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필코 막아낸다…SSG ‘뒷문 지킴이’ 김택형

풀타임 마무리 도전한 첫 시즌
10경기서 9세이브 ‘쾌조의 스타트’
제구 안 잡히는 날도 스스로 정리
“매 순간 마지막인 것처럼 던져”
30세이브 목표 향해 ‘순항’

“매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던지려 한다.”

SSG 마무리를 꿰찬 왼손 투수 김택형(26·사진)은 ‘끝내주는’ 봄을 보내고 있다. 벌써 9세이브를 수확하면서 든든한 뒷문 지킴이로 거듭났다. 김택형은 지난 25일 기준 10경기에 등판, 9세이브를 챙겨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10.1이닝 평균자책 0.87,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26을 기록 중이다. 풀타임 마무리로서 첫 출발이 좋다. 지난해 중반까지 중간 계투로 활약하다 9월부터 ‘마무리의 맛’을 봤다. 59경기에 등판해 5승1패 7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9으로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세이브 30개, 블론세이브 5개 이하, 2점대 평균자책을 목표로 잡았다.

팀이 완벽한 투타 조화를 앞세워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어 성큼성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특히 지난 13일 LG전에서 KBO리그 개막 후 역대 최다 연승인 10연승을 완성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김택형은 4-2로 앞선 9회말에 등판해 선두 박해민과 홍창기에게 각각 볼넷, 안타를 허용한 뒤 보내기 번트로 1사 2·3루를 자초했다. 자칫 세이브 기회를 날리고 팀의 연승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위기였다. 김택형은 후속타자 김현수와 문보경을 헛스윙 삼진으로 낚아 승리를 지킨 뒤 주먹을 쥐었다.

김택형은 “작년에는 뭣도 모르고 던졌다면, 올해는 작년보다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던지다 보니 결과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팀원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하나가 되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넥센(현 키움)에서 데뷔한 김택형은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다. 평균 시속 140㎞대 중후반의 빠른 공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는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문제는 딱 하나, 제구였다. 구위는 좋은데 제구가 흔들리다 보니 성장이 더뎠다. 2017년 팔꿈치 수술 후 재활하던 중 트레이드를 통해 SSG의 전신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지난해 숱한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투구폼을 찾고 포크볼까지 장착해 환골탈태했다. 자신감을 되찾으니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다. 결국 김원형 SSG 감독은 그에게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을 맡겼다.

제구가 흔들려 주자를 내보낼 때도 있지만 결국 자신이 깔끔하게 정리한다. 김택형은 “주자를 내보냈을 땐 나도 모르게 조금 더 투구에 집중하게 된다. 자신 있게 던지고, 삼진을 잡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친김에 세이브왕을 노려봐도 되지 않을까. 김택형은 “욕심은 있지만 그걸 좇기보다는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던지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세이브왕 기회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했다.

세이브는 승리팀 마지막 투수만이 누릴 수 있는 기록인 만큼 팀이 계속 잘나가야 쌓을 수 있다. 막판까지 팀과 자신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세이브왕에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린다면 금상첨화다.

김택형은 “시즌 끝까지 마무리 자리에서 팀의 승리를 지키고, 팀이 우승할 수 있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택형 SSG 랜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