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본능이 만든 ‘출루의 시대’

이용균 기자

출루율, 곧 아웃당하지 않을 확률

장타 안 쳐도 나가면 된다가 ‘대세’

KT 강백호 ‘0.503’ 최고 기록 기대

눈야구 대세 땐 ‘재미 감소’ 우려도

KT 강백호가 지난 1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1회말 2루타를 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KT 강백호가 지난 1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1회말 2루타를 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출루율이 메이저리그 공식 기록이 된 건 1984년. KBO리그는 이보다 앞서 1982시즌이 끝난 뒤 공식 시상 부문에 출루율을 포함시켰다. 출루율은 ‘타석당 출루의 확률’이지만, 거꾸로 따지면 ‘아웃 당하지 않을 확률’이다. 아웃 당하지 않으면 득점 기회가 높아진다.

KBO리그 2021시즌은 ‘출루의 시대’다. 덜 날아가는 공,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에 타자들의 ‘생존 본능’이 결합됐다. 강하게 멀리 치는 야구가 아니라 살아 나가는 야구가 대세다.

이번 시즌 리그 출루율은 0.352로 1999년과 함께 역대 공동 8위에 해당한다. 앞선 ‘출루율 강세 시즌’들이 ‘타고투저’였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은 리그 장타율이 0.392밖에 되지 않는다. 출루율에서 타율을 뺀 ‘순출루율’은 리그 평균 0.090으로 프로야구 출범 이후 가장 높다.

출루율의 시대를 맞아 KT 강백호는 역대 최고 기록에 도전한다.

강백호는 17일 LG전에서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해 0.501이던 출루율을 0.503으로 더 끌어올렸다. KBO리그 역대 최고 기록은 2001년 롯데 펠릭스 호세가 기록한 0.503이다. 당시 0.50301이었던 호세의 기록에 강백호는 0.50276으로 바짝 접근해 있다. KBO 기록은 1983년까지 출루율 공식 분모에 희생뜬공을 포함하지 않았다. 1982년 백인천의 출루율 0.502는 희생뜬공을 포함하면 0.497로 떨어진다.

출루율은 대개 홈런 타자의 기록이었다. 장타 위험을 감수하고 승부하느니, 볼넷으로 내보내는 게 낫다는 계산에서 나온다. 배리 본즈는 2004년 역대 최고인 출루율 0.609를 기록했다. 그해 본즈가 얻은 고의4구가 무려 120개였다. 2001년 호세 역시 리그 투수들이 승부를 피했다. 호세가 그해 얻은 고의4구 28개는 1997년 이종범(30개)에 이은 역대 2위다.

그에 반해 강백호가 얻은 고의4구는 8개밖에 되지 않는다. 강백호의 타율 4할 도전은 출루율 0.503을 바탕으로 한다.

LG 홍창기의 출루율 0.477(역대 6위)도 상식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강백호가 중심타선에 서는 것과 달리 홍창기는 1번 타자로 나선다. 강백호보다 타석 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1번타자가 출루율 1위에 오른 것은 1994년 이종범(0.452)이 유일한데, 그해 이종범은 조금 다른 존재였다.

2021시즌, 출루 관련 진기록이 기대되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 눈야구는 타격 능력이 약한 야수들의 ‘생존 기술’로 유효한 반면, 리그의 대세가 될 경우 야구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KBO는 리그 투타 균형을 이유로 공인구의 반발력을 인위적으로 조정했고, 공정성 확보를 이유로 리그 스트라이크 존을 사실상 축소시켰다.

출루의 시대는 이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타자들이 적응한 결과다. 9이닝당 볼넷 4.42는 역대 최다, 9이닝당 삼진 7.21개는 역대 3위다. 자칫 ‘침대야구’가 될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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