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기’ 깬 태국 시위대, 왕실 향해 더 앞으로
태국 민주화 시위대가 왕실 재산을 보관하는 은행과 왕실의 치안을 담당하는 군부대 앞에서 잇따라 시위를 벌였다. ‘왕실 비판’ 자체가 ‘금기’인 나라에서 왕실 핵심부를 겨냥해 비판 강도를 높인 것이다. 태국 정부가 시위대에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할 수 있는 ‘왕실모독죄’ 적용을 시사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방콕에 있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직속부대인 육군 제11보병연대 기지 앞에 20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지난해 10월 칙령으로 왕실에 인접한 군부대를 국왕 지휘하에 뒀다. 왕실 권한을 강화한 사례였다. 이날 시위대는 성명을 내고 “사병화한 군부대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면서 현 국왕을 ‘히틀러’에 비유했다.시위 지도부 중 한 명인 파릿 치와락은 “군대는 왕이 아니라 국민을 따라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왕은 군대의 지휘를 맡을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물대포를 발포하자 시위대는 오리... -
“아디오스 디에고”…마라도나 떠나는 길에 100만 인파
“아디오스 디에고(Adios Diego, 잘가요. 디에고)”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를 떠나보기 위해 26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 앞에 100만 인파가 운집했다.AP통신 등에 따르면 추모객들은 이날 새벽부터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의 중앙 로비 앞에 안치된 마라도나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기 위해 수km 가량 긴 줄을 섰다. 마라도나가 안치된 관은 아르헨티나 국기와 국가대표 팀으로 뛸 때 입었던 10번 유니폼이 덮여 있었다. 추모객들은 관에 키스를 하거나 관 주변에 유니폼을 놓으며 “디에고!”를 외쳤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이날 대통령궁을 찾아 마라도나의 관 위에 그의 첫 프로축구선수 입단 팀이었던 아르헨티나 주니어 팀의 셔츠를 올려놓았다. 이날 일반 조문객을 맞기에 앞서 가족과 지인들이 먼저 고인을 배웅했다. 전 부인과 자녀들,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고인의 팀 동료를 비롯한 축구선수들도 ... -
감시·검열·낙인…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 홍콩이공대의 현재
1년 전 홍콩이공대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마지막 보루였다. 지난해 11월5일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후 경찰이 실탄 발포 등 강경 진압에 나서자 학생 시위대는 학교에 배수진을 쳤다. 특히 홍콩이공대에서의 싸움은 16일간 지속돼 같은달 29일에야 끝났다. 민주화 열망이 표출됐던 홍콩이공대를 둘러싸고 최근 감시와 검열이 강화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시위대의 보루였던 홍콩이공대가 1년 후 ‘감옥’처럼 변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홍콩이공대 학교 정문에서부터 교직원이나 학생들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됐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책이라고 했지만, 홍콩 내 다른 대학에서는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웠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이공대 측은 지난 6일부터 외부인 출입을 제한했으며 앞서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11월6~30일 확실한 명분을 바탕으로 부서장의 승인을 받은 사람을 빼고는 캠퍼스에 들어올 수 없다”고 통지했다... -
팬데믹 이후, 유럽서 일자리보장제·기본소득 실험
유럽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사회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시도로 보편적 기본소득제, 일자리 보장제 등 진보적 정책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정책은 과거 ‘유토피아적 아이디어’라거나 ‘좌파 사상’이라며 소수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실용적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23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내년 봄 보편적 기본소득(UBI·Universal Basic Income) 실험이 개시된다. 독일의 비영리재단 ‘내 기본소득’과 독일경제연구소, 쾰른대학 등은 지난 8월 기본소득 실험을 위해 1500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 중 120명을 뽑아 내년 봄부터 매달 1200유로(약 157만원)씩 3년간 지급한다. 연구진은 지원금을 받지 않은 1380명과 이들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진행한다. 이 실험은 참가 신청에만 150만명이 몰렸고, 실험 기금에 15만명이 기부하는 등... -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를 위해 투표한다”
미국 내 흑인 공동체의 중심지 중 하나인 텍사스주 휴스턴 ‘서드 워드’(Third Ward). 이곳은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학창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플로이드 죽음 이후 서드 워드 사람들은 분노했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이제 투표소로 향한다.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변화를 바라는 서드 워드의 민심이 투표 열기로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서드 워드 3개 투표소를 기준으로 사전투표율은 2016년 대선 때보다 650% 증가했다. 서드 워드에 있는 텍사스서던대의 약학대 학생인 J.D. 폰트놋은 1960년대 민권 운동 시대의 거울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투표가 미국에서 흑인의 자유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마음 속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피프스 워드에 살고 있는 보육 노동자 베로니카 맥클렌던(53)은 “잠재적 인식 수준에서 뿐만 아니라 최근엔 노... -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트럼프, 4년 더”를 외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 전세계 우파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다음달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4년 더”를 공개적으로 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은 곧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우파 포퓰리스트 지도자의 중대한 실패”라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는 것은 정책적으로 이익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동기는 심리적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9년 집권 후 기회가 될 때마다 ‘2020 트럼프 캠페인’ 모자를 쓰고 행사에 나오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별 것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코로나19에 감염된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에세이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 -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그날…“우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날(1492년 10월12일)을 기념하는 ‘콜럼버스의 날’인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중남미 곳곳에서 유럽 식민주의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거리에 나온 각국 시민들은 이날을 ‘원주민 분노의 날’이라고 했으며, 인종주의를 끝내고 원주민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번진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역사 바로잡기’로 이어진 것이다.AFP·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선 300여명이 “콜럼버스의 날이 아니라 원주민 분노의 날”이라며 거리 시위를 벌였고, 일부 시위대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동상을 무너뜨렸다. 노예제를 폐지한 링컨 전 대통령도 원주민 처형에 가담한 인종주의자였다고 시위대는 비판한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 -
시리아 젊은이들은 1500달러에 아제르바이잔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10일(현지시간) 영유권 분쟁지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의 교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양국은 전투기, 드론, 탱크 등을 동원해 치열한 싸움을 벌여 양측 민간인·군인, 시리아 용병 등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휴전 합의 당일에도 교전지 중심도시인 스테파나케르트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양국은 상대국을 비난했다. ‘불안한 휴전’ 상태에 접어든 것이다.[관련기사]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확대…최소 200명 사망이번 교전은 아르메니아와 가까운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는 터키의 대리전이라고도 해석됐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기구인 민스크 그룹의 공동 의장인 러시아가 이번 휴전을 이끌어냈고, 터키는 휴전 합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터키가 민스크 그룹의 의장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데 희생자들의 면모를 보면, 4개국 당사자가 아닌 시리아 젊은이들도 희생... -
코로나19에 세계 1억명 '극빈' 내몰려
“가난과의 긴 싸움에서, 우리는 20여년 만에 최악의 좌절을 겪을지도 모릅니다.”세계는 수십년간 인류 공동의 과제인 ‘빈곤 퇴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꾸준히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마저도 흔들어놨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극빈층 인구가 1억명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7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2년에 한 번꼴로 세계 빈곤 현황을 조사하는데, 극빈층 인구 비율이 아시아권 금융위기가 터진 1998년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세계은행은 이날 세계 빈곤 현황 보고서에서 올해 연말 기준 8800만~1억1500만명이 추가로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 연말 기준 전 세계 극빈층 수는 7억300만~7억3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하루 생활비 1.9달러(약 2200원) 이하로 생활하는 계층을 극빈층으로 분류한다.세계은행은 당초 코로나19 발발 전 올 연말 ... -
수천명 숨졌는데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을 밀어붙이며 “마약범은 죽여도 좋다”고 말해왔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돌연 “나는 사람을 죽이라 지시한 적 없다”며 말을 번복했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나라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7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5일 밤 녹화 방영된 TV 연설에서 “많은 이들이 내가 법의 지배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누구도 죽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바오 시장으로 공직에 재직한 이후 마약왕 용의자들이나 상습범들에 대해 재판 없이 사살하는 초법적 처형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두테르테 대통령은 또한 “잔혹한 죽음들을 한번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일부 마약상들이 조직간 경쟁 관계에서 또는 마약을 판 돈을 훔치려다 죽었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건 아니건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범죄자나 군인과 경찰관들이 죽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