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타석 오가며…고영표 10승 ‘원맨쇼’읽음

수원 | 김은진 기자

올 시즌 첫 ‘무사사구 완봉승’

KT, 창단 후 첫 60승 선착 견인

‘암흑기 에이스’서 강팀 에이스로

KT 투수 고영표가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더블헤더 1차전 8회말 타석에서 공을 기다리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KT 투수 고영표가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더블헤더 1차전 8회말 타석에서 공을 기다리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고영표(30·KT)는 KT의 ‘암흑기 에이스’로 불렸다. 제10구단 KT가 창단 초기 최하위권에 머물 때 선발로 뛰었다. 잘 던져도 이기지 못하고 승리보다 패전이 많았다. 꿋꿋이 마운드를 끌어가던 고영표의 한 시즌 최다승은 2017년 거둔 8승이었다. 고영표는 그해 12패로 최다 패전 2위였고 KT는 꼴찌를 했다.

고영표는 12일 수원 SSG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9이닝을 7안타 7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혼자 틀어막고 KT의 10-0 승리를 책임졌다. 지난 5일 LG전 승리 뒤 4경기에서 3무1패에 머물러 ‘아홉수’에 묶여 있던 KT는 고영표의 완봉 역투를 앞세워 5경기 만에 승리하며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시즌 60승(4무39패) 고지를 밟았다.

올시즌 KBO리그에서 완봉승을 거둔 투수는 4명 있었지만 무사사구 완봉승은 고영표가 처음이다. 역대 136번째 무사사구 완봉승이자 고영표의 데뷔 후 세 번째 완봉승이었다.

고영표는 입대 전 선발로 뛴 2년 동안 2번의 완봉승 포함 5번의 완투를 기록했지만 오히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는 올해는 완투가 한 번도 없었다. 약팀이었던 이전의 KT는 가장 잘 던지는 고영표에게 경기를 끝까지 맡겼지만 강팀이 된 올해의 KT는 잘 던지는 고영표를 관리한다. 고영표는 지난 4일 LG전에서도 90개를 던지고 8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9회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완봉이면 몰라도 완투는 의미없다”며 고영표를 아꼈던 이강철 감독은 일주일 만에 실제 완봉승 기회가 오자 끝까지 맡겼다.

고영표는 완봉승을 위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타석에도 들어섰다. KT는 이날 7-0으로 일찍이 승기를 잡자 8회초 야수진을 대거 교체했다. 1루수 강백호가 있던 3번 타순에 고영표의 이름이 올랐고, 8회말 2사 1·2루에 고영표의 타석이 돌아왔다. 9회초 등판을 위해 몸을 풀던 고영표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들었다. 홈플레이트에서 멀찍이 떨어져 서 있던 고영표는 SSG의 바뀐 투수 서동민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장성우의 우익수 플라이로 8회말이 끝나자 고영표는 또 마운드에 올랐다. 고영표는 2사 뒤 2안타를 내줬지만 마지막 타자 김성현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103개의 역투로 3년 만의 완봉승과 팀의 시즌 60승을 완성시켰다.

고영표는 “7회를 마친 뒤 투구 수가 적고 무실점이라 완봉 기회를 달라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이 ‘150개까지 던져도 되니 오늘은 해보라’고 하셨다”며 “8회말 타석에 내 순서가 안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왔다. 치기보다는 그냥 멀리 떨어져 서 있기로 하고 다음 투구를 준비할 마음이었다. 헬멧은 (박)경수 형 것을 빌려 썼다”며 웃었다. 고영표는 “10승 투수가 됐다는 것은 강한 팀 투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도움받지 못했다면 내 10승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신인왕 소형준의 7.1이닝 1실점 호투 속에 더블헤더 2차전도 3-2로 이기고 61승으로 선두 자리를 더 단단하게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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