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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飮啖稗說
  • [음담패설 飮啖稗說]메밀? 밀회? - 소바를 다 먹은 남녀는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메밀? 밀회? - 소바를 다 먹은 남녀는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냉면·막국수·소바…다양한 조리법만큼한국·일본 모두유래 깊은 음식강원도 막국수는껍질을 ‘마구’ 갈아서,또는 이제 ‘막’ 뽑아서막국수가 됐다는 설소바는 일본어 ‘메밀’에도시대 소바집은일종의 러브호텔주인 거주용 2층을커플에게 ‘대실’해줘서울 광화문의 한 노포(老鋪). 늘 그 앞을 지나다가도 매년 이맘때면 한결같은 계절의 변화를 체감한다. 워낙에도 인기 많은 맛집이라 언제나 북적이지만 요즘은 헤집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아이고, 무더위가 시작됐구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시원한 메밀국수 때문이다.메밀국수는 메밀로 만든 국수다. 무슨 말장난인가 싶다. 그런데 엄밀히 따져보자. ‘메밀로 만든 국수’라고 했을 때 저마다의 머릿속엔 제각각의 메밀국수가 떠오르기 십상이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그 맛들. 슴슴한 육수와 함께 즐기는 평양냉면도 메밀국수이고 새콤달콤 비벼 먹거나 살얼음 뜬 육수에...

    2025.06.14 09:00

  • [음담패설 飮啖稗說]부인 이건 나랑 먹거나 아니면 반드시 혼자서 드시오
    부인 이건 나랑 먹거나 아니면 반드시 혼자서 드시오

    아삭 섬세한 맛…왕실 상류층이 즐긴 ‘식품의 왕’생김새 덕에 정력제 믿음…카마수트라 에도 레시피설날엔 떡국, 복날엔 삼계탕. 한국 사람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때가 되면 ‘집단적으로’ 먹는 음식들이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는 칠면조가 그렇고, 일본 사람들이 섣달그믐날 먹는 도시코시 소바가 이런 사례로 꼽힌다. 독일 사람들에겐 아스파라거스가 그런 음식이다. 해마다 5월이면 독일 사람들은 아스파라거스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4월 중순부터 시작돼 두 달간 수확되는 아스파라거스를 먹는 것은 독일인들이 봄을 맞이하는 전통적 의례다. 이들이 주로 먹는 아스파라거스는 한국에서 흔히 보는 녹색이 아닌, 흰색 아스파라거스다. 독일 언론은 매년 이맘때면 아스파라거스에 관한 각종 뉴스를 쏟아낸다. 독일 맥도널드엔 ‘스파겔’(독일어로 아스파라거스) 버거까지 있다.한국에 있는 독일인들은 함께 모여 아스파라거스를 먹으며 나름의 축제를 즐긴다. ...

    2025.05.17 12:00

  • [음담패설 飮啖稗說]긴밤 지새우고 알알이 맺힌 넘치는 생명력
    긴밤 지새우고 알알이 맺힌 넘치는 생명력

    올해 ‘국민 드라마’에 등극한 <폭싹 속았수다>에서 개인적으로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눈물 콧물 짜내며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던 이 드라마에 유독 튀는 활력을 불어넣던 바로 그 장면. 밉상·진상을 떨던, 하지만 그렇게 밉지만은 않은 두 빌런 ‘학씨 부상길’과 ‘미숙이년’의 능청스러운 수작질 신 말이다. 해산물을 가지고 치던 부상길의 ‘개드립’을 보자중국 한의서 ‘본초강목’서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 칭해한 번에 수십만 개 알 낳아 ‘다산’ 상징하기도‘장수’ 의미하면서 껍질은 ‘지조’ 뜻하는 재미있는 식재료“미숙이 꽁치가 오빠 가슴에 꽁하고 백히네.” “뭐, 전복? 진짜 나를 전복시켜.” 스멀스멀 웃음이 스며 나온다. “새우나 까 잡솨”하는 미숙의 새촘한 이야기에 화들짝 놀란 부상길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한다. “너는 진짜 나를 너무 새(우)…, 아니 너무 일으켜.” 질박한 감성 충만한 서사 속에 이런 기상천외한 ‘섹드립’이라...

    2025.04.19 09:00

  • [음담패설 飮啖稗說]부드럽고 달콤한 사랑의 묘약, 초콜릿
    부드럽고 달콤한 사랑의 묘약, 초콜릿

    ‘사랑의 묘약’은 존재할까? 현재는 ‘없다’. 누군가 그걸 만들어낸다면 아마도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부자가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사랑의 묘약은 ‘있다’. 오랫동안 사랑의 묘약으로 여겨져 왔던 것. 애정과 낭만이 듬뿍 담긴 사랑의 상징. 달콤함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매혹적인 물성.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초콜릿이다.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처럼 괜히 마음 들뜨게 하는 날들에 초콜릿은 언제나 연인들과 함께했다. 초콜릿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 혹은 상술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그 달콤한 낭만에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초콜릿 브랜드 허쉬의 대표적인 상품 ‘키세스’(kisses) 이름이 키스하는 소리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솔깃하고 흥미로운가(허쉬에서는 키세스 작명과 관련해 여러 설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그중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다).초콜릿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호불호 없이 주고받으며 즐길 수 있는 기호품이자 소박한 쾌락이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2025.03.22 15:00

  • [음담패설 飮啖稗說]고사리, 먹어도 문제없쥬?
    고사리, 먹어도 문제없쥬?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잘 익은 삼겹살과 통통한 고사리. 삼겹살 위에 고사리를 얹어 한입 가득 먹던 방송인 백종원은 아쉬워한다. “그렇게 제주를 많이 다녔으면서 왜 이 조합을 몰랐을까.” 삼겹살과 고사리를 무한흡입하는 그에게 맞은편에 앉은 상대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옛날에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정력이 감퇴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순간 깜짝 놀란 백종원이 “얘기를 했어야지. 셋째 낳아야 하는데”라고 투덜대자 이를 지켜보던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된다. 2012년 방송됐던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했던 개그맨 최양락은 “고사리가 정력에 좋지 않다는 말을 들어서 일생 고사리는 쳐다도 안 봤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고사리를 피한다거나 애꿎은 고사리를 타박하는 식의 농담 섞인 이야기들은 종종 개그나 유머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세간에 자리 잡은, 정력과 고사리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도를 닦는 스님들이 고사리를 즐겨 먹는 것이 그 때...

    2025.02.22 09:00

  • [음담패설 飮啖稗說]새빨간 너, 하얀 속살, 매력이 죄…색과 이중적 맛에 유혹의 과일로 낙인
    새빨간 너, 하얀 속살, 매력이 죄…색과 이중적 맛에 유혹의 과일로 낙인

    얼마 전 설을 앞두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설 명절 구매 희망 선물세트’ 설문조사를 했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은 과일혼합세트와 사과세트였다. 지난해 추석에도 사과세트가 꼽혔다. 그러고 보면 사과는 주고받는 데 큰 부담 없는, 보편적이고 무난한 명절 선물로 여겨진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사과’라거나 ‘하루 사과 한 알이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데다 다른 과일에 비해 보관성이 좋다는 점도 사과의 미덕이다.그런데 사과는 이 미덕만큼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 같다. 너무 흔하고 평범해서인지 모르겠다. 최근 들어 별 모양 사과 같은 신품종이 나오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과를 보고 호기심과 설렘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품종까지 따져가며 구매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복숭아나 딸기와 달리, 사과 품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주력 품종인 부사를 제외하면 감홍, 아오리, 양광 정도가 이름이 알려진 사과 ...

    2025.01.18 15:00

  • [음담패설 飮啖稗說]뭣에 쓰는 물건인고? 생김새는 망측 씹는 맛은 발칙
    뭣에 쓰는 물건인고? 생김새는 망측 씹는 맛은 발칙

    호화로운 유람선 파티.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톱배우 천송이(전지현)에겐 스테이크도 푸아그라도 캐비아도 눈에 차지 않는다. 허기진 그가 찾는 것은 개불 한 접시에 소주다. 스테이크를 썰던 동료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천송이는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물가에 왔는데 그 정도는 먹어줘야 하는 거 아냐?” 2013년 방영됐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치맥’ 등 ‘K먹방’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이 됐다. 그중 개불도 빼놓을 수 없다. 생김새에 이름까지 범상치 않은 이 해산물은 방송 직후 노량진 수산시장을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이게 만든 주역이 됐다.개불은 횟집에서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주로 사이드 메뉴로 먹는 해산물이다. 따로 한 접시 시켜 소주 안주로 삼기도 딱이다. 쫑쫑 썰려 접시 위에 오른 진한 핑크빛 개불의 매력은 쫄깃한 식감에 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달큼함이 배어 나오는 그 맛도 일품이다.개불은 손질되기 전후의 모습이 판이하다. 큼...

    2024.12.21 06:00

  • [음담패설 飮啖稗說] 수퇘지의 페로몬과 같다는 ‘땅의 고환’···인간도 홀렸다
    수퇘지의 페로몬과 같다는 ‘땅의 고환’···인간도 홀렸다

    땅의 고환(testicles of the earth). 이건 도대체 무엇을 지칭하는 걸까. 힌트를 제시한다. 식재료의 하나다.식재료는 종종 은유의 대상이 된다. 굴을 ‘바다의 우유’로, 강황을 ‘밭에서 나는 황금’으로 칭하는 것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다. 성적인 의미를 담아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홍합을 ‘동해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홍합을 먹으면 성적인 매력이 더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도 탐스러운 붉은색, 풍성한 과즙을 가진 토마토를 오랫동안 ‘사랑의 사과(a love apple)’라고 불렀다.은근한, 혹은 미루어 짐작할 만한 단어를 적당히 사용할 법하건만 대놓고 ‘고환’이라니. 이다지도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의 대상이 되는 식재료가 또 있을까. ‘땅의 고환’이 지칭하는 대상은 트러플(송로버섯)이다. 캐비아·푸아그라와 함께 서양 요리 ‘3대 진미’값비싸고 진귀한 식재료로 꼽히는 트러플은 캐비아, 푸아그...

    2024.11.23 12:00

  • [음담패설 飮啖稗說]\"내가 갈 때까지 씻지 말고 기다리시오\"...황제도 반했다
    "내가 갈 때까지 씻지 말고 기다리시오"...황제도 반했다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이 중 음식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데 비교적 유리하다. 최소 ‘평타’ 이상은 보장한다. 원초적 욕망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들고 먹고 식재료를 고르는 제각각의 과정은 그 모습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기 쉽다. 음식에 이종 장르를 결합해 다종다양한 서사를 만들어낸 인상적인 콘텐츠도 많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던 <흑백요리사>는 원초적 욕망과 이상적 가치에 소구하며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문화 콘텐츠 소재로 음식이 적극 활용되었던 것은 회화가 유일한 시각적 콘텐츠이던 과거에도 비슷했던 것 같다. 17세기에 발달했던 네덜란드 정물화는 귀족이나 부유한 시민계급에 사랑받았다. 당시 화가들이 주로 사용했던 피사체는 꽃 혹은 음식이었다. 음식을 주인공 삼은 그림을 두고 많은 미술학자나 평론가들은 인간 욕망의 반영이라고 말한다.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 음식이고 인간의 근본 욕구...

    2024.10.26 15:00

  • [음담패설 飮啖稗說]화끈, 부끄···입에 담기 어려운 떡
    화끈, 부끄···입에 담기 어려운 떡

    한 커뮤니티에 올랐던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비롯해 뉴스로까지 퍼지면서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인들의 모임에서 누군가가 “이 정도면 떡을 치죠”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분위기가 말 못할 정도로 싸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발화자의 의도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뜻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혀 ‘다른 뜻’을 떠올렸다. 부자연스럽게 조용해진 분위기를 어색한 웃음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 주된 사연으로, 최근 몇년 새 불거진 문해력·어휘력 문제까지 소환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달궜다.포털사이트 사전을 찾아보면 ‘떡을 치다’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①양이나 정도가 충분하다 ②(속되게) 남녀가 성교하다 ③어떤 일을 망치다. 앞서 언급된 사연의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떠올렸던 ‘다른 뜻’이 이 중 무엇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이만큼이면 떡을 치고도 남는다”라거나 “이번 시험 완전 떡 쳤어” 등으로 활용될 때면 어느 자리에서건 거리낌 없이 사용할...

    2024.09.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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