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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군의 총구에 카네이션을 꽂은, 포르투갈 ‘평화 혁명’의 상징
1974년 4월25일 포르투갈 군인들은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독재를 무너뜨렸다. 군이 주도한 혁명이지만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이들의 총에는 모두 카네이션이 꽂혀 있었다. 이처럼 독특한 포르투갈 민주화의 역사적인 장면은 한 여성의 사소한 행동에서 만들어졌다.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과 로이터통신은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의 상징인 셀레스트 카에이루가 91세 나이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1933년 리스본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카에이루는 만 한 살이 되던 무렵 아버지를 여의고 보육원에서 자랐다. 성인이 된 후에는 홀로 딸을 키우며 여러 일자리를 전전했다.포르투갈 혁명이 일어나던 해 40세였던 카에이루는 한 식당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4월25일은 카에이루가 일하던 식당이 개업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탁자마다 카네이션을 올려두고 영업 준비를 하던 식당 사장은 쿠데타를 알리는 라디오 방송이 나오자 직원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준비했던 꽃은 직원들에게 선물로... -
‘문혁’ 다룬 죄? 당국 조사 받는 중국 ‘SF계 거물’
휴고상 수상 류츠신의 소설 ‘삼체’2006년 잡지에 연재 세계적 성공넷플릭스 드라마 방영 ‘빌미’ 추정민주주의 옹호 과거 발언도 재조명SF에 ‘검열 칼날’ 거세질까 우려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중국 공상과학소설(SF) <삼체>를 출판한 편집자 겸 평론가 야오하이쥔(58)이 기율 위반으로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24일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쓰촨성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는 전날 야오 쓰촨SF세계잡지사 이사 겸 총괄 부편집장을 심각한 규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혐의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반중 성향 매체인 대기원시보는 중국 문학·출판계에 지난달부터 야오 부편집장이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전했다. 지난 9월10일부터 야오 부편집장의 웨이보에 새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고 메신저 연락도 끊겼기 때문이다.야오 부편집장은 지난달 28일 중국 SF계의 권위 있는 상인 은하... -
‘삼체’ 탄생시킨 출판인 야오하이쥔…중국 당국은 왜 그를 조사하나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중국 공상과학 소설(SF) <삼체>를 출판한 편집자 겸 평론가 야오하이쥔(58)이 기율 위반으로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24일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쓰촨성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는 전날 야오 쓰촨SF세계잡지사 이사 겸 총괄 부편집장을 심각한 규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혐의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반중성향 매체인 대기원시보는 중국 문학·출판계에는 지난달부터 야오 부편집장이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전했다. 지난 9월10일부터 야오 부편집장의 웨이보에 새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고 메신저 연락도 끊겼기 때문이다.야오 부편집장은 지난달 28일 중국 SF계의 권위 있는 상인 은하상 시상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1966년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난 야오 부편집장은 1988년부터 SF문학 평론가 및 출판인으로 활동했다. 사비를 들여 잡지 <성운>을 창간해 큰 호... -
비혼 여성의 난자 동결을 허하라…차별·무례와 싸운 쉬자오자오의 5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비혼 여성의 난자를 동결할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을 낸 여성이 최근 5년간의 법정 싸움 끝에 최종 패소했다.소송은 전향적 판결을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고 평가받는다. 소송을 계기로 여성이 자신의 삶을 위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쉬자오자오(徐棗棗·가명·36)가 소송의 주인공이다.쉬자오자오는 서른 살이던 지난 2018년 11월 난자동결 시술을 받기 위해 베이징수도의과대학 부속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하얼빈 출신으로 베이징의 한 뉴미디어 회사에 다니던 그는 이 무렵 승진해 팀장이 됐고, 이별을 겪었다. 몇 달 뒤 춘절(중국 설) 연휴 기간 만날 친척들이 “서둘러 결혼하라”고 압박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출산도 직장경력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차에 그는 배우 겸 영화감독 쉬징레이(徐静蕾)가 미국에서 난자동결 시술을... -
베네수엘라 70대 ‘정치 신인’, 11년 독재 마침표 찍을까
74세 정치 신인이 있다. 외교관을 은퇴한 지 어언 20년, 손주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나날을 보내던 그는 베네수엘라 현대사에 한 꼭지로 남을지도 모를 사건의 한복판에 섰다. 별로 알려진 적 없던 그의 이름과 얼굴이 “모두를 위한”이란 문구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졌다. 이달 28일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맞설 야권 대선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다.곤살레스 우루티아는 외교관, 학자, 작가 등으로 불렸다. 작은 도시 라 빅토리아의 가난한 가정에서 세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외교관으로 평생을 보냈다. 엘살바도르, 벨기에 등을 거쳐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대사를 마지막으로 2002년 은퇴했다. “새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정치적 야망이 없는 온건한 사람” 등으로 주변에선 그를 묘사한다.“저는 사실 대선 후보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될 생각은 더더욱요.” 지난 4월 야권 대선 후보로 지명된 후 영국 일간 가디언... -
“소녀들 지키는 게 내 운명”…종교적 폭력에 맞서 감비아 ‘여성 할례 금지’ 이끌어
아프리카 서부의 작은 나라 감비아에서 법으로 금지한 여성 할례를 다시 부활시키려던 움직임이 무산됐다.16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감비아 의회는 전날 여성 할례를 금지하는 기존 법을 폐기하는 내용의 법안을 심의했다. 하지만 전체 의원 58명 중 과반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법안은 부결됐고, 감비아는 할례 금지를 유지하게 됐다. 수많은 여성과 인권단체가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 의회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이처럼 역동적인 감비아 ‘할례 금지’ 역사의 중심엔 시민단체 ‘세이프핸즈포걸스’를 설립한 인권운동가 자하 두쿠레(사진)가 있다.1989년 감비아에서 태어난 두쿠레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할례를 당했다. 할례는 어린 여성의 성욕을 통제한다는 목적으로 생식기의 음핵을 제거한 뒤 봉합하는 시술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15세가 되던 해에는 미국인과 강제로 중매결혼을 하면서 미국 시... -
“소녀들 지키는 게 내 운명” 감비아 할례 금지 이끈 자하 두쿠레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감비아에서 법으로 금지한 여성 할례를 다시 부활시키려던 움직임이 무산됐다.16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감비아 의회는 전날 여성 할례를 금지하는 기존 법을 폐기하는 내용의 법안을 심의했다. 전체 의원 58명 중 과반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법안은 부결됐고, 감비아는 할례 금지를 유지하게 됐다. 수많은 여성들과 인권단체가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 의회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이처럼 역동적인 감비아 ‘할례 금지’ 역사의 중심엔 시민단체 ‘세이프핸즈포걸스’를 설립한 인권운동가 자하 두쿠레가 있다.1989년 감비아에서 태어난 두쿠레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할례를 당했다. 할례는 어린 여성들의 성욕을 통제한다는 목적으로 생식기의 음핵을 제거한 뒤 봉합하는 시술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두쿠레의 이복 여동생도 할례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15세가 되던 해에는 미국인과... -
99% 압도적 득표율로 4선 확정…경제 발전·철권 통치 ‘두 얼굴’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사진)이 압도적 표차로 사실상 4선을 확정했다.현지 매체인 더뉴타임스의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르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총선과 함께 실시된 대통령 선거의 개표 작업이 700만표(79%) 이상 완료된 가운데 카가메 현 대통령이 99.15%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종 개표 결과는 27일 공식 발표되지만, 카가메 대통령의 4선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2003년, 2010년,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카가메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도 98.63%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카가메 대통령은 난민에서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사태에 마침표를 찍고 사회 안정과 경제 발전을 이룬 지도자로 칭송받는다. 그러나 반대파를 숙청하는 철권 정치인이라는 비난도 동시에 받는 ‘두 얼굴의 지도자’다.1957년 르완다 남부의 한 투치족 집안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두 살... -
‘득표율 99%의 4선 대통령’ 카가메의 두 얼굴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사실상 4선을 확정했다.르완다 매체인 더뉴타임스의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르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총선과 함께 실시된 대통령 선거의 개표작업이 700만표(79%) 이상 집계된 가운데 카가메 현 대통령이 99.15%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야당인 민주녹색당(DGP) 프랑크 하비네자 대표는 0.53% 득표율에 그쳤고, 무소속 필리프 음파이마나 후보는 0.32%로 뒤를 이었다. 최종 개표 결과는 27일 공식 발표되지만, 카가메 대통령의 4선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2003년, 2010년, 2017년 대선에서 93%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한 카가메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도 98.63%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는 러시아의 5선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득표율(87%)을 훌쩍 넘는다.카가메 대통령은 난민에서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사태에 마침표를 찍고 ... -
의사 출신 ‘무명’ 다선 의원…히잡 완화·서방 대화 공약 돌풍
타브리즈 의대 총장 지낸 뒤보건부 장관·5선 의원 역임보수 정권에 비판적 입장 표출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예상 밖 승리를 거둔 마수드 페제시키안(70)은 의사 출신의 ‘온건 개혁파’ 정치인이다.페제시키안은 태생부터 이란 사회 비주류였다. 1954년 이란 북서부 마하바드 지방에서 소수민족인 아제르바이잔계 아버지와 쿠르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군 복무 후 의대에 늦깎이로 입학해 심장외과 전문의가 됐으며 타브리즈 의대 총장까지 지냈다.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 나선 ‘참전 용사’이기도 하다. 1997년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 보건부 차관으로 발탁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어 2001~2005년 보건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2008년 타브리즈 지역구에 출마해 의회에 입성한 뒤 내리 5선을 했다.페제시키안은 2013년 처음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으나, 온건 개혁파의 ‘거두’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