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와 바꾼 145번째 게임…박경수 “이젠 KS 우승 자신감”읽음

김은진 기자

시즌 우승 눈앞에 두고 찾아온 통증에도 ‘집념’ 불태워

삼성과 1위 결정전 9회 ‘결정적 호수비’로 승리 지켜내

허벅지와 바꾼 145번째 게임…박경수 “이젠 KS 우승 자신감”

박경수(37·KT·사진)는 지난달 28일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8회초 대수비로 교체됐다. 7회말 적시타를 친 뒤 왼쪽 허벅지에 통증이 왔다. 경기 뒤 걷기가 힘들었다.

마지막 2경기가 남아 있었다. 이튿날 키움전에는 대타로만 한 타석 나가 상태를 본 박경수는 최종일 SSG전에는 다시 2루수로 선발 출전해 끝까지 뛰었다. 한데 하루 쉬니 괜찮아졌던 허벅지 통증이 수비를 하다 다시 올라오고 말았다.

KT는 이겼는데 또 경기를 해야 했다. 삼성과의 1위 결정전. 포스트시즌을 위해 몸을 아끼느냐, 다시 오지 않을 우승의 기회를 위해 뛰느냐 사이에서 박경수는 결단을 내렸다. 삼성전을 앞두고 트레이너에게 압박붕대를 최대한 세게, 많이 감아달라고 했다.

왼쪽 허벅지를 꽉 조인 채 테이핑으로 무장하고 나선 박경수는 승리를 지켰다. 1-0으로 앞선 9회말 선두타자 구자욱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뒤 곧바로 1루로 송구, 아웃시켰다. 쿠에바스의 혼신의 역투,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린 강백호의 결승타, 그리고 박경수의 이 수비는 1점 승부였던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박경수는 지난 시즌 막바지 오른쪽 햄스트링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2003년 데뷔했는데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해보지 못한 박경수를 위해 KT 선수들은 최대한 늦게 가을야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애썼고 결국 2위를 따냈다. 뛰지 못하고 벤치에서 지켜봤던 박경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올해는 우승을 눈앞에 두고 또 허벅지 통증이 찾아왔으나 절대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박경수는 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1위 하려고 이렇게 발버둥을 쳤는데, 한국시리즈에 못 올라가면 의미가 없으니 어떻게 되든 해보자 생각하고 테이핑을 해달라고 했다”면서 “오늘은 실수하면 무조건 진다 생각하고 1회부터 수비에 초집중했다. (9회말 수비는) 그렇게 어려운 타구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2루수였으면 다이빙을 안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제 한국시리즈 준비에 들어간다. 후배들과 첫 한국시리즈를 맞게 된 박경수는 “우리 목표가 원래 5강이었는데 하다보니 오랫동안 1위를 했고, 그래서 오히려 2위는 못한 것처럼 돼버릴 뻔한 상황에서 다시 1위를 가져왔다. 그렇게 145경기를 하고 우승하니 더 자신감이 생겼다”며 “지금은 걸을 때 아프긴 하지만 괜찮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덕에 2주간 시간이 있으니 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1군에 가세해 3년 연속 꼴찌, 2018년에는 9위였던 KT는 불과 3년 만에 1위가 됐다. 박경수는 2016~2018년 주장이었다. 꼴찌에 팬도 없다는 설움을 절정으로 겪던 시절, “꼴찌팀 주장이라는 소리 듣지 않는 것이 소원”이었던 박경수는 꿈도 꿔보지 못했던 첫 우승에 올해 또 눈물을 쏟았다.

그라운드 세리머니를 마치고 박경수가 라커룸으로 들어갔더니 선수들이 TV로 경기 장면을 다시 보고 있었다.

9회말의 그 호수비 장면이 나오자 선수들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박경수도 목이 쉬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