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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를 완성하는 마지막 한 땀, 서사
롤스로이스 ‘비스포크’벤틀리 ‘뮬리너’포르셰 ‘존더분쉬’ 등 딱 한 대뿐인 내 차 만들기얼마보다 어떻게 쓸지가 중요‘일상과 호사’라는 제목에서 ‘호사’는 ‘럭셔리’를 대신할 수 있는 한국어 단어를 찾은 결과였다. 아무래도 럭셔리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오해가 많아서였다. ‘럭셔리’라는 단어에는 비싼 것, 명품, 젠체하는 물건이나 경험, 일반적으로는 접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뽐내듯하는 뉘앙스가 어쩔 수 없이 붙어 있었다. 누가 무척 비싼 걸 샀고, 그걸 갖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연료로 삼는 유튜브 채널도 너무 많았다. 그 역시 럭셔리의 어쩔 수 없는 단면이겠으나 굳이 칼럼을 통해 집중하고 싶은 특성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진짜 럭셔리의 다양하고 일상적인 면면에 대해 탐구하고 싶었다. 오늘은 ‘럭셔리’라는 거대한 단어의 일부에서 길어올린 진짜 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마침 새해이기도 하니까.지난 17년 남짓 에... -
‘최소 5억’ 값어치 하냐고? 무례하긴, 롤스로이스야
가장 인기있는 모델, 디자인 바꾸고 섬세하게 개선…미국 출시가 35만5000달러부터더 빠르고 큰 차는 많지만 ‘마법의 양탄자’ 탄 것 같은 승차감은 대체 불가…“감각이 다르다”자동차란 도대체 뭘까? 뭔데 이렇게까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놀라움과 선망, 이해와 쾌감, 가끔은 약간의 허무함까지. 11월 중순, 프랑스 니스에서 약 3시간 떨어진 와이너리 근처를 달리면서 생각했다. 와이너리의 이름은 샤토 라 코스트였다. 들어서자마자 저 멀리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무심코 들어선 입구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었고, 와이너리 곳곳에 눈이 번쩍 뜨이는 예술 작품과 건축이 즐비한 곳. 설명하자면 또 한 편의 칼럼이 필요한 공간에서 우리는 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 2를 타고 막 길을 나선 참이었다.롤스로이스는 1904년에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가 만든 자동차 회사다.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호사스럽고 비싼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
이케아 가구로 꾸민 새 사무실 인테리어… ‘슴슴한 디자인·실용적 쓸모’ 나무랄 데 없네, 나만의 10평
불황 등 고려…‘지출 최소화’에 집중AI 추천받아 가상 배치해보고 구매넉넉한 수납으로 ‘채우는 맛’ 쏠쏠북유럽스타일 깔끔한 공간 연출 으뜸직접 조립 ‘손품’ 팔지만 만족감 높아여름이 끝나가는 무렵, 2년 정도 머물렀던 공유오피스를 나가며 새 사무실을 찾아야 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보증금을 내고 계약을 마쳤는데 인테리어 공사도 해야 했다. 흉한 것들을 걷어내고 깔끔하게 흰색으로 마무리하자 가구의 시간이었다. 이후 약 2개월간 다양한 이케아와 만났다. 몇 가지 기준과 당혹, 마침내 행복과 만났던 이케아 쇼핑 이야기.경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콘텐츠 시장도 얼어붙는 중이니 큰돈을 지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업계의 소문이 이미 흉흉했다. 그러니 첫째도 둘째도 합리적일 것. 그렇다고 품질이 엉망이어선 곤란했다. 예쁘고 튼튼하고 믿을 만한 회사의 것이어야 했다. 버릴 때 아까워서도 안 됐다. 아쉬움 없이 버릴 수도 있어야 했다. 사업도 미래도 취향... -
완벽히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해진 ‘흰색 운동화 이야기’
이것은 완벽하게 평범하고 지나치게 조용해서 오히려 조금 특별해진 흰색 운동화에 대한 이야기다. 얼마나 오래 찾아 헤맸는지 모른다. 면바지와 청바지를 가리지 않고 가끔은 정장 바지 비슷한 느낌으로 입고 싶은 날에도 고민 없이 신을 수 있는 흰색 운동화를. 의도와 다르게 오래 걷게 되는 날에도 발이 편해서 걱정할 일이 없고, 누가 봐도 묘하게 정중해서 ‘저런 운동화라면 면접 자리에서도 문제없겠다’ 싶은 느낌이 드는 그런 운동화를 말이다.여러모로 완벽에 가까운 이 흰색 운동화의 정식 발매 이름은 ‘남성 코트 스니커’다. 무인양품과 리복이 같이 만들었고 무인양품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다. 사진만 보면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질 좋은 흰색 가죽 신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담백하고 본질에 충실한데 헤리티지와 이야기까지 갖추고 있는 스니커는 본 적이 없었다. 무조건 사야 했다. 혹시라도 품절되기 전에.면바지·청바지·... -
도로 위 나만의 공연장에서 드‘라이브’ PLAY!
손으로 밀어서는 잘 열리지도 않을 만큼 무겁고 오래된 철문이었다. 어깨로 밀어 열고 들어가자 경비원이 가방과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삼엄한 대문을 지나 언덕을 따라 쭉 올라가니 기아 K8과 EV9이 나란히 서 있었다. 조금 더 시선을 돌리니 고즈넉한 고택과 영국식 정원이 어우러진 낯설고도 한적한 풍경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영국 오디오 브랜드 메리디안과 기아가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주최한 브랜드 체험 행사의 풍경이었다.요즘 자동차는 이동수단에서 거주 공간으로의 개념 이동이 한창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지각 변동이 일단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내연기관으로서의 자동차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제 더 빠르고 더 강력한 차를 원하기보다 일상과 취향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콘텐츠로서의 자동차가 중요해졌다. 오디오야말로 운전과 거주 경험을 동시에 쾌적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첫 번째 엔터테인먼트다.오디오 시스템으... -
새로운 행복을 찾아 ‘매콤한 드라이브’여, 안녕
어렸을 땐 상상도 못했다. “차를 바꿨다”는 문장 속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숨어 있을 줄. 4년 정도 타던 차를 보내고 새 차를 맞이하면서 심경이 복잡해졌다. 보내는 날과 받는 날이 같았는데, 슬픔과 기쁨이 그런 식으로 교차할 줄도 몰랐다. 보낸 차는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맞은 차는 폭스바겐 골프 2.0 TDI였다. 미니 컨버터블을 들이는 데에는 큰 결심이 필요했지만 결혼이 계기가 되었고, 폭스바겐 골프는 정답에 가까웠지만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혼과 육아 사이, 포기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점점 명확해졌다.아내와 나, 둘 중 누군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엔 미니 컨버터블을 타고 괜히 소월길로 돌아갔다. 15분 남짓일까. 지붕을 열고 한 바퀴 돌면 스트레스가 다 사라져 있었다. 우울감이 수용성이라서 샤워를 하면 좋다는 말은 인스타그램 같은 데서 만날 수 있는 다정한 밈이지만, 스트레스가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건 누가 처방해... -
각자의 색으로 찬란하게 빛난 흑백요리사들
흑수저·백수저로 계급을 나눴음에도 본인의 길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셰프들경쟁 프로그램이라기보다 ‘파티’에 가까웠다, 맛이란 무기로 요리를 겨루는SNS를 두서없이 서핑하다 보면 가끔 질문을 던져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즐거우십니까? 혹시 우울하신가요? 이유가 뭔가요? 누군가는 저렇게 화려한데 나는 스마트폰이나 보고 있으니 세상에는 역시 계급이 존재하는 것 같죠? 그걸 실력으로 돌파할 수 있을까요? 둘 중 하나일 수도, 어쩌면 한쪽에 쏠려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몸과 돈이 곧 계급인 요즘 같은 시대, 눈에 보이는 것만이 내 세상이라고 믿고 살다간 일상이 너무 험하게 느껴질 때가 자주 있었다. 모든 게 너무 노골적이라서다.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싸움판 같아서다.인스타그램을 켜면 멋짐과 질투가 동시에 치고 들어왔다. 유난히 힘든 날 그리스 어딘가의 해변에서 느긋하게 햇볕을 쬐고 있는 누군가의 사진을 봤을 때. 너무 갖고 싶었지만 못 샀던 어떤 물건을... -
식을 줄 모르고 타오르는…‘길 잃은 분노’
곽튜브(본명 곽준빈)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구고 있을 때 실은 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곽튜브가 논란이 될 사람은 아니지 않나…? 곽튜브는 그러니까 ‘연예인처럼’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의 유명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친근한 쪽. 하지만 동시에 200만을 상회하는 여행 유튜버이자 예능 부문 신인상 수상자였다. 그 독특한 콘트라스트가 곽튜브라는 사람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당하면 당했지 해를 가할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속 편하게 생각했지만 상황은 좀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개인과 권력, (좀 과장된) 해석과 분노의 방향, 무책임한 거짓말과 요즘의 시대정신까지 얽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해하자면 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앞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었다. 지난 7월19일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예능 부문 남자 신인상을 받을 땐 정말 그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다시... -
왜, 안 낳느냐고요? 아빠 되고야 안 ‘육아의 기쁨과 슬픔’
그날 저녁 8시경, 모든 두려움이 현실화하였다. 2023년 11월 어느 날. 아내의 진통은 마무리 단계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아내와 나란히 누워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아들이 태어나는 순간 귀가 얼얼하도록 출산방을 가득 채우던 울음소리. 갓 태어난 아기를 가슴 위에 얹었을 때의 질감과 무게감. 너무 작고 여려서 이 아기가 정말 사람일까 싶은 정도의 연약함….그날 밤은 한숨도 못 잤다. 아기가 울면서 깰 때마다 아내와 같이 깨서 어르고 달래고 먹였다. 아기도 우리도 익숙한 게 하나도 없어서 허둥지둥했다. 아기가 깨지 않았을 때도 혼자 일어나 코 아래에 손가락을 대보곤 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게슴츠레 뜨고 아기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장면을 오래 보기도 했다. 그렇게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작은 아기가 살아있다는 게. 아울러 두려웠다. 그칠 일 없는 풍랑에 촛불 하나를 꺼내 놓은 것 같아서.그로부터 300일이 지났다. 지금 아기는 벌떡 일어서서 손으로 ... -
나만의 뭔가 찾는다면 나부터 돌아보세요
약 15명의 사람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만의 취향을 찾는 법’이라는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강연자는 좀 머쓱한 표정으로 물었다.“혹시… 오늘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서 오셨어요? 취향이라는 걸 왜 찾고 싶으세요? 딱히 방법이 있는 건 아닌데.”강연자도 늘 고민이었다. 취향이 뭘까. 날카롭고 고급한 취향을 다루는 것으로 정평이 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서 10년을 넘게 일했어도, ‘취향’이라는 말에는 어쩐지 신비하고 불확실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객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있었다.8월 중순 즈음, 스타필드 수원 4층 스템커피에서 열린 작은 강연에 강연자로 참여했던 어느 날의 이야기다. 그날 주제가 바로 취향이었다. 시작할 땐 안갯속에 있는 것 같았는데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은 후 돌아오는 길에는 어떤 확신을 갖게 되었다. 취향을 찾고 싶어서 강연장을 찾은 사람들은 이미 자기만의 멋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