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리의 언제나 삶은 축제]“우리 애기한테 붙지 마!”…엄마는 허공에 식칼을 던졌다](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5/05/24/l_2025052301000498000062751.jpg)
유년기의 나는 이유 없이 병이 나서 자리보전하는 일이 흔했다. 그날도 해열제를 먹고 겨울 솜이불 속에서 덜덜 떨어대다가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슬며시 눈을 뜨자 창호지 문으로 볕이 스며들었다. 벽에 걸린 괘종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부르튼 입술 사이로 더운 숨이 색색 소리를 내며 새어나왔다. 몸을 일으켜 머리맡을 살핀다. 작은 소반에 양은 대접 하나가 놓여 있다. 엄마가 들에 나가기 전에 타 놓은 흑설탕물이다. 대접을 들어 맛을 본다. 다디달다. 마른 입술이 그릇에 달라붙었다 떨어지며 찌릿한 통증을 일으켰다. 혀로 통증 부위를 핥다 다시 한번 따끔한 통증 때문에 깜짝 놀란다. 쇠 냄새가 혀끝에 달라붙는다. 대접을 소반 위에 내려놓고 이불로 파고들어 몸을 둘둘 말았다. 그러고는 눈을 대굴대굴 굴린다. 누렇게 빛바랜 천장과 파리똥이 덕지덕지 붙은 형광등이 보인다. 눈을 감고 한동안 있자 소음들이 날파리떼처럼 귓가로 날아든다. 마당 수도의 모터 돌아가는 소리....
14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