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구장 옥수수에 스티커가 붙은 이유

이용균 기자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꿈의 구장 옥수수에 스티커가 붙은 이유

메이저리그는 지난 8월13일 아이오와주의 옥수수밭에서 특별한 경기를 치렀다. 1989년 개봉한 야구 영화 <꿈의 구장>을 현실로 만들었다.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지었고,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진짜로 경기를 펼쳤다. 경기 전, 영화 주연을 맡았던 케빈 코스트너가 마운드에서 선수들을 불렀다. 경기도 영화처럼 끝났다. 화이트삭스 팀 앤더슨은 7-8로 뒤진 9회말 끝내기 투런 홈런을 때렸다.

아름다운 마무리였지만 문제가 벌어졌다. ‘꿈의 구장’에서 나온 꿈 같은 끝내기 홈런 공이 사라졌다. 옥수수가 너무 빽빽했다. 중계 화면을 통해 공이 사라진 근처를 뒤져 공을 찾더라도, 그 공이 경기 전 타격 훈련 때 날린 공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는 홈런 공을 찾는 대신, 홈런 공이 사라진 근처의 ‘옥수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몇 줄기의 옥수숫대를 잘라서 ‘꿈의 구장 경기 끝내기 홈런 근처의 옥수수’라고 명명했다. 이제 이 옥수수는 보통의 옥수수랑 다르다. 김춘수의 시 ‘꽃’처럼, 몸짓이었다가 이름을 불러주면 특별해진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그 옥수수에 이름을 붙인 이는 메이저리그 ‘인증 시스템’ 책임자 마이클 포스너다. 포스너는 “공을 찾았지만 그 공이 홈런공이라는 100% 확신이 없기 때문에 인증하지 못했다. 대신 근처의 옥수숫대를 인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00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불펜 작전’이라는 특별 수사를 진행했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기념품 중 ‘가짜’를 수사했는데, 전체 거래 물품 중 거의 절반이 위조품으로 드러났다. 어떤 품목은 90%가 가짜였다. FBI는 63명을 위조품 거래 혐의로 기소했다. FBI 수사에 협조한 토니 그윈은 심지어 샌디에이고 공식 매장에서 파는 물건 중에서도 가짜를 찾아냈다. 그윈은 “이건 내가 사인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2001년부터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경기에 사용되는 특별한 공이나 방망이, 유니폼 등에 대해 관계자가 직접 확인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시스템이 안정돼 현재는 첨단기기를 이용해 홀로그램 스티커를 붙이고 등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부터 정규 시즌까지 모든 경기에 2명의 인증 전문가가 배치된다. 올스타전이나 월드시리즈같이 특별한 경기에는 10명 넘는 전문가가 배치된다. 플레이 하나하나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이고, 법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220명의 인증 전문가가 활동 중인데 경찰 출신이 많다. 경기 전 구단 회의에 참석해 오늘 경기 중 나올 수 있는 각종 기록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만약 신인 선수의 데뷔 첫 안타라면, 그 공은 일단 인증 전문가에게 넘겨 확인 스티커를 받은 뒤 선수에게 준다. 피츠버그 시절 박찬호의 124승(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념공에도 홀로그램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인증확인필’인 셈이다.

포스너는 “모든 공이 야구의 역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옥수숫대도 역사가 된다. 인증받은 물건 중에는 도핑 테스트를 위한 소변 샘플도 있다. 야구의 가치를 스스로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결정 공은 이승엽이 얼른 뒷주머니에 넣었다. 2017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공은 불펜 포수 이동건이 아니었다면 못 찾을 뻔했다. 메이저리그의 인증 시스템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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