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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어의 업데이트]애쓴 당신, 모두 복으로 돌아올 겁니다
    애쓴 당신, 모두 복으로 돌아올 겁니다

    20대에 한 어른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내가 바로 드릴 수 있는 것은 말뿐이라 감사 인사만 거푸 했다. 정신없는 인사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딱 다섯 글자로 답했다. “다 네 복이야.” 그날 이후로 ‘복’은 내 삶의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나 역시 많은 감사의 인사를 주고받아왔지만, 단 한 번도 그렇게 산뜻한 대답은 해본 적이 없었다. 머쓱해하거나 손사래 치며 별거 아니라는 듯 내 호의를 축소하고, 어색함을 재빨리 덮는 데 익숙했다. “네 복”이라니. 감사를 부담이 아닌 축복으로 돌려주는 멋진 태도라니. “천만에”라며 내 행위를 부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상대에게도 내게도 좋은 장면이 아닌가! 그 순간 알았다. 난 이 말을 평생 잘 써먹을 거라고. 많은 사람에게 꼭 나눠줄 거라고. “잘 봐, 그게 바로 네 복이야.”그 이후로 ‘네 복이야’는 내가 가장 아끼는 주문이었다.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냉큼 그 말을 꺼냈다. “네가 복이 많아서 그래!”...

    2025.07.12 12:00

  • [언어의 업데이트]야구장 육회·페스티벌 김치말이 국수…○○푸드가 완성하는 순간들
    야구장 육회·페스티벌 김치말이 국수…○○푸드가 완성하는 순간들

    20세기 음식산업의 혁명은 음식이 농장에서 집으로 오는 대신 공장을 거쳐 왔다는 것이다. 식품 공장과 글로벌 운송의 기술 발전이 식품의 공장화를 도왔다. 21세기에 음식이 마주한 혁명은 음식이 입으로 오기 전 카메라를 거친다는 것이다. #camera_eats_first 먹기 전 음식 사진 찍는 행위는 악수처럼 자연스러운 제스처가 되었다. 소셜미디어는 음식의 레시피를, 레스토랑의 기획을, 더 나아가 식문화 전반을 재구성한다. 속이 안 보이는 샌드위치보다 아보카도와 토마토가 빵 위에 올려져 있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오픈 토스트가 훨씬 더 소셜미디어 친화적이며, 이런 메뉴를 선보이는 카페가 더 핫플레이스가 되기 쉬웠으니까. 덕분에 2010년대는 아보카도의 시대였다.불황이 오면 립스틱을 산다는 것도 옛말. 지금의 불황에 사람들은 캐비아를 먹는다. 틱톡에서 #caviar 관련 영상의 조회수가 47억뷰, #caviarbump 영상이 17억번 이상 재생되었다. 손등에 올린 캐비아...

    2025.06.28 09:00

  • [언어의 업데이트]달인의 ‘뚝딱’ 밀어내는 누구나 ‘딸깍’…사라지는 숙련
    달인의 ‘뚝딱’ 밀어내는 누구나 ‘딸깍’…사라지는 숙련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방망이를 두드리면 무엇이 될까.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부르던 노래 가사 속 ‘이상한 나라’는 이해가 간다. 뚝딱 한 번에 금과 은이 나오는 건 분명 이상하니까. 그런데 왜 그 나라는 아름다웠을까? 금값이 많이도 올라서? 무엇이든 뚝딱 만들 수 있어서? 아름다운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도깨비 나라의 방망이만큼 이상한 방망이를 경험해본 지금, 나는 다시 그 노래를 생각하게 된다. ‘논문 나와라’ ‘음악 나와라’ 하면 몇초 만에 뚝딱 뭐가 나오는 AI가 있으니까.‘뚝딱’은 무언가를 손쉽게 해낸다는 뜻. 아무렇지 않게 멋진 일들을 뚝딱 해내는 사람들을 우리는 고수, 달인, 장인이라 부른다. 쉽게 해내는 사람들은 늘 쉽지 않은 시간을 견뎌왔다. 실수, 실패, 좌절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야만 뚝딱의 근육이 생긴다. 프랑스의 바게트 장인은 맨손으로 반죽을 만져보기만 해도 그날의 날씨에 맞춰 발효 ...

    2025.06.14 15:00

  • [언어의 업데이트]말도 안 되는 상황에 외쳐요…한화 미쳤다P·계엄 미친N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외쳐요…한화 미쳤다P·계엄 미친N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나의 일상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미쳤나봐 지갑 두고 왔어. 나 미친 거 아니야? 깜빡했어.”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쳤나봐’를 외친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속에서 비범한 창작물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미친 맛의 신상 과자, 미칠 듯 웃긴 쇼트폼 덕분이다. 흥미진진한 가십을 들었을 때, 친구에게 진짜 좋은 소식이 생겼을 때, 황당한 정치 기사를 볼 때, 심지어 계엄의 순간조차도. ‘미쳤다’는 말이 가장 먼저 새어 나왔다. 점잔이나 교양을 차릴 새도 없이 바로 튀어나오는 본능의 어휘. ‘미치다’는 일상에 가끔 찾아오지만, 일상과는 조금 먼, 어처구니없음과 위대함을 넘나드는 독특한 상태다.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ㅁㅊ’이라는 초성만으로도 의미 전달에 문제없이 유통될 만큼 흔한 말. ‘미치다’를 표현하는 새로운 표기법이 널리 퍼지고 있다. ‘미쳤다P’ ‘미친N’처럼 단어 옆에 인덱스를 붙이는 방...

    2025.05.31 12:00

  • [언어의 업데이트]‘후각의 언어화’란…향기 나는 글보다 향기가 떠오르는 글
    ‘후각의 언어화’란…향기 나는 글보다 향기가 떠오르는 글

    어느 겨울, 쿠키 브랜드 ‘네슬레 톨하우스’가 ‘비크맨1802’라는 뷰티 브랜드와 협업해 보디제품을 출시했다. ‘향기’가 핵심인 이 제품은 공개되자마자 한 시간 만에 온라인으로 1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향도 없이 온라인으로 ‘향기’를 팔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언어 감각’. 사람들을 매료시킨 향기로운 문장은 이러하다. ‘가족들이 모여 함께 만드는 크리스마스 쿠키 냄새의 보디로션’. 그 냄새가 정확히 어떠한지 알 수는 없지만, 제품 이름이 그냥 ‘쿠키 냄새 보디로션’이었다면 이렇게 화제가 되어 마케팅 성공 사례로 언급되지 않았을 것이다.지금은 후각보다 시각으로 더 먼저 고객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 요즘 일 잘한다는 향기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언어로 향기를 번역한다.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 쿠키를 만드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커다란 트리에 주렁주렁 열린 빨간색 오너먼트 주위에는 알전구가 반짝이고, 하얀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가 오븐 장갑을 끼고 그릇에...

    2025.05.17 12:00

  • [언어의 업데이트]약자 앞에, 어른 편의 위해 외치는 ‘노’는 NO!
    약자 앞에, 어른 편의 위해 외치는 ‘노’는 NO!

    우리 집엔 어린이가 산다. 고릴라는 표정을 알 수 없어 무서워하고 경찰은 멋있어서 좋아하는 그 어린이는 아직 모르는 단어가 많다. 그는 아직 우정과 배려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대신 그 어린이는 봄비에 꽃잎이 모두 씻겨 나간 꽃나무를 위로하는 법을 안다. “꽃잎이 다 떨어져서 슬펐을 텐데 내가 바닥에 있는 꽃을 주워서 붙여주면 나무가 따뜻하겠지?” 그 애는 사랑하는 인형과 의리를 지키는 법도 안다. “소방 대피 훈련 때 우리 인형도 대피했지요? 혼자서 남겨지면 위험한데…” 나는 꽃을 잃은 나무에 꽃잎을 붙여주는 마음과 소방 대피 훈련에서 인형 친구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보다 더 유려하게 우정과 배려를 설명할 자신이 없다. 훨씬 많은 단어를 머릿속에 넣고 살아가는 어른들보다 더 생생한 언어가 그들의 몸과 마음에서 피어나고 있다.우리 집엔 어른도 산다. 그 어른은 너무 많은 말을 알고 있어서 어린이에게 그 뜻을 설명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아이에게 ‘약속’과 ...

    2025.05.03 12:00

  • [언어의 업데이트]메시·조던 아니어도…오늘의 나는 내 인생의 ‘GOAT’
    메시·조던 아니어도…오늘의 나는 내 인생의 ‘GOAT’

    ‘누가 최고인가’라는 질문은 논쟁적이다. 그러니 ‘역사상 최고’라는 뜻의 ‘GOAT’(Greatest of All Time) 역시 논쟁의 단어. 축구의 메시, 농구의 조던,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 선수는 큰 논쟁 없이 GOAT라 불리는 인물들이다. GOAT는 오직 선택받은 자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운이 따라주지 않거나 시대와 불화한다면 개인의 역량과 노력이 아무리 탁월해도 연이 닿지 않을 수 있다. 8개의 발롱도르를 거머쥔 메시 역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기 전까지 그를 GOAT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세상 모든 것을 돈으로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구는 이 배금주의 시대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니.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자본의 지배 밖에 있다. 모든 경쟁과 변수를 다 뛰어넘은 이에게만 주어지는 ‘역사상 최고’라는 왕관을 쓰는 일은 혹독하게도 어렵다.다행히 ‘최고’란 말은 누구나 쉽게 꺼내 쓰는 단어다. 우리는 수시로 ‘네가 최고...

    2025.04.19 12:00

  • [언어의 업데이트]최적 결과 위한 ‘프롬프트형 언어’ 홍수…우린 다정한 언어가 필요해
    최적 결과 위한 ‘프롬프트형 언어’ 홍수…우린 다정한 언어가 필요해

    “한국인의 93%는 챗GPT를 제대로 못 쓰고 있다. 챗GPT를 500%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프롬프트는!”으로 시작하는 콘텐츠를 최근 들어 329번 정도 본 것 같다. 내 알고리즘만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전 세계적으로 주간 챗GPT 사용자가 4억명, 한국에서만 500만명. 이미 수많은 사람의 피드에 ‘프롬프트 꿀팁’이 침투 중일 것이다.원래 프롬프트는 무대에서 배우에게 대사를 상기시켜주는 말이나 신호를 의미했다. 이제는 인공지능(AI)과 소통하기 위한 텍스트 명령어나 질문을 뜻하는 말로 확장되었다. AI와의 협업 시대, 프롬프트는 우리가 새롭게 배워야 할 언어다. 원하는 고품질의 답과 결과를 더 정확하게 이끌어내는 ‘프롬프트 꿀팁’은 지금 가장 뜨거운 학습 도구다. 사람들이 더 잘하고자 하는 자기소개서 작성 등 작업에 축적된 노하우와 창의성이 결합되며, 이를 기반으로 한 프롬프트 언어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지금 나의 알고리즘은 ‘일 잘하는 사람들이 쓰...

    2025.04.05 15:00

  • [언어의 업데이트]묵묵히 견디면 결국 꽃 피는 ‘봄’…기필코 찾아내리, 우리의 ‘성장’
    묵묵히 견디면 결국 꽃 피는 ‘봄’…기필코 찾아내리, 우리의 ‘성장’

    쉽게 쓰는 말이 가장 어렵다. 사랑, 행복, 성장처럼 정의를 내리려 마음먹으면 머릿속에서 너무 많은 장면이 충돌하는 말이 있다. 특히 ‘성장’은 유난히 까다롭다. 시인과 CEO도 함께 좋아하는 몇 안 되는 단어이자, 아기와 직장인이 모두 품는 단어. 숫자로 드러나는 성장, 감정적 성장, 경험적 성장. 때로는 양적이고 때로는 질적인 이 성장들이 각기 다른 길로 뻗어가는 것 같은데 종종 서로 포개어지기도 한다.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서사의 테마도 ‘성장’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서사’로 끝나는 말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애정 서사’도 ‘복수 서사’도 아닌 ‘성장 서사’. 우리는 역경을 극복한 주인공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이야기에 끌린다. 그 과정에 사랑이, 복수가, 구원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리하여 이것은 “성장 서사였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노력이 보상받고 진심이 인정받고 결과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동화 같은 세계를 믿고 싶으니까. ‘노력형 성장캐’(성장하는 ...

    2025.03.22 12:00

  • [언어의 업데이트]불안의 안정제이자 증폭제 ‘로드맵’
    불안의 안정제이자 증폭제 ‘로드맵’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명확히 보이는 건 단 하나, 간극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 지역의 집값은 몇달째 하락 중인데 강남 3구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한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린 지역 호가는 한 달 새 4억원이 올랐고 그 4억원은 대한민국 신입사원 평균 연봉의 10년 치보다 많다. 애석하게도 신입사원이 되는 것도 척박한 환경이다. 대기업 중 61%가 올해 신입사원 채용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소비 침체와 장기 불황으로 자영업자 폐업률은 코로나 때보다 높다는 기사와, 한 반도체 기업이 기본급의 1500%를 성과금으로 지급했다는 기사가 언론을 달군다. 슬금슬금 오르던 환율은 계엄 후 치솟아 내려올 줄 모르고, 환율을 결정하는 요소는 죄다 불안정하다. 수치로 표현되는 양극화의 간극이 더 벌어지니 불안이 커진다.사람들은 불안할수록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한다. 팬데믹 시기에 작고 확실한 통제감을 주는 ‘루틴’이 흥행한 것처럼, 요즘은 ‘로드맵’이라는 단어가 안정제...

    2025.03.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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