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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업데이트
  • [언어의 업데이트]AI가 대체 못할 영향력의 이름, ‘앰배서더’
    AI가 대체 못할 영향력의 이름, ‘앰배서더’

    챗GPT 출시 이후 엔비디아는 최단기간 시총 1위를 달성한 기업이 되었다. 시총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을 대신해가는 바람에 ‘AI가 대체할 직업’도 계속 업데이트 중인데 최근 ‘광고 모델’이 그 목록에 등장했다. 궁금해졌다. 광고 모델에 이어 ‘브랜드 앰배서더’ 역시 AI에 대체될 수 있을까?럭셔리 브랜드의 패션쇼가 열리는 패션위크는 화려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요즘은 패션쇼 컬렉션보다 쇼에 초대받은 브랜드 ‘앰배서더’들의 모습이 더 화제다. 그들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값비싼 장신구를 두르고 완벽하게 재단된 미소와 포즈를 보이며 패션쇼장으로 향한다. K콘텐츠의 부상으로 한국 연예인, 특히 아이돌이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가 된 덕분에 ‘글로벌 패션위크’에 대한 관심이 한국에서도 뜨겁다.‘앰배서더’는 직책의 언어고, 직책의 언어는 인물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그 역할은 분명 ‘광고 모델’과 다르다. 앰배서더는 브랜드 메시지와 이미지...

    2024.06.29 09:00

  • [언어의 업데이트]맛깔나는 ‘맛’의 언어
    맛깔나는 ‘맛’의 언어

    영어에는 have(가지다)를 활용한 관용어가 많고, 한국어에는 ‘먹다’를 활용한 관용어가 많다. 한국어는 많은 걸 ‘먹음’으로써 해결한다. 나이도, 마음도, 수익도 먹는다. 물론 욕, 겁, 골탕도 먹는다. ‘가져야만’ 하는 서구식 사고와, 갖는 것으로는 모자라 직접 입으로 넣어 삼켜 소화까지 시켜야 후련한 한국식 정서를 비교해보면 두 문화권의 사고방식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요즘은 어떤 분야를 ‘깊이 있게’ 보지 않고 겉핥기로 보는 행위를 ‘찍먹’이라 표현한다.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먹느냐 부어 먹느냐로 논란이 된 ‘찍먹’이 행위의 진지성을 논하는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옥스퍼드 영어사전에까지 등록된 새로운 콘텐츠 장르인 먹방(mukbang)을 만들어낸 국가로서, 세상을 맛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맛’의 언어를 활용한다. ‘맛’은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가장 동시대적 감각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감각’과 ‘주관’이 중요해진 지금, 입과 혀로 ...

    2024.06.15 12:00

  • [언어의 업데이트]‘최선의 나’를 찾는 일…내 마음의 ‘퍼스널 컬러’
    ‘최선의 나’를 찾는 일…내 마음의 ‘퍼스널 컬러’

    최선이 아닌 것을 선택할 용기가 있을까? 요즘은 모두가 나에게 ‘최선’을 권하려 최선을 다한다. 알고리즘은 말한다. ‘너에게 딱 맞는 콘텐츠야.’ 이커머스는 확언한다. ‘너에게 최저가를 보장할게.’ 내비게이션 앱은 묻는다. ‘최적 경로를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색조 화장 코너에 큼직하게 쓰여 있다. ‘네 피부톤에 착 붙는 컬러를 선택해.’ 이들이 보장하고 자부하고 추천하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 않는 건 용기가 아니라 어리석음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내 피부에 환한 불을 켜준다는 ‘퍼스널 컬러’라는 단어는 어쩐지 미심쩍다. 나를 위하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내 지갑을 노리고 있다는 의심과 ‘퍼스널’이라고 하면서 계속 ‘보이는’ 면을 강조하는 모순 때문이다.‘퍼스널 컬러’는 크게 두 가지의 뜻을 지닌다. 하나는 개인의 머리카락, 피부, 눈동자 색과 같은 본연의 색. 다른 하나는 개인의 신체 색과 가장 조화를 잘 이루는 색이다. 최근 몇년간 후자의 뜻이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다...

    2024.06.01 15:00

  • [언어의 업데이트]1인 가구 시대, 여전히 유효한 ‘엄빠랑’
    1인 가구 시대, 여전히 유효한 ‘엄빠랑’

    중국 20대들 사이에선 ‘우정 불황’이란 말이 유행이다. 2020년대 초반 북미에서 유행하던 ‘프렌드 리세션(friend recession)’과 유사한 개념으로, 실질적으로 교류하는 친구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어 수와 유튜브 구독 채널은 늘어도 정작 실생활에의 ‘관계’는 기피하게 되는 우정 불황은 전 세계적으로 외로운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통계와도 이어진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연결’되지만 정작 ‘관계’는 불황이라는 지금, 우리 시대의 ‘관계’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이며, 출생률은 전 세계 꼴찌인 대한민국 통계는 우리 사회의 ‘관계’ 역시 위기를 마주했음을 암시한다. 허나 관계에 위기는 있어도 소멸은 아직이다. 달라진 시대에 맞춰 새로운 관계와 그에 걸맞은 관계의 언어가 생겨난다. 온라인 소통만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관계의 유연함은 ‘인친’(인스타친구)으로, 관계의 대상이 사람에 한정되...

    2024.05.18 15:00

  • [언어의 업데이트]현대미술과 ‘프사각’
    현대미술과 ‘프사각’

    소개팅을 앞둔 친구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건 그 사람 “카톡 프사가 뭐야?”였다. 프로필 사진은 종종 소개팅용 신상 정보보다 그 사람에 관한 더 많은 걸 말해준다. 만약 프로필 사진이 귀여운 동물 사진이면 난 꽤 단호하게 말한다. “진국이네.” 정작 나 자신은 친구의 인생 사진을 찍고는 말한다. “이거 프사각. 당장 이걸로 바꿔.”프로필 사진은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증명사진’과는 역할이 다르다. 내가 지명하지 않은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선택된 프로필 사진은 증명 대신 설명을 한다. 내가 아끼는 것, 하고 싶은 말 혹은 내가 엄선한 나의 모습을 담는다. 아무 의미나 의도가 없는 사진을 골랐다는 선택 자체도 그 사람의 성향을 반영한다. 페이스북이 대중화시킨 디지털 ‘프로필 사진’ 덕에 디지털 세계에 자신의 정체성을 이미지로 등록하는 이 설정에 모두가 익숙해졌고, 프로필 사진의 역사성은 프로필 사진의 장르와 코드를 만들었다. ‘무관심’ ‘부지런’ ‘아리송’ ...

    2024.05.04 15:00

  • [언어의 업데이트] \'꾸밈노동\'에서 \'다꾸\' \'휠꾸\'까지···진화하는 단어 ‘꾸미기’
    '꾸밈노동'에서 '다꾸' '휠꾸'까지···진화하는 단어 ‘꾸미기’

    ‘꾸미기’는 단어에 생명이 있음을 믿게 해준다. 한 단어가 시대에 따라 그 뜻을 유연하게 바꾸기 때문이다. 그의 다채로운 모험엔 우리 사회의 젠더, 세대, 시대, 인권의 갈등과 진화가 다 있다. 한 단어가 단 기간에 이토록 굵직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모험의 시작은 ‘꾸밈 노동’이었다. 과거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돌봄 노동’ ‘가사 노동’과 같은 행위가 새롭게 노동의 지위를 얻던 시기, ‘꾸밈 노동’은 그 전환의 역사를 함께했다. 이때 ‘꾸밈’은 형식의 강요, 더 정확히는 ‘형식미’의 강요였다. 화장이나 불편한 옷차림처럼 강요된 ‘꾸밈 노동’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형식의 해방이자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투쟁이었다.투쟁 대상이던 꾸밈은 ‘세대’라는 화제를 만나 다시 일상으로 들어온다. 다이어리를 꾸미는 ‘다꾸’라는 행위의 핵심은 ‘다이어리’가 아니라 ‘꾸미기’다. 다꾸, 폰꾸(휴대폰 꾸미기)는 기성품에 개인적 취향을 더하는 새로운 ...

    2024.04.20 15:00

  • [언어의 업데이트]완벽한 ‘육각형 인간’이란
    완벽한 ‘육각형 인간’이란

    누구에게나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 외둥이로 자란 내게는 언니나 오빠가 있는 세계가 그렇다. 남매 관계는 모두가 다 달라서, 내가 가지 않은 길이 어떤 길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요즘 화제인 JTBC <연애남매>는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남매’들의 세계를 잠깐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러 남매가 한집에 모여 살며 서로의 연애에 참견하는 황당한 설정임에도 단 1화만에 엄청난 설득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연애와 가족이라는 소재로 사랑의 범위와 깊이를 무한히 확장하기 때문이다.이 프로그램은 연애보다 남매로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가 누굴 좋아하는지보다 누가 누구의 남매인가를 더 먼저 알고 싶다. 첫 번째로 남매임이 밝혀지는 가족은 그야말로 화목한 가족의 전형이다. 자상한 부모님, 사랑스럽고 멋진 남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연애 프로에 ‘엄친딸’처럼 완벽한 사람들이 나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그들의 성장 과정을 부모님의 인터뷰로 듣...

    2024.04.06 12:00

  • [언어의 업데이트]무인카페, 생일카페
    무인카페, 생일카페

    사람이 태어난 날과, 사람이 없음. 언뜻 양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단어, ‘생일’과 ‘무인’이 ‘카페’를 통해 우리 생활에 들어왔다. ‘무인카페’와 ‘생일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우선 ‘무인’은 기술의 용어다. 기술이 있어야 인간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가장 일상적 공간인 문방구, 세탁소, 편의점, 카페들을 무인화한다. 그곳엔 주인도, 점원도 없다. 오직 폐쇄회로(CC)TV와 자판기 그리고 키오스크만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무인카페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커피를 스스로 제조해 먹고, 직접 치우는 대신 눈치를 보지 않고 카페에 머무는 것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아직 운영 면에서 여러 어려움은 존재하나, 인건비만큼은 절약할 수 있으니 불경기와 고인건비 시대의 창업 업종으로 적합해 그 수가 늘고 있다.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무인카페만큼 ‘한 인간의’ 탄생을 축하하는 생일카페도 많아졌다. 생일카페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을 축하하고자 팬들끼...

    2024.03.23 09:00

  • [언어의 업데이트]하찮고 무해한 ‘애착 키링’엔 없는 것
    하찮고 무해한 ‘애착 키링’엔 없는 것

    미국에선 불경기에 털이 복슬복슬한 인형이 인기라고 한다. ‘하찮고 무해한’ 것들이 주는 촉감과 위로 때문이다. 사람들의 머리카락 색과 외투 색이 모두 비슷한 지하철 출근길에 나만의 새로운 구경거리가 바로 그 인형이다. ‘애착 인형’이 달린 가방이 많아진 덕분에 각기 다른 가방에 서식하며 달랑거리는 친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루에 적어도 열 개 넘는 인형을 만나고 있으니 요즘 이 ‘애착 인형’이 인기임도 분명하다. 고르는 마음도 사는 마음도 그리하여 가방에 거는 마음도 다 좋다. 어쩐지 지치는 출근길도 그 인형들을 보면 피식 미소가 지어진다. 그 웃음이 하루의 시작에 연료가 된다.무해함, 하찮음 같은 단어가 몇년째 꾸준히 사용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하찮다’는 비하의 의도 대신 ‘무해하고 귀엽다’는 의미로 더 익숙해졌다. 나를 해치지 않을 유약함이 그 자체로 위안을 준다. 자극적 콘텐츠로부터 해독을 위한 ‘무해한 콘텐츠’의 인기도, 슈퍼 히어로 ...

    2024.03.10 10:30

  • [언어의 업데이트]유혹하는 언어, 매혹하는 언어
    유혹하는 언어, 매혹하는 언어

    화장품의 언어는 세계를 유혹하는 법을 알고 있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 자신을 감싸주는 살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생존 본능이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예쁘고 멋있어지고 싶은 욕망은 시장이 크고 ‘언어’는 그 포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강력한 무기다. 인기 있는 화장품 이름과 상품 설명을 읽다 보면 요즘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언어 감각을 눈치챌 수 있다.언젠가부터 화장품은 효능 언어 대신 성분 언어를 앞세웠다. 보습보다 ‘히알루론산’을, 주름 개선보다 ‘레티놀’을 강조한다. 수년 전 화장품 문법을 효과에서 성분으로 바꾼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와 같은 성분 분석 애플리케이션(앱)이 이룬 성취에, 리뷰 사회가 키운 집단 지성의 힘이 더해진 결과다. ‘성분 언어’의 강력한 설득력과 높아진 전문 용어 이해도가 화장품 문법을 넘어 산업 지형을 바꾸었다. 신기하게도 나 역시 어려운 성분명을 외우고 있다. 화장품을 사기 전 유튜브를 검색하면 피부과 전문의가 지금 내 고민에 ...

    2024.02.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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