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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작가의 요즘 ‘집회 가방’
재난 같은 비상시를 대비해 생존배낭을 꾸리는 것이 한때 유행처럼 번졌다. <어린이라는 세계>로 20만 독자에게 어린이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각을 열어주었던 김소영 작가는 요즘 언제든 둘러메고 뛰어나갈 수 있게 ‘집회 가방’을 미리 싸놓는다. ‘반짝이는 것’ 하나를 더 보태기 위함이자,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을 어린이에게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서다.김 작가의 가방 속에는…지난 12월26일 경향신문을 방문한 김소영 작가의 가방에서는 직접 만들어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집회용 물품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평범한 독서교실 선생님을 누가 ‘집회 프로’로 만들었나 싶다. 반려견 ‘설탕이’의 일상과 어린이들과 흐뭇한 에피소드, 북콘서트 같은 작가의 공식 일정으로 채워지던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는 ‘그날’ 이후 장르가 바뀌었다. 시국 관련 각종 집회 일정과 현장 소식, 성토를 부르는 뉴스가 이어진다. 그중 일명 뽁뽁이 봉투에 신문지를 채워 만든 ‘집회 방석’은 77만이 넘는 조... -
밀키트 시대 2% 부족한 ‘풍미’ 찾아서…제리코 레시피 백지혜 요리연구가
‘감자’ 대신 채 썬 당근에 전분 2큰술, 카레가루 1큰술, 약간의 소금을 넣고 바삭하게 부친 ‘당근 뢰스티’는 당근을 싫어하는 사람도 반할 맛이었다. 에어프라이어로 15분 만에 간단하게 만드는 ‘토마토 무수분 수프’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강타했다. ‘제리코 레시피’ 백지혜 요리연구가는 특별할 것 없는 흔한 재료로 그들이 가진 풍미를 한껏 끌어올리는 일명 ‘풍미 마스터’다. 그의 가방 속에도 풍미 노하우가 숨어 있을까?밀키트 시대… 쿠킹클래스가 필요한 이유?2015년 백 요리연구가는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측 제안으로 외국인 관광객 대상 비건 한식 쿠킹클래스를 시작했다. 영국 유학 시절 친구들을 초대해 한식을 만들어주던 취미가 업으로 이어진 것이다.“요리를 전공으로 공부한 적은 없어요. 그저 혼자 해외 생활을 하며 장을 봐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집밥을 해주는 경험이 쌓였을 뿐이죠. 한식이 낯선 외국인 친구에게는 해물파전과 잡채만 해주면 끝이거든요. 음식을... -
순정만화 그리는 할머니 작가, 민애니
1960년대 데뷔한 국내 1세대 만화가이자 만화 유튜버인 82세 ‘신식 할머니’ 민애니(본명 민신식) 작가를 만났다. 그는 ‘안광’부터 남달랐다. 시력을 물으니 “2.0”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것 빼고는 눈 건강은 자신 있다고 말을 이었다. 고령에도 그의 펜 선은 무너지지 않았고 연필 터치도 매우 섬세하다.82세 할머니 작가 ‘퀴어’를 그렸다민애니 작가는 요즘 순정만화 마니아들에게는 ‘백합 그리는 할머니’로 유명하다. 백합은 만화나 웹소설에서 여성 간의 동성애를 모티프로 하는 서브컬처 장르를 일컫는 용어다. GL(Girl’s Love)이라고도 불린다. 무려 1970년대 국내에 백합 장르 순정 만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출간된 그의 <하얀 돛배>가 펀딩을 통해 반세기 만에 재출판되기도 했다.<하얀 돛배>는 부잣집에 식모살이를 온 소녀 ‘숙아’가 어떤 묘약을 마시고 주인집 아가씨 ‘란이’와 불가항력적인 사랑에 빠지는 스... -
10억 매출·베스트셀러 제조기…고명환 가방 속에 ‘비결’이 있다
“경기가 좋으면 로맨틱 코미디가 뜨고, 불황이면 ‘사극’이 뜬다.”개그맨 겸 작가 고명환은 방송가 흥행 속설을 곁들이며 고전을 집어 들었다. 답답한 현실에 대한 해답을 과거에서 찾아보고 싶은 심리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연예계 다독가로 소문난 그는 지난 7월 신간 <고전이 답했다(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을 냈다. 여러 고전에서 찾은 삶의 해답을 한데 모은 책이다. 어려운 출판 시장에서 출간 한 달 만에 5만 부가 판매됐다. 대만과 베트남 수출도 확정됐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가방에서는 남산도서관 자리 배정표 뭉치가 제일 먼저 튀어나왔다.나를 바꾼 책 한 권MBC 공채 8기 개그맨 출신 고명환은 이제 개그맨보다 작가이자 자기 계발 강사로 통한다. 인터뷰 중에도 강의 일정을 확인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보다 강의료가 100배 올랐단다. 그 시작은 유튜브 채널에서의 ‘혼잣말’이었다.“저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매일 <... -
아이돌 그리고 발레리나, 스테파니
그룹 천상지희 출신 스테파니(김보경)는 장안의 재주꾼은 다 모인 SM엔터테인먼트 내에서도 알아주는 댄스 퍼포머였다. 데뷔하고도 소녀시대 멤버를 포함한 연습생들을 가르칠 정도로 ‘춤 하면 스테파니’였다.“예능 프로그램 <X맨> 기억나죠? 당시 스타들의 댄스 신고식 안무 거의 제가 짰잖아요.”‘춤신춤왕’이 그의 작품이었다니. 스테파니의 이야기에는 새록새록 추억이 담겨 있다. 미국과 한국을 바삐 오가는 그의 가방 속에는 과거, 현재 그리고 그가 꿈꾸는 미래가 담겨 있다.전통발레와 대중음악 두마리 토끼를 잡다여성 4인조 그룹 천상지희는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초창기 멤버들의 활동명에는 상미, 희열, 지성 등의 수식이 붙어 ‘동방신기 여성판’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섯 살 때부터 발레를 익힌 천생 춤꾼은 ‘천무(天舞) 스테파니’로 데뷔했다.천상지희 멤버들은 현재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린아와 선데이는 뮤지컬 배우로, 다... -
‘파쿠르 1세대’ 김지호 코치의 가방 속에는…
담을 뛰어넘거나 건물 사이를 넘나드는 액션 영화 속 파쿠르는 잔재주가 아닌, 어엿한 익스트림 스포츠다. 국제체조연맹이 여덟 번째 기계체조 종목으로 공식 채택했으며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논의 중이기도 하다.국내 1세대 선수이자 아시아 최초 국제 공인 파쿠르 코치인 김지호씨에게 파쿠르는 ‘수련’이다. 파쿠르(Parkour)는 프랑스어로 길, 여정을 뜻하는 단어 ‘Parcours’에서 파생됐다. 그에게는 주변 환경, 지형지물과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고유한 길을 개척하는 움직임의 예술이자 수련의 길이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담을 넘는’ 김지호 코치의 가방에는 무엇이 있을까?파쿠르 ‘우리가 잊고 있던 태초의 움직임’얼마 전 김 코치는 친구 셋과 함께 제주도 234㎞를 걷는 도보 여행을 했다. 길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파쿠르를 하고 다이빙도 하며 한껏 제주도를 즐겼다. 그에게 파쿠르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최근 유튜브 등의 미디어를 통해 고... -
‘N잡러’ 대한외국인 타일러 라쉬의 가방
미국인 타일러 라쉬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알고 있는 대표 ‘대한외국인’이다. 때로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꿰뚫어 보며 일침을 날리기도 한다. 그가 야심 차게 또 다른 ‘일침’을 꺼내고 있었다.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SNOW) 인도 지사장 출신 니디 아그르왈과 함께 ‘한글 과자’를 만든 것. 한국인에게 알파벳 과자보다 낯선 자음·모음 과자라니…. 그의 일침은 이번엔 제법 따갑게 다가온다.‘해야 한다’ → ‘해봐야 한다’…삶의 문법 바꾸자타일러는 한국에서 방송인뿐만 아니라 영어공부앱 강사, 매니지먼트사 대표, 수출입 대행, 사업가, 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령화·저출생 사회, 내수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외치는 시대에도 타일러는 한국을 ‘새 오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가 한국에서 n잡러로 살아가는 이유다.“저는 한국을 레드오션이 아닌 블루오션을 넘어 ‘오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으로 보고 있어요. 아직 비집고 들어갈 ... -
‘여자 마동석’ 꿈꾸는 배우 정영주의 가방 속에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엄마’를 찾게 되는 것처럼, 극 중 어떠한 불안한 상황이 연출돼도 ‘이 엄마’만 나타나면 시청자도 안도하게 된다. 배우 정영주씨는 드라마 속 강한 엄마 캐릭터의 새 장을 연 배우다. tvN <선재 업고 튀어>(<선업튀>)가 국내뿐 아니라 130개국 OTT 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흥행을 일궈내면서 정씨는 해외 팬들에게 ‘Sori umma(솔이 엄마)’라고 불린다.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어 수가 3주 만에 3배가 되는 경험도 했다.정영주씨가 경험한 어떤 드라마보다 <선업튀>는 우여곡절이 많은 현장이었다. 사계절을 오롯이 담을 만큼 촬영 기간도 길었고 역시즌으로 촬영해 배우들은 추운 겨울날 장대비를 맞고 더운 여름날 두꺼운 아우터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서야 했다. 힘들어도 ‘쉬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는 후배들을 위해서 늘 분위기를 환기시킨 것은 ‘복순’ 역의 정씨였다. “간식 좀 먹게 10분만 쉽시다” “거... -
치매 전문의 김희진 교수가 전하는 ‘젊은 뇌’ 비결은?
백세 시대.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한 신체와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슈퍼에이저’의 삶이 중요한 때다. 슈퍼에이저란 신체 나이보다 20~30년 젊은 뇌를 가진 사람들로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느리게 나이 드는 기억력의 비밀>의 저자이자 치매 전문의 김희진 교수는 기억력은 좋은 습관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슈퍼에이저로 가는 길, 그의 가방 속에 답이 있지 않을까?■“내 삶은 실패의 역사”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한 성악가 출신 가수의 앨범이 가득 쌓였다. 그의 심상치 않은 ‘덕질’은 그의 고등학생 시절 이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성악을 시작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치명적인 문제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자신을 ‘실패 역사의 산물’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다.“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성악으로 방향을 튼 후 6개월이 지났는데 습관성 턱관절 탈구가 생긴 거예요. 노래를 부르지... -
‘영혼까지 넣는다’ 보태니컬 아티스트 송은영의 가방 속에는?
한 시간을 꼬박 들여야 겨우 엄지손톱만 한 면적을 완성하는 그림이 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유럽에서는 마니아층이 견고한 보태니컬 아트다.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 꽃 등을 자세히 관찰하고 섬세하게 묘사해낸 세밀화로 예술적 영감까지 불어넣어 ‘식물도감’이 아닌 ‘아트’라고 부른다.한국인 최초로 영국 식물예술가협회(The Society of Botanical Artists)의 정회원(SBA Fellow) 자격을 받은 송은영 작가는 5월의 꽃과 식물을 화폭에 담기 위해 오늘도 특별한 가방을 멘다.엔지니어, 화가가 되다송 작가는 한 번 작업대에 앉으면 6~7시간은 꼬박 그림을 그린다. 그는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처럼 독방에 갇혀도 음식만 제공받는다면 몇날 며칠이고 만족스럽게 그림 그리며 지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보태니컬 아트는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보니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성향이 맞지 않으면 도전할 수 없는 분야다.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