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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아이폰SE의 부활···2만5천원에 세기말 감성 소환
서랍 속에 묵혀두었던 아이폰SE의 배터리를 직접 교체했다. 수리 비용은 단돈 2만5000원. 진작 고쳐 쓸 걸 그랬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의 감상이다. 휴대전화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 안의 목소리가 나를 재촉한다.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이득이다.’ 그 목소리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으나, 한편으로는 들떠 있다. 새로운 기술과 더 좋은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갖지 않으면 급변하는 시대에 뒤처질 것이며, 최신폰을 구매하는 것은 콘텐츠 창작자로서 최소한의 투자라고 말한다. ‘뒤처진다’라는 말에 겁을 먹은 나는 휴대전화를 고쳐 쓰는 대신 최신 제품을 구입하곤 했다.애플 공식 서비스센터의 경우 배터리 교체 비용은 10만원대로 합리적인 가격이다. 하지만 액정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있으면 수리가 거절되고, 액정까지 교체해야 배터리 수리가 가능하다. 메인보드나 액정 손상은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170만원짜리 휴대폰을 고치는 데 100만원 안팎의 거금이 든다. 후면 유리나... -
세면대 아래로 물이 뚝뚝?…2천원으로 뚝딱 해결
자취 생활 1년 차의 일이다. 어느 날부턴가 세면대 아래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건만, 고이는 물의 양이 하루하루 늘어갔다. 머지않아 근원지를 찾았다. 온수를 공급하는 호스가 낡아서 터진 것이었다. 일단 밸브를 잠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손 씻는 데 따뜻한 물이 왜 필요해? 온수를 안 쓰면 난방비도 아끼고 좋지. 전문 회피꾼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다 어느새 겨울이 됐다. 단열이 안 된 옥탑의 욕실은 뼈가 시리도록 추웠다. 얼음을 막 녹인 듯한 냉수로 손을 씻으면 손마디가 얼어서 타자를 치기가 힘들었다. 그 지경이 되어서야 슬슬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들었다.수리비가 얼마나 나올까.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모르는 사람이 집에 오는 것도 싫은데 그 사람에게 돈을 줘야 한다니. 오히려 내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셀프 수리’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직접 해결할 수 있다고?... -
손잡이 떨어진 ‘최애 공중부양 채반’, 철사 꼬아서 고정하면 문제없죠
쓸수록 편애하게 되는 물건이 있다. 그런 물건이 고장 나면 대체할 물건이 있어도 불만이 많아진다. 결국 그것을 고치거나, 똑같은 물건을 구해야 불만이 사라진다. ‘이케아 사각 콜랜더’가 나에게 그런 물건이었다. 콜랜더(colander)는 식재료의 물을 빼는 데 사용하는 우묵한 그릇을 말하는데, 물 빠짐 구멍이 있거나 촘촘한 체망으로 되어 있다. 쓰임새로 따지면 소쿠리에 가깝지만 뭉뚱그려 ‘채반’으로 불린다(본래 채반은 쟁반처럼 납작한 형태의 물건으로, 둥글고 우묵한 소쿠리와 구분된다). 여러 개의 채반 중에서 이케아 사각 콜랜더가 ‘최애’가 된 이유는 ‘싱크대에 걸어 쓰는 채반’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길이가 조절되는 손잡이가 달려 싱크대 폭에 맞추어 걸면 공중 부양한 상태로 물기를 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손잡이가 통째로 떨어졌다. 더 이상 싱크대에 걸 수 없게 된 것이다. 10년 가까이 ‘공중 부양 채반’에 익숙해진 나는 야채... -
구멍 난 패딩에 ‘투명 패치’ 붙이면…흔적 지우고, 통장 구멍도 막을 수 있어요
롱패딩이 제철을 맞았다. 붐비는 전철 안에서 롱패딩 사이에 끼어 있으면 묘한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낀다. ‘나만 이렇게 추운 게 아니구나’ 이불 같은 옷으로 칭칭 싸맨 사람들의 부푼 덩어리는 전철이 흔들릴 때마다 에어백처럼 서로를 버텨준다. 다른 계절과 달리 서로 부딪쳐도 불쾌감이 적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의 감상이고, 패딩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패딩점퍼의 겉감은 얇은 폴리에스터 재질로 마찰에 약하다. 날카로운 단면이나 뾰족한 물체에 걸리면 순식간에 찢어진다. 가격을 생각해서 모른 체하고 싶어도, 문밖을 나서면 왠지 구멍 난 부분만 시린 느낌이다. 유료로 A/S를 받는 것도 방법이지만, 모든 브랜드가 흔쾌히 수선을 맡아주지는 않는다. 구멍 하나 때문에 3년 전 영수증을 찾아 헤매느니, 그냥 직접 수리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롱패딩의 나라’ 한국에서는 다양한 색상의 패치를 판매한다. 다만 이것은 패딩에만 붙일 수 있고 색상이 미묘하게 달라 거슬린다. 완벽하지 않... -
시국은 못 고쳐도 시계는 고쳐 보자!…무브먼트 교체로 편안한 잠자리를
아무리 피로해도 시계 소리가 들리면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렇다. 외박할 때는 초침 소리를 탐지해 모든 시계의 건전지를 꺼냈다가 아침이 되면 복구해둔다. 카페나 병원처럼 잠시 머무는 공간의 시계들은 통제할 수 없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시계 소리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다. 우리 집 시계들은 째깍째깍 소리를 내지 않고 초침이 부드럽게 돌아간다. 고장 난 시계들을 점차 ‘무소음 무브먼트’로 교체했기 때문이다.시계는 시계 판과 시곗바늘,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기계장치인 ‘무브먼트(movement)’로 이루어진다. 오래된 시계 중에는 태엽을 감아주어야 하는 기계식 시계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가정에서는 건전지가 들어가는 쿼츠(quartz) 시계를 사용한다. 쿼츠 무브먼트 안에는 수정(水晶) 진동자가 있어, 작은 전압으로 초당 3만2768번 진동하여 일정하게 시곗바늘을 움직인다. 기계식 시계와 달리 날씨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차도 24시간 동안 1초를 넘지... -
쓰다 만 노트, 멀쩡한 속지 살리고 표지 바꾸면…단 하나뿐인 새 노트 완성
자기소개를 할 때 수리수선가라고 말하면 작가라고 소개할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예쓰!). 수리수선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나는 이것을 혼자만의 경험으로 남기지 않고 여러 사람과 공유하기를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다. ‘수리(修理)’는 고장 나거나 헌 물건을 이롭게 고치는 일이다. 넓게 보면 해진 것을 기우는 수선(修繕)의 영역도 그 안에 포함된다. 그래서 나는 온갖 일에 수리라는 이름을 붙인다. 운동화 수리, 그릇 수리, 고무장갑 수리…. 단어들의 조합이 낯설다면 영어로 바꿔보자. 모두 ‘리페어(repair)’라는 단어로 통합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노트도 ‘수리’할 수 있다. 지난해 다 쓰지 못한 노트를 활용해 새 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간단한 노트 수리법을 알아보자.*준비물: 송곳, 돗바늘, 실, 커터, 두꺼운 종이먼저 표지를 뜯는다. 책등은 본드로 붙인 것과 실로 엮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드로 붙인 노트는 안 쓴 부분만 뜯어 다시 표지를 싸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