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과 박건우, 감독과 프런트

이용균 기자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양현종과 박건우, 감독과 프런트

텍사스는 지난 18일 양현종을 양도선수로 지명했다. ‘Designated for assignment’(DFA)라는 메이저리그의 로스터 관련 규정이다. 방출대기로도 번역된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려면 거쳐야 하는 제도적 장치다. 양도선수로 지명되면, 해당 사실이 리그 30개 구단에 통보된다.

웨이버 공시와 비슷한 규정이어서 이 기간 해당 선수를 데려가고 싶은 팀이 있으면 손 들고 데려가면 된다. 선수를 원하는 팀이 여럿일 경우 승률이 낮은 팀에 우선권이 있다.

양도선수 지명과 함께 해당 선수는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고 구단은 그 자리에 다른 선수를 채워 넣을 수 있다. 양현종이 빠진 자리에는 LA 다저스에서 양도선수로 지명된 데니스 산타나가 들어갔다. 이 기간 동안 다른 팀이 지명하지 않으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간다.

메이저리그 로스터는 경기에 뛰는 26인 로스터와 계약상 메이저리그 신분이라고 할 수 있는 40인 로스터로 구분된다. 40명까지가 ‘메이저리그 신분’이어서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의 보호를 받는다. 40인 로스터에서 빠지면 선수노조도 ‘나 몰라라’ 한다. 노조원 자격 여부를 가른다는 점에서 40인 로스터가 중요하다. 쏠쏠하기로 유명한 메이저리그의 연금은 26인 로스터에 173일 이상 등록되면 ‘1년’으로 계산되고 ‘10년’을 채우면 62세부터 연간 22만달러를 받는다.

이렇다보니 26인, 40인 로스터에 들고 나는 규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KBO리그처럼 ‘올렸다 내렸다’를 함부로 할 수 없다. 구단은 소속 선수에 대해 ‘옵션’이라는 권리를 갖는데 대개 3시즌 동안 쓸 수 있다. 마음대로 26인 로스터에서 뺄 수 있는(2군에 내려보낼 수 있는) 기간이 3시즌 정도라고 보면 된다. 옵션을 다 쓰고 나면 ‘짐 싸!’라는 말로 2군에 내려보낼 수 없다. 양현종은 옵션이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40인 로스터 제외 때 양도선수 지명 절차를 거쳤지만, 옵션이 사라진 선수는 26인 로스터 제외 때도 양도선수 지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연하게도, 구단에 대한 선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장치다. 1군 제외는 회사로 치면 ‘보직 해임’이나 다름없다. 팀 전력을 최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중요하지만 상시적 보직 해임 가능성의 존재는 선수의 안정적 활약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언제 2군에 내려갈지 모르는 타자는 지금 타석에서 뭔가를 보여주려 서두르다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일쑤다.

KBO리그의 로스터 규정은 이중성을 갖는다. 40인 대신 65인 로스터를 통해 더 많은 선수의 안정성을 보장하지만, 28인 로스터와의 이동에 제약을 두지 않아 1군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1군 등록 여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감독에게 몰려 있다. 감독은 ‘생살여탈권’을 가진 존재로 비치고, 그 권리에서 리더십과 팀 장악력이 나온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보니 국가대표 외야수가 태도 문제로 2군에 내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김태형 감독은 “감독은 팀을 위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였다면 옵션이 소진된 선수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수 없다. 팀 케미스트리를 위해 로스터에서 제외해야 한다면 DFA를 거치거나 트레이드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감독의 역할이 아니라 단장의 역할이다.

두산은 박건우 로스터 제외 첫 경기를 이겼지만 이후 4연패를 당했다. 순위도 7위까지 떨어졌다.

두산 프런트는 김태형 감독의 결정 뒤에서 ‘노코멘트’ 중이다. 한국 야구에서 모든 것은 ‘감독’ 때문이어서다.

권력은 시스템에서 나온다. 한국 프로야구도 40년이 흘렀다. 이제 시스템을 바꾸고 권력을 나눌 때가 됐다. 물론, 권력이 나뉘면 책임도 함께 나뉜다.

양도선수 지명과 동시에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다는 점, 2020시즌부터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25인에서 26인으로 바뀐 점, 메이저리그 연금 수령 조건 등이 수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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