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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 줄 모르고 타오르는…‘길 잃은 분노’
곽튜브(본명 곽준빈)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구고 있을 때 실은 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곽튜브가 논란이 될 사람은 아니지 않나…? 곽튜브는 그러니까 ‘연예인처럼’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의 유명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친근한 쪽. 하지만 동시에 200만을 상회하는 여행 유튜버이자 예능 부문 신인상 수상자였다. 그 독특한 콘트라스트가 곽튜브라는 사람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당하면 당했지 해를 가할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속 편하게 생각했지만 상황은 좀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개인과 권력, (좀 과장된) 해석과 분노의 방향, 무책임한 거짓말과 요즘의 시대정신까지 얽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해하자면 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앞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었다. 지난 7월19일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예능 부문 남자 신인상을 받을 땐 정말 그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다시... -
왜, 안 낳느냐고요? 아빠 되고야 안 ‘육아의 기쁨과 슬픔’
그날 저녁 8시경, 모든 두려움이 현실화하였다. 2023년 11월 어느 날. 아내의 진통은 마무리 단계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아내와 나란히 누워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아들이 태어나는 순간 귀가 얼얼하도록 출산방을 가득 채우던 울음소리. 갓 태어난 아기를 가슴 위에 얹었을 때의 질감과 무게감. 너무 작고 여려서 이 아기가 정말 사람일까 싶은 정도의 연약함….그날 밤은 한숨도 못 잤다. 아기가 울면서 깰 때마다 아내와 같이 깨서 어르고 달래고 먹였다. 아기도 우리도 익숙한 게 하나도 없어서 허둥지둥했다. 아기가 깨지 않았을 때도 혼자 일어나 코 아래에 손가락을 대보곤 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게슴츠레 뜨고 아기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장면을 오래 보기도 했다. 그렇게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작은 아기가 살아있다는 게. 아울러 두려웠다. 그칠 일 없는 풍랑에 촛불 하나를 꺼내 놓은 것 같아서.그로부터 300일이 지났다. 지금 아기는 벌떡 일어서서 손으로 ... -
나만의 뭔가 찾는다면 나부터 돌아보세요
약 15명의 사람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만의 취향을 찾는 법’이라는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강연자는 좀 머쓱한 표정으로 물었다.“혹시… 오늘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서 오셨어요? 취향이라는 걸 왜 찾고 싶으세요? 딱히 방법이 있는 건 아닌데.”강연자도 늘 고민이었다. 취향이 뭘까. 날카롭고 고급한 취향을 다루는 것으로 정평이 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서 10년을 넘게 일했어도, ‘취향’이라는 말에는 어쩐지 신비하고 불확실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객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있었다.8월 중순 즈음, 스타필드 수원 4층 스템커피에서 열린 작은 강연에 강연자로 참여했던 어느 날의 이야기다. 그날 주제가 바로 취향이었다. 시작할 땐 안갯속에 있는 것 같았는데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은 후 돌아오는 길에는 어떤 확신을 갖게 되었다. 취향을 찾고 싶어서 강연장을 찾은 사람들은 이미 자기만의 멋진 ... -
‘그 손가락’ 겨눈 혐오의 삿대질…그래서, 통쾌함 느꼈나요?
지난 6월27일 부산 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 당일, 르노코리아가 그랑 콜레오스를 공개했을 때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른바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 2020년 XM3 출시 이후 4년 만의 신차였다. 르노코리아 부스는 취재와 촬영을 위한 인파로 북적였다. 하지만 곧 식었다. 아니, 지나치게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써야 할까. 그랑 콜레오스를 둘러싼 온라인 여론을 분노와 혐오 정서가 지배한 것이었다.르노코리아가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 ‘르노 인사이드’에 올라온 영상 때문이었다. 콘텐츠를 진행하는 여성 직원의 손가락이 문제로 지목됐다. 엄지와 검지를 디귿자(ㄷ)처럼 하는 집게손가락이 맥락과 관계없이 여러 번 등장했다. 온라인 여론은 즉각 반응했다. 르노코리아는 곧 ‘남혐’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모델을 다루는 유튜브 영상 댓글도 차마 옮겨쓰기 민망한 수준의 조롱과 분노로 채워지기 시작했다.집게손가락이 이런 역할을 한 게 처음은 아니었다. 넥슨은 지난해 ... -
아마도 그것은 ‘가능성’의 다른 이름, 공간
창업은 곧 공간이었다. 사람과 아이디어, 계획과 열정이 있어도 공간이 없으면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벌써 6년 전. 소규모 투자를 받아 창업한 이후 벌써 2개의 개인 사무실과 2개의 공유 오피스를 거쳐왔다. 최근에는 세 번째 개인 사무실 입주를 마쳤다. 모든 사무실에 장단점이 있었다. 때로는 일과 공간이 영향을 주고받기도 했다. 왜 그렇게 자주 옮겼을까? 개인 사무실과 공유 오피스는 어떻게 달랐을까?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우리 회사에 투자했던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몇 가지 혜택을 제공했다. 그중 하나는 ‘액셀러레이터’라는 이름에 걸맞은 네트워킹과 멘토링. 또 하나는 공간 지원이었다. 이제 막 창업한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책상 몇 개를 놓을 사무실. 와이파이와 생수와 화장실 정도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하지만 거기서는 일할 수 없었다. 이틀 정도 출근하고 나서 부동산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침묵과 독립이 필요했는데 ... -
트레비 분수가 부쉈다…“여행은 휴식”이라는 착각
새벽 6시30분경. 눈이 저절로 떠졌는데 몸이 개운했다. 얼마 만의 통잠일까. 아들이 태어난 후 우리 부부에게 열린 세상은 무척 아름다웠는데 어쩐지 잠이 사라져 있었다. 이제 생후 7개월 정도 된 아들은 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드는데 이튿날 새벽 5시경 완전히 깰 때까지 중간에 서너 번을 더 깼다. 쓰러지듯 눈을 감고 자는 낮잠 한두 번으로 버텨온 참. 우리 부부의 다크서클은 광대 언저리에서 가실 줄 몰랐다. 이 여행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줄도 몰랐다.‘생후 6개월 즈음이면 혹시 부부만 하는 마지막 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출산을 2개월 정도 앞둔 시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예약을 해둔 것이었다. 다양한 사례를 취재한 결과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마지막 기회라며 권하는 또래 부모들도 다수 있었다. 8개월만 돼도 소위 ‘엄마껌딱지’ 시기가 열리니까. 다행히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나서주셨다.“걱정을 할 거면 가지를 말고, 갈 거면 걱정을 하지 말렴.”... -
도심 속 ‘낭만’···‘두 바퀴 탈것’들을 애정하는 이유
도시인은 머물 수 없다. 어디든 가야 한다. 출퇴근은 전쟁이다. 미팅은 왜 또 그렇게 많은 거야? 딱 10분 게으름을 피웠을 뿐인데 벌써 늦었다. 최대한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지하철역은 멀고 버스는 느리고 택시는 비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은 욕먹어도 어쩔 수 없다는 각오로, 다분히 경험에 근거한 도시 생활, 이동의 지혜에 대해 쓰려고 한다.가장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도심형 교통수단은 스쿠터다. 미쳤어? 오토바이를 권한다고? 벌써 타박의 목소리가 들리고 악플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이다. 서울 같은 메가시티에서 스쿠터의 스피드와 효율을 이길 수 있는 교통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언할 수 있다.나 역시 스쿠터를 탄다. 2013년에 산 125cc짜리 스쿠터, 하늘색 베스파 프리마베라를 아직도 타고 있다. 고장 난 적도 없고 사고 난 적도 없다. 어찌어찌 망설이다가 골목에서 혼자 넘어질 뻔한 적은 있었다. 2014년이었나, 회사에서 안식... -
몸과 마음의 올바른 균형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 ‘요가’
어쩌다 보니 흔히 ‘럭셔리’라고 부르는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인으로 15년 이상 살고 있다. 몇 억원을 우습게 넘기는 차를 시승하거나 레바논 귀족과 저택에서 샴페인을 마시는 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시미어 브랜드 대표가 지난여름 휴가에 스페인 왕자와 보낸 시간에 대해 인터뷰했던 순간도 생생하다. 마주 앉는 것만으로 기운과 재능이 짜릿하게 느껴지는 셀러브리티와의 대화도 호사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몇 배나 압축한 것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 그들이 들려주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겨 있는 통찰을 음미하며 기사와 칼럼으로 전하는 일에는 작지 않은 의미와 배움이 있었다.그런데 어느 순간 좀 공허하기도 했다. 묻기 시작했던 것이다. 순간의 의미와 배움들을 내 것으로 삼고 있나? 노력하면 내 것이 될 수 있나? 이건 4억원짜리 자동차를 언젠가 꼭 갖고야 말겠다는 다짐과는 좀 다른 이야기다. 로로피아나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거나,... -
작아서 더 강하다…로테르담의 ‘꺾이지 않은 의지’를 닮은 차 ‘미니’
약 23시간 만에 호텔 앞에 내렸을 때 어디선가 물 냄새가 났다. 언뜻 둘러보니 거대하고 모던한 다리가 눈에 들어왔고, 몇층인지 한눈에 헤아리기도 어려운 유람선이 물 위에 떠 있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이제 막 로테르담에 내린 참. 하얗고 모던한 다리의 이름은 ‘에라스무스’였다. 네덜란드 건축가 벤 판베르컬의 작품으로 1996년에 완공됐다. 거대하지만 위압적이지 않고, 날렵하고 모던한 형태의 현수교로, 이 세련된 도시의 첫인상을 정의하고 있었다. 그 모양이 백조를 닮아 ‘백조(De Ewaan)’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골목 어귀에서 뒤를 돌아보니 또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데 로테르담(De Rotterdam)이라는 이름의 웅장한 건물이 기하학적인 세 덩어리로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의 작품이었다. 사실상 시선이 닿는 곳마다 심상치 않았다. 산도 언덕도 없는 도시에 눈이 닿는 곳마다 멋진 건물들이 늘어서... -
어렵다, 그래서 멋지다…어쩌면, 도전 같은 취미 ‘독서’
책의 운명은 언제나 조금 외로웠다. 취미란에 ‘독서’라고 쓰는 것만큼 지루한 일이 또 있었을까? 독서는 진부하면서도 귀한 취미였다. 세상의 거의 모든 비밀과 삶의 비법들이, 온갖 고민에 대한 해법과 다른 인생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편들이 책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렵다. 읽기도 어렵고 읽어도 어렵다. 그 시간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점점 늘었다. 그래서 읽지 않는다. 책은 버려졌고 독서는 거의 누구의 취미도 되지 못했다.조사 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제목은 2023년 국민 독서실태였다. 2년에 한 번씩 하는 조사. 성인 5000명과 초·중·고등학생 2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청소년은 나쁘지 않았고 성인은 참담했다.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성인 종합 독서율은 43%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에 비해 4.5%포인트 감소한 수치였다. 이건 무슨 뜻일까. 대한민국 성인 중 절반 이상, 그러니까 약 57%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