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승부에 울고 웃던 꿈나무들의 ‘2021 김경문호’ 달린다

김은진 기자

야구대표팀베이징의 기억, 약속의 8회

이승엽이 2016년 8월 22일 베이징 우커쑹구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2-2 동점이던 8회 말 역전 2점 홈런을 친 뒤 두 팔을 벌린 채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엽이 2016년 8월 22일 베이징 우커쑹구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2-2 동점이던 8회 말 역전 2점 홈런을 친 뒤 두 팔을 벌린 채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22타수 3안타 끝에 결승 홈런
이승엽 ‘국민타자 스토리’ 생생

이의리·원태인 등 마운드 주축
강백호·이정후 등 해결사 역할
홈팀 일본과 험난한 승부 예고

2008년 8월22일 중국 베이징의 우커송 야구장에서는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펼쳐졌다.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 4강전에서 일본에 0-2로 뒤지다 4회와 7회 1점씩 뽑아 2-2 동점을 이뤘다. 8회말 1사 1루. 이승엽이 타석에 섰다. 이승엽은 이전 경기까지 22타수 3안타밖에 치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 4회말 기회에서도 병살타로 물러난 이승엽의 타석에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 교차할 무렵, 바로 그 홈런이 터졌다. 타구는 오른쪽 펜스 뒤를 훌쩍 넘어갔고 결승행 티켓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8회까지 역투한 김광현에 이어 9회초에는 ‘전천후 투수’ 윤석민이 나가 삼자범퇴로 깔끔히 막아냈다. 한국 야구의 올림픽 사상 첫 결승 진출이 결정된 순간, 마지막 플라이 타구를 잡아낸 우익수 이용규는 무릎을 꿇은 채 감격했고 대회 내내 마음고생을 했던 이승엽은 “후배들 보기 너무 미안했는데 마음의 빚을 갚았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한국과 일본이 만났던 베이징 올림픽 4강전은 아마추어 야구 세계 최강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딴 결승전보다도 더 진땀나고 감격적인 명승부로 기억되고 있다. ‘약속의 8회’ 그 절정을 보여준 베이징 신화 이후 13년 만에 한국 야구가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다.

“못 치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면서 이승엽을 끝까지 4번타자로 밀어붙였던 김경문 감독의 뚝심 야구를 13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서 볼 수 있다.

올림픽 야구는 베이징 이후 사라졌다가 도쿄에서 다시 부활했다.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도전자다. 역대 최강의 ‘드림팀’이라 할 수 있었던 2008년에 비해 이번 대표팀은 전력이 상당히 약하다. 오랫동안 대표팀을 지켜왔던 특급 투수들 없이 치르는 첫 국제종합대회다. ‘김경문호’가 13년 만에 다시 출항하지만 전력도 색깔도 완전히 다르다.

베이징 신화를 TV로 지켜봤던 어린이들이 도쿄에서는 선수가 돼 주역으로 나선다. 고졸신인 이의리부터 올해 리그 특급 투수로 떠오른 원태인 등 20대 투수들이 마운드의 축이다. 이승엽, 김태균, 박병호, 이대호 등이 지키던 중심타자 역할은 강백호에게 넘어가 있고 정근우, 이용규 등이 풀어주던 해결사 역할은 이정후가 맡는다. 한국 야구 미래의 출발점이 될 대회다.

에이스 없이 결승까지 도전해야 하는 도쿄의 대표팀은 ‘고생길’을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이 벼른다. 올림픽 주최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13년 전 베이징에서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한국에 되갚기 위해 칼을 갈았다. 전력도, 환경도 한국에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더 감격적이었던 이유는 아무도 한국을 우승 후보로 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도 일본에는 뒤진다던 한국이 일본은 물론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과 쿠바를 줄줄이 꺾고 결승까지 9경기를 모두 이기며 완벽한 우승을 했다. 일본을 예선 풀리그와 4강전까지 두 번 만나 모두 이기고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는 판정에 항의하다 포수가 퇴장당하는 위기까지 산전수전을 모두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1년 도쿄의 한국 야구는 지금 기대치가 낮다. 금메달보다는 메달 획득 자체가 현실적인 목표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늘 위기에 강했다. 또 한 번 역경과 싸워내고 성장해서 돌아올 한국 새 대표팀의 감동 스토리가 도쿄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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