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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이상한 동물원 이야기
  • [이상한동물원⑱]멸종위기종 1급 ‘황새’가 제 발로 찾아왔다
    멸종위기종 1급 ‘황새’가 제 발로 찾아왔다

    산속에 자리한 동물원이라 야생동물들이 종종 찾아오곤 한다. 수달사 옆 소나무에는 오후 4시경 왜가리가 앉아 있다. 수달에게 먹이로 넣어준 미꾸라지를 훔쳐 먹어보려는 것인데 아직 방문객이 많아 내려오기 부담스러운 눈치다.오전 10시 즈음 두루미사를 지나간다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그 시간 두루미사 앞에는 어김없이 야생 백로가 찾아와 뭔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사육사가 두루미에게 줄 물고기를 양동이로 가져와 수조에 부어주면 두루미들은 부리 끝으로 물고기를 잡아올려 하늘로 고개를 쳐들어 목 안으로 삼킨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르다 싶으면 부리로 물고기를 잡아 철망으로 다가선다.철망 앞에는 기다리다 목이 길어진 백로가 서 있다. 철망 사이 부리에서 부리로 물고기가 전달되거나 여의치 않으면 두루미가 철망 밖으로 물고기를 던져준다. 두루미는 나그네 백로에게 왜 먹이를 줄까? 두루미가 자신의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이 본능적으로 강할 때 나타나는 ...

    2025.05.10 09:00

  • 널 사냥하려는 사람보다 널 사랑해주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인간의 전시산업과 재미를 위해 좁은 곳 갇혀 연명하던 동물의 왕 청주에 온 후 보살핌과 응원 속 움츠림 펴는 모습에 희망을 본다사자가 나오는 영화가 많다. 야생의 세계에 매혹되어 야생동물 수의사의 꿈을 꾸게 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한 장면이다. 여주인공 카렌은 사자가 다가오자 데니스에게 총을 쏘라고 재촉한다. 데니스는 “도망치면 사냥감인 줄 아니까 가만있어요”라고 차분히 이야기하며 사자의 행동을 관찰한다. 사자가 다른 곳으로 가고 카렌(메릴 스트리프 분)과 데니스(로버트 레드퍼드 분), 둘의 대화가 이어진다.“도대체 사자가 얼마나 가까이 올 때까지 안 쏘려고 했어요?”“사자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 거예요.”“내가 사자의 점심이 될 뻔했잖아요!”“그렇다 하더라도 사자 의 잘못은 아니죠. 사자니까!”데니스는 사자에 대한 태도가 남다르다. 섣부른 오해가 아니라 관찰을 통해 사자의 행동을 판단하고 불필요한 희생을 ...

    2025.04.12 12:00

  • [김정호의 이상한 동물원 이야기]영영 잠들까 걱정했어…잠재운 호랑이 발톱 뽑기
    영영 잠들까 걱정했어…잠재운 호랑이 발톱 뽑기

    건강검진의 날, 위장 내시경 검사를 위해 호명을 기다리고 있다. 이 순간을 위해 어젯밤 그토록 화장실을 들락거렸던 것이다. 밤새 마셨던 장 세척액 2ℓ는 레몬향이었고 당분간 비슷한 향의 음료는 마시지 못할 것 같다. 침대에서 새우처럼 옆으로 누워 커튼 뒤 검사실에서 나오는 기계음을 듣고 있다. 내시경 삽입관을 입에 물자 약물이 정맥으로 들어온다. 투명한 색으로 보아 동물원에서도 사용하는 진정제 미다졸람 같다. 이 약은 시술 중 불편했던 기억이 소실되는 장점이 있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몸 상태를 묻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실눈으로 보는 벽시계는 겨우 20분이 지나 있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런 기억이 없다. 마취제가 없던 시절 침습적인 의료행위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참을 수 없었던 통증의 기억도 오래갔을 것이다.최초의 마취제는 아산화질소다. 검색해보니 요즘도 치과에서 사용된다고 한다. 19세기 아산화질소는 웃음가스로 불리며 가스를 마시는...

    2025.03.15 15:00

  • [이상한 동물원⑮]눈 오는 날, 동물들도 신이 날까?
    눈 오는 날, 동물들도 신이 날까?

    추운 겨울에는 여름이 아쉽지만 난 겨울에도 겨울이 좋다. 출근길 여느 직장인과는 반대로 도시가 아닌 산으로 향한다. 저 멀리 상당산성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은 대개 추운 날이다. 창문을 열자 달리는 차 안이 맑고 찬 공기로 가득 찬다. 크게 들여 마신 소나무숲의 녹색 공기는 오즈의 마법사가 사자에게 준 녹색 물처럼 폐포를 채워 오늘 벌어질 알 수 없는 일에 기대와 용기를 준다.나만큼 겨울을 좋아하는(사실 잘 견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동물은 역시 토종동물들이다. 눈이 오는 날은 보통 오후에 나오는 수달들도 아침부터 활동량이 많다. 하얀 눈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찍은 물갈퀴 달린 발자국이 어지럽다. 온몸으로 물을 저어놓아 수달의 수영장도 얼 틈이 없다.새끼 때 농장에서 구조된 반달가슴곰들은 이제 사람 나이로 30대 청년이다. 겨울철 상의를 탈의하고 운동하는 국가대표 상비군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레슬링을 하고 있다. 제한된 공간 내 수컷들은 이런 식의 힘자랑이 서로의 공...

    2025.02.15 09:00

  • [이상한 동물원⑭] 을사년 뱀의 해…뱀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을사년 뱀의 해…뱀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오래전 스리랑카에서 비단구렁이가 담긴 자루가 동물원에 도착했다. 당시에는 뱀이 국가검역 대상이 아니어서 동물원으로 바로 들어왔다. 비단구렁이 상태를 확인하려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루를 열었다. 그러자 봉인이 풀린 듯 자루 속에 있던 알 수 없는 곤충들이 날아올랐고 몇 마리는 내 목덜미 안으로 들어갔다. 온몸을 뒤적여 잡아보니 납작한 파리였고 눌러도 잘 죽지 않았다. 퇴근 후 집에 가서 옷을 벗으니 두 마리가 붙어 있었다. 다음날 비단구렁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비늘 사이에 깨알 같은 진드기가 많았다. 진드기에게 물린 부위를 치료하느라 여러 날 비단구렁이를 가까이했는데 성질도 온순하고 촉감도 그만하면 괜찮았다. 신진대사가 느린 뱀은 주사도 며칠에 한 번만 맞으면 됐다. 사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곳에 불시착한 외계생물 같은 이 친구에게 호기심이 갔다.뱀은 크는 몸에 맞게 탈피를 한다. 동물원에 사는 노랑 아나콘다는 허물을 벗기 전 온몸이 탁한 회색빛으로 변한다. 습한 나라가 ...

    2025.01.11 09:00

  • [이상한 동물원 이야기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동물도 그렇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동물도 그렇다

    중학교 과학 실습 시간이었다. 실험실 유리병에는 개구리들이 들어 있었다. 잠시 후 에테르에 취한 개구리들은 몸의 균형을 잃고 잠이 들었다. 조별로 개구리를 꺼내어 칠판에 게시된 해부도와 개구리 몸속의 실제 장기들과 비교하였다. 나를 포함한 일부 학생들이 아직 살아 있던 개구리를 땅에 묻지 못하고 한참을 주저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개구리 해부가 과연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적 도움을 줬을까?고등학교는 생물이 선택과목이었다. 매주 생물 수업이 기다려졌다. 생물 선생님이 먹이사슬을 보여주며 맹금류를 흉내 내시는 모습이 그리 재미있었다. 책상을 박차고 날아가 선생님의 팔에 내려앉고 싶을 정도였다. 그 후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에서 아나운서가 야생동물을 맛깔나게 설명할 때면 생물 선생님이 생각났다. 동물원에 일하면서도 생물 교사 자격 취득을 위해 교육대학원 진학을 고려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가끔 대안학교 생물 선생님을 상상해본다. 날이 좋아 참기 어려운 날, 아이들과 산과...

    2024.12.14 09:00

  • [이상한 동물원⑫]개장수에게 끌려갈 위기…‘수박이 구출 작전’
    개장수에게 끌려갈 위기…‘수박이 구출 작전’

    3년 만에 만난 장군이는 시골 동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장님댁 골든리트리버 장군이가 앞서면 작은 개 똘똘이가 뒤따랐다. 장군이와 똘똘이를 만난 이웃 어르신들은 마치 아는 집 아이들을 대하듯 이름을 부르며 머리를 쓰다듬었고 개들도 눈을 가늘게 뜨며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3년 전 봄, 시골 개 의료봉사를 위해 청주 문의면 묘암리로 가는 국도는 떨어진 벚꽃으로 자동차 바퀴에 꽃물이 들 지경이었다. 홍매화가 붉은 마을 입구를 지나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나왔다. 중성화 수술을 위해 모인 개들 중 닮은꼴 여럿이 있었는데 이유를 묻자 이장님댁 똘똘이를 지목했다. 똘똘이는 이웃들의 원성으로 갇혀 지냈으나 수술 후 장군이와 동네 마실을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묘암리 이장님은 마을 고양이가 늘어나 중성화 수술을 원하셨다. 산골마을 고양이들은 이주가 어렵다. 마을 어르신들이 주는 먹이가 고양이 수에 비해 적어지면 야생화되어 야생조류를 사냥하고 다수 번식...

    2024.11.16 10:07

  • [이상한 동물원⑪]야생동물은 아픈 곳을 숨긴다
    야생동물은 아픈 곳을 숨긴다

    청주동물원 야생동물보전센터 공사가 한창이다.센터 안에는 멸종위기종 생식세포 보관실, 검진실, 수술실이 있다. 질병을 숨기는 야생동물 특성상 조기 발견을 위해선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이때 생식세포를 간단한 방법으로 채취할 수 있다. 이 땅에서 사라질 위기에 있는 토종 야생동물 보전을 위해선 생식세포의 냉동보관이 한 방법이다. 또 특정 전염병에 강한 종과 약한 종이 있다. 한국인과 긴 역사를 함께한 토종동물들의 생식세포 유전자를 연구하면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질병에 대한 한국인의 방어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데 일명 주모니아 프로젝트(Zoonomia Project)다. 이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 재료의 절반 이상이 미국 국립 스미소니언 동물원에 냉동 보관되었던 다양한 야생동물 생식세포라고 한다.최근 스미소니언 동물원 연구팀은 멸종위기종 세포를 달에 저장하려는 계획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지구에서 세포를 냉동 저장하려면?19...

    2024.10.19 15:00

  • [이상한 동물원⑩]버려지고, 방치되고…야생성 잃은 동물들 어디로 가야 할까
    버려지고, 방치되고…야생성 잃은 동물들 어디로 가야 할까

    보통의 직장인이면 출근길에 갑자기 동해로 핸들을 돌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지 않을까?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가득 찬 시내버스가 있다. 시내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벗어나 난데없이 동해로 가는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버스에 탄 사람들은 내려달라고 아우성쳤지만 버스 운전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운행에만 집중했다. 얼마 후 사람들은 자포자기하여 조용해졌다. 어쩌면 그중 일부는 일상을 벗어난 엉뚱한 상황에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심 속 노선을 순환하던 시내버스도 가다서다의 무한 반복의 운명을 거스르며 고속도로를 맘껏 달렸다. 시내버스 아니 고속버스는 결국 바다에 도착했고 버스 운전사는 승객들을 내려줬다. 풀려난 사람들은 모처럼 보는 바다에 표정이 밝아졌다.버스 운전사는 곧 경찰에 붙잡혔다. 취재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버스 운전사의 대답은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서”였다. 바다에 간 사람들은 버스 운전사의 처벌을 원치 않았고 덕분에 버스 운전사는 회사를 ...

    2024.09.15 12:00

  • 바람의 딸, D를 데리러갔다 [이상한 동물원⑨]
    바람의 딸, D를 데리러갔다

    청주동물원은 사자 ‘바람이’로 대중에 많이 알려졌다. 실내동물원의 비좁은 공간에서 전시·체험용으로 살아왔던 사자 바람이를 동물원으로 데려오면서다.그 당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라’라 이름 붙여진 미니 말과 작은 새장에 갇혀 있던 천연기념물 독수리 ‘하늘이’도 함께 구조됐다.이후에도 실내동물원에 남겨진 동물은 있었다. 바람이의 딸, ‘D’라고 불리는 암사자다. 검색해 보니 과거 TV 동물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었다. 바람이는 2017년 짝인 암컷 사이에서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한 마리는 폐사했고 다른 한 마리가 D다.바람이는 올해 만 스무 살이다. 7년 동안 좁은 공간에 갇혀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청주동물원으로 구조됐을 때 많은 시민이 바람이의 사연을 듣고 안타까워했다. 백수의 왕으로 아프리카 평원을 누렸어야 할 자유로운 야생동물에게 공감했을 것이다. 바람이가 청주로 오면서 비었던 사육장에 D가 대신 살게 되자 “바람이의 딸...

    2024.08.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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