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아닌 3월 대회, 장기전 같은 단기전…WBC는 ‘승부처’가 다르다

안승호 기자
누가 누가 잘하나 한국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콤플렉스 보조구장에서 훈련 중인 투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투손 | 연합뉴스

누가 누가 잘하나 한국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콤플렉스 보조구장에서 훈련 중인 투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투손 | 연합뉴스

특정 대회 판도 또는 경기 결과 예측 작업의 시작은 팀별 전력 평가에 있다. 수치로 드러나 있는 선수 면면의 경쟁력과 켜켜이 쌓인 경험치 등을 배경으로 팀별 우열을 내다보게 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조금 다른 무대다. 다른 변수들이 여럿 섞여 승부에 작용한다. 흔히 보는 단기전이지만, 프로야구 10월의 단기전과는 성격이 판이하다. 관전포인트 또는 승부처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때론 허상인 이름값

일본 선발 투수 로테이션 구체화
한국 대표팀 운용은 아직 불투명

일본 대표팀이 오는 3월9일 시작하는 1라운드 이후 4경기 선발 로테이션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대표팀은 선발진 운용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양 팀 사이의 자신감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로테이션을 계산하고 있지만, 아직 공개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의 계획에 담겨 있는 투수들의 페이스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이 대목에서 “야수들이 몸놀림이 상당히 좋은 반면 투수들은 조금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준비 과정에서의 시범경기 단계인 3월 대회라면, 보편적으로 알려진 이름값과 실제 경기력 사이의 간극이 나타나는 경우가 실제 종종 있다.

일례로 2006년 1회 대회 한국·미국전에서는 미국 선발로 나온 돈트렐 윌리스(당시 플로리다)는 2005시즌 22승10패 평균자책 2.63의 후광 속에 등판했지만, 물이 잔뜩 오른 한국 타자들에게 3이닝 동안 4안타(1홈런) 5볼넷 3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그날 윌리스의 공은 직전 시즌 구위와는 달랐다.

■에이스급에만 의존하면 한계

알려진 이름값·실제 경기력 간극
에이스 경쟁보다 ‘뎁스’의 싸움

WBC는 대회가 열리는 3월이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정상 활동 기간이 아닌 것을 공식 인정하는 대회다. 1라운드 최대 65구를 시작으로 라운드별 투구 수 제한도 있다. 이 같은 제약이 없더라도, 투수들은 이 시기에 투구 수를 정상치까지 올려놓기 어렵다. 단기전 공식대로 에이스급 투수 두어 명에 의존해서는 정상까지 가기 어렵다.

한국은 결승까지 올라 준우승을 했던 2009년 2회 대회에서는 9경기나 치른 가운데 봉중근(당시 LG)이 팀 내 최다이자 대회 전체 2위인 17.2이닝을 던졌다. WBC에서는 15이닝을 넘겨 던지는 투수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선수 투구 수 관리에 조금 더 예민한 미국의 경우 앞서 2017년 4회 대회에서 첫 우승을 이뤘지만, 대회 기간 8이닝을 넘겨 던진 투수는 15.1이닝을 지킨 마커스 스트로먼(시카고 컵스)뿐이었다. WBC는 특이하게도 ‘뎁스’로 다투는 단기전이다.

야구대표팀 투수 양현종(오른쪽)과 김광현이 23일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대표팀 투수 양현종(오른쪽)과 김광현이 23일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치 ‘BQ’(야구지능) 극대화

대회 룰 복잡해 이강철 감독 고민
세밀하고 순발력 있는 대처 중요

이강철 감독은 투수 출신으로 투수 운영 전문가이지만, WBC의 복잡한 규칙 앞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머리가 아프다”며 고개를 흔들 정도다. 라운드별 투구 수 제한과 30구 이상 투구 시 연투 금지 규칙뿐 아니라 등판 투수는 최소 3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것까지 계산해야 할 항목이 줄을 잇는다. 계산 한 번 잘못했다가는 다음 경기 가용 인원이 계산과 틀어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벤치에서는 2009년 대회에서 당시 사령탑이던 김인식 감독이 순발력 있는 움직임으로 봉중근을 중용하며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선수들의 컨디션을 세밀히 봐야 하는 데다 투구 수 규정에도 맞춰 선수를 활용해야 한다. 어떤 감독이라도 더그아웃에서 팔짱 끼고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는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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