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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 부끄···입에 담기 어려운 떡
한 커뮤니티에 올랐던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비롯해 뉴스로까지 퍼지면서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인들의 모임에서 누군가가 “이 정도면 떡을 치죠”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분위기가 말 못할 정도로 싸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발화자의 의도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뜻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혀 ‘다른 뜻’을 떠올렸다. 부자연스럽게 조용해진 분위기를 어색한 웃음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 주된 사연으로, 최근 몇년 새 불거진 문해력·어휘력 문제까지 소환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달궜다.포털사이트 사전을 찾아보면 ‘떡을 치다’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①양이나 정도가 충분하다 ②(속되게) 남녀가 성교하다 ③어떤 일을 망치다. 앞서 언급된 사연의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떠올렸던 ‘다른 뜻’이 이 중 무엇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이만큼이면 떡을 치고도 남는다”라거나 “이번 시험 완전 떡 쳤어” 등으로 활용될 때면 어느 자리에서건 거리낌 없이 사용할... -
푸릇함 속 야릇한 19금 채소
따지고 보면 들어본 이야기이고,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그래도 늘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화젯거리가 있다. ‘뭐가 몸에 좋다더라’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이걸 먹으면 특효다’ 따위의 건강 정보다. 내 몸의 건강 상태와 직결되는 먹거리 이야기에 동하는 원초적 호기심은 뿌리치기 어렵다.기승을 부리는 더위가 가실 줄 모르는 요즘 꽤 많이 언급되는 먹거리가 있다. 특유의 향과 청량한 뒷맛을 가진 채소, 부추다. 의사나 식품 전문가들이 권하는 부추의 효능은 기력 회복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혈액 순환을 돕고 소염효과도 뛰어난 데다 간과 위장, 신장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기력을 잃고 지치기 쉬운 여름철을 나는 데 도움이 되는 팔방미인 부추의 효능을 보노라면 보약에 버금갈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동의보감>이나 <식료찬요> 같은 옛 의서에도 부추는 간을 튼튼하게 해주고 위장과 신장을 이롭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상지대 초빙교수... -
유혹의 디저트 ‘티라미수’
부드럽고 달콤한 맛, 사르르 흘러내리는 질감의 디저트. 티라미수다.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 곳곳에서 때아닌 티라미수 타령이 한창이다. “티라미수 케익 티라미수 케익~”하는 노랫말에 맞춰 간단한 춤을 추는 영상이 릴스와 틱톡, 쇼츠 등 쇼트폼 플랫폼을 점령했다. 원곡은 2015년 인디밴드 위아더나잇이 발표했던 ‘티라미수 케익’.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재미있고 쉬운 안무가 더해지면서 우연찮게 챌린지 바람을 탔다. 덕분에 앞으로 티라미수를 보면 이 곡을 자동반사적으로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아메리카노 커피 하면 밴드 십센치가 떠올랐던 것만큼.이탈리아 ‘출신’인 티라미수는 익숙하고 흔하다. 동시에 고급스럽고 로맨틱한 이미지도 있다. 늘 고민하게 마련인 데이트에서 디저트로 선택했을 때 센스 없다는 타박을 들을 확률이 거의 없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같은 ‘커플데이’에도 초콜릿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뚝딱 사 먹을 수 있... -
정력엔 ‘펄떡펄떡’ 꼬리? 몸통이 억울하겠네
다닥다닥 이어지는 간판의 행렬 속. 무심코 한 곳에 눈이 갔다. ‘살아 있는 비아그라.’ 그로테스크한 기분이 들었으나 간판의 홍수 속에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혹시 장어집인가’ 싶었는데 맞았다. 웬만한 중장년층에게 장어는 스태미나를 충족시켜주는 보양식으로 통한다. 기력이 떨어지는 여름철엔 특히 장어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비롯해 좋은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먹고 나면 기력이 생기고 든든하다. 그뿐인가.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지닌 진미인지라 많은 미식가를 유혹한다. 숯불 위에서 자글자글 연갈색 빛으로 익어가는 장어는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장어의 여러 부위 중에서도 고갱이로 꼽히는 것은 꼬리다. 힘차게 펄떡거리는 장어 꼬리는 정력과 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수년 전 지인들과 함께 갔던 장어집에서 서빙하던 분은 유독 장어 꼬리를 남자들 쪽으로 놓아줬다. “이거 먹고 힘쓰면 내일 아침 밥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
고운 자태에 씐 음심 복숭아는 억울해
‘도화살’이라는 말이 있다. 사주·명리에서 많이 쓰는데, 일반인에게도 꽤나 익숙하다. 예로부터 도화살이 있는 사람은 남성 혹은 여성에 대한 편력이 강한 것으로 여겨졌다. 도화살에는 성적 방종, 음란, 색기, 호색 따위의 의미도 따라붙는다. ‘도화살(桃花煞)’에서 ‘도화(桃花)’는 복숭아꽃을 의미한다.‘도색잡지’ 혹은 ‘도색영화’라는 단어도 있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나 중년층 이상에게는 익숙하다.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 등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색잡지의 대표격이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곤 했던 이 잡지를 수완이 좋아 손에 넣은 아이들은 성적 호기심이 들끓던 또래 사이에서 종종 권력자가 됐다. 여기서 ‘도색’(桃色)의 뜻은 복숭아 혹은 복숭아꽃 빛깔이다.딱히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닌 이 단어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복숭아 혹은 복숭아꽃이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식감, 새콤달콤한 과즙, 탐스러운 모양새의 그 곱디고운 과일에 왜 이런 이미지가 씌... -
아…왠지 모르게 연상되는 ‘그것’
넷플릭스 콘텐츠 목록을 탐색하다 한 제목에 눈길이 머물렀다. ‘소시지 파티’. 혹자는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머릿속 ‘음란 마귀’를 흔들어 깨우며 민망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제목. 맞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의미다. 무대는 대형마트의 식품매장. 주인공은 길쭉한 프랑크 소시지 ‘프랭크’와 그의 여자친구인 핫도그번 ‘브렌다’이다. 인간들에게 선택돼 마트 밖으로 나가는 것이 천국의 삶이라고 믿고 있는 식료품들에게 어느 날 천국의 실체가 까발려지면서 이에 맞선 식료품들의 파란만장한 모험기가 펼쳐진다. 앙증맞은 캐릭터가 나선 애니메이션 영화이긴 하나 B급 유머와 질펀한 ‘섹드립’이 판을 친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과격한 난교 장면에서 쏟아지는 대사들을 듣고 있노라면 어질어질할 정도다.이 영화의 원래 제목도 ‘Sausage Party’다. 영화적 재미로 만든 단어인가 싶어 사전을 찾아봤더니 남성이 주류인 모임을 지칭하는 속어라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고... -
(4)이토록 요염한 ‘굴’이라니
며칠 전 숙취로 쓰린 속을 달래려 시원한 굴국밥을 입안으로 퍼넣고 있는데 문득 메뉴판이 눈에 와 닿았다. ‘굴보쌈-계절 메뉴’. 미친 듯 먹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생굴을 먹었던 것이 지난해 김장할 때, 그리고 올 초 친구네 집들이에서 이렇게 두 차례였다. 아직 3월인데 혹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소용없었다. 유년 시절, 어른들의 식생활은 이해 안 되는 것투성이였다. 그중에서도 굴은 첫손에 꼽을 만했다. 콧물처럼 물컹하고 냄새도 비린 걸 어쩜 저렇게 맛나게도 먹는지. 당신들만 먹으면 될 것을 왜 자꾸 권하는지. 어릴 때부터 식탐이 많아 신기한 먹거리가 있으면 일단 입에 넣고 봤는데 굴은 좀처럼 적응이 안 됐다. 당최 이해 안 되던 그 마음이 무색하게도 20대 후반 어느 시점부터인가 나 역시 굴을 즐기고 있었다. 누구네 집 어린 딸내미가 굴을 잘 먹는다는 둥, 일곱 살밖에 안 된 녀석이 굴을 꿀떡꿀떡 삼킨다는 것 따위가 이야깃거리가 되는... -
가슴으로 마시고 사랑에 취하다
소위 ‘로맨틱한 작업’을 할 때 가장 어울리는 술은 뭘까. 시큼털털한 막걸리나 강하고 거친 보드카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게다. 경우에 따라 ‘작업’에 방점을 둔다면 테킬라를 꼽을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와인 아닐까. 와인은 ‘남녀상열지사’에 가장 어울리는 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영화사에서 최고의 멜로 드라마로 꼽히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는 잉그리드 버그먼에게 다음과 같이 속삭인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Here’s looking at you, kid). 지금도 회자되는 이 명대사가 나온 장면에는 스파클링 와인의 일종인 샴페인 ‘멈 코르동 루즈’가 함께했다. 작품에 등장한 또 다른 샴페인 ‘뵈브 클리코’도 중요한 사랑의 매개체였다.10여년 전 세간의 화제가 됐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파격적·변태적 섹스를 앞둔 두 주인공의 정서적 친밀감을 달군 것은 화이트 와인 ‘푸이 퓌메’였다. 이 소설에 나오는... -
고대인이 애용한 ‘정력제’ 먹으면 졸려서 ‘최음제’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식탁의 동반자가 있다. 상추다. 상추를 펼쳐 구운 고기를 몇점 얹고 고추, 마늘과 쌈장을 곁들여 입안 한가득 쌈을 싸 먹을 때 느껴지는 충만감이란…. 고기가 없어도 된다. 상추잎에 밥과 장만 싸서 먹는대도 그것만으로 꽤 괜찮은 한 끼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는 상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함바집’에서도 만날 수 있는 상추는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채소다. 태풍이나 흉작으로 채소가 금값이 될 때면 상추 적게 준다고 삼겹살집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광경은 심심찮게 목도할 수 있다.상추는 고려시대부터 이미 즐겨 먹었다. 키우기 쉽고 잘 자라고 맛도 좋으니 사랑받지 않을 수 없다. 상추가 우리 조상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는 또 있다. 정력을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상추의 줄기를 뜯었을 때 나오는 유백색 진액이 정액과 비슷해 정력을 강화시켜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고추밭 이랑 사이에 심은 상추는 정력... -
살로써 살다, 그 새빨간 ‘원초적 본능’
‘육담’ 하면 무엇을 떠올리게 되나. 고깃집 상호?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포털 사이트를 열고 이 단어를 입력하면 고깃집 상호가 상단에 주르륵 뜬다. 육담(肉談)의 사전적 의미는 음탕하고 품격이 낮은 말이나 이야기다. 한마디로 음담패설이다. 그래서 육담에 주로 호응하는 수식어는 ‘질펀한’ ‘노골적인’ ‘낯뜨거운’ ‘걸쭉한’ 따위다.고기, 살을 의미하는 ‘육(肉)’과 음담패설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거칠게 말하자면 인간의 몸은 고깃덩이다. 몸은 원초적이고 본능적 욕망이다. 성(性)을 이야기하는 음담패설이 ‘고기 이야기’인 이유다. 실제로 중국 옌볜 조선족들은 음담패설을 고기 이야기라 칭하고 있다 한다. 김선풍 중앙대 명예교수는 “고기라는 말에 담긴 욕정적인 속살의 부딪침, 에로틱한 섹스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그러고 보면 ‘육’이나 ‘살’이 들어가는 단어들은 꽤나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육감적, 육정, 육욕… ‘살’이라는 단어도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