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장빼기에 길목 지키기…심판, 눈을 떼지 마세요

안승호 기자

‘생사’ 엇갈리는 0.5초…진화하는 슬라이딩, 그걸 잡는 태그의 기술

지난 6월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에서 두산 강승호가 팔 바꾸기로 세이프되고 있다. 네이버스포츠·KBS N 중계화면 캡처

지난 6월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에서 두산 강승호가 팔 바꾸기로 세이프되고 있다. 네이버스포츠·KBS N 중계화면 캡처

마지막 순간, 손 바꾸는 주자
베이스 앞에서 기다리는 수비
심판은 비디오판독과의 승부

지난 6월12일 잠실 두산-LG전. 5회초 2사 1루, 두산 허경민 타석에서 1루주자 강승호가 LG 투수 차우찬의 견제에 걸렸다. 스타트를 이미 끊은 강승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2루로 내달렸다. LG 1루수 이주형은 공을 받자마자 2루 송구를 했고, LG 유격수 오지환이 바로 받아 태그 아웃.

그러나 상황은 그때부터였다. 강승호가 손사래를 치며 이어진 비디오판독.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결과, 강승호는 베이스를 향하던 왼손을 급히 거둬들이며 몸을 틀어 오른손으로 베이스 터치를 했다. 강승호의 왼팔을 향하던 오지환의 글러브가 방향을 급히 틀어 몸을 찍었지만, 늦었다. 판정은 세이프로 번복됐다.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며 순간적으로 팔을 바꾸는 일명 ‘밑장빼기’ 기술 하나가 이날 경기 흐름을 흔들었다. 두산은 찬스를 그대로 살려 2점을 선취했고, 연장 승부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2017년 KBO리그에 도입된 비디오판독은 이미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바꿔놓고 있다.

■태그 기술의 진화

LG 트윈스 정근우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5회말 무사 2루 홍창기 내야 안타때 홈까지 뛰어 들어 손을 살짝 피하며 다시 플레이트를 태그하는 영리한 플레이로 세이프되고 있다.

LG 트윈스 정근우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5회말 무사 2루 홍창기 내야 안타때 홈까지 뛰어 들어 손을 살짝 피하며 다시 플레이트를 태그하는 영리한 플레이로 세이프되고 있다.

슬라이딩 기술에 ‘디테일’이 스며들고 있는 것처럼 ‘태그의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수비 및 작전 주루 코치 출신인 류지현 LG 감독은 “태그하기 전 야수가 자리를 잡는 위치부터 바뀌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정사각형의 베이스를 양 다리 사이에 두고 주자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제는, 주자의 진입로를 마련해주면서도 베이스 앞쪽으로 나와 기다리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타이밍으로 판정하던 때와 달리 어떤 식으로든 주자의 베이스 터치보다 태그 동작이 빨리 이뤄지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앞쪽으로 나오면 그만큼이라도 빨리 태그할 수 있는 위치가 확보된다”며 “전에는 우선 팔이나 발에 태그를 하려 했지만, 지금은 몸통을 향할 때 확률이 더 높다 ”고 설명했다. 도쿄 올림픽 야구대표팀 수비코치인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훈련법부터 달라졌다고 했다. 이 위원은 “과거에는 주자가 들어오는 방향을 감안해 베이스 앞과 뒤 그리고 옆을 찍는 훈련을 했다면 지금은 베이스 최대한 앞쪽으로 가져와 움직이는 물체를 찍는 훈련을 한다”며 “글러브를 대고 있는 게 아니라 태그하며 눈으로도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도쿄 올림픽에서도 비디오판독을 한다. 선수들에게 같은 얘기를 주지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끝까지 본다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KT공격 2사 1루에서 강백호가 알몬테의 안타때 홈에서 태그아웃 당한고 있다.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KT공격 2사 1루에서 강백호가 알몬테의 안타때 홈에서 태그아웃 당한고 있다.

비디오판독 시대에 가장 눈이 바빠진 사람은 심판이다. 과거 심판들은 태그의 선후 여부를 보면서도 전반적인 타이밍으로 판정을 했다. 흔히 말하는 아웃 타이밍에는 아웃, 세이프 타이밍에는 세이프를 선언했고 뛰는 선수와 벤치의 감독은 웬만하면 ‘타이밍 판정’에 수긍했다. 그러나 지금은 눈을 더 크게 떠야 한다. KBO리그 심판들이 요즘 특히 더 신경쓰는 건 1차 플레이 이후의 장면이다.

이민호 심판위원은 “2루와 3루에서는, 주자의 탄력이 강해 베이스를 지나치기도 하고, 몸을 틀어 슬라이딩할 때는 나중에 손이 떨어지기도 한다”며 “학습효과 때문인지 야수들이 글러브를 끝까지 대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고, 우리 또한 상황이 끝날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한다”고 전했다.

홈 승부에서는 2루, 3루와 달리 베이스가 바닥에 붙어 있는 것이 큰 변수다. 지난달 22일 문학 LG-SSG전에서는 5회초 LG 김현수가 오지환의 플라이 타구에 홈을 파고들었다. 세이프 타이밍 같았지만 심판은 아웃 판정을 내렸다. 비디오판독에서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는데, 그 장면에서 주심 눈은 정확했다. 홈에 먼저 닿은 것 같던 김현수의 발이 떴다.

김현수는 지난 5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4-6이던 6회 유강남의 적시타에 2루에서 홈까지 파고들며 바닥 터치가 용이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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