 추적해보니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자신의 배를 두 손바닥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밀폐된 좁은 장소인지라, 소음은 고막을 때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연신 배를 두들겨댄다. 이미 뱃가죽은 뺨 맞은 볼처럼 붉게 물들었다.왜 배를 두드릴까? 고릴라는 가슴팍을 쳐서 내는 소리로 다른 동물들을 위협한다는데, 벌거벗고 있는 목욕탕에서 누굴 위협하려는 목적은 아닐 텐데. 비의학적인 의견이지만, 내장기관이 좋아진다거나 변비에 특효라고들 하기도 한다. 심지어 뱃살을 빼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자기학대적 행위로 보이기도 한다. 또는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면, 성격적으로 비뚤어진 자기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무슨 목적이라도 상관없다.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똥물을 먹어도 상관할 일이 아니다. 주변의 시선이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2024.03.10 09:00

  • 늙으면 왜, 스마트폰이 더욱 소중해질까요?
    늙으면 왜, 스마트폰이 더욱 소중해질까요?

    “밤늦도록 동영상 보느라 잠도 안 주무세요. 스마트폰 중독 맞죠?”불면증에 시달리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며느리는 고등학생 아이도 종일 스마트폰만 잡고 있는데 아버님마저 그러신다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자신의 휴대전화가 연신 ‘까똑와숑’을 부르짖고 있어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도 말이다.젊은 사람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큰 사회적 이슈다. 쇼트폼에 익숙한 아이들은 자극적이지 않은 것에는 도통 집중을 못한다. 요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의 원인으로 스마트폰을 지적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서로 스마트폰을 보느라고 대화가 없어진 연인과 가족들을 보자면, 인지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스마트폰은 위험한 물건임이 틀림없다.그런데 노인들에게는 아주 다른 영향을 미친다.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를 이용하여 정보를 얻고, 소통하고, 미디어를 즐기는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우...

    2024.03.03 06:00

  • 늙으면 왜, 자꾸 ‘깜빡깜빡’ 건망증이 심해질까
    늙으면 왜, 자꾸 ‘깜빡깜빡’ 건망증이 심해질까

    “휴대폰을 냉장고에서 찾았어요. 남들 얘기가 그저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는데 내가… 치매면 어떻게 하죠?”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냈는데, 그 뒤로 휴대폰이 보이지 않았단다. 다행히 몇 분 후에 기억이 나 찾을 수 있었지만, 70이 넘으니 치매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 없어 병원을 찾으셨다. 할머님의 진단은 노인성 우울증. 기억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진짜 치매가 아니라서 오래전에는 ‘가성치매’로, 최근에는 ‘가역적 치매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치료가 제법 잘되는 가벼운 병으로 인식되던 노인성 우울증이 최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인 자살률이 연령대별 통계에서 제일 높을뿐더러, 진짜 치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성 우울증은 기억력 손상이 없는 우울증에 비해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약 5배 정도 높다. 물론 적극적인 우울증 치료는 치매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으며 정기적인 인지기능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 및 치료가 가능하다.문제는 전통적 사...

    2024.02.23 15:00

  • 늙으면 왜 ‘쿨’해질까요?
    늙으면 왜 ‘쿨’해질까요?

    갑자기 끼어든 차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아 몸이 튕겨 나갈 뻔했다. 당연히 놀라셨을 나이 지긋하신 택시 기사님의 반응은 의외로 쿨했다. 별일 아니라는 듯 “그렇게 바쁘면, 어제 나왔어야지” 하며 허허 웃으신다. 나이가 들면 가슴에 무슨 쿨링팬이라도 품게 되는 것인가.노화와 심리의 변화를 분석한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감정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한다. 소설이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그리고 가끔은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는 고집 세고 욱하는 노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쉽게 성내지 않고, 쉽게 희희낙락하지도 않는다.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죽을 일도 아닌 것에 목숨 걸 필요가 없으며, 열을 내봤자 육체나 정신 건강에 해를 입게 되어 나만 손해라는 지혜를 얻게 되어서다. 아무리 기쁜 일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을 알게 되었으니, 가슴이 무덤덤해진다. 삶의 목표 또한 새로운...

    2024.02.16 15:00

  • 늙으면 왜, “취직 언제해” 잔소리, 명절에 심해질까?
    늙으면 왜, “취직 언제해” 잔소리, 명절에 심해질까?

    “결혼은 언제 하니?” “취직은 하고?” “살 좀 빼지 그래!”쓸데없는 잔소리로 젊은 사람들 가슴은 멍들어간다. 명절은 ‘때를 지켜 즐기는 날’이라는데, 때를 지키기는커녕 틈만 나면 도망갈 궁리만 한다. 심지어 ‘스트레스’나 ‘증후군’이라는 부정적 단어를 붙여 부르기도 하는, 이 즐겁지 않은 명절 현상은 누구의 잘못일까.모든 노인이 잔소리쟁이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 젊은 사람을 괴롭힐 의도는 없다. 그들의 상황이 안타까워서, 아끼는 마음에, 다 잘되라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공감과 배려가 부족한 격려는 폭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고된 세상사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든데, 집안 어른의 공격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명절이 오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나이가 들면서 관계의 중심이 주변 사람에게로 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가족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새삼 깨닫게 되니 말이다. 문제는 상대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하...

    2024.02.09 15:00

  • 늙으면 왜, 사레가 잘 들릴까요?
    늙으면 왜, 사레가 잘 들릴까요?

    “(콜록콜록) 기침 아니에요. 사레, 사레!” 코로나19의 기세가 무섭던 시절, 때가 때인 만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한 어르신은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기침을 한다고 모두 코로나19나 감기 같은 상기도 감염의 증상은 아니다. 보통 숨을 쉴 때는 기도가 열려있지만, 음식물을 삼킬 때는 후두덮개가 기도를 막는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기도로 음식물이 흡인(吸引)되어 사레가 들려 기침을 유발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채성원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사레들림이 잦아지는 이유는 뇌 신경의 반응시간이 지연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모터에 전달되어 문이 열리거나 닫혀야 하는데, 오래된 부품 때문에 신호 전달이 늦어지면 문을 빨리 여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사레들림은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음식물이 폐에 염증을 일으켜 흡인성 폐렴과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고, 자칫 이물질이 기도를 막는다...

    2024.02.02 14:56

  • 늙으면 왜,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는 걸까요?
    늙으면 왜,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는 걸까요?

    동기들과의 신년 등산모임. 하산 후 막걸리를 한잔하는데 친구 하나가 한 달 전에 했던 ‘아재 개그’를 반복했다. 주문했다고 말했는데도 1분도 안 되어 “안주시켰어?”라며 닦달하는 녀석도 있다. 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기억력이 떨어져서일 수 있다. 기억의 과정은 ‘등록-저장-재생’ 단계로 되어있다. 나이가 들면 사소한 정보는 등록이 어려워진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와 같이 질병 상태가 아니라면, 주민등록번호나 현관 비밀번호 같은 중요하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기억은 쉽게 잊지 않는다. 반면 최근에 들은 시답지 않은 이야기는 잊기 쉽다. 그런데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또 다르다. 기억력보다는 감정인식의 어려움이 한 원인이다. 스톡홀름대학 심리학과의 다이애나 교수는 노화가 감정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에서 노인은 청년보다 비언어적 표현을 인식하기 어렵다고 했다. 표정이나 몸짓으로 전달되는 비언어적 정보를 잘 깨닫지 못하니, 상대가 내 말을 완전...

    2024.01.26 14:59

  • 늙으면 왜, 시도 때도 없이 ‘좋은 말씀’을 보낼까요?
    늙으면 왜, 시도 때도 없이 ‘좋은 말씀’을 보낼까요?

    휴일 아침 스마트폰 알림에 잠을 깼다. 단체채팅방에 새 글이 올라와 있다. 역시나. 최연장자가 보내주신 이른바 ‘좋은 말씀’이다. 평일에는 행복 기원이나 선인의 명언, 새해에는 새해 덕담이 담기기도 한다.젊은층에서는 ‘어르신 짤’이라고 부른다는데, 또래들 사이에서는 ‘나 (아직) 잘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는 ‘생존 알림’으로도 통한다고 한다. 그냥 심심해서 보낸다고도 하고, 시간이 남아도는 데다 아침잠이 줄어서 그런다는 얘기도 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의지가 커서일 것이다.나이가 들면 소통 욕구가 강해진다. 노인심리학의 대가인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칼스텐센에 따르면, 노년의 관계는 제한적이고 삶은 안정과 안전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소통의 방식이 낯선 데에 있다. 마주 보고 하는 대화라면, 말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고압적인지 아닌지, 눈치껏 대화의 방식을 수정할 수 있다. 적절한 타이밍도 알아차릴 수 있다....

    2024.01.19 15:18

  • 늙으면 왜, 사람을 빤히 쳐다볼까요?
    늙으면 왜, 사람을 빤히 쳐다볼까요?

    이유도 없이 빤히 쳐다보는 어르신 때문에 기분 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연세안과의원 김성호 원장은 “사회성이나 교양이 줄어들어서가 아니고, 시력이 전에 비해 나빠져서”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력이 떨어지고 수정체가 혼탁해져 사물을 식별하는 능력이 감퇴한다. 기분이 상한 상대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사과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타이밍이 되어버리기 일쑤다.인간은 다른 존재를 감별하고자 하는 강박이 있다. 피아식별(彼我識別)이 잘돼야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태생적 생존 본능 때문이다. 다가오는 사람이 내 친구인지, 빚쟁이인지, 아니면 엄청 화가 나 있어 누구라도 걸리면 한 방 날릴 것 같은 사람인지 알아차리려면, 일종의 뇌 스캐닝이 필요하다. 대뇌의 기억창고를 뒤져서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가려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나이가 들수록 느려진다. 게다가 지나온 세월만큼 자료도 방대하니,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마련이다.혹시 이...

    2024.01.12 06:00

  • 늙으면 왜, 음식을 흘리며 먹을까요
    늙으면 왜, 음식을 흘리며 먹을까요

    “아니, 왜 당신 식사한 자리만 지저분한 거야? 이거 봐 이거 봐, 음식 흘린 거!” 안 보는 척 식탁 밑을 보니, 내 자리만 음식 파편이 가득하다. 턱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하다. 회식 때는 더 가관이다. 휴지가 없으면 처리가 안 될 정도로 음식물 파편이 뛰쳐나온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채성원 교수에 따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단다. 젊은이와 노인의 구륜근(입둘레근) 강도와 지구력을 비교해보니, 노인의 경우 거의 두 배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막는 덮개가 부실하니, 입속 내용물이 쉽게 뚫고 나올 수밖에 없다. 회식은 단순히 밥만 먹으려고 모이는 것이 아니다. 대화와 함께해야 진정한 회식 아닌가. 뜨끈하게 끓고 있는 전골냄비나 심지어 앞사람 얼굴에 음식물 파편을 날리지 않으려면, 저작 운동과 언어 구현이라는 아주 섬세하고 복잡한 행동이 가능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이 두 가지 운동을 조작하는 뇌...

    2024.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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