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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업데이트
  • 전체 기사 39
  • [언어의 업데이트]현대미술과 ‘프사각’
    현대미술과 ‘프사각’

    소개팅을 앞둔 친구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건 그 사람 “카톡 프사가 뭐야?”였다. 프로필 사진은 종종 소개팅용 신상 정보보다 그 사람에 관한 더 많은 걸 말해준다. 만약 프로필 사진이 귀여운 동물 사진이면 난 꽤 단호하게 말한다. “진국이네.” 정작 나 자신은 친구의 인생 사진을 찍고는 말한다. “이거 프사각. 당장 이걸로 바꿔.”프로필 사진은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증명사진’과는 역할이 다르다. 내가 지명하지 않은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선택된 프로필 사진은 증명 대신 설명을 한다. 내가 아끼는 것, 하고 싶은 말 혹은 내가 엄선한 나의 모습을 담는다. 아무 의미나 의도가 없는 사진을 골랐다는 선택 자체도 그 사람의 성향을 반영한다. 페이스북이 대중화시킨 디지털 ‘프로필 사진’ 덕에 디지털 세계에 자신의 정체성을 이미지로 등록하는 이 설정에 모두가 익숙해졌고, 프로필 사진의 역사성은 프로필 사진의 장르와 코드를 만들었다. ‘무관심’ ‘부지런’ ‘아리송’ ...

    2024.05.04 15:00

  • [언어의 업데이트] \'꾸밈노동\'에서 \'다꾸\' \'휠꾸\'까지···진화하는 단어 ‘꾸미기’
    '꾸밈노동'에서 '다꾸' '휠꾸'까지···진화하는 단어 ‘꾸미기’

    ‘꾸미기’는 단어에 생명이 있음을 믿게 해준다. 한 단어가 시대에 따라 그 뜻을 유연하게 바꾸기 때문이다. 그의 다채로운 모험엔 우리 사회의 젠더, 세대, 시대, 인권의 갈등과 진화가 다 있다. 한 단어가 단 기간에 이토록 굵직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모험의 시작은 ‘꾸밈 노동’이었다. 과거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돌봄 노동’ ‘가사 노동’과 같은 행위가 새롭게 노동의 지위를 얻던 시기, ‘꾸밈 노동’은 그 전환의 역사를 함께했다. 이때 ‘꾸밈’은 형식의 강요, 더 정확히는 ‘형식미’의 강요였다. 화장이나 불편한 옷차림처럼 강요된 ‘꾸밈 노동’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형식의 해방이자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투쟁이었다.투쟁 대상이던 꾸밈은 ‘세대’라는 화제를 만나 다시 일상으로 들어온다. 다이어리를 꾸미는 ‘다꾸’라는 행위의 핵심은 ‘다이어리’가 아니라 ‘꾸미기’다. 다꾸, 폰꾸(휴대폰 꾸미기)는 기성품에 개인적 취향을 더하는 새로운 ...

    2024.04.20 15:00

  • [언어의 업데이트]완벽한 ‘육각형 인간’이란
    완벽한 ‘육각형 인간’이란

    누구에게나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 외둥이로 자란 내게는 언니나 오빠가 있는 세계가 그렇다. 남매 관계는 모두가 다 달라서, 내가 가지 않은 길이 어떤 길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요즘 화제인 JTBC <연애남매>는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남매’들의 세계를 잠깐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러 남매가 한집에 모여 살며 서로의 연애에 참견하는 황당한 설정임에도 단 1화만에 엄청난 설득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연애와 가족이라는 소재로 사랑의 범위와 깊이를 무한히 확장하기 때문이다.이 프로그램은 연애보다 남매로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가 누굴 좋아하는지보다 누가 누구의 남매인가를 더 먼저 알고 싶다. 첫 번째로 남매임이 밝혀지는 가족은 그야말로 화목한 가족의 전형이다. 자상한 부모님, 사랑스럽고 멋진 남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연애 프로에 ‘엄친딸’처럼 완벽한 사람들이 나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그들의 성장 과정을 부모님의 인터뷰로 듣...

    2024.04.06 12:00

  • [언어의 업데이트]무인카페, 생일카페
    무인카페, 생일카페

    사람이 태어난 날과, 사람이 없음. 언뜻 양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단어, ‘생일’과 ‘무인’이 ‘카페’를 통해 우리 생활에 들어왔다. ‘무인카페’와 ‘생일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우선 ‘무인’은 기술의 용어다. 기술이 있어야 인간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가장 일상적 공간인 문방구, 세탁소, 편의점, 카페들을 무인화한다. 그곳엔 주인도, 점원도 없다. 오직 폐쇄회로(CC)TV와 자판기 그리고 키오스크만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무인카페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커피를 스스로 제조해 먹고, 직접 치우는 대신 눈치를 보지 않고 카페에 머무는 것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아직 운영 면에서 여러 어려움은 존재하나, 인건비만큼은 절약할 수 있으니 불경기와 고인건비 시대의 창업 업종으로 적합해 그 수가 늘고 있다.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무인카페만큼 ‘한 인간의’ 탄생을 축하하는 생일카페도 많아졌다. 생일카페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을 축하하고자 팬들끼...

    2024.03.23 09:00

  • [언어의 업데이트]하찮고 무해한 ‘애착 키링’엔 없는 것
    하찮고 무해한 ‘애착 키링’엔 없는 것

    미국에선 불경기에 털이 복슬복슬한 인형이 인기라고 한다. ‘하찮고 무해한’ 것들이 주는 촉감과 위로 때문이다. 사람들의 머리카락 색과 외투 색이 모두 비슷한 지하철 출근길에 나만의 새로운 구경거리가 바로 그 인형이다. ‘애착 인형’이 달린 가방이 많아진 덕분에 각기 다른 가방에 서식하며 달랑거리는 친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루에 적어도 열 개 넘는 인형을 만나고 있으니 요즘 이 ‘애착 인형’이 인기임도 분명하다. 고르는 마음도 사는 마음도 그리하여 가방에 거는 마음도 다 좋다. 어쩐지 지치는 출근길도 그 인형들을 보면 피식 미소가 지어진다. 그 웃음이 하루의 시작에 연료가 된다.무해함, 하찮음 같은 단어가 몇년째 꾸준히 사용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하찮다’는 비하의 의도 대신 ‘무해하고 귀엽다’는 의미로 더 익숙해졌다. 나를 해치지 않을 유약함이 그 자체로 위안을 준다. 자극적 콘텐츠로부터 해독을 위한 ‘무해한 콘텐츠’의 인기도, 슈퍼 히어로 ...

    2024.03.10 10:30

  • [언어의 업데이트]유혹하는 언어, 매혹하는 언어
    유혹하는 언어, 매혹하는 언어

    화장품의 언어는 세계를 유혹하는 법을 알고 있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 자신을 감싸주는 살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생존 본능이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예쁘고 멋있어지고 싶은 욕망은 시장이 크고 ‘언어’는 그 포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강력한 무기다. 인기 있는 화장품 이름과 상품 설명을 읽다 보면 요즘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언어 감각을 눈치챌 수 있다.언젠가부터 화장품은 효능 언어 대신 성분 언어를 앞세웠다. 보습보다 ‘히알루론산’을, 주름 개선보다 ‘레티놀’을 강조한다. 수년 전 화장품 문법을 효과에서 성분으로 바꾼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와 같은 성분 분석 애플리케이션(앱)이 이룬 성취에, 리뷰 사회가 키운 집단 지성의 힘이 더해진 결과다. ‘성분 언어’의 강력한 설득력과 높아진 전문 용어 이해도가 화장품 문법을 넘어 산업 지형을 바꾸었다. 신기하게도 나 역시 어려운 성분명을 외우고 있다. 화장품을 사기 전 유튜브를 검색하면 피부과 전문의가 지금 내 고민에 ...

    2024.02.23 15:00

  • [언어의 업데이트]가장 최신의 사랑 언어, 추구미
    가장 최신의 사랑 언어, 추구미

    가장 최신의 사랑 언어를 좋아한다. 최고로 좋아한다는 의미의 ‘최애’, 나의 유일한 선택이라는 ‘원픽’처럼 좋아하는 대상을 가리키는 언어들은 나를 좀 더 다정하고 선명한 세계로 이끌어준다. 최신 사랑 언어는 조금씩 달라지는 사랑의 모양과 색을 담아 태어난다. 물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 천천히 물을 마시게 한 제스처에서 사랑을 읽어낸 인물들이 세운 나라를 우리 역사라 배우고 자란 나는, ‘내 돈을 가져가’라는 뜻의 ‘텍마머니’(TAKE MY MONEY)가 사랑의 언어임이 새삼스러워 좋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는 요즘 ‘덕질’ 공식을 생각하면 텍마머니만큼 열렬한 사랑 고백이 또 있을까 싶어서다. 알 듯 말 듯한 미묘함도 좋지만, ‘내 돈 좀 가져가세요!’라고 호방하게 외치는 그 표현에 담긴 씩씩함을 배우고 싶을 정도다. 새롭게 익힌 사랑 언어 중 더 많은 사람의 입과 손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생겼다. 바로 ‘추구미’다.추구미는 ‘추구’와 ‘미(美)’를 합...

    2024.02.09 15:00

  • [언어의 업데이트]이게 콘텐츠가 되네?
    이게 콘텐츠가 되네?

    무적의 단어가 있다. 많은 문제의 정답이 되는 단어다. 이를테면 ‘진정성’ 같은 단어가 그렇다. 성공한 브랜드의 비밀에서도, 정치 연설문에서도 핵심을 도맡는다. ‘진짜 같은’으로 가득하지만 정작 ‘진짜’를 찾기 어렵기에, 충실한 진심을 호소하는 ‘진정성’이 효과적 처방이긴 하다. 그런데 잦은 처방 탓에 그 효력이 전 같지 않다. ‘결국 답은 진정성에 있어요!’라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묘하게 맥이 빠진다. 나는 되도록 그 말만큼은 피하려 한다. 진정성이란 단어 입장에서도 가끔은 버럭 화를 내고 싶지 않을까? ‘이제 나 좀 그만 데려다 써!’ 하고.진정성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단어는 바로 ‘콘텐츠’다. 요즘 콘텐츠란 말을 안 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콘텐츠는 그릇이 큰 단어다. 산업과 개인을 두루 품는다. 산업 앞에 오는 단어가 이렇게 일상 언어로 바짝 들어오기 쉽지 않은데, 콘텐츠가 그걸 해낸다. 진정성보다 더 자주 사용하는 이 단어가 질리지 않는 이유는 ‘콘텐...

    2024.01.26 14:59

  • [언어의 업데이트]‘제정신 구독료’
    ‘제정신 구독료’

    언제부턴가 구독료가 생활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개수도 많아졌고 가격도 올랐다. 구독 경제가 새로운 소비 모델로 떠오르면서, 이제는 ‘구독 플레이션’이라는 용어까지 나타났다. 사람들이 구독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소셜 데이터를 분석하니 ‘제정신’이 높은 빈도로 함께 언급된다. 값이 오르는 각종 구독료를 향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꼬는 걸까 싶어 ‘구독료’와 ‘제정신’을 같이 언급한 문장을 살펴보니 ‘제정신 구독료’를 내고 있다는 트윗이 여럿 등장한다.‘제정신 구독료’는 매달 정신건강의학과에 지불하는 비용을 뜻한다. 고정비를 의료비가 아닌 구독료로 바꿔 표현했을 뿐인데 인식의 차원이 달라진다. 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을 건강 구독료라 부르니 어쩐지 건강을 더 확실하게 쥘 수 있을 것 같다. 신체와 정신 건강을 위해 ‘구독’을 택한 현대인의 일상이 담긴 ‘제정신 구독료’라는 참신한 표현에서 동시대를 압축하는 방점은 어디에 있을까...

    2024.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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