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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리하는 생활]직구한 전자기기 ‘돼지코’ 없이 쓰면…얼마나 편하게요
    직구한 전자기기 ‘돼지코’ 없이 쓰면…얼마나 편하게요

    인터넷은 우리가 방문할 수 있는 쇼핑몰을 무한대로 확장했다. 스마트폰을 켜고 페이지를 열면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얼마든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몇년간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파죽지세로 성장해 국내 쇼핑몰을 위협하고 있다. 똑같은 물건을 중국 사이트에서는 반값, 또는 그보다 싸게 판다니 혹하지 않을 소비자가 있을까? 전자기기라고 직구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안전에 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자기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품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은 해외 구매자들을 의식해 유니버설 볼티지(전압 100~240V)를 채택하고 다양한 플러그를 제공한다. 이전에는 KC 전파 인증을 받지 않은 전자기기에 대해 걱정이 많았지만, 직구 제품을 사용할수록 둔감해졌다. 국내 사용자들의 후기만 있으면 겁 많은 나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었다.플러그가 중국형 110V 모양으로 되어 있는 샤오미 공기청정기(2016년 구매)는 220V 플러그로 바꿔주는 변환 어댑터...

    2025.05.17 09:00

  • [수리하는 생활]‘플라이어 삼총사’만 있다면…빛바랜 추억도 늘 반짝반짝 영롱하게
    ‘플라이어 삼총사’만 있다면…빛바랜 추억도 늘 반짝반짝 영롱하게

    반짝이는 물체를 탐하여 모으는 까마귀처럼, 어린 시절부터 영롱한 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나의 보물 상자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상아 목걸이와 색유리 팔찌가 들어 있었고, 줄이 끊어져 착용할 수 없는 펜던트, 시곗바늘이 멈춘 회중시계도 있었다. 친구들과 맞춘 우정 반지, 성당을 다닐 때 끼던 묵주반지, 처음 용돈을 모아서 산 은제 목걸이… 오래된 장신구를 보면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중 몇가지는 수리하거나 깨끗이 닦아서 요즘도 착용하고 있다.원시시대에는 동물의 이빨이나 발톱으로 장신구를 만들어 사냥 실력을 과시하거나 주술적인 의미를 담았고, 역사시대부터는 부와 명예, 신분의 상징으로 장신구를 착용했다. 나는 드러낼 부와 명예, 신분이 딱히 없으므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로서 장신구를 활용한다. 공구 관련 강의나 워크숍을 할 때는 반드시 너트로 만든 귀걸이를 한다. 너트 귀걸이는 ‘공구 덕후’라는 정체성을 내보이기 위한 장치이다. 상황에 따라 장치...

    2025.05.10 09:00

  • [수리하는 생활]선으로 연명하는 무선의 함정…컨버터·뜨개질로 되살린 유선의 미덕
    선으로 연명하는 무선의 함정…컨버터·뜨개질로 되살린 유선의 미덕

    바야흐로 ‘무선’의 시대, 블루투스와 충전식 전자기기가 지배하는 세계다. 체감상으로 대중교통이나 카페 등에서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이 얼추 절반은 넘는 듯하다. 쇼핑몰에 가면, 충전식 조명이 진열대에 한가득이다. 캠프용 램프, 독서용 조명, 센서등, 무드등까지 종류가 많기도 하다. 무더운 날 휴대용 선풍기를 손에 든 사람들이 스쳐 갈 때마다 부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돌아보지만, 그 물건이 얼마나 쉽게 고장 나는지 알기에 ‘무선’과 ‘충전’이라는 단어의 이면을 다시금 생각한다.‘무선’ 전자기기는 정말로 우리를 ‘유선’에서 해방시켰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충전식 기기는 반드시 충전해야만 사용할 수 있으며, 그것에 맞는 충전 케이블이 필요하다. 제품마다 하나씩 들어 있는 케이블은 정기적으로 버려야 할 정도로 많아진다. 내장된 배터리의 수명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시한부라는 점에서는 같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다시 완충되기까지를 1사이클(cycle)이라고 할 때...

    2025.05.03 09:00

  • [수리하는 생활]떼어낸 펜스에 실외기 커버 척…쓸모가 생겼다
    떼어낸 펜스에 실외기 커버 척…쓸모가 생겼다

    물건의 쓸모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낡았거나 필요 없어진 것도 떠나보내기 전에 ‘정말 쓸모가 없나?’ 다시 들여다본다.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이유도 있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버리기 귀찮아서’다. 수리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개 부지런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수리해야 할 물건들을 한구석에 모아두고 외면하는 것 또한 나의 일상이다. 미루기 대장인 나는 습관적으로 ‘버리지 않을 궁리’를 한다. 수리도 버리지 않을 궁리 중 하나다. 망가진 것을 고쳐서, 부품을 갈아서, 닳은 외양을 수선하거나 다듬어서, 때로는 그것의 용도를 바꾸어서 다시 쓰는 것이다. 베란다 식물 선반도 그러한 궁리를 거쳐 새로 태어났다.이사 날 창문에서 제거한 방범 펜스는 재설치를 하지 않아 베란다에 방치되었다. 이것을 버리려면 집주인의 허락을 얻어야 하고, 버리라고 하면 쓰레기장까지 운반해야 하고, 대형 폐기물 신고를 하고, 요금을 납부하고… 생각...

    2025.04.26 12:00

  • [수리하는 생활]낡은 욕조를 새 욕조로…‘욕조 코팅 페인트’라는 신세계
    낡은 욕조를 새 욕조로…‘욕조 코팅 페인트’라는 신세계

    몇년 전까지 한 번의 샤워로 변기와 세면대가 모두 젖는 욕실을 써왔다. 씻을 때마다 스퀴지로 바닥 물기를 싹싹 긁어 배수구로 흘려보냈다. 그러지 않으면 무심코 젖은 바닥을 밟았다가 미끄러져 비명횡사하기 딱 좋았다. 내내 그런 생활을 했으니, 욕조가 있는 욕실을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다만 그 색깔은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욕조가 검붉은 색이라니! 흰색과 붉은색 타일이 어우러진 욕실은 레트로한 멋이 있었지만, 그야말로 핏빛 욕조에 물을 담아 씻자니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물때와 곰팡이가 있다면 눈에 잘 띄어야 하는데 핏빛 욕조는 도무지 청결 상태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욕조 코팅용 페인트를 발견했다. ‘페인트 바른 곳에 몸을 담가도 되나?’ 의심스러웠지만, ‘욕조 전용으로 나온 데는 이유가 있겠지’ 빠르게 긍정했다. 더 좋은 방법을 모를 때는 지금 가진 해법이 최선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칠하는 작업을 통틀어 도장(塗裝)이라고 하는...

    2025.04.19 15:00

  • [수리하는 생활]옷감 덧대 고친 작업복, 새것 아니면 어떠랴…동묘서 찾은 ‘낡은 멋짐’
    옷감 덧대 고친 작업복, 새것 아니면 어떠랴…동묘서 찾은 ‘낡은 멋짐’

    계절마다 한 번씩 동묘 벼룩시장에 간다. 동묘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물건이 있고, 물건의 양은 사람을 압도한다. ‘세상에 이렇게 물건이 많아도 되나?’ 비관적인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동묘의 진풍경을 들여다보면 오래된 물건에 대한 애틋한 감상은 물론이고, 쓸 만한 물건을 다시 세상으로 내보내고자 하는 이들의 끈질긴 고집을 느낄 수 있다. 쓰다 버린 냄비와 프라이팬, 손때 묻은 공구, 오래된 전선 케이블조차 동묘에서는 상품으로 대접받는다. 무더기로 쌓아두는 좌판도 있지만 어떤 상인들은 물건을 정성껏 소제하고 진열한다.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해 팔기도 한다. 동네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리 기술과 기술자들을 동묘에서는 적잖이 만날 수 있다.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누군가 썼던 물건, 수리 흔적이 있는 물건들이다. 아무도 손보지 않았다면 1970년대에 유행한 오메가 손목시계가 지금도 작동할 리 없다. 라디오나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설령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시간이 흐르...

    2025.04.12 15:00

  • [수리하는 생활]두드려라, 뚫릴 것이다…잘못하면? 메우고 다시 뚫으면 되죠
    두드려라, 뚫릴 것이다…잘못하면? 메우고 다시 뚫으면 되죠

    ‘벽에 못 박아 주실 분 찾습니다.’‘당근마켓’에 종종 올라오는 요청이다. 이런 글을 보면 당장 출동하고 싶다. 적합한 공구와 철물이 있다면 못 박는 일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 사이에 정보와 경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벽 자재는 일반적으로 콘크리트나 석고보드, 나무 합판으로 되어 있다. 두드렸을 때 ‘통통’ 하고 빈 소리가 난다면 석고나 합판, 둔탁하게 막혀 있는 소리가 난다면 콘크리트 벽이다. 석고나 합판은 일반 전동드릴로도 뚫을 수 있고, 콘크리트에는 해머 드릴이 필요하다. 해머 드릴은 주민센터에서 빌릴 수 있지만 사정이 안 되면 인터넷 철물점에서 유료로 대여할 수 있다.그러나 못을 박기에 앞서 우리를 망설이게 하는 것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 벽에 못을 박아도 되나?’ 세입자라면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설령 내 집이라도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다. ‘벽 뒤의 전선이나 배관을 건드리면 어떡하지?’ ‘액자 하나...

    2025.04.05 15:00

  • [수리하는 생활]떨어진 신발 밑창 뚝딱 고치던 거리의 기술자, 사라지지 말아요
    떨어진 신발 밑창 뚝딱 고치던 거리의 기술자, 사라지지 말아요

    얼마 전, 밑창이 떨어진 워커를 들고 수리점을 방문했다. 아저씨는 먼저 들어온 신을 고치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신발은 4cm가량의 굽에 지퍼가 달린 검은색 앵클 부츠, 가장자리에는 갈색 털 장식이 달려 있었다. 신의 주인은 아마도 중·노년 여성인 듯하다. “이거 좋은 신발이야. 가끔 이렇게 들어와.” 내 인사가 살가웠던 모양인지 도통 말이 없는 수리공의 입이 열렸다. “요즘 손님 좀 있어요?” “아니. 다들 그렇게 운동화를 신고 다니니까 고칠 일이 없지.” 그러면서 내 발을 슬쩍 흘겨본다. “뾰족구두를 신고 다녀야 내가 일이 많은데.”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어색한 기분으로 내 애착 신발을 내놓았다. “밑창이 다 떨어졌네. 꿰매줄까?” 어디를 어떻게 꿰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반가웠다. 아무래도 본드칠보다는 바느질이 훨씬 단단하니까. 그런데 곧 의견이 바뀌었다. “안 되겠다. 이건 그냥 붙이는 수밖에 없겠어. 떨어지면 다시 붙...

    2025.03.29 15:00

  • [수리하는 생활]이웃집 이사날 구조한 원목 의자, 쿠션 리폼하고 나사 조이면 ‘맞춤 가구’ 부활
    이웃집 이사날 구조한 원목 의자, 쿠션 리폼하고 나사 조이면 ‘맞춤 가구’ 부활

    ‘기이이잉~.’ 어디선가 사다리차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이사를 가는 모양이다. 떠난 사람이 두고 간 물건들을 구경하기 위해 오후의 산책 경로를 수정한다. 길에서 물건이나 가구를 줍는 데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이사 당일에는 비에 젖거나 벌레의 습격을 받지 않은 ‘신선한’ 원목 가구를 주울 수 있다. 이웃의 가구는 우리 집에 들어와 또 한 번 삶을 이어간다. 식사할 때 앉는 원목 의자도 이삿날 구조한 친구다. 긁힌 데도 많고 딱히 예쁜 구석은 없지만, 앉았을 때 이런 생각이 든다.‘모든 것이 적당하다.’ 좋은 의자란, 앉아 있는 동안 서서히 그 존재를 잊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웃의 의자는 나에게 잘 맞았고, 낡은 쿠션을 리폼해 8년째 사용하고 있다.▲의자 쿠션 리폼하기준비물: 스크루 드라이버, 수동 타카, 마음에 드는 원단, 육각 렌치, 육각 홈 나사1.의자를 눕히고 좌판 밑 고정 나사를 풀어 의자와 쿠션을 분리한다.2.기존 원단에 ...

    2025.03.22 15:00

  • [수리하는 생활]하나님 아니라 ‘나님’이 보기에 좋도록…내 공간에 딱 맞춘 빛이 있으라
    하나님 아니라 ‘나님’이 보기에 좋도록…내 공간에 딱 맞춘 빛이 있으라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이것이다.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진화론 신봉자가 천지창조 이야기를 좋아한다니 어불성설 같지만, 오히려 믿지 않기에 낭만을 느끼고, 옛사람이 느꼈을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또 하나의 불경한 짓을 고하자면 어두운 방의 불을 켤 때 가끔 “빛이 있으라” 하며 이 집의 창조주처럼 군다는 것이다(이 집의 조명등을 내가 설치하기는 했다).어떤 빛은 공해와도 같다. 형광등처럼 밝은 조명에서 발생하는 블루라이트는 우리 몸을 과도하게 긴장시키고 수면을 방해한다. 그렇다고 일하는 시간에 노란 조명을 켤 수는 없어서 작업실 천장에는 스마트 조명을 달았다. 낮에는 주광색(하얀색)으로, 일하지 않을 때는 전구색(오렌지색)으로 켠다. 리모컨으로 빛의 색상을 여러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요즘은 휴대폰 앱으로도 전등 켜는 시간과 끄는 시간을 정하고 빛의 색을 바꾸는 스마트...

    2025.03.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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