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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딥시크 돌풍 진원’ 저장대 교수의 과로사…혁신은 이렇게 스러진다
    ‘딥시크 돌풍 진원’ 저장대 교수의 과로사…혁신은 이렇게 스러진다

    류융펑(48)은 중국의 재료공학자이자 저장대 교수였다. 중국 대표 명문대인 저장대는 ‘딥시크 돌풍’의 주역 량원펑의 모교이기도 하다.류융펑은 지난 1월21일 출장 목적으로 방문한 시안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지난 5일 영원히 눈을 감았다. 지병은 없었다. 그저 오랫동안 많이 일했다.아내가 그의 업무용 컴퓨터 기록을 분석해보니 류융펑은 2024년 3월부터 지난 1월 쓰러지기 직전까지 319일 일했다. 출장이 있던 날은 135일이었고, 출장은 없었지만 오후 10시 이후 퇴근한 날은 105일이었다. 이 기간 법정 근무일은 183일이었다.류융펑은 전도유망한 학자였다. 중국우수청년과학자기금, 국가청년우수인재 특별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으며 수소·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연구를 했다. 48건의 특허를 갖고 있었고, 21건의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의 논문은 네이처 등 유명 학술지에 230회 실렸으며 9000회 이상 인용됐다.류융펑의 아내는 온라인에...

    2025.03.11 12:09

  •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마지막까지 무책임했던 정재호 전 주중대사
    마지막까지 무책임했던 정재호 전 주중대사

    정재호 전 주중 한국대사가 2년 6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31일 귀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후임으로 내정한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공관장 인사에서 제외됐다. 주중대사는 탄핵 국면이 마무리될 때까지 공백이 불가피해졌다.정 전 대사는 지난해 12월2일 정례브리핑 이후 기자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임시공휴일이었던 지난달 27일 오후 5시 급작스럽게 이임식을 열었다. 이임식은 언론에 사전 공지되지 않았으며 대사관 직원들에게도 2시간 전에 알려졌다. 300명 가까운 대사관 직원 대부분이 귀향해 수십명만 이임식에 참석했다고 전해진다.견해를 들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정 전 대사 역시 비상계엄 선포 및 이어진 탄핵국면과 관련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며, 이임을 앞두고 곤혹스러웠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공직자’ 정재호는 대중 외교 공백을 택했다.정 전 대사는 2022년 7월 부임했다. 그는 한·중관계가 험악한 시절...

    2025.02.04 13:29

  •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중국에서 본 비상계엄 사태
    중국에서 본 비상계엄 사태

    중국의 한 월간지 편집팀은 내년 1월호 마감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았다. 한국여행 특집 기획을 마련했으나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기획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24일 기준 2025년 1월 1일 베이징발 인천행 편도 항공권 가격은 629위안(약 12만원)까지 떨어졌다.세계의 다른 나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상계엄 선포는 중국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계엄선포 당일 공식매체뿐만 아니라 동영상 스트리머들도 한국 TV를 연결해 상황을 온라인에서 생중계했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의회를 짓밟는 모습, 야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담을 넘는 모습,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달려나가는 모습 등이 얼떨결에 방송을 탔다.중국에서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마치 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 같다”는 것이다. 신화통신부터 ‘서울의 겨울: 윤석열의 6시간 계엄령 희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은 지난해 개봉한 ...

    2024.12.24 17:50

  •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직업학교에서 벌어진 무차별 흉기 살인
    직업학교에서 벌어진 무차별 흉기 살인

    한국 영화 <다음 소희>는 중국에서 정식 개봉한 적 없다. 2017년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자살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지난해 2월 칸영화제에서 소개됐으며 중국에서도 어느 작은 영화제에 초청받아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밖에 OTT 등을 통해 본 사람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중국 영화 플랫폼 더우반에는 4만건 넘는 <다음 소희> 리뷰가 쌓여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4월 유명 관광지인 후난성 장자제 호수에서 남녀 4명이 함께 투신자살한 사건을 떠올렸다는 소감을 남겼다. 자살한 이들은 모두 농민공 2세이다. 대를 이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가난한 삶, 실패자라는 낙인에 절망했다고 전해진다.영화 <다음 소희>에서 고발한 ‘실습생 착취’가 모처럼 중국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계기는 끔찍한 무차별 흉기살인 사건이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30분 장쑤성 이싱시 우시공예직업기술학교에서 쉬모씨(21)가...

    2024.11.19 16:22

  •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중국 경제 침체와 부양책 다시 보기
    중국 경제 침체와 부양책 다시 보기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2월 ‘온 나라에 낙관적 분위기가 가득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이어진 춘절(설) 연휴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예년보다 줄었다. 7개월 뒤 중추절(추석)에는 월병이 덜 팔렸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모바일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2년 7월 점심으로 10~12위안(1900~2300원)짜리 국수를 즐겨 먹던 이들은 지난 7월 7~9위안(1300~1700원)짜리 메뉴를 주로 시켰다.중국 지도부는 지난 9월 말부터 “경제 운용에 일부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하고 부양책을 쏟아냈다.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추고 정책금리를 인하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으며 부동산 구매 규제를 풀었다. 특별국채를 발행하고 내년도 예산 1000위안(19조원)을 앞당겨 쓰기로 했다. 그 결과 증시는 일단 부활했다.중국의 뒤늦은 방향 전환에는 경직된 의사구조의 영향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서도 부양카드를...

    2024.10.15 16:37

  •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1위안 월병 대소동
    1위안 월병 대소동

    “중국 대학생들은 어떤 책 읽는지 궁금한데 서점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타오바오에서 다 팔아요.” “집들이 초대받았는데 이 근처 꽃집이 있나요?” “메이퇀에서 주문하세요.”대화가 대부분 이렇게 이어져도 베이징 시내 곳곳에는 아직 크고 작은 서점들이 많이 있다. 꽃집은 발품을 팔아야 찾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생활 방식이 정착되면서 가게를 직접 방문한다는 것은 점점 낯선 일이 되고 있다.중국은 단연 플랫폼 경제의 선진국이다. 위챗, 알리바바 등 대형 플랫폼은 편리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과 빠른 배송을 구축하고 상시적 세일 행사를 열어 사람들을 모은다. 당국도 소비 진작을 이유로 온라인 쇼핑을 장려한다. 그러다 보니 플랫폼과 관련한 사건 소식도 눈에 띈다.지난달 벌어진 ‘1위안 월병 대소동’도 그중의 하나다. 신경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22일 베이징의 월병가게 자화식품에 갑자기 주문이 폭주했다. 알고 보니 한 상자에 39위안(...

    2024.09.03 18:48

  •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반간첩법의 역설
    반간첩법의 역설

    세계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어학학습 앱 듀오링고의 중국어 이름은 다린국(多隣國)이다. 의미도 발음도 맞아떨어지는 번역어를 보면 중국의 인문역량에 감탄이 나온다. 그런데 다린국에서는 이웃을 만날 수 없다. 중국 듀오링고는 망이 분리돼 있어 해외 학습자들이 뜨지 않는다. 듀오링고 친구도 못 맺는다.듀오링고 앱에는 채팅 기능이 없어 친구를 맺어도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상대방 학습 진도를 확인하고, ‘좋아요’를 눌러주며 격려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상상력을 발휘하자면 프로필 사진을 바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의사 표현 수단이 많은 다른 나라 학습자들은 듀오링고 프로필 사진을 정치적 메시지의 전파 수단으로 떠올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지 씁쓸하다.이런 씁쓸함은 이달 들어 시행 1년을 맞이한 개정 반간첩법을 생각하면 더욱 강하게 느낀다. 아직 한국인이 반간첩법으로 체포됐다는 말을 들은 ...

    2024.07.30 15:06

  •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죽음의 동북아
    죽음의 동북아

    “공장의 연기가 별을 덮어. 마을들 전부 연기에 묻혀. 어릴 적부터 강물은 맑지 않았고, 지금껏 돈과 질병을 바꿔 왔네. 이주할 수 없는 이들은 못이 됐네.”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거주하면서 ‘난선’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농민공 래퍼 장팡자오(張方釗·27)의 랩 <공장>의 첫 소절이다. 그의 고향 자오쭤에서 촬영한 <공장>의 뮤직비디오는 지난 5월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공장>은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제대로 된 중국 랩”이란 찬사가 잇따랐다. 무명 래퍼 난선은 ‘허난 랩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공장>에는 폐허가 된 고향과 생계를 위해 분투하는 농민공, 더 좋은 환경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못해 자책하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허난성은 중국에서 대표적으로 가난한 지역이다. 못처럼 고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나은 삶을 ...

    2024.06.25 18:52

  •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1994년생 이장과 중국의 농촌
    1994년생 이장과 중국의 농촌

    1994년생 여성 장웨이(張瑋·사진)는 닝샤후이족자치구 구이위안시 펑양현 양핑촌의 공산당 지부 서기, 즉 이장이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이장으로서 일상을 담은 짧은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지역 특산물인 붉은 자두와 살구의 동결 방지 기술을 시연하고 막걸리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현지 사투리로 소개하기도 한다.네티즌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그의 외모였다. “1994년생이라고? 49살이 아니라?” “립스틱도 안 바르나” 등의 조롱이 잇따랐다. 장웨이는 굴하지 않았다. 계속 영상에 민낯으로 등장했다. 그는 지난 10일 공개된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지만 지금은 받아들였다. 이것이 우리 풀뿌리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난의 진실한 묘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장웨이는 “마을을 홍보하는 것 외에도 오늘날 농촌의 변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상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이달 현재 장웨이가...

    2024.05.21 11:43

  •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헌원씨와 미야자키 하야오
    헌원씨와 미야자키 하야오

    황제 헌원씨는 중국 신화와 역사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다. 중국에서는 고고학으로 존재가 규명된 하·상·주 시대 이전 삼황오제의 시대가 있었다고 말한다. 헌원씨는 ‘오제’의 첫 번째 인물로 중국 문명의 시조로 여겨진다.널리 통용되는 설에 따르면 헌원씨는 기원전 2700~2600년경 활동한 인물로 ‘삼황’의 마지막 황제 신농에게 반란을 일으킨 치우를 물리치고 신농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됐다. 의복, 수레, 문자, 60갑자를 창시하고 의학에 업적을 남겼다. 중국에서도 삼황은 신화 속 인물이지만 오제는 실존 황제로 여겨져 왔다. 청나라 말 유학자 캉유웨이 등은 삼황오제 전체가 후대 만들어진 신화라 주장했다.청명절 연휴 기간 중국을 방문한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지난 4일 산시성에서 헌원씨 제사에 참석했다. 중국 정부가 해마다 주관하는 제사이다. 그는 방중 기간 대만인의 뿌리를 강조하고 평화의 가치를 역설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지난 11일 대만에 돌아와 “...

    2024.04.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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